볼보 S60 T4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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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S60 T4 시승기
  • 안민희
  • 승인 201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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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S60 T4를 만났다. 여인의 립스틱만큼 붉은 녀석을 타고 차갑게 얼어붙은 얼음 세상을 자유롭게 노닐었다.



S60은 볼보의 세단 라인업 중 가운데를 차지하는 중형세단이다. 뒤에 자리한 T4는 엔진을 뜻한다. T4의 T는 가솔린 터보, 숫자 4는 출력으로 등급을 매기는 볼보의 표기법 중 하나다. S60은 2000년 데뷔해, 2010년 2세대 모델로 거듭났다. 볼보는 S60 2세대에 보완이 아닌 진화를 택했다.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더하기 위해서다. 안전을 최우선한 볼보였지만, 안전만으로 어필하기에는 녹록치 않았다. 세련된 디자인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춘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안전도를 자랑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때문에 볼보는 더욱 혁신적인 안전장비 개발에 몰입하는 한편, 디자인의 변화로 브랜드 아이덴디티에 힘을 더하고자 했다. 안전하기만 한 차에서, 세련되고 안전하기까지 한 차로 변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때문에 볼보는 스티브 마틴을 영입했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W220), SL클래스(R230), SLR 맥라렌 등을 디자인한 당시 최고의 디자이너. 볼보로 적을 옮긴 그는 새로운 볼보의 디자인에 착수했다. 기존 모델과 전혀 닮지 않은 새로운 볼보. 그의 주장은 XC60에서 구체화됐다. 그리고 그 계보를 잇는 두 번째 작품이 S60이다. S60은 이런 볼보의 새 디자인을 그대로 담았다. 공격적인 모습으로 다듬은 느낌이 물씬하다. 아래로 수그러진 이분할 헤드램프, 아래쪽 가운데로 모이게 날카로운 선을 그은 범퍼, 쐐기 모양으로 다듬은 하단부의 공기흡입구 모습이 모여 자신만만한 앞모습을 만들어냈다.


옆모습은 판판한 직선으로 다듬었다. 낮게 디자인한 앞면과 의도적으로 높인 뒷면을 잇는 루프 라인, 창문 아래를 가로지르는 캐릭터라인이 매끄러우면서도 속도감 있는 모양을 만든다. 대놓고 티내지 않는, 은근하게 다듬어낸 모습이 볼보스럽다.



실내는 화려함과 엄숙함이 공존한다. 간결한 느낌과 기능을 우선시 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생김새가 그렇다. 멋 부리기보다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직선 위주의 딱딱한 디자인 철학을 벗어나 곡선을 버무렸지만 침착한 분위기다. 반면 소재는 활기를 더한다. 시트와 도어트림을 감싼 오렌지색 가죽, 짙게 물든 나무와 알루미늄을 이용한 트림의 대조가 자칫 칙칙할 뻔 했던 실내를 화사하게 물들였다.


센터페시아의 뒤는 텅 비었다. 작은 수납함 역할을 한다. 볼보는 이를 ´센터 스택´이라 부른다. 볼보의 실내 디자인을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다. 큼지막한 오디오, 에어컨 버튼과 사람 모양의 에어컨 모드 버튼은 직관적이라 쓰기 편하다. 하지만 그 주위를 촘촘히 에워싼 버튼들은 쉽게 익숙해지기 어렵다. 내장 부품들은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단차 없이 꼼꼼하게 여몄다. 빈틈없이 자리 잡은 부품들 덕분에 잡소리 날 걱정은 줄었다.



국내에 수입되는 S60은 가솔린 엔진 또는 디젤 엔진을 얹는다. 가솔린 대 디젤.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번쯤은 열띤 토론을 해봤을 주제다. 가솔린은 부드럽게 도는 정숙한 엔진, 직설적인 반응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디젤은 넉넉한 힘, 높은 연비라는 장점을 갖췄다. 과연 어떤 엔진의 손을 들어줄까?


시승차인 S60 T4는 직렬 5기통 2.0L 터보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은 213마력, 최대토크는 30.6kg‧m이다. 적은 배기량으로 큰 힘내기에는 터보차저가 재격이다. 섬세함과 날카로움은 부족할지언정, 배기량 이상의 힘을 안겨준다.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두툼한 토크를 낸다. 하지만 즐겁게 주행하려면 엔진 회전수를 유념해야 한다. 어느 엔진이나 저 회전에선 힘이 약한 것이 당연하지만, 터보 엔진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꽤 심하다. 터보차저가 거센 힘을 만들어 낼 때 가속 페달의 세찬 반응과 큼직하게 밀어주는 토크는 터보 엔진만의 매력이다.



S60 T4는 발끝 따라 성격을 바꾸는 연기파였다. 가속 페달을 어떻게 밟느냐에 따라 엔진은 다른 특성을 보였다. 1500rpm 이하에선 힘을 뺀 채로 유유자적 움직였다. 시속 100km에서 엔진회전수는 수동 모드 6단 1700rpm 정도. 2000rpm을 넘기자 가속을 슬슬 보챈다. 쉬이-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터빈의 흡기음과 함께 은근히 속도를 높인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킥 다운을 하고 저단 기어를 물려 회전수를 높여 활기찬 가속을 이어나갔다. 토크는 크지 않다 생각했다. 하지만 끈끈하게 2700~5000rpm까지 계속 이어진다. 5000rpm을 넘겨 6000rpm 즈음엔 토크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6700rpm에 이르자 윗단으로 변속했다.


속도 또한 엔진 회전수와 함께 치고 올랐다. S모드로 변경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땠다. 기어는 계속 고정된 채로 느리게 회전수를 줄여가며 다음 가속을 기다리고 있다. 최고출력 200마력 이상의 차들이 넘쳐나는 지금 시대에 213마력의 최고출력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힘이라 생각됐다. 하지만 중속 영역에서의 가속은 분명 필요충분 이상이다. 주행거리가 많다면 디젤 엔진인 D3나 D5를, 적다면 휘발유 엔진인 T4를 권한다. 주행거리가 적다면 디젤의 뛰어난 연비도 무색해진다. 가격 차이 때문이다. 성능차이는 크지 않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D5는 7.6초 만에 가속하고 T4는 7.7초 만에 가속한다.



서스펜션은 도로의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승차감과 단단한 주행감을 적절하게 타협한 느낌이다. 살짝 떠 있는 상태에서 노면을 부드럽게 받아낸다. 충격흡수가 좋아 포장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도 즐겁게 달릴 수 있다. 하지만 힘차게 달릴 때는 도로에 착 붙는 느낌이다. 브레이크는 어느 정도 밟고 난 이후부터 제동을 시작한다. 초반부터 거세게 제동력을 이끌어내지 않는다. 처음부터 제동력을 확 끌어내는 차에 익숙해져 있다면 조금 당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세게 제동력을 끌어내는 차들에 비해 페달 감도를 익히기에 편하다.


볼보는 안전에 있어선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다. 세계최초로 커튼 에어백을 개발한 회사다. 최근엔 보행자 에어백도 개발했다. 보닛아래 자리한 에어백이 사고 시 부풀어 보행자가 보닛위로 넘어지면서 생기는 2차 충격을 줄이는 장비다.



나아가 볼보는 ´사고가 아예 나지 않으면 된다´라는 철학을 관철중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시티 세이프티´다. 정면에 달린 카메라로 주행 상황을 살피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어 속도를 줄인다. 초기엔 시속 30km 이하에서 작동했으나, 이제는 시속 50km 이하에서 작동한다. 더불어 다양한 장비로 운전을 돕는다. 카메라로 전방의 표지판을 인식해 현재 주행 중인 도로의 제한 속도를 운전자에게 알리는 ´도로표지 정보 시스템´도 단다. 이외에도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액티브 밴딩 라이트 앤 하이빔 등의 여러 장비가 기본으로 달린다.


또한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과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트랙션 컨트롤이 끊임없이 차의 자세를 살핀다. 센서가 차의 진행 방향,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 바퀴의 회전수를 끊임없이 살펴 미끄러짐이 예상되는 경우 엔진 출력을 낮추거나 각 바퀴에 제동을 걸어 미끄러짐을 막는다.



가장 유용했던 장비는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였다. 사이드 미러 아래 달린 카메라가 운전자의 시야에 닿지 않는 구역을 꼼꼼히 살핀다. 만일 사각지대에 차가 접근할 경우 주황색 등을 띄운다. S60은 고루한 볼보의 예전 이미지를 훌훌 털어버렸다. 예전의 볼보는 모범생 같았다. 안전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쉽게 기존의 구성에 쉽게 손대지 않았다. 디자인부터 그랬다. 직선 위주의 딱딱한 디자인을 고수했다. 안전을 위한 디자인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을 흠뻑 받아들인 지금의 볼보는 달라졌다. 새로운 가치를 덧붙이는 중이다. S60이 좋은 예다. 스티브 마틴이 디자인한 새로운 모습, 특유의 북유럽 디자인 감성을 내세운 고급스러움은 볼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물론 여전히 ´안전´은 최고 가치지만.


글 모토야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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