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를 넘어 '무관심'에 가까웠던 자동차들
상태바
'비주류'를 넘어 '무관심'에 가까웠던 자동차들
  • 윤현수
  • 승인 2018.07.18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덧 한 해의 반환점을 돌았다. 상반기 내수 자동차 시장은 각 세그먼트 경쟁자들을 긴장시킬 만한 굵직한 신차들이 출시되며 화제를 불러왔다. 가령 중형 SUV 시장의 부흥기를 이끌어낸 현대차 싼타페는 역대 SUV 최다 사전계약 기록을 경신했고, 2세대 K3는 여지껏 넘을 수 없던 아반떼를 기어코 넘어서고 말았다.

01.png

주류들로 이뤄진 위쪽 세계가 이렇게나 시끌벅적한 와중에, 인기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진 것인지 비주류들의 탄식은 더욱 커졌다. 지난 상반기, 유난히도 인기가 없었던 자동차들을 모아봤다. 물론 대륙을 불문하고 국가별로 상이한 환경 탓에 선호하는 차종은 나뉠 수밖에 없고, 노후한 모델일수록 판매량이 낮아지는 건 사실 자연적인 현상임을 우선적으로 밝힌다.

참고로 고배기량 스포츠카라는 특수한 포지셔닝을 지닌 쉐보레 카마로와 수소전기차 현대 넥쏘 및 르노삼성 트위지 등은 이번 차트에서 제외했다.

02.jpg

기아 쏘울 - 1,513대 (월평균 252대)

기아차 북미 법인의 오랜 효자, 쏘울은 한국에선 유독 힘을 못 쓴다. 올 상반기, 월평균 252대 판매에 그친 국내와는 달리 미국에선 여전히 월 1만 대 정도가 팔리고 있다. 참고로 쏘울의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50,032대로 여전히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다만 미국 역시 소형 SUV 시장이 달아오르며 지난해 쏘울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에서도 실제 오너들의 평을 들여다보면 호평 일색이지만, 쏘울은 주류인 SUV가 아닌 박스형 크로스오버로 포지셔닝한데다 마케팅도 색다른 방향으로 풀어내고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크게 벗어난 상황. 사실 쏘울은 자신이 소형 SUV라 떠들고 다니는 스토닉보다도 SUV에 근접한 자동차인데 말이다. 아이러니하다.

03.jpg

현대 맥스크루즈 - 1,299대 (월평균 216대)

싼타페의 롱바디 모델, 맥스크루즈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판매량 차트 최하위권으로 내려앉는 와중이다. 물론 국내 SUV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는 카테고리는 중형 SUV이기에, 싼타페의 베리에이션 모델인 맥스크루즈는 종전에도 '주류'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후기형 모델의 경우 출시 직후 월 1,500대가 팔릴 정도로 제법 높은 인기를 자랑했기에 그 하락폭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특히 맥스크루즈와 동시대에 살았던 중형 SUV들이 차세대로 거듭나며 4.8미터에 육박하는 크기에 더욱 넓어진 실내공간을 자랑하며 맥스크루즈 특유의 메리트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 판매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04.jpg

기아 카렌스 - 1,155대 (월평균 192대)

2000년대 초, 국민 MPV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카렌스는 상반기 동안 1,155대라는 초라한 판매 기록을 남기고 시장에서 쓸쓸히 물러나고 말았다. 3카 전략의 한 축을 당당히 맡던 과거의 위용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월평균 200대도 되지 않은 판매량이 그 '몰락'의 명확한 증거였다.

특히나, 서서히 주류에서 벗어났던 2세대 모델은 그럼에도 제법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며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나갔으나, 3세대 모델은 과거의 명성을 앗아가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물론 당시 MPV나 미니밴보다 SUV라는 장르가 환영받기 시작하며 MPV 역시 비주류로 취급받는 시기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노릇.

05.jpg

그러나 3세대 카렌스는 동시대에 국민 MPV 타이틀을 놓고 혈투를 벌였던 쉐보레 올란도보다 아쉬운 상품성을 갖추며 끊임없이 추락해왔다. 2016년, 기아차는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유로 6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는 1.7리터 최신 디젤 유닛에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수혈하는 강단을 보였음에도 성적은 도통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결국 기아차는 극심한 판매 부진을 보이던 카렌스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히며, 탄생과 동시에 모기업의 부흥을 일으켰던 과거의 영웅이 처절히 몰락했음을 알렸다.

06.jpg

쉐보레 캡티바 - 881대 (월평균 147대)

GM대우 시절부터 한국지엠의 튼튼한 기둥 역할을 했던 캡티바는 윈스톰 시절을 포함하면 무려 데뷔 13년 차의 베테랑 SUV다. 사실 지금 당장에라도 무덤에 들어가야 하는 신세지만, 비교적 빈약한 한국지엠의 SUV 포트폴리오 탓에 여전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치 후임병이 들어오지 않아 전역 직전까지 경계 근무를 나서야 하는 말년 병장 모습 같아 안타까울 지경이다.

07.jpg

달려온 세월이 세월인 만큼 역사도 아주 스펙터클했다. 모기업의 브랜드 변경과 함께 이름과 얼굴을 바꾼 경험도 있고, 캡티바로 이름을 바꾼 이후에도 디자인이 꾸준히 다듬어지기도 했다. 배기가스 기준 변경으로 퇴출당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간신히 유로 6기준을 충족하는 2리터 엔진을 받아들이며 아직까지도 명줄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이야기하고 보니, 오히려 캡티바의 성적이 경이로울 지경이다. 네티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사골도 이런 사골이 없다, 그럼에도 캡티바는 월평균 147대가 팔릴 정도로 놀라운 노익장을 과시하는 와중, 한국지엠은 캡티바에게 공로상이라도 쥐여줘야 할 판이다.

08.jpg

쉐보레 아베오 - 274대 (월평균 45대)

소형차 시장의 몰락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여기에 있다. 아베오는 상반기 동안 불과 274대가 팔리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심지어 이번 기사에 포함된 기아 쏘울의 월평균 판매량과 맞먹는 수치다.

사실 아베오는 데뷔 시절부터 비인기 모델이긴 했다. 푸짐한 편의장비와 현대차 브랜드의 후광을 받아 소형차 시장에서 엑센트가 승승장구할 시절에도 만년 꼴찌를 기록했기 때문. 1.4리터 터보 엔진을 받아들이며 사정은 조금 나아졌음에도 출시 이후 아베오는 내내 판매량 차트 바닥을 기었다.

그리고 간접적으로 경쟁하는 경형 및 준중형 모델들이 풀체인지를 거치며 경쟁력을 잃어버리자 이제는 아예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심지어 얼마 없는 경쟁 모델이었던 프라이드까지 시장을 떠난 시점. 클리오가 호기롭게 참전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처참하다.

09.jpg

현대 i40  - 88대 (월평균 15대)

미안한 얘기지만, 880대를 잘못 타이핑한 것이 아니다. 현대차 국내 시판 라인업의 유일한 왜건 모델 i40는 세단 모델인 i40 설룬을 포함하고도 이번 상반기 동안 100대도 못 판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월평균 15여 명의 소비자가 i40를 선택했을 뿐이었다.

물론 이러한 심각한 부진에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엮여있다. 우선 한국은 결코 왜건에 호의적이지 못한 동네이며, 출시와 함께 세련미를 자랑하던 것도 어느덧 7년 전 이야기라는 것. 데뷔 8년 차의 노장을 소비자들이 반길 리 만무했다.

10.jpg

자동차 기업은 신차로 먹고산다는 이야기가 일반적으로 통용될 정도로 모델 수명주기라는 것은 대부분의 공산품이 지니고 있는 한계와도 같다. 특히 기술의 첨단을 달리는 자동차의 경우 출중한 네임밸류를 갖추지 않은 이상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상품성이 꾸준히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서 소개한 모델들은 대부분 모델 수명주기가 쇠퇴기에 이르렀을 정도로 오래되었다는 특성을 잊어선 안되겠다. 어찌 보면 판매량 차트는 그야말로 잔혹한 시장의 순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스코어보드가 아닌가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