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는 왜 중국 시장에서 손을 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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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는 왜 중국 시장에서 손을 떼는가?
  • 윤현수
  • 승인 2018.09.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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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중견 자동차 제조업체 스즈키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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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자동차 시장을 키워오던 중국은, 어느덧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군림하며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규모가 규모인데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에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자동차 기업들은 규모를 막론하고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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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최근 현대차 그룹이 보여준 행보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대목이었다. 지난해, 이른바 사드 보복이 피어오르며 현대차 그룹은 외로운 역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그리하여 세계 최대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현대차그룹은 쉴 틈 없이 신차를 내놓으며 부진을 타파하고자 했다. 경이로운 신차 투입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차 그룹이 이 같이 처절히 몸부림 친 이유는,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전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하락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세계 판매량은 전년대비 7%가 줄어들며 연초에 설정한 판매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 시장의 영향력이 여느 때보다 막강해진 상황 속, 스즈키는 어째서 이다지도 중요한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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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장 배경을 한번 되짚어 보는 게 좋겠다. 대륙을 막론한 대부분의 신흥 자동차 시장은 소형차 비중이 상당히 높기 마련이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 중인 인도는 물론 남미 시장에서도 여전히 소형차가 중심이 되는 와중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나라도 한창 자동차 산업을 꽃피우던 시절엔 소형차가 대세였다.

럭셔리카와 중대형차가 판을 치고 있는 작금의 중국도 한때는 그랬다. 15년 전만 해도 중국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세 대 중 한 대는 소형차였을 정도였다. (점유율 35%, 2003 중국승용차협회) 그러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중국 소비자들이 보다 큰 자동차를 선호하게 되면서 소형차의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해왔고, 지난해 6.7%를 기록하며 바닥을 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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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꾸려나가는 스즈키는 이와 같은 시장 배경 속에서 나날이 실적이 하락해왔다. 소형차가 대세로 떠오르던 시절에는 6%를 상회하는 놀라운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기도 했고, 시장이 커지면서 연간 판매 볼륨을 3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현지 업체들의 품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데다, 현지 출신 소형차들이 저렴하기 그지없는 가격표를 들이밀기 시작하자 스즈키가 설 자리는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소형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든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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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스즈키는 장안자동차와의 합작 법인을 통해 '비타라'나 'S-크로스'와 같은 소형차 기반의 SUV들을 출시하며 크로스오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려 했으나, 지난 해 실적은 2016년 대비 27%나 하락하며 끝없는 내리막을 탔다.

현지 시장 볼륨이 막대하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스즈키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11만대에 불과했고, 시장 점유율도 0.5%를 넘지 못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만들었다. 결국 스즈키는 지난 6월 창허자동차와의 파트너십을 해지하고, 중국 합작 법인인 장안-스즈키 지분 50%를 모두 장안차에게 양도하며 중국 시장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최대 시장을 떠나게 됐지만 스즈키의 전망이 그렇게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스즈키는 최근 10년 사이 시장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린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어 인도가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게 되면 중국 시장 철수에 따른 실적 감소를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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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스즈키는 인도 시장에 자사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으로, 2030년까지 판매 라인업을 30개 이상으로 확대하며 연간 3백만 대 수준의 판매량을 목표로 두고 있다. 정리하자면, 스즈키가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시장에서 말끔히 손을 털 수 있었던 건, 포스트 차이나에 가장 가까운 국가에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근거 있는 '손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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