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토요타 1NZ-FXE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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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토요타 1NZ-FXE 엔진
  • 박병하
  • 승인 2018.09.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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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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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으로 만들어진,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그 서른 여섯 번째 이야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심장에 대한 이야기다. 태어난 지 만 20년을 넘어 선 이 엔진은 자동차 역사상 가장 성공한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초대 모델부터 사용된 이래 지금까지도 막강한 효율을 보여주고 있는 엔진이다. 이엔진의 이름은 토요타 1NZ-FXE 엔진이다.

극강의 효율을 달성한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양산차의 심장

세계 자동차 시장에 하이브리드 양산차를 처음으로 선보인기업은 일본의 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다. 토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양산차 ‘프리우스(Prius)’를 내놓은 이래로 만 20년이 지나는 동안 전 세계 90여개국에 프리우스를 비롯한 33종에 달하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1천만대 이상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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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처음으로 선보인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프리우스는 개발 당시부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2배에 해당하는 연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은 21세기에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자사가 그동안 축적해 왔던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리고 토요타는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하이브리드 기술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초대 프리우스가 일본 내수시장에 출시되었을 당시의 공인연비는 28.0km/l로, 이는 당시에도 지금도 경이적인 수준의 연비를 자랑한다. 이산화탄소배출량 또한 기존의 내연기관 승용차에 비해 현격하게 적었다.

토요타 프리우스의 뛰어난 연비는 근본적으로 엔진이상시로 가동하지 않는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결국 엔진 자체의 효율이 뛰어나지 못하다면, 제아무리 고성능의모터로 보조한다고 해도, 프리우스와 같은 연비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기모터는 철저하게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 주 동력원은 엄연히엔진이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프리우스를개발하면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2배에 해당하는 연비를 달성하기 위해 프리우스 전용의 새 엔진을 개발했다. 이 엔진이 바로 1NZ-FXE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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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NZ-FXE 엔진은 토요타 NZ 계열 엔진인 1NZ-FE 엔진의 파생형에 가깝다. 토요타의 NZ 계열 엔진은 토요타가 1990년대 후반부터 자사 소형 차종에 두루사용한 엔진으로, 현재도 상당 수의 소형 차종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실린더 블록은 다이캐스트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며, 75.0mm의 보어(실린더 내경)와 84.7mm의스트로크(행정 길이)를 가진 총배기량 1,496cc(약 1.5리터)의수랭 직렬 4기통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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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NZ-FXE 엔진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요소는 ‘앳킨슨사이클(Atkinson Cycle)’ 작동 과정을 오토 사이클(OttoCycle) 엔진의 구조로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1882년에 고안된 앳킨슨 사이클은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크랭크축이 단 한 번만 회전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엔진이 채용하고 있는 방식인 오토 사이클은 4행정 동안 크랭크 축이 총 2회 회전한다. 이 때문에 오토 사이클 엔진에서는 필연적으로 펌핑손실(Pumping Loss)이 발생하게 된다. 실질적으로동력이 발생하는 폭발 행정 이외에는 다른 행정 동안 끊임 없이 에너지를 소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앳킨슨 사이클은 이 펌핑 손실을 줄여서 에너지의 낭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에고안된 원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선박용 엔진으로 일부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외면 받았다. 그이유는 ‘1행정 1회전’을구현하기 위한 특유의 복잡한 링크 구조 때문에 소형화에 불리하고 상대적으로 신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엔진의 전자제어 기술과 함께, 가변밸브타이밍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면서 오토 사이클 엔진으로도 앳킨슨사이클의 작동 방식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바로 토요타 1NZ-FXE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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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1NZ-FXE엔진의 앳킨슨 사이클 작동 방식은 전자식으로 작동하는 VVT-i 가변밸브타이밍 기구로 구현된다. 가변밸브타이밍 기구를 이용하여 압축 행정 시 흡기 밸브 폐쇄 타이밍을 지연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압축 행정에서 발생하는 동력 소모를 줄이고 폭발 행정에는 필요한 동력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앳킨슨 사이클이 처음 고안되었을 당시에 기대할 수 있었던 연소효율의 향상을 구현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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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이와 같은 방식은 크고 복잡한 원조 앳킨슨 사이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토사이클 기반 엔진에서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작동을 흉내낸 것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본래 이러한방식은 ‘밀러 사이클(Miller Cycle)’이라고 부르는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방식을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한 토요타자동차가 이를 ‘앳킨슨 사이클’로 명시하면서 지금과 같이 부르게 되었다.

1NZ-FXE 엔진은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내연기관으로서 극상의 효율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을 채용함에 따라 엔진 자체의 성능은 같은 배기량의 1NZ-FE엔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1999년에 등장한 1NZ-FE엔진의 최고출력은 110마력, 최대토크는 14.6kg.m으로, 동급에서 우수한 성능을 내는 편이었다. 반면 초대 프리우스에 탑재되었던 1NZ-FXE의 최고출력은 고작 76마력에, 최대토크는 11.2kg.m에불과했다. 최고출력은 1NZ-FE 엔진의 70%가 채 되지 않았으며, 최대토크 수치 역시 크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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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초대 프리우스는 이 빈약한 동력 성능의 엔진을싣고도 잘만 달리고 있다. 심지어 3세대 프리우스의 소형화파생 모델인 프리우스C와 토요타 야리스 등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1NZ-FXE 엔진이 낮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실용성을 잃지 않는 까닭은 바로 전기모터라는 보조동력의 존재 덕분이다. 출발 및 저속 주행에서 최대의 토크가 발휘되는 전기모터의 특성을 이용하여 엔진의 상대적으로 부족한 성능을 보완하고있는 것이다. 극상의 효율을 위해 성능 저하까지 감수해가며 만들어진1NZ-FXE 엔진은 진정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위해 태어난 엔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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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진은 초대 프리우스의 초도 생산이 시작된 1997년 이래, 지금까지도 다양한 차종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물론 수출 시장보다는 작은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일본 내수 시장용의 소형 차종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프리우스C(내수명 아쿠아)’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으며, 자사의 소형 해치백 ‘야리스(Yaris,내수명 비츠)’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소형 MPV 시엔타(Sienta), 내수 시장용의 코롤라 등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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