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DS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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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5 시승기
  • 안민희
  • 승인 2013.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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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은 주류와는 다른 디자인을 한다. 그들의 디자인은 모순에 가깝다. 과격하면서도 부드럽고, 난해하면서도 간단하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다. 누군가에겐 ´우주선´, 다른 누구에겐 ´예술´로 남는 미묘함이 시트로엥 스타일이다.



일반적으로 SUV는 높직한 시야와 활용도가 뛰어난 실내 공간이 장점이다. 거친 험로를 내 달릴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하지만 껑충한 무게 중심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의 운전감각이 불안하다. 그런데 최근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SUV를 도심에서만 탄다. 그만큼 험로 주파 성능의 중요성이 낮아진 대신 아스팔트 위에서의 주행감각과 유려한 스타일을 중시 여긴다.


그래서 시트로엥은 SUV의 키를 낮춰 해치백 스타일을 섞고 실내를 고급 세단처럼 꾸며 DS5를 만들었다. 이처럼 DS5는 SUV와 해치백의 경계선에 자리한 고급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밑바탕 삼은 모델은 푸조 3008이다. 하지만 3008을 떠올리긴 힘들다. 휠베이스를 110mm 늘리고, 높이를 130mm 낮춰 전혀 다른 분위기로 거듭났다. 폭도 약 35mm 늘렸다. 그 결과 덩치 큰 크로스오버로 보인다. 18인치 휠이 작아 보일 정도다.  



실루엣은 영락없는 해치백이다. 그러나 차체 곳곳에 깃든 선과 특이한 디자인 요소들 덕분에 존재감이 뚜렷하다. 헤드램프에는 LED를 수놓았다. 헤드램프와 A필러의 쪽창은 두툼한 크롬 띠로 연결했다. 디자인 과잉으로 생각했지만, 이런 요소들이 없었다면 꽤 심심한 모습으로 마무리 됐을 것이다.


그릴은 크게 뚫고 범퍼의 일부분과 함께 묶어 검게 칠했다. 박력이 넘친다. 안개등과 주간 주행등을 연결하는 굴곡진 선은 깊게 파고 구멍을 뚫어 옆에서 볼 때 범퍼가 도드라진다. 장식적인 요소만은 아니다. 바람을 모아 앞바퀴 쪽으로 보내 공기가 유연하게 흐르게 돕는다.



차체 옆면을 수놓는 캐릭터라인은 뒤쪽으로 갈수록 크게 휘었다. 또한 은은하게 꺼져드는 루프라인과 맞물려 차체 뒤쪽 끝이 작아 보인다. 해치도어 위엔 보조 제동등을 품은 스포일러도 달았다. D필러엔 연필만한 돌기도 만들었다. 공기역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테일램프는 안을 깊게 팠다. 뒤 범퍼는 양쪽에 배기구처럼 구멍을 냈지만, 실제로는 오른쪽에 2개의 배기구가 숨어있다.


전위적인 디자인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화려하게 다듬은 실내 곳곳에 바람으로 깎아낸 듯 복잡한 면이 서렸다. 시트로엥은 실내 디자인을 비행기의 조종석과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운전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 느껴진다. 계기판의 형상도 옛 비행기의 디지털 계기를 세련되게 다듬은 듯하다. 가운데는 속도계, 왼쪽은 타코미터, 오른쪽은 정보 표시창이다. 타코미터와 정보 표시창에는 바늘이 없다. 전부 붉은색 빛 띄는 LCD로 나타낼 뿐이다.



A필러의 쪽창도 비행기의 그것과 닮았다. 센터페시아는 터치스크린과 에어컨, 오디오 조작부로 채웠다. 에어컨 조작부는 대부분의 스위치가 로터리식이다. 단순하지만 직관성이 좋아 사용하기가 상당히 편했다. 온도 표시 숫자도 꽤 큰 편이라 읽기 좋다. 그러나 오디오는 쓰기가 힘들었다. 여러 버튼을 늘어놓아 각 버튼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좋다. 하지만 버튼의 조작감이 떨어지며 멀티미디어 시스템의 구동도 불안정하다. 버튼을 눌렀을 때는 반응하지 않고 한참이 지나서야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다.


센터 터널에는 창문 개폐, 문 잠금 등 실내에서 쓰는 버튼을 모아 달았다. 버튼의 크기도 큼직하고 알루미늄으로 치장해 절로 손이 간다. 루프 콘솔에도 비슷한 버튼을 모아 담았다. 루프의 블라인드를 여닫는 버튼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설정 버튼이다. 익숙해지면 도로를 보면서 오른손만 들어 조작가능하다.



천정은 독특하다. 앞뒤 커다란 유리 두 장으로 구성된 파노라마 루프를 달았는데, 앞좌석은 기다란 루프 콘솔로 양쪽으로 나눴다. 그래서 유리가 총 세장이다. 커튼은 각각의 유리에 달아 세 곳을 따로따로 열고 닫을 수 있다. 재치 있는 구성이다. 짐 칸 부분 천정도 유리라는 점도 재미있다. 다만 뒷좌석의 무릎 공간은 아쉽다. 시트에 무릎이 닿을 정도는 아니지만, 다리를 편하게 움직이기는 어렵다. 하늘을 편히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 삼는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푸조의 기함, 508에서 익숙해진 구성이다. 최고출력은 163마력으로 3750rpm에서 나오며, 2000rpm에서 34.6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빠릿빠릿하게 의도를 읽고 달리는 쪽은 아니다. 연비를 의식한 듯 6단 변속기는 빠르게 고단으로 변속한다.



그러나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두 단계 낮은 기어를 물고 rpm을 높게 띄운다. 스포츠 버튼을 눌러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어를 내려 문다. 회전수를 띄우니 움직임에 긴장감이 깃든다. 수동 모드로 변환하면 스포츠 모드는 자동 해제됐다. 수동 모드에서는 4000rpm에서 윗 단으로 자동 변속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도달시간은 9.8초. 속도는 확실히 오르지만 가속감은 옅은 편이다. 하지만 저 회전부터 힘을 끌어내 여유롭게 달리기엔 좋다. 엔진은 2000rpm에서 최대토크를 낸다. 시속 100km를 오가며 항속할 때의 엔진 회전수는 1800rpm 정도다. 정숙성도 좋다. 엔진음과 풍절음이 잘 억제됐다. 승차감 또한 적당하다. 진동도 적어 피로가 덜했다.



구불대는 산길에 올랐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DS5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움직임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감으면 감을수록 DS5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부드럽되 단단한 거동으로 코너를 돌아 나갔다. 직경이 큰 스티어링 휠이 조금 아쉽게 느껴질 뿐이었다. 브레이크 반응은 무난하다. 초반 제동력이 조금 높긴 하지만 예측 가능한 선에서 제동력을 키워나갔다.


시승한 모델은 DS5 소 시크 모델. 편의 장비는 넉넉하다. 앞좌석 전동 시트, 운전석 마사지 기능,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후방 주차센서, 스마트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 고루 갖췄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는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채워지며, 가속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풀린다. 안전장비는 전 모델 동일하다. ESC로 차체 거동을 제어하고, 사고에 대비해 앞좌석 듀얼, 사이드, 커튼 에어백의 총 6개 에어백을 갖췄다.



DS5에 관심이 있다면 시크 모델을 눈여겨보길 권한다. 편의 장비는 조금 적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다. 나아가 같은 엔진을 단 3008 2.0L 디젤 알뤼르의 가격은 4290만 원. DS5 시크의 가격은 4350만 원으로 60만 원 차이다. 3008보다 휠베이스도 110mm 길고, 더 멋진 DS5를 고르는 것이 당연하다.


DS5는 독특한 차다. 이런 콘셉트와 디자인을 어울린 차는 찾기 어렵다. 이런 디자인을 양산차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용기나 다름없다. 게다가 트렁크도 넉넉하고 공간 활용도도 좋다. 또한, 디젤 엔진답게 연비도 비교적 높다. DS5는 특별한 감성과 실용성을 원하는 이들에겐 만족도가 아주 큰 모델일 것이다.


글 모토야 편집부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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