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을 뛰어 넘은 포르쉐 스페셜리스트, RUF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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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을 뛰어 넘은 포르쉐 스페셜리스트, RUF 이야기
  • 이창호
  • 승인 2018.11.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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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은 포르쉐는 물론, 1960년대 이후의 자동차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차종 중 하나다. 포르쉐 911은 반세기를 넘는 역사 내내 자동차 애호가들에게는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모든 스포츠카의 롤 모델이자 경쟁 상대로 여겨진다. 특유의 외관 디자인을 비롯하여 출중한 기본기와 성능, 그리고 일상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을 겸비한 포르쉐 911은 이상적인 스포츠카 중 하나로 여겨진다.

우수한 기본성능과 높은 잠재력을 가진 포르쉐 911은 튜너들에게도 매혹적인 베이스 차량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 중에서는 포르쉐 911을 튜닝하는 것을 넘어, 전혀 다른 성격의 '완성차'로 만들어 내는 기업도 존재한다. 세계가 사랑하는 스포츠카, 포르쉐 911을 이용하여 자신들만의 철학이 담긴 완성차로 만들어 내는 이곳의 이름은 바로 독일의 '루프(Ruf)'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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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는 1939년 독일 파펜하우젠(Pfaffenhausen)에서 알로이스 루프(Alois Ruf Sr.)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루프는 자동차 정비만 하는 일종의 자동차 정비소였다. 하지만 1949년 사업을 좀더 확장해 주유소까지 만들어 종합 자동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자동차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해는 1955년으로, 이 때에는 관광용의 버스 등을 개발했다. 루프의 버스는 독일 상용차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에 루프는 별도로 버스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그의 아들 알로이스 루프 주니어(Alois Ruf Jr.)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동차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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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이스 루프의 아들, 알로이스 루프 주니어는 특히 스포츠카에 열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한 차는 바로 포르쉐였다. 1960년 루프 주니어는 그의 아버지가 만든 정비소에서 포르쉐를 복원하는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루프 주니어가 24살이 되던 1974년, 창립자 로이스 루프가 사망한다. 당시 24세였던 루프 주니어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고 기업 루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잡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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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명확했다. 그가 좋아했던 포르쉐 자동차와 밀접하게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었다. 911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루프 주니어는 1년 후 루프를 포르쉐 전문 튜너로 탈바꿈시키기 시작했다. 튜너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루프는 1977년 포르쉐 911(930)을 베이스로 한 루프 터보(Ruf Turbo) 3.3를 만들어 낸다. 930 터보의 3.3리터 수평대향 6기통 터보 엔진을 튜닝하여 303마력을 발휘했다. 변속기는 4단 수동변속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1978년의 2차 오일쇼크로 인해 유럽 지역에 기존보다 훨씬 엄격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상당한 수의 고성능 차종이 단종을 맞거나 출력을 대폭 줄이는 등의 수난을 겪어야 했다. 심지어 고성능 스포츠카를 위주로 사업을 꾸리고 있었던 포르쉐조차 911 SC모델에 터보를 포기하고 3.0리터 자연흡배기 엔진을 사용해 180마력의 출력만 내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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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골수 포르쉐 마니아들은 200마력이 채 안되는 911의 출력에 실망했다. 하지만 1978년 루프는 '루프 SCR'을 만들어 포르쉐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루프가 만든 루프 SCR은 배기량을 3.2리터로 키워 자연흡기로 217마력까지 발휘했기 때문이다. 출력만 높은 것이 아니었다. 루프의 SCR은 연비마저 오리지널 911보다 뛰어났다. 이후 루프는 포르쉐 전문 튜너로서의 기술력을 인정 받는 한 편, 포르쉐를 이용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모델을 생산하며 자동차 업계에 큰 획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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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는 1987년, 자사의 기념비적인 모델, '루프 CTR'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최고속도 339km/h까지 도달한 이 차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기록을 획득한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17년, 루프는 87회 제네바 모터쇼에서 자신들의 첫번째 생산모델 1987년 CTR을 기념해 만든 완전히 새로운 '2017 루프 CTR'을 공개했다. 탄소섬유 차체를 적용해 1,200kg의 공차중량을 가졌다. 3.6리터 수냉식 트윈터보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후방에 얹어 최고출력 710마력 최대토크 89.7kg.m의 강렬한 성능을 발휘한다. 0-100km/h까지 3.5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360km/h까지 달성했다. CTR의 가격은 75만유로(한화 약 9억 6,40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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