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말하는 ‘라이트사이징’의 선봉 - 쉐보레 말리부 E-Turbo 시승기
상태바
GM이 말하는 ‘라이트사이징’의 선봉 - 쉐보레 말리부 E-Turbo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9.01.25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11월, GM은 “고효율의 최첨단 엔진으로 국내 시장의 엔진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엔진의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아닌, 굳이 ‘올바른’이라는의미의 ‘Right’를 붙인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 기존의과도하게 컸던 엔진의 배기량을 줄여서 “올바른 크기로 되돌린다”는논리에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이 ‘라이트사이징’의 선봉장으로 선택된 차종은 다름 아닌, 자사의 중형세단 말리부(Malibu)였다.

01.JPG

지난해 한국지엠은 쉐보레 말리부의 부분변경 모델을출시했다. 그리고 기존의 주력이었던 1.5리터 터보 모델을‘라이트사이징’ 전략에 의거하여 설계한 신형의 1.35리터 터보 엔진을 품은 ‘E-터보’ 모델로 대체했다. 소형 승용차에나 사용할 법한 1.35리터 엔진을 품은 말리부. 과연 말리부 E-터보는 GM이 말하는 ‘올바른크기’의 엔진을 가지게 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배출가스총량을 줄이기 위한 과도한 축소일까? 쉐보레 말리부 E-터보모델을 직접 시승하며 그 진가를 확인해 본다.

02.JPG

03.JPG

말리부의 부분변경 모델은 미국에서 사진으로 공개되었을당시부터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새로운 ‘듀얼 엘레먼트(Dual Element)’ 디자인 언어에 의해 조형된, 헤드램프 안쪽까지 연장된 새로운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이 주된 지적 대상으로 꼽혔다. 하단을 두른 크롬테두리로부터 삐죽하게 튀어나와서 헤드램프 안쪽까지 파고 든 크롬 라인이 마치 곤충의 더듬이나메기 수염 등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였다.

04.JPG

05.JPG

하지만 실제로 말리부의 부분변경 모델과 마주하게 되면, 의외로 그렇게까지 기괴한 모습으로 비춰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는각도에 따라 더 강하고 날렵해진 인상으로 다가온다. 기존의 말리부는 은연중에 우울한 인상이 남아 있었던반면, 지금의 말리부는 표정에서 자신감이 있는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헤드램프 안쪽까지 파고 든 크롬 라인은 헤드램프 내의 라인과 잘 이어지며 일체감을 형성하는데 일조한다.

06.JPG

07.JPG

08.JPG

차체 측면은 기존의 말리부와 같다. 프론트 도어에 차명을 붙인 디테일은 물론, 거대한 19인치 알로이 휠 역시 그대로다. 다부진 감각의 어깨선과 함께 패스트백에약간 가까운 루프 라인은 여전히 매끈한 느낌을 준다. 뒷모습에서는 클리어타입에 가깝게 디자인된 새로운테일램프가 눈길을 끈다. 보다 화려해진 디자인으로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었던 기존 말리부에 비해 더멋을 부린 모양새다. E-터보 모델의 테일파이프는 범퍼 하단에 숨어 있는 히든 타입으로 만들어졌다.

09.JPG

실내는 기존의 말리부와 일견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보일 수 있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블랙 원톤의 인테리어로 꾸며졌지만, 사양에 따라 새롭게 도입된 크림 베이지 투 톤 인테리어도 준비되어 있다.

10.JPG

11.JPG

실내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은 디테일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계기반과 중앙의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있다. 새로운 계기반은 기존에 비해 한층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시인성이크게 향상되었으며, 기존에 비해 더욱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표시한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에 비해 개선된 해상도와 터치 감응, 그리고UI의 개편으로 사용 편의성이 향상되었다.

12.JPG

13.JPG

14.JPG

좌석 또한 기존 말리부의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잇다. 앞좌석은 쉐보레 차종 중 가장 만족스러운 착좌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사양에따라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전동식 허리받침, 각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까지 제공한다. 뒷좌석도 여전히 우수한착좌감을 지니며, 동급 최장의 휠베이스를 적극 활용한 널찍한 다리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존과 같은 447리터다.

15.JPG

말리부 E-터보의심장은 등장 초기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던 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이는 역대 국산 중형 세단에 탑재된 엔진 중 가장 작은 배기량의 엔진으로,156마력/5,600rpm의 최고출력과24.1kg.m/1,500~4,0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이는 기존의 주력이었던 1.5리터 터보 엔진에 비해 최고출력은 10마력, 최대토크는 1.4kg.m 정도 낮은 수치이다. 새 엔진과 짝을 이루는 변속기는 GM이 자체 개발한 최신형 VT40 무단변속기(CVT)로,LUK사의 고성능 체인드라이브를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16.JPG

1.35리터밖에 안되는 배기량의 3기통 엔진을 심장으로 품은말리부. 3기통 엔진은 4기통 엔진에 비해 정숙성 면에서불리하다는 약점이 있다. 말리부 E-터보 또한, 3기통 엔진의 구조적인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고 있지는 못하다. 정차중의 소음은 중형세단으로서는 작지 않은 편이며, 스티어링 휠과 페달 등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진다. 이러한 잔 진동은 주행 중에는 충분히 경감된다. 전반적인 정숙성은중형세단이라기 보다는 한 체급 아래의 준중형세단에 더 가깝다고 보인다.

승차감은 기존 말리부에 비해 한층 부드럽게 다듬어졌다. 한국지엠은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의 신차 발표에서 내수사양 말리부의 승차감 및 주행 질감, 조종성 등에 관여하는 상당 수의 부분을 재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면의상태에 따라 때때로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주었던 기존 말리부와는 달리, 상당히 세련된 감각의 승차감을경험할 수 있다.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도 든든한 안정감을 갖췄다. 고르지못한 노면에서도 쾌적한 느낌을 주는 승차감은 가족용으로도 사용되는 중형세단으로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17.JPG

말리부 E-터보는1.35리터라는 조그마한 배기량으로 인해 등장 초기부터 동력성능에 의구심을 품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동력성능에 대한 걱정은 뒤로 미뤄도 좋다. 말리부 E-터보는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자라다는 인상을 안겨주지도 않는다. 통상적인 2.0리터급 자연흡배기 엔진을 얹은 중형 세단보다 한 발 더 경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속 성능과 감각은 충실하다. 적어도 가속성능의 기준을 통념 상의 2.0리터급 자연흡배기 4기통 엔진 수준으로 한정한다면, 말리부 E-터보는 경쟁차종에 비해 부족한 점이 없다.

특히 말리부 E-터보에채용된 신형 무단변속기는 종래의 무단변속기에 비해 우수한 체결감과 둔하지 않은 변속 성능이 인상적이다. 1.35리터터보엔진의 힘을 중간에서 흘리는 일 없이 착실하게 앞바퀴에 밀어 주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말리부 E-터보가 기존 말리부의 1.5리터 터보 모델보다 우수한 가속력을 보여준이면에는 똘똘한 신형 무단변속기의 도움이 크다고 보일 정도다.

18.JPG

말리부 E-터보는기본적으로 품고 있었던 든든한 뼈대와 함께 피드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랙 마운트 타입의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등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승차감 면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뤄 낸 서스펜션 설정이 기존과는 또 다른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특히 직진 안정성 측면에서 상당한 실력을 발휘하며, 코너에서도 불안하지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말리부 E-터보모델은 동형의 2.0터보 모델에 비해 70kg이나 가볍다. 그리고 이 70kg이라는 중량은 대부분 엔진과 변속기의 무게에서절감된 것으로, 다른 엔진을 사용한 모델에 비해 차체 앞쪽이 더 가벼워진 느낌을 받게 된다. 따라서 더욱 균형감 있는 몸놀림을 보여준다. 본격적인 스포츠세단처럼세차게 몰아붙일 수는 없더라도 우직한 조타 응답성과 든든한 하체 덕분에 가볍게 페이스를 높여 달리는 데에는 큰 부담이 없는 정도다.

19.JPG

1.35리터 터보 엔진을 실은 말리부 E-터보의 공인 연비는시승차인 19인치 휠/타이어 장착 차량을 기준으로 도심 12.2km/l, 고속도로 14.9km/l, 복합 13.3km/l다. 시승을 진행하며 기록한 구간별 평균연비는 도심의경우, 혼잡한 구간에서는 9.9km/l, 한산한 구간에서는 11.1km/l를 기록했다. 고속도로를 100km/h로 정속주행하는 경우에는 16.4km/l의 평균 연비를기록했다.

쉐보레 말리부 E-터보는VAT포함 2,345만원~3,210만원의가격으로 출시되었다. 이는 기존의 1.5터보 모델에 비해최대 100만원 가량 낮아진 가격이다.

20.JPG

1.35리터라는 조그마한 배기량으로 업계에 충격을 준 쉐보레 말리부 E-터보. 쉐보레 말리부 E-터보는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그 진가를 전혀알 수 없는 차다. ‘중형=2.0리터’와 ‘준중형=1.5(6)리터’라는 공식이 작용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준중형 세단보다도 작은1.35리터 3기통 엔진을 품은 중형세단인 말리부 E-터보는실로 이해하기 어려운 구성을 가진 차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3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정숙성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경험한 말리부 E-터보는 1.35리터3기통 터보 엔진을 사용했다는 데 따른 정숙성과 동력성능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직접 경험한 말리부 E-터보는 이 두 가지의 우려 중 하나인 동력성능 면에서는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1.35터보 엔진과 VT40 무단변속기가 보여 주는 의외의 궁합을통해 적어도 운전하는 이로 하여금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의 동력성능에 대한 불신은 씻어줄 수 있다. 그리고GM이 내세우고 있는 ‘올바른 크기’, 즉,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이라는말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21.JPG

반면, 정숙성측면은 다소 아쉬움이 있다. 3기통 엔진의 구조적인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것이다. 말리부 E-터보의 소음과 진동은 한 체급 아래의 준중형급 승용차에서는용인해 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중형세단으로서는 감점 사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배기량의 엔진이가져다 주는 세제 상의 혜택과 더불어 쉐보레 차종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수준의 우수한 연비 등은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쉐보레 말리부 E-터보는놀라울 정도로 작은 심장을 가졌음에도 부족하지 않은 능력을 가진 중형세단이다. 배기량이 작다는 이유로일방적인 저평가를 당해야 하는 차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작은 배기량이 주는 이점과 불리한 점을 저울질했을때, 작은 배기량이 주는 이점을 더 크게 평가하는 이라면, 말리부E-터보는 경험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