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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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랜저
  • 모토야
  • 승인 201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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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광고가 여론을 들끓게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짧은 시간 안에 멋진 자태와 성능을 알리기 바쁠 뿐이다. 하지만 5세대 그랜저의 광고는 달랐다. “어떻게 지내느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다.”라는 광고카피는 한동안 여론을 시끄럽게 달궜다.

만약 그랜저가 아닌 쏘나타의 광고였다면 어땠을까. 과연 이런 반응이었을까? 이 같은 여론의 반응은 국내 시장에서 그랜저가 갖는 위치를 반증한다. 그랜저는 한 시대를 풍미한 현대차의 기함. 지금도 그 이미지는 여전하다.

80년대 고급차 시장의 강자는 대우자동차였다. 오펠의 플랫폼을 도입한 로얄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다. 현대가 판매하던 포드의 그라나다는 로얄시리즈에겐 열세였다. 현대차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꺼내 든 카드는 1986년의 그랜저. 그라나다의 후속 모델로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한 대형세단이었다.


 

1세대 그랜저의 디자인은 견고하고 고급스러웠다. 전륜 구동의 특징을 살려 공간도 최대한 뽑아냈다. 여기에 미쓰비시의 MPI(Multi Point Injection, 다중 연료 분사)엔진, 오토 에어컨, 크루즈 컨트롤 등의 첨단 장비를 더했다. 그랜저는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랜저 기본형의 가격은 1690만 원. 당시 임금이 높은 편에 속했던 전산업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이 대략 35만 원(1986년도 경제기획원 주요 경제지표 참조)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랜저는 상당히 비싼 차였다.

25년이 흘러 그랜저 5세대 모델이 나왔다. 그간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판매 5위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랜저 또한 많이 바뀌었다. 현대차 기함자리를 에쿠스에게 양보하고 경직된 모습을 풀었다. 하지만 고급스러움은 그대로다. 예복에서 정장으로 바뀐 정도다. 다만 5세대까지 진화했음에도 그랜저만의 디자인 특징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랜저의 각 세대엔 당시 현대차의 디자인이 녹아있다. 5세대 그랜저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현대차 디자인 언어인 ‘플루이딕 스컬프쳐’가 스며들어있다. 디자인 테마는 활공. 나는 듯 한 유려한 모습을 담아내려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그랜저의 디자인은 화살처럼 앞모습 가운데에 힘을 모았다. 보닛에서 시작해 그릴을 타고 떨어지는 선, 앞 번호판을 향하는 헤드램프 안쪽 모서리와 범퍼에 아로새긴 사선 등이 이런 느낌을 낸다. 하지만 펜더까지 타고 올라간 헤드램프와 그 끝에 이어진 크롬 라인은 조금 과한 느낌이다.

실내는 확연히 커졌다. 특히 무릎공간이 늘었다. 전장 4910mm, 휠베이스 2845mm에 달한다. 디자인 구성은 눈길을 끈다.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가 맞물리는 디자인은 마치 날개를 펴는 모양새다. 특이함을 더하고자 센터페시아의 절반은 은색, 절반은 검정색으로 나눠 칠했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단 LED 조명은 젊은 감각 물씬할지언정 조금 조잡해 보인다.


트림과 옵션선택에 따라 달라지지만, 고급편의 장비가 많다. 운전석 시트는 방석 앞쪽 부분을 늘릴 수 있고 등받이엔 스트레칭 기능을 갖춘다. 앞좌석엔 통풍기능도 단다. 뒷좌석엔 뒤 유리 전동커튼과 옆 유리 커튼, 시트 열선 기능 등이 준비된다. 실내 색상은 4가지다. 갈색, 검정색, 연갈색, 흰색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에 따라 시트와 센터 콘솔, 도어트림 등의 가죽 색깔이 바뀐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4L, V6 3.0L, V6 3.3L 등 세 종류가 있다. 전부 가솔린 직접 분사 방식이다. 최고출력은 각각 201마력, 270마력, 294마력이다. 변속기는 세 모델 모두 6단 자동이다. 직렬 4기통 엔진의 최고출력은 V6 엔진에 비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연비가 가장 좋다. 12.8km/L로 V6 3.3L 엔진의 10.9km/L과 비교하면 거의 2km/L 차이다.

그랜저는 앞좌석 듀얼, 사이드, 커튼, 뒷좌석 사이드, 운전석 무릎 등 9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단다. 또한 섀시통합 제어시스템이 가미된 차세대 차체자세 제어장치(VSM)를 단다.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는 기본. 추가 사양을 선택하면 전·후방 카메라도 달 수 있다.


 

아울러 최고급 모델은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어라운드 뷰 모니터,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메모리 시트, 뒤 유리 전동 커튼, 주차조향 보조 시스템 등의 고급 장비를 단다. 하지만 기본형 모델의 편의 장비는 부족하다. 기본형이 갖춘 열선 스티어링 휠, 스마트키, 크루즈 컨트롤 등의 장비는 이제 아반떼에도 달린다.

최고급 모델인 HG330 셀러브리티 모델은 4348만 원, 기본형 모델인 HG240 럭셔리 모델은 3048만 원. 1300만 원 차이다. 출력 높은 V6엔진과, 잔뜩 달린 편의 장비는 끌린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그랜저 가격은 수입차 가격 못지않다. 중간 등급 모델인 HG300의 가격도 폭스바겐의 파사트, 또는 CC와 겹친다.  

 

 

글 안민희 | 사진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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