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기아자동차 카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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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차]기아자동차 카렌스
  • 박병하
  • 승인 2019.05.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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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하반기에 닥친 외환위기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 이 시대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경제 구조는 물론, 소비 행태와 문화까지 큰 변화를 맞았다. 외환위기로 인한 변화는자동차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사랑 받아 온 세단형 승용차 시장 외에도 새로운 형태의 차종들이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당시 새롭게 등장한 차종 중 상당한 흥행을 거둔 것이 바로 중형급 MPV(Multi Purpose Vehicle)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MPV의원조를 꼽는다면 현대정공이 현대자동차의 이름으로 출시한 싼타모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싼타모가 등장한시기는 1997년으로, 당시 국내 시장에서 MPV는 상당히 생소하게 받아 들여졌던 시기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LPG 엔진의 존재와 7인승 좌석 구조로 인한 세제혜택을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MPV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전례 없는 불황 속에서 나타난 싼타모의 선전은 경쟁사들에도큰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1999년, 경영위기로 인하여 막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기아자동차에서 싼타모에 대적할 순수 국산 MPV를 개발해 내놓았다. 이 차가 바로 대한민국 MPV 시장을 틀어 쥔 주인공, ‘카렌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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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7인승 MPV의 선두주자

기아자동차 카렌스는1999년 처음 등장한 MPV(Multi Purpose Vehicle), 내지는 중형급의미니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차다. 또한, 카렌스는 미쓰비시의샤리오(Chariot)의 라이센스 생산품에 불과했던 현대정공 싼타모와는 달리,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MPV라는 점에도 의의가 있다.

카렌스의 기본 설계는 세피아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다. 세피아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체적인 크기를 늘려서 설계되었다. 전반적인개발 방향은 토요타의 제 3세계 시장용 미니밴 모델이었던 스파시오(Spacio)와입섬(Ipsum) 등을 벤치마킹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전반적인외관 디자인과 더불어 특유의 사선으로 내려오는 C필러 디자인, 그리고컬럼식 시프트 레버 등이 주요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토요타 입섬에서 가져온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초기형 모델의 외관 디자인은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토요타 입섬과 상당 부분이 닮아 있었다.

카렌스의 진짜 강점 중 하나는 실내에 있었다. 카렌스는 전반적으로 확장된 형태의 승용 왜건에 가까웠던 실내공간 설계를 가졌다. 그 덕분에 가족용은 물론, 레저용도로도 활용 폭이 넓었다. 넉넉한 싫내공간을 가지면서도 철저하게 승용차의 감각을 살렸기에, 소비자들로부터좋은 평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상기한 컬럼식 시프트레버를 사용하여 운전석과 조수석 간의 이동이 아주 수월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다. 외관 상으로는 다소컴팩트해 보이지만 체감 공간은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카렌스는 개발 당시부터 싼타모가 일궈놓은 중형 미니밴시장의 특성과 요구에 철저하게 맞췄다. 1.8~2.0리터급 LPG 엔진과 7인승 좌석구조를 갖춘 점이 바로 그것이다. 카렌스가 출시될 당시인 1999년으로, 외환위기 이래 국내 유가는 큰 폭으로 상승한 데다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유가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었던 당시, LPG를 사용하는 자동차들은 매력적인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7인승 좌석 구조는 싼타모와 마찬가지로, 당시 국내 자동차세법을 파고 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당시에는 6인승이하의 차량을 승용차로, 7~12인승 차량을 승합차로 분류하고 있었다.승합차로 분류된 차종은 자가용 6만 5천원으로자동차세 부담이 현저히 낮았다. 여기에 자동차 보험료도 낮게 책정되는 등, 유지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카렌스는 1999년 출시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카렌스는 출시된 지 갓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계약 물량만이미 6만대를 넘어 섰으며, 하루에 약 1,500대 꼴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등, 신차효과 이상의 인기를 자랑했다. 이미 8월 중순부터 계약되는 물량은 다음 해에나 받아 볼 수 있는지경에 이르렀고, 기아자동차는 월 생산대수를 9천대까지 늘려잡았지만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는 99년당시부터 승합차의 기준이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기존 생산차량에는 새로운법규가 소급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해 주문이 과도하게 몰린 탓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듬해인 2000년도에는 내수 판매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카렌스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은 당시 어려운 시기를 걲고 있었던 기아자동차의 힘줄이 되어 주었다.

초기형 카렌스는 기아자동차의 독자개발 엔진인 1.8리터 T8D 가솔린 엔진과T8D LPG 엔진을 사용했다. 변속기는 수동 5단변속기와 자동 4단 변속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후에는 현대자동차로부터베타 LPG 엔진을 도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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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형 카렌스가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2002년, 카렌스는‘카렌스 II’라는 이름과 함께,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하였다. 카렌스 II는 1세대 카렌스의 전면적인 스킨 체인지 모델로, 기존의 카렌스와 기본 구조는 동일하지만 외관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등 상당한 부분이 달라졌다. 카렌스 II는 기존 카렌스에 비해 더욱 많은 34개소의 수납공간을 확보함은 물론, 기존에 비해 더욱 현대적인 디자인과편의사양으로 무장했다. 파워트레인은 기존에 사용하고 있었던 1.8리터가솔린/LPG 엔진과 2.0리터 LPG 엔진 외에 새롭게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2.0리터 디젤엔진이 추가되었다. 카렌스 II는 2세대 카렌스가 등장하는 2006년까지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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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스 II에는 초기에는 디젤 사양이 존재했지만 생산이 중간에 멈춰버리는 일이 일어났었다. 당시 정부가 배기가스 총량제를 시행함에 따라 카렌스 II 디젤은 더 이상 생산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기아자동차는 정부가 제시한 조건 이었던 “바디-온-프레임 방식이거나 사륜구동계, 혹은 차동제한장치(LSD)가 장착된 차량”에 부합해야 했다. 이에 기아자동차는 기존의 카렌스II 디젤에 LSD를 장착하고 지상고를 높인 후, SUV의 감각을 내는 외장 사양 일부를 더한 파생 차종을 내놓았다. 이차가 바로 엑스트렉(X-Trek)이다. 이 엑스트렉은 카렌스 II의 디젤 버전으로 많지는 않지만 꾸준한 판매고를 올렸으며, 2세대 카렌스의 출시되기 전까지 계속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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