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곰처럼 터프한 러시아의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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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처럼 터프한 러시아의 자동차들
  • 박병하
  • 승인 2019.09.0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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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이 강한 국가들은 미국 및 서유럽을위시한 서방국가, 혹은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친서방적인 국가가 대부분이다. 서유럽의 차동차는 그들의 오랜 자동차 역사에서 비롯된 고급 자동차들로 유명하고 단시간에 가장 빠른 자동차 보급을이룬 미국은 현대의 자동차 공업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경우, 동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도입과 더불어 전후에도 탄탄하게 쌓아 올린 경험을 토대로 전 세계 시장에 뻗어나갔다.

이와 같은 자동차 공업이 발달한 국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공통적으로 탄탄한 중공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서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일본 모두 상당한 수준의 중공업 기반이 닦여져 있다. 대한민국역시 탄탄한 착실하게 닦은 중공업 기반 덕분에 자동차 공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었다. 중국의 자동차산업 역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쌓아 올린 중공업기반 등으로 인하여 근래 들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공업으로는 이들 나라에 비해 빠지지 않는나라가 한 군데 있다. 지금은 사라진 소련, 그리고 그를이어 받은 현재의 러시아가 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 미국과대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 대두되었으며, 소련의 몰락 이후 러시아 역시, 군사 강국에 소련 시절부터 군수사업과 함께 쌓아 올린 세계적인 중공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자동차는 서방 세계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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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자동차 산업은 서구세계의 자동차 산업에 비하면 20년 이상 뒤처져 있었다. 이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소련 지역의열악한 도로 교통 환경과 더불어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여 공급한다’는계획경제 하에 만들어졌다는 한계가 존재했던 것이다. 물론, 소련시절부터 서구권과 기술교류도 이루어지고 수출도 진행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민간용 자동차 산업의 발달은 다른 공업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늦은 편이다. 이는 현재의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소련에서의 자동차 산업은 이니 나름대로의 세계를형성하고 있었다. 비록 서구권에 비해 기술력은 부족할지라도, 노동자계급을 위한 값싸고 튼튼한 소형 승용차는 물론, 화물용 트럭이나 버스에 이르는 대부분의 차종을 자체적으로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비록 서구 세계 출신들이 가진 세련된 맛이나 첨단 기술들은결여되어 있었으나, 그들의 자동차들은 ‘운송수단’이라는 자동차 본연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서구 세계의자동차 산업에 가려진 구 소련의 자동차들을 모았다.

군대에서 민간으로 - 우아즈 헌터

우아즈 헌터는 러시아의 울리야노프스크 자동차 공장(Ulyanovsky Avtomobilny Zavod, 이하 우아즈)에서생산하는 고전적인 지프형 SUV 모델이다. 이 차는 군 기동용차량으로 개발한 ‘UAZ-469’를 민수화한 것이다. UAZ-469는 1971년 처음 생산된 차량으로, 소련군이 2차대전 이후 20년 넘게 사용한UAZ-69(Gaz-69의 UAZ 생산분) 차량의대체품을 요구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차는 동향의 라다 4X4(Lada4X4, 라다 니바)와 함께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희대의 장수 모델로, 러시아제 저가형 SUV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차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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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래된 지프형SUV는 굉장히 터프한 친구다. 러시아 연방의 영토는 남한 영토의 약 170배 이상에 달하고 그 광대한 영토만큼 지역에 따라 기후 조건도 제각각이다.그나마 포장된 도로는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도심지 및 그 주변에나 존재하며, 지방의국도는 비포장도로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연교차가 큰 내륙에서는 매해 찾아 오는 해빙기와 장마철에이 비포장도로들이 늪에 가깝게 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우아즈 헌터는 그야말로 이 혹독한 러시아를 위해태어난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기본적으로 사륜구동 차량이면서 등화류와 점화 플러그를 빼면전기장치가 거의 없다시피한 설계 덕분에 차체의 절반 이상이 침수(!)되어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터프하다. 저렴한 가격과 함께 러시아의 혹독한 도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신뢰도로 여전히 러시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동구권의 마이크로버스! – 우아즈 부한카

우아즈에서 만들어지는 UAZ-452 '부한카(Bukhanka, Таблетка)'는 우아즈헌터와 마찬가지로, 본래 군용의 수송용 밴/승합차량으로 개발된차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1박스, 내지는 캡오버형의 전면을 가진 승합차라는 점, 그리고 통상의 1박스형 승합차와는 달리, 엔진이 전방에 배치된다는 점, 그리고 약 20cm 이상에 달하는 높은 지상고를 들 수 있다. 이 차량의 원형은 UAZ-450으로, 1950년대부터 생산이 시작되어 반세기를 지난 지금도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우아즈 부한카는 구 소련군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져, 시베리아의 혹독한 도로 환경에서도 다목적으로사용 가능한 캡오버형 차량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우아즈 부한카는 구 소련 최초의 1박스형 승합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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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애칭인 부한카는 러시아어로 ‘덩어리’ 내지는 '빵덩어리'를 의미하며, 실로 그와 같은 외양을 하고 있다. 둥근 식빵과 비슷한 실루엣을 띈 부한카의 차체는 뛰어난 실용성의 근간이기도 하다. 우아즈 부한카의 독특한 외관은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를 비롯한 당대의 1박스형상용차들의 디자인들을 참고했다고 전해진다. 극단적으로 짧은 휠베이스와 높은 지상고를 가지고 있다. 이는 본래 군용으로 설계된 것과 더불어, 소련 및 러시아 지역의도로 사정이 매우 열악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아즈 부한카는 승합차임에도 웬만한 크로스오버 SUV보다도 월등한 30도의 접근각과 27도의 이탈각을 자랑하며, 50cm 깊이의 강을 도하할 수 있다. 우아즈 부한카는 소련을 위시한 다수의 동유럽 및 구 공산권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심지어 일본에도 상당수가 수출되었는데, 주로 기후조건이 혹독한 홋카이도지역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웃나라인 몽골에서도 상당한 숫자가 사용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작지만 심지 굳은 러시아의 대표 SUV – 라다 니바(라다 4X4)

라다 니바(LadaNiva, Lada 4X4)는 러시아 아브토바즈(АвтоВАЗ, AvtoVAZ)가 1977년부터 생산해 온 4륜구동SUV다. 아브토바즈 사는 1960년대 후반에이탈리아 피아트와의 합작으로 설립되어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소형차를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아 왔다. 이들의수출용 브랜드가 라다(Lada)다. 라다 니바는 우아즈 헌터와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저렴하고 튼튼한 SUV 모델이다. 위의 우아즈 차량들과 같이, 오랜 세월 동안 거의 같은 모습으로생산된 차다. 이 차는 위의 두 우아즈 차들보다는 조금 덜 묵은(?)40년 남짓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내용 면에서는 위의 두 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라다니바는 아브토바즈의 첫 독자 개발 모델이기도 하며, 올해로 40주년을맞이한 장수 모델이기도 하다. 차명인 니바(Нива, Niva)는러시아어로 들판을 의미한다. 고로 이 차는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스텝 평원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SUV로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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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 니바는 기본 설계부터 독특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당대 SUV의 상식이었던 보디-온-프레임(Body-on-Frame)대신, 승용차의 모노코크 차체구조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이는 본래 라다 니바가 처음 개발될 당시에 동사의 소형 해치백을 참고로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상시 사륜구동과 차동기어 잠금장치로 구성된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최초 개발 당시에는 상당히선진적인 구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40여년이 지난 지금도이 내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라다 니바는 러시아의 혹독한 도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차였기에튼튼한 구조강도와 우수한 사륜구동 시스템이 필수였다. 따라서 라다 니바는 개발될 때부터 60cm 깊이의 강을 도하할 수 있고 1m 정도로 쌓인 눈 속을 뚫고지나갈 수 있으며, 58도에 달하는 등판각을 지닐 수 있도록 설계했다.같은 모노코크 구조를 사용하고 있지만 나약해 빠진 서구권의 크로스오버들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현재라다 니바는 라다 4X4 어반(Urban)이라는 이름의 모델이러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다.

구 소련의 국민차이자 수출 역군 – 라다 쥐굴리

아브토바즈가 피아트와의 제휴를 통해 처음으로 생산한차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소형 세단 차량이다. 그 근간은 바로 우리나라의 아시아자동차에서도 라이센스생산된 바 있는 ‘피아트 124(FIAT 124)’다. 피아트 124는 피아트 티포로부터 시작된 피아트의 명작 소형차 계보를잇는 모델로, 60~70년대 피아트의 전성시대를 상징하는 걸작 후륜구동 소형차다. 그리고 이 차는 우리나라와 소련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이 이루어졌다.그리고 아브토바즈가 생산한 피아트 124는 라다 쥐굴리(LadaZhiguli, ВАЗ-2101 Жигули)라는이름으로 소련 내수시장은 물론, 서방세계에 수출까지 되었다. 라다쥐굴리는 피아트 124의 라이센스 생산 모델이자, 세계에서가장 오랫동안 생산된 피아트 124이기도 하다. 1970년출시되어 2012년까지 42년동안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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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 내지는 애칭인 쥐굴리는 볼가 강 근처의 쥐굴리산맥에서 가져왔다. 기본 구조는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당시소련의 열악한 도로환경을 고려한 몇 가지 설계 변경이 들어가 있다. 라다 쥐굴리는 기본 피아트 124보다 훨씬 높은 최저지상고를 가지고 있고, 엔진의 설정도 저회전에서최대토크가 발생되도록 변경했다. 이는 상술한 우아즈 헌터 단락에서 언급한 슬랴카트(Slyakot', Слякоть)현상과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라다 쥐굴리는 42년 동안 몇 가지의 변화를 제외하면 거의 같은내용으로 생산이 지속되었다.

라다 쥐굴리는 여전히 러시아를 대표하는 승용차로 통하고 있다. 수출형인 라다 쥐굴리는 구 소련의 연방 국가들과 그 후신인 동구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수출이 진행되었으며, 이후에는 캐나다와 북유럽에도 수출되었으며, 피아트 124가 단종된 이후에는 서유럽 국가들에도 수출이 이루어졌다.

고위층 간부를 위한 최고급 세단 – GAZ M13 챠이카

구 소련의 자동차들은 위와 같이 다소 투박할 수는있어도 제 역할에는 충실한 터프가이들이 상당수이기는 하지만, 국가원수나 노동당 고위 간부를 위한 럭셔리세단도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차량이 바로 러시아의 GAZ(GorkovskyAvtomobilny Zavod, 이하 가즈)에서 만들어진 M13 챠이카(Chaika, Ча́йка)다. 가즈는 소련 특유의 ‘설계국’ 시스템에의해 태어난 기업 중 하나로, 1938년 최초의 사륜구동 자동차,‘GAZ-61V’를 만들어낸 바 있으며, 다수의 군용차량과 민수용 차량을 제작해 왔다. 차명인 챠이카는 러시아어로 ‘갈매기’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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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도부터 생산을 개시한 리무진 형태의 고급 승용차 챠이카는 소련의 서기장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을위해 만들어졌으며, 전량 소련 정부의 소유였다. 챠이카는당시 소련의 서기장을 지낸 니키타 흐루쇼프(Nikita Sergeyevich Khrushchev,1894~1971)가 사용했으며, 구 소련의 정보기관인KGB에서도 일부 사용되었다고도 전해진다. 대부분의 소련 시민들은 돈이 있어도 챠이카를구입할 수 없었다. 외관 디자인은 1950년대 크라이슬러의스타일을 참고한 것으로 보여지며, 유달리 화려한 장식을 많이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50~60년대 미국 자동차의 스타일을 한층 더 과장 시킨 모양새다.

챠이카는 거대한 리무진 스타일의 차체 덕분에 실내 공간 역시 다른 구 소련제 승용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넓었다. 좌석은 두 개의 벤치형 좌석이 앞뒤로 나열된 형태였다. 태생이의전용 자동차인만큼, 각종 행사에 사용하기 위한 4도어 컨버터블, 앰뷸런스 모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만 동력 성능이 상당히 나빠최고시속은 99mph(약 159km/h)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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