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기아 K7 3.3 GDI 노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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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기아 K7 3.3 GDI 노블레스
  • 모토야
  • 승인 201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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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가 해지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이후, 고급 대형차 전쟁이 시작됐다. 그때 대한민국 남성들의 가슴 속에는 로망과 같은 단어가 새겨졌다. 바로 ‘그랜저’다. 당대 최고의 고급차인 그랜저를 타고 고향에 금의환향하는 꿈을 꾸던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그랜저는 국민 고급차가 됐다. 시간이 지나 상위 모델인 에쿠스, 제네시스가 등장하며 위상이 내려갔을지언정 언제나 대형차급 판매 1위를 자랑했다. 20년 넘게 이어져온 역사에도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그랜저의 자부심을 단 한 번에 깨트린 신예가 등장했다. 늘 현대 아래 억눌려있어야 했던 기아의 반격 신호탄, K7이다.


K7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것은 2009년 11월. 당시만 해도 대형차 시장은 얼어버린 듯 경직된 디자인이 가득했다. 묵직한 위압감을 자랑하는 디자인 또한 대형차의 매력이라지만, K7은 좀 많이 달랐다.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

앞모습은 호랑이 코 그릴과 살짝 휜 헤드램프로 시선을 끈다. 범퍼 아래의 형상 또한 꽤 신경 썼다. 그릴을 감싸며 떨어진 선은 범퍼에서 반대로 벌어져 굴곡을 강조한다. 빈 곳은 검은색으로 채우고 가운데 크롬으로 선을 그어 허전하지 않다. 

옆모습은 앞 펜더부터 시작해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을 그었다. 뒷부분을 살짝 치켜 올려 스포티해 보인다. 그만큼 선이 앞면으로 흐르며 기우는 듯 공격적인 분위기까지 만든다.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색다르다. 마치 호랑이 발톱 하나 달아놓은 듯하다. 아래로는 배기구가 드러나지 않도록 범퍼 아래에 네모난 구멍을 두 개 뚫어 놓고 머플러를 속으로 감췄다.

실내를 보면 기아차의 고뇌를 이해할 수 있다. 겉모습이 고급스러움과 스포티의 조화였다면, 실내는 그 둘이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싸운다. 운전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상당히 고급스럽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치밀하게 가죽을 댔고, 우드 그레인을 덧댔다. 하지만 그 모양새는 스포티함을 바닥에 깔고 있다. 센터페시아의 모양만 봐도 그렇다. 기존 고급 세단과 달리 방패처럼 생겼지만 재질은 고급스럽게 꾸몄다.


K9의 대시보드는 대칭과 비대칭 사이다. 중앙의 센터페시아에서 날개 펴지듯 선을 올려 대시보드를 꾸몄지만 중앙의 내비게이션 오른쪽 끝에 운전자 쪽으로 기울여지는 선을 하나 그어 영역을 분리했다. 

뒷좌석 또한 만족스럽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천장을 뒤덮다시피 크기를 키웠다. 가죽으로 고급스럽게 마무리한 시트가 편안하다. 도어 패널은 가죽으로 꼼꼼히 감쌌고 그 위는 층을 나눠 역동적으로 디자인한 패널을 덧대 감각을 살렸다. 

하지만 K7은 어디까지나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달리는 쪽에 가깝다. 294마력의 힘을 내는 3.3L 직분사 엔진을 비롯한 3종의 직분사 엔진을 얹고 자동 6단 변속기를 더해 앞바퀴를 굴린다. 

기본형 엔진은 직렬 4기통 2.4L다. 직분사 기술에 힘입어 최고출력 201마력(6300rpm), 최대토크 25.5㎏·m의 토크를 낸다. 연비는 12.8㎞/L.

V6 3.0L 엔진은 라인업의 중심을 담당한다. 위급 모델을 택하자니 배기량이 고민되는 사람들에게 딱 맞다. 270마력(6400rpm)의 최고출력, 31.6㎏·m의 최대토크를 낸다. 연비는 11.6㎞/L.

V6 3.3L 엔진은 라인업의 최고봉이다. 최고출력 294마력(6400rpm)에 최대토크는 35.3㎏·m으로 앞바퀴 굴림에 300마력을 담아 과하게 느껴질 정도다. 연비는 10.9㎞/L.


가격은 기본형인 2.4L 럭셔리 모델의 가격이 2999만 원부터 시작해 최고급형인 3.3L 노블레스 모델의 가격이 3976만 원이다. 전체 등급은 5개로 나뉜다.

기본형부터 안전장비를 꼼꼼하게 챙겨 달았다. 에어백은 앞좌석 듀얼, 앞뒤 사이드, 커튼 에어백의 총 8개를 담아 넣었고, VSM으로 차체를 제어한다. 

편의장비도 알뜰하게 챙겼다. 기본형 모델에는 운전석만 전동조절기능을 갖췄다. 앞좌석 열선 시트와 스마트키 시스템, 열선 스티어링 휠, 전후방 주차보조, 크루즈 컨트롤, 풀 오토 에어컨, 우적 감지 와이퍼를 갖췄다. 

등급을 올리면 앞좌석 전동 통풍 시트, 뒷좌석 열선 시트,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HID 헤드램프, 운전 자세 메모리 기능을 갖춘 전동식 익스텐션 시트 등의 기능이 추가된다. 편의사양의 폭이 크진 않다. 상위 모델인 제네시스를 넘어설 수 없는 K7의 비애다. 하지만 운전자 지향의 고급 세단답게, 편의 사양 또한 운전자에 집중되어있다.

다만 신형 그랜저의 반격이 너무 강했다. 이름값만이 아니다. 신형 모델의 이점을 살려 K7보다 더 많은 편의 장비를 얹었다.  K7과 장비 구성도 다르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더욱 치밀하게 계획했다.

기본형 모델부터 앞좌석 전동 시트에, 앞 뒤 좌석 모두 열선 시트를 달았다. 운전석에는 전동식 익스텐션 시트를 얹었다. 게다가 한 등급 올린 HG300 프라임 모델부터 앞좌석 통풍시트 등의 다양한 편의장비를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한다. 아쉽지만 편의장비만 보면 그랜저가 더 맛깔스럽다. 등급을 올리면 차이는 줄어들지만, 낮은 등급부터 소비자가 선호하는 옵션을 달아냈다.


하지만 K7은 절대 만만한 차가 아니다. 2010년 당시 기자는 화성 성능시험장에서 K7을 몰아쳤다. 기아차는 K7의 경쟁상대로 렉서스 ES350과 혼다 어코드 3.5를 가져왔다. 직접 세 차종을 타보고 비교하라는 취지였다.

역동적인 감각은 어코드가 조금 더 앞섰다. 어코드의 손쉬운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K7도 만만치 않았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짓이기면 어코드를 앞질러 나갔다. 핸들링과 총체적인 운전 감성은 어코드에 비해 약간 모자랄 뿐이지만 고급스러운 감각은 훨씬 뛰어났다. 

ES350과의 비교는 예상대로였다. 급하게 몰아친 슬라럼과 드래그 레이싱 와중에도 ES350은 무난하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느렸다. 실내 공간은 K7보다 정갈하고 고급스러웠다. 그러나 큰 차이까진 아니었다.  

K7 천하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그랜저가 신형 모델을 내놓으며 기세를 다시 움켜잡았다. 심지어 쏘나타보다 많이 팔리면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K7이 신형으로 거듭나면 다시 역습에 나서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상하다. 현대가 쫒기는 자가 됐고 기죽어 있던 서자 기아는 추적자가 됐다.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피선생(피터 슈라이어)이 있다고 해도 쫒기는 현대는 맘이 급하고 쫒는 기아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글 안민희│사진 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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