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르노삼성 SM7 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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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르노삼성 SM7 RE
  • 모토야
  • 승인 201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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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7이 신형으로 진화했다. 가장 큰 차이는 국적. 99년 한 지붕 식구로 거듭난 르노-닛산의 전략에 따른 결과다. 이전 모델은 닛산 티아나를 기본으로 만들었다. 일본계였다. 그러나 이번엔 르노 라구나와 친척뻘이다. 슬로건도 ‘유러피언 프레스티지 세단’이다. 그런데 완전히 프랑스차가 된 건 아니다. 엔진과 변속기, 뼈대엔 여전히 닛산 기술이 스몄다.




그럼에도 프랑스 혈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르노와 정체성을 섞은 이후 닛산 차부터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닛산의 차는 엘리트 의식으로 똘똘 뭉친 괴짜였다. ‘최고의 인력과 기술, 시설에서 최고의 차만 만들겠다’는 자부심이 흥건히 묻어났다. 연구소엔 동경대 출신이 넘쳐났고, 각 차종은 서로 다른 개성을 뽐내느라 함께 쓰는 부품이 적었다.

이처럼 남다른 자존감은 ‘기술의 닛산’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동시에 구멍 난 살림을 외면하게 만든 원흉이었다. 급기야 벼랑 끝으로 몰린 된 닛산은 르노와 손잡고 새 출발에 나섰다. 르노는 카를고스 곤을 닛산에 파견했다. 곧이어 강력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이질적 문화가 충돌했지만, 르노-닛산 커플은 8년 만에 결별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달리 건재하다.

비결은 양보와 조화였다. 한 세기 넘는 역사를 지녔지만 르노는 닛산의 기술을 깎듯이 존중했다. 실제로 닛산에게 배울 점이 많기도 했다. 둘은 서로의 개성을 살리며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닛산 역시 르노에게 배웠다. 프랑스 특유의 합리주의를 제품에 녹여 넣었다. 삐쭉삐쭉 모난 성격을 다독였고, 오밀조밀 디테일에 강한 디자인을 다듬었다.  

한 발 앞서 진화한 SM3과 SM5는 ‘혼혈 닛산’의 예고편이었다. SM7 역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디자인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섬세하고 조밀했던 구형과 달리 둥글고 미끈해졌다. SM5와 간격을 띄우기 위한 고민도 엿볼 수 있다. 아우디의 싱글프레임을 연상시키는 그릴로 장중한 분위기를 강조했고, 아담한 앞뒤 램프로 덩치가 커 보이는 효과를 냈다.




실내는 유럽차 느낌이 물씬하다. 간결하고 차분하다. 현대기아차의 현란한 인테리어와 대조적이다. 감성품질도 야무지다. 패널은 단단히 맞물렸고, 금속패널은 천박하게 반짝이지 않는다. 프랑스계답게 공조장치에 향기 카트리지까지 챙겼다. 시트는 튼실한 쿠션과 뒤통수를 오붓이 에워싼 머리받침을 어울렸다. 무릎공간을 70㎜ 늘려 뒷좌석도 한결 여유롭다. 

이번 SM7은 V6 2.5(190마력)와 3.5L(258마력) 두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물리고 앞바퀴를 굴린다. 출력을 이전보다 각각 20, 41마력 키웠다. 엔진 각 부위의 마찰을 줄이고 들숨날숨을 원활하게 다듬은 결과다. 시승차는 3.5L 엔진의 RE35. 엔진은 시종일관 매끄럽게 회전했다. 가속도 우아하고 부드럽다. 성급하게 채근해도 느긋하게 화답한다.

뿌리가 같은 엔진을 얹은 닛산 알티마 3.5와 비교하면 달라진 성격이 확연히 피부에 와 닿는다. 알티마 3.5의 가속은 차체가 부들부들 떨 만큼 강렬하고 앙칼지다. 반면 SM7의 가속은 넉넉한 힘을 꼭 움켜쥐고서 서서히 펼쳐내는 느낌이다. 알티마 3.5는 엔진룸을 울림통 삼아 통렬하게 울부짖는다. 하지만 SM7은 입을 꼭 다문 채 온갖 소음을 속으로 삭였다.

몸놀림과 승차감 역시 매끈하고 나긋하다. 여러모로 SM7은 과거의 닛산보다 메르세데스-벤츠나 렉서스를 닮았다. 하지만 온화한 모습이 SM7의 전부는 아니다. 동급 최초로 마련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까칠한 닛산의 성깔이 튀어나온다. 운전대가 묵직해지고, 변속기는 기어를 꽉 문 채 엔진을 달군다. 서스펜션은 굽잇길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뻣뻣해진다.

스포츠 모드로 차를 바짝 긴장시켜 난폭하게 들쑤시면, 앞바퀴굴림 세단 몸놀림의 모범답안으로 손꼽히는 닛산 특유의 균형 감각 또한 오롯이 드러난다. 이처럼 두 얼굴을 지녔지만, SM7의 매력은 ‘부드러움’에서 가장 선명히 빛난다. 샹송처럼 은은하고 잔잔한 감각은, ‘최고’와 ‘최대’에 목매는 라이벌을 잠재울 SM7만의 경쟁력이다.

글 김기범|사진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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