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DS3 1.6 e-HDi 시승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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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3 1.6 e-HDi 시승기_
  • 류민
  • 승인 201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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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3는 시트로엥의 소형차다. 미니 해치백, 폭스바겐 폴로, 푸조 208 등과 경쟁한다. DS3의 특징은 파격적인 디자인과 높은 효율로 간추릴 수 있다. 개성 짙은 안팎 모양새와 높은 연비를 뽐낸다. 실내와 짐 공간도 짐작보다 넉넉하다. 스타일과 실용성에 목메는 ´깍쟁이´라면, 꼭 한 번 고려해 볼만 한 차다.  





낯이 뜨거웠다. 사람들의 시선이 DS3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DS3는 어딜 가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여성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거리에서 마주친 대부분이 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게 무슨 차에요?"라는 질문을 받는 건 예삿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에게선 "차가 참 예쁘네요"라는 말까지 들었다.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동급 경쟁자를 탈 땐 받지 못한 관심이었다. 물론, 시승차의 ´컬러´도 한 몫 했을 가능성이 크다. 구석구석을 자주색으로 물들인 하얀색 차는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그런데 관심은 색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만약 어설픈 모양새에 이런 색을 조합했다면 오히려 비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다. 발랄한 색을 소화할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 DS3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다. 





이처럼 ´귀엽다´라는 정체성은 전체 비율에서 비롯된다. 지붕은 좁고 차체는 펑퍼짐한 까닭에 친근한 느낌이 가득하다.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지붕 덕분에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둥글게 다듬은 커다란 헤드램프와 아래쪽을 펀펀하게 다진 라디에이터 그릴이 만든 포근한 인상도 이런 이미지에 살을 보탠다.  


그러나 DS3의 분위기는 차체와 지붕 색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진다. 조합에 따라 깜직한 느낌을 다부진 느낌으로 탈바꿈 시킬 수도 있다. DS3는 차체 11가지, 지붕 4가지 중 각각 하나의 색을 선택해 꾸밀 수 있는데, 원한다면 검은색 차체에 하얀색 지붕을 어울려 ´골목대장´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노란색 차체와 검은색 지붕의 조합도 은근히 터프하다.  





시트로엥답게 파격도 서슴지 않았다. 앞 범퍼 모서리에 세로로 심은 LED와 B필러를 따라 뾰족하게 빚은 뒤 펜더로 날카로운 느낌을 냈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처럼 과하지는 않다. 딱 적절한 수위다. 전체 비례와 각각의 요소들 간의 균형이 좋아 짜임새도 높다. 미니 해치백처럼 과거의 영광에 기댄 것도 아니니, 개성과 스타일은 경쟁자중 가장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쾌한 느낌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대시보드 윗면은 직물처럼 표면을 다듬은 우레탄을, 앞면은 눈부시게 광택을 낸 플라스틱 패널을 씌워 입체감을 살렸다. 프랑스 차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퍼퓸 디퓨저´도 특징이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켰을 때 향기를 뿜는 장비로, 카트리지는 가운데 송풍구 옆에 꽂는다. 한편, 대시보드 앞면을 마감한 패널을 지붕처럼 4가지 색 중 하나로 칠해 개성을 더할 수도 있다.  


편의 장비도 충실하다. 구석구석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대 왼편 뒤쪽에, 오디오 리모컨은 오른편 뒤쪽에 숨겼다. 시트 열선 스위치도 시트 모서리에 감춰 단다. 공조 장치 역시 ´오토´ 기능을 포함한 전자식이다. 선루프가 없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이급에서는 흔치 않은 장비니 납득할 만하다. 내비게이션은 110만 원짜리 옵션으로 준비된다.  





실내 크기는 기대 이상이다. 머리 위는 물론 무릎 공간도 앞, 뒤 좌석 모두 넉넉하다. 푸조․시트로엥 그룹은 자타가 공인하는 작은 차의 만들기의 ´달인´, 대시보드 아래쪽을 과감하게 파내 공간을 확보했다. 짐칸도 꽤 여유롭다. DS3를 타는 동안, 적어도 공간에 대해서는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었다. 공간에 대한 체감 만족도가 동급 경쟁자중 최고였다.   


시트도 모서리를 바짝 세운 ´버킷´ 타입이다. 몸을 든든하게 잡아주니 운전자세도 반듯했다. 다만, 먼 길을 떠났을 땐 앞좌석 팔걸이에 대한 그리움이 절실했다. 푸조 208처럼 간이 콘솔이라도 달아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울러 빈약한 컵홀더도 제법 불편했다. 딸랑 하나 있는 것이 깊이가 얕아 컵이 빈번하게 쓰러졌다.  





시승차는 직렬 4기통 1.6L 디젤 엔진을 얹은 DS3 1.6 e-HDi. 최고 92마력, 23.5㎏․m의 힘을 내며 ´제로백´ 11.8초, 최고속도 179㎞/h의 성능을 낸다. 수치상의 출력이나 성능은 딱히 아쉬울 것 없다. 1750rpm부터 최대토크를 쏟아내니 가속도 꽤 활기차다. 형제차인 푸조 208과 경쟁자인 폭스바겐 폴로도 딱 이정도 수준이다.  


그런데 가속 과정은 매끄럽지 않다. 힘찬 가속은 클러치가 딱 맞물려 있을 때만 샘솟는다. 원인은 푸조의 MCP와 같은 6단 EGS 변속기. 수동 변속기를 밑바탕 삼은 자동 변속기라 기어를 갈아타는 시간이 꽤 길다. 시프트 패들 또는 변속레버를 사용해 기어를 바꾸거나 일정 회전수에서 가속페달을 다독이면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작동감이 낯선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조․시트로엥이 이 수동기반 자동 변속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효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나 역시 높은 연비를 경험하고 나니, 변속 시간 따위는 개의치 않게 됐다. DS3 1.6 e-HDi의 복합 표시 연비는 19.0㎞/L.(도심:17.4㎞/L, 고속도로:21.3㎞/L) 실제 3박4일 동안 45L의 연료로 940㎞의 거리를 달렸다. 20㎞/L를 넘는 평균 연비를 기록한 셈이다. 주행거리의 70%는 고속도로, 운전 패턴은 ´연비운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동은 딱 푸조․시트로엥의 모델답다. 탄탄한 뼈대와 탱탱한 관절이 경쾌한 몸놀림을 만든다. 앞, 뒤 서스펜션의 반응이 지나치게 비슷한 탓에 가끔 거친 반응을 보이곤 하지만, 어느 상황에서도 차체는 타이어를 바닥에 짓누른다. 물론 독일산 경쟁자보단 부드럽되 쫀득한 느낌이다. 차급에 비해 고속 안정성도 상당히 좋다.  





작년 여름, 한국을 찾았던 시트로엥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핀슨은 이런 말을 남겼다. "시트로엥의 DS라인은 자동차 산업의 명품입니다. 프랑스의 패션 명품과 같죠." 하지만 난 그의 말에 동의 할 수 없었다. DS라인에서 샤넬이나 에르메스의 제품처럼 앞뒤 안 가리고 ´지를´ 만큼의 매력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DS3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살 만큼 매력적인 차는 아니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스타일과 실용성이 자동차 구매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로 떠오르는 요즘, 이급의 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면 ´위시 리스트´에 올려두고 꼭 한 번은 경험해 봐야 하는 차라는 사실이다.  


 


 


 


 



 


 


 



글, 사진 | 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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