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플래그쉽 세단에서 ‘역동성’을 말하다 - 토요타 아발론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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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플래그쉽 세단에서 ‘역동성’을 말하다 - 토요타 아발론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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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에 한국에 토요타의 플래그쉽 세단, ´아발론´이 상륙했다. 아발론은 1994년부터 미국 시장에 출시하여 2012년까지 110만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한국 대형차 시장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아발론´을 만나 보았다.





시승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플래그쉽´이 무엇인가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발론은 앞서 언급했듯이, ´플래그쉽´ 세단이다. ´플래그쉽´이란, 흔히 ´기함´으로 번역되며, 함대의 지휘관이 타고 있는 배를 말한다. 쉽게 말해서, ´대장선´이라는 의미이다. 즉, 아발론은 토요타 브랜드를 이끄는 대장과 같은 위치에 있는 모델이다. 국산차의 경우엔 현대의 기함은 에쿠스고, 기아의 기함은 K9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플래그쉽 모델은 제조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의 정수를 보여주고, 이미지 리더 역할을 겸한다. 독일 프리미엄 3사(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의 플래그쉽 세단이 좋은 예다.


그럼 본격적으로 국내 대형차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토요타 아발론´의 시승기를 시작하겠다. 시승차는 현재 아발론의 유일한 트림인 3.5 리미티드 모델이다.




Exterior



플래그쉽 세단은대형 세단이 되기 마련이다. 중형 이하의 세단이 플래그쉽이 되는 경우는 스바루 레거시 정도를 예로 들 수 있을 정도로 특수한 경우다. 대형 세단이라면 대체로 육중한 덩치를 상상하게 되지만 아발론은이런 선입견과는 맞지 않았다. 몸집을 약간 키운 ´캠리´같은 느낌이 언뜻 들었다. 아발론을 보고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이거 토요타 캠리야 이런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디테일한 분위기는 캠리와 많은 부분에서 달라보인다.



아발론은 캠리보다 훨씬 절제되고 세련된 느낌이다. 날카롭게 다듬은 눈매에는 L자형 LED 헤드램프 및 데이라이트가 적용되어 있다. 방향지시등과 안개등이 한 개의 모듈에 모여있는 점 또한 흥미롭다. 캠리와 닮은 점이 한 군데 있다면, 굵직한 크롬 라인으로 마감된 라디에이터 그릴 정도다. 토요타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에 의해 빚어진 아발론은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스포츠카인 86을 제외한다면 이전까지의 어떤 토요타 모델보다도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측면에 다가 갈 수록 이런 스포티한 분위기는 더욱 힘을 받게 된다. 쿠페의 실루엣을 닮은 날렵한 루프 라인과 굵직한 사이드 캐릭터라인이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윈도우 가니쉬는 크롬으로 마감되어 있어, 시각적으로 차를 더욱 날렵하게보여준다. 뒷부분을 살짝 치켜 올린 윈도우 라인과 10-스포크 18인치 알로이 휠은 아발론의 스포티한 분위기를 정점으로 몰고 간다.



이렇게 전면과 측면에서 한껏 긴장된 선과 면은 후면부에서 정리된다. LED로 멋을 낸 좌우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 만큼 굵직한 트렁크 리드 가니쉬가 전·측면과의 개연성을 이끌어낸다. 리어 범퍼 하단의 디퓨저와 트윈 테일 파이프로 귀결되는 후면부는 아발론의 스타일을 깔끔하게 매듭 짓는다. 세련되고 역동적인 아발론의 외관 만큼은소비자에게좋은 인상으로 다가갈 수 있어 보인다.


아발론이 외관에서 불리한 요소가 하나 있다면, 실제 사이즈다. 아발론의 전장 X 전폭 X 전고는 4960 X 1835 X 1460(mm)으로, 2011년에 미국 시장에서 판매했던 3세대(5019 X 1849 X 1486(mm))모델에 비해 오히려 작아졌다.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내걸었던 크라이슬러 300C나 포드 토러스보다 훨씬 작은 체구다. 재미있는 점은, 비슷한 가격대의 현대 제네시스가 4985 X 1890 X 1480(mm)라는 점이다. 제원 상의 사이즈가 제네시스보다도 작다. 한국의 대형차 시장에서는 사이즈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같은 가격에 비슷한 배기량이라면 더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에선 감점 요인이 될 수도 있다.




Interior



인테리어도 외관 못지 않게 현대적이고 세련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대시보드는 핸드스티치가 적용된 프리미엄 소프트터치 가죽으로 덮여있다. 크롬 장식과 유광 우드그레인을 사용한 인테리어는, 절제된 외모와는 다소 상반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면 구성이 단순하여, 그렇게 요란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플래그쉽 세단이 가져야 할 절제의 미덕을 저버리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은 림의 두께가 적당하고,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어, 그립감이 괜찮다. 양쪽 스포크에 달린 수많은 버튼들과 함께, 패들시프트가 달려있다. 역동성을 추구하는 자동차의 스티어링 휠이 갖춰야 할 아이템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역동성을 논하기에는 아직도 컴포트한 느낌이 더 강하다. 6단 자동변속기의 변속 레버 역시 역동성을 논하기에는 다소 투박한 형상을 하고 있다. 변속기의 게이트 앞에는 통풍시트 조절 다이얼과 ´에코´, ´노멀´, ´스포츠´의 3가지 모드로 조정이 가능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옆으로는거대한 사이즈의 컵홀더 두 개가 앞뒤로 나란히 마련 되어 있다.



브러쉬드 메탈 재질로 마감된 센터페시아는 터치 패드 방식으로 구동된다. 조작계는 일목요연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터치 패드식 버튼들은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조작에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주행중 스치기만 해도 작동하는 터치패드식 버튼들에 기자도 몇 번씩이나 당황했다.스티어링 휠에 조금은 가려진 비상등 스위치도 납득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서 적응이 필요하다. 볼륨 다이얼과 라디오 튜닝 다이얼의 조작감은 90년대에 한창 유행했던 홈 오디오의 헤드 유닛을 조작하는 기분이라 묘하다. 한국 사양에 장착되는 내비게이션은 아틀란 맵을 사용한다. 오디오는 JBL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11개의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다. 오디오의 성향은 저음이 풍부한 편으로, 록 음악에 잘 어울린다.




운전석 시트는 등을 편안히 감싸주지만, 운전자의 몸을 꽉 잡아주는타입은 아니다. 역동적인 주행시 운전자의 몸을 지탱해주기엔 부족한 시트지만, 일반적인 주행시 운전 내내 운전자의 등을 편안하게 받쳐준다. 운전석은 요추 받침을 포함한 10-Way 파워 시트가 기본 사양이다. 시트의 쿠션 길이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조수석에는 8-Way 파워 시트가 적용되어 있고, 두 시트 모두 통풍 기능을 지원하여, 안락한 운행을 돕는다.



아발론의 옵티트론 타입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단순하고 깔끔한 구성으로 시인성이 좋다. 위쪽에는 각종 경고등이 위치해 있고, 아래쪽에는 차량의 현재 상태를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3.5인치 사이즈의 TFT 컬러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MID) 창이 마련되어 있다. 트립 컴퓨터도 이 MID 창으로 디스플레이된다.



실내 공간 면에서는 경쟁사의 플래그쉽 세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넓은 실내 공간을 가지고 있다. 센터 터널이 상당히 낮아, 뒷좌석의 거주성이 좋고 전용 에어벤트까지 갖추고 있다. 키 180cm인 기자가 앞 좌석을 기자의 체격에 맞게 설정 했음에도 뒷좌석의 레그룸은 여유 만만이다. 헤드룸과 숄더룸 또한 넉넉하다. 분명 아발론은 역동성을 강조하며 등장했지만, 인테리어의 면면에서 여전히 안락한 세단을 지향하고 있다.




Powertrain



국내에 수입되는 아발론의 파워트레인은 3.5리터 듀얼 VVT-i V6엔진과 멀티 모드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의 한 가지뿐이다. 아발론에 탑재되는 이 엔진은 2011년까지 캠리에도 사용된 바 있는 2GR-FE계열 엔진으로, 전륜구동계에 횡치장착할 것을 상정하여 제작된 엔진이다. 이 엔진에서 단 한가지의 역동성을 논할 거리가 있다면, 바로 ´로터스 에보라´에 이 엔진이 사용된 사실뿐이다.


멀티 모드 6단 자동변속기는 토요타가 독자 개발한 자동 변속기로, 패들 시프트를 지원한다. 구동 방식은 전륜구동이다.




Road Impression



차 안에 들어서자, 도서관에 들어온 듯한 정적이 흐른다. 스마트키 버튼을 눌러 잠자던 차를 깨우자, 엔진 쪽에서 미약한 시동음이 흘러 들어온다. 그 이후로는 또 정적이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맏형격인 렉서스의 안락함과 정숙함에 비교하기 충분하다. 그저 엔진이 작동하고 있는 정도만 알 수 있을 소음이다. N.V.H 부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들보다 오히려 더 앞선다는 평을 듣는, 지극히 ´토요타스러운´ 성격이다. 인테리어에서 받았던 그 느낌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한적한 도로를 찾아 청평 방향으로 향하는 시내 주행에서, 아발론은 운전자에게 어떠한 자극도 주지 않았다. 유연한 하체는 노면의 충격을 잘 걸러주었고 안락한 시트와 함께 편안한 승차감을 보였다. 가속감 또한 일반적인 패밀리 세단의 평범한 가속감이었다. 고속도로에서는 차체에서 발생하는 약간의바람소리와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로드 노이즈 외엔 어떠한 잡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100km/h로 정속 주행에서 타코미터의 바늘이 1600rpm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발론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편안한 승차감과 뛰어난 N.V.H 억제 능력으로, 시종일관 안락한 주행감을 보였다. 특이할 사항이 있다면 에코 모드에서는 에어컨 시스템도 에코 모드에 맞게 절전 모드로 가동된다. 그 만큼 일상에서의 경제적인 운행에 모든 것의 초점이 맞춰지는 모드이다.



탁 트인 도로에 들어선 후, 반신반의하며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풀 스로틀에 들어갔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으로부터 소음의 유입량이 늘어나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정숙하다.레드 존은 6200rpm부터 시작되지만, 변속은 6000rpm에서 이루어진다. 변속기의 보호를 위한 조치인 듯 하다. 스포츠 모드에서 악셀 페달을 힘껏 밟으면 덩치에 비해 의외로 사뿐한 감각의 가속이 이루어진다. 일단 가속이 시작되면 차가한껏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평지에서는 이런 가벼운 느낌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오르막에 올라서면 다시금 1620kg의 중량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파워가 모자란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플래그쉽 모델에 충분히 걸맞는 출력을 지니고 있다.


아발론의 유연한 서스펜션은 노면의 요철에서 오는 충격을 잘 흡수해 주지만, 빠른 속도의 코너링에서 큰 도움이 안 된다. 아발론의 스포츠 모드는 서스펜션까지 관여해 주지는 않는다. 스로틀과 트랜스미션에서의 응답성이 조금 빨라진느낌 정도다. 한 가지 묘한 점은 소프트한 셋팅의 서스펜션인데도 전체적인 거동은 꽤 안정적이다. 이건 섀시나 스태빌라이저 등에 의지해서 이런 부분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플래그쉽 모델인 아발론의 성격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역동성을 추구하되, 절제를 잃지 않고 플래그쉽 세단의 임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은 의외로 민첩한 반응을 보여주지만 급하게 조작을 할 때 핸들 스템에서 전기 모터를 강제로 돌릴 때 나는 ´윙윙´소리가 나는 점이 조금 거슬린다. 그리고 이 소리는 아발론을 타면서 처음으로 듣게 된 잡소리이기도 하다. 고속에서의 브레이크 응답성은 반 템포정도 느린 제동력을 보여준다.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미국 시장에서 그대로 넘어 온 4계절용 타이어 탓도 있다. 파워트레인과 차체는 딱히 나무랄 곳을 찾기 힘들었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혹사를 끝내고 에코 모드와의 차이점을 찾기 위해 노멀 모드로 전환 시킨 후에 주행을 계속했다. 노멀 모드에서는 스로틀과 스티어링 반응이 에코 모드와 다른 감각이다. 하지만 두 모드 간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에코 모드의 다소 답답한 감각에 적응하기 어렵거나, 절전 냉방의 한계가 나타날 때 사용해 주면 된다.



아발론의 주행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절제된 역동성´이라 하겠다. 플래그쉽 세단에 걸맞는 안정되고 안락한 주행감각에 스포티한 향신료를 조금 첨가해 준 정도이다. 확실히 캠리를 필두로 하는 기존의 토요타 자동차들과는 다른 감각을 주지만 자신의 본분과 성격을 끝끝내 유지한다.




Equipment & Price



아발론 3.5 리미티드는 플래그쉽 세단에 걸맞는 다양한 편의 장비를 자랑한다.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의 온도를 각각 조절이 가능한 3존 에어컨 시스템, 전좌석 오토 파워 윈도우, 인스트루먼트 패널 하단에 마련된 충전과 데이터 교환이 가능한 스마트폰 전용 트레이, 뒷좌석의 리어 윈도우 선 쉐이드 등의 각종 편의 장비가 기본사양으로 준비된다. 안전 사양도 예외는 없어서, 앞좌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동급 최다인 10개의 SRS 에어백을 제공한다. 그 외에도 TPMS(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앞좌석 경추 골절 방지 시트 등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된다.


토요타 아발론 3.5 리미티드의 국내 판매 가격은 4,940만원(VAT포함)이다.동급에서 겨루게 될 300C에 비해 경쟁력 있는 가격표를 들고 나왔다. 포드 토러스와의 비교에서는 최상위 트림인 3.5 SHO 에코부스트 AWD 모델에 비해 200만원이 저렴하고, 리미티드 모델에 비해 440만원이 높다.




Verdict



토요타 아발론은 최근 달라진 토요타의 성격 변화를 잘 요약해 주고 있다. 토요타는 최근 출시해 왔던 모델들에게서 ´역동성´이라는 이름 아래, 뼛속까지 체질을 바꿔버리는 모습을 보이진않았다. 그 동안의 토요타식 차 만들기에서 ´역동성´이라는 이름의 향신료만 살짝 첨가해 주는 정도로 마무리 지었다. 아발론도 그렇다. 겉 보기에는 대단히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다. 하지만 그 내실을 들여다 보면, 영락없는 토요타 가(家)의 장남이다. 여전히 편안하고, 운전자를 쓸데 없이 자극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은 한국 시장의 취향에 놀랍도록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한국시장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하는 현대자동차의 차 만들기도, 토요타식 차 만들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숙하고, 편안하며 쾌적한 실내공간이 보장되는 차. 토요타의 플래그쉽 세단, 아발론은 전술한 모든 조건을 철저하게 갖추고 있다. 비록 ´역동성´을 말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발론은 한국에서 플래그쉽 세단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에 한 없이 충실하다. 선전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앞으로 아발론이 한국의 대형차 시장에서 펼칠 활약을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


글 박병하 기자/사진 표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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