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에 충실한 웰-메이드 해치백 - 골프 2.0 TDI 블루모션 시승기
상태바
기본기에 충실한 웰-메이드 해치백 - 골프 2.0 TDI 블루모션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3.12.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는 폭스바겐의 대표적인 C세그먼트 해치백으로 1974년에 데뷔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Top 10´ 중 3위에 올랐다고 한다. 데일리 메일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폭스바겐 골프는 2,75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토요타 코롤라´의 3,750만대, ´포드 F시리즈 픽업´의 3,500만대 다음 가는 판매량이다.



골프는 그 완성도와 내실 덕에 폭스바겐 AG 산하 브랜드들의 기본 소형차 플랫폼으로도 두루 사용되었다. 그리고 그 경쟁자들의 주요 타겟은 여전히 골프다. 골프를 흔히 ´해치백의 교과서´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골프는 한국 시장에서도 꽤나 잘 자리잡은 해치백이다. 해치백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한국에서조차 많은 관심을 받는 골프. 내년을 기점으로 탄생 40주년을 맞는 독일 볼프스부르크 출신의 이 옹골찬 해치백은 7세대에 이르렀다. 6세대에 비해 어떠한 부분들이 변화됐을까? 이번에 시승한 골프는 기본에 충실한 베이직 모델인 2.0 TDI 블루모션 트림를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익스테리어

7세대로 돌아 온 골프의 익스테리어는 6세대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6세대가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었다면 7세대는 엣지가 살아있는 공격적인 스타일로 거듭났다. 차체에서부터 곡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사라진 것이 눈에 띈다.




이런 점은 차체의 면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면부의 인상부터 살펴보면 기본적인 구성 자체는 6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직선적이고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스타일로 이미지를 바꿨다. 폭스바겐에서는 골프를 아우르는 이 선적인 요소들을 "토네이도"라인이라 명명한다.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바디 전체로 이어지는 균형 잡힌 수평라인과 역동적인 실루엣을 만들어주는 이 토네이도 라인은 더욱 낮게 위치해 도로 위에서 더욱 당당한 모습을 강조한다.




골프의 측면부를 보고 있으면, 초대 골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디자인 요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바로  당겨진 활시위 모양으로 꺾여있는 두터운 C필러가 그것이다. 이 요소는 골프의 개성이기도 하지만 차의 측면을 더욱 탄탄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후면부의 스타일에서는 전면부에서 보여지는 직선적인 스타일과 자연스럽게 통일성을 이룬다. 역시 6세대와 기본적인 배치나 구성 등은 거의 같지만 전면부처럼 딱딱하고 직선적인 스타일로 일신했다. 전반적으로 통일감이 살아 있고 보다 모던한 이미지로 거듭났다.



7세대 골프의 전장X전폭X전고는 4255X1799X1452mm이고, 휠/타이어는 225/45 R17 규격이다. 시승차는 겨울철을 맞아 스노우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인테리어

인테리어에 대해 한 단어로 말하자면 ´베이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능적인 조형미에 충실한 인테리어는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갈하고 깔끔한 구성과 꼼꼼한 만듦새는 골프의 실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가죽과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로 마감된 스티어링 휠은 D컷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깔끔한 디자인과 콤팩트한 사이즈가 스포티한 감성을 풍긴다. 좌우의 스포크에는 오디오 및 핸즈프리 리모콘과 중앙의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는 버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깔끔하고 기능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피도미터는 100km/h를 기준으로 표시하는 스케일이 다르다. 0~100km/h까지는 한 눈금 당 5km/h씩 표시하고, 100~260km/h까지는 한 눈금 당 10km/h씩 숫자가 매겨져 있다. 센터페시아의 구성 역시 깔끔하고 기능적이다. 터치스크린 조작계와 버튼식 조작계를 혼용한 조작계는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다. 공조장치 조작계통 역시 깔끔하고 쓰기 편한 구성이다.




골프 2.0 TDI는 대부분의 수입차들이 구비하고 있는 스마트키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키를 꽂아 돌려서 시동을 거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거기다 핸들 락까지 장비되어 있다. 이런 고전적인 구성을 오랜만에 접하고 나니 감회가 새롭다. 하지만 편의사양에 민감한 한국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시트는 방수 직물과 알칸타라로 마감되어 있다. 가죽 시트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에서 직물시트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기능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실용적이다. 먼지 발생도 의외로 적은데다 알칸타라로 마감된 착좌부가 몸을 어느 정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시트의 조절은 다이얼과 레버로 이루어지는 완전 수동식이다. 다이얼 식의 조작계에 익숙하지 못한 운전자에게는 불만점이 될 수도 있다.



리어시트는 겉보기와는 달리 충분한 안락함을 제공한다. 등받이의 각도도 적절한 수준이다. 헤드룸과 레그룸도 넉넉하게 확보되어있기 때문에 준중형 해치백으로서 충분한 수준의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룸은 특히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공간설계가 잘 되어 있어 해치백임에도 동급의 세단이 부럽지 않은 수준인 380리터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동급 해치백 중 최고 수준의 트렁크 용량이다. 리어 시트는 6:4 폴딩 기능 외에도 중앙 스키쓰루 기능까지 지원한다. 선반은 필요하지 않을 때 트렁크룸 바닥에 알맞게 수납할 수도 있어, 별도로 보관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파워트레인

골프 2.0TDI에 탑재된 엔진은 150마력/3500~4000rpm의 최고출력과 32.6kg.m/1750~3000rpm의 최대토크를 생성하는 2.0리터 TDI 유닛이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대부분의 중/소형 라인업에서 두루 사용되는 엔진이기도 하다.




변속기는 그 성능이 이미 입증된 6단 DSG를 채용하고 있다. 이 변속기는 1.6 TDI 블루모션에 적용되는 7단 DSG보다 단수는 한 단 낮지만, 허용토크가 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공인연비는 복합모드 기준으로 16.7km/l의 수치를 보인다.




로드 테스트

골프 2.0 TDI 블루모션은 소음 억제 능력 면에서 매우 뛰어났다. 전세대에 비해 가장 크게 진보된 부분이다. 6세대의 경우 정차중이나 주행중 소음이 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7세대는 진동 억제 능력 면에서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치밀한 만듦새는 주행 중 소음을 적절하게 차단했다.  N.V.H 제어능력은 일상을 위한 자동차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올라 100km/h 이상의 고속주행을 하다 보면 사이드 미러에서 발생하는 풍절음만큼은 제법 크게 들린다.



골프 2.0 TDI 블루모션의 가속력은 충분한 수준이다. 풀 스로틀 상태에서 180km/h까지 여유 있고 기분 좋은 가속이 이루어진다. 토크밴드가 넓어 4000rpm을 넘나드는 구간에서도 효과적으로 가속할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저회전 대역에 모든 토크를 몰아 두는 여타의 디젤 엔진들과는 확실히 다른 특성이었다. 0-100km/h 가속 시간은 제원 상 8.6초로 올라와 있지만 실제 기록된 시간은 평균 8.75초였다. 0-100-0km/h 도달 시간은 12.4초 정도를 기록했다. 최상위급 모델이 아닌점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성능이면 충분히 ´잘 달린다´고 말할 수 있다.


2.0 TDI 엔진은 필요충분한 수준의 무난한 동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동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바로 6단 DSG 더블클러치 변속기다. 6단 DSG는 에코 모드에서는 변속 시간에 다소 여유를 두지만, 노멀 모드부터 단수간 반응이 확실히 빨라진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꽤나 착착 감기는 맛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똘똘하게 작동한다. 대신 고회전 대역에서 시프트 다운을 할 때 변속 충격이 제법 있는 편이다. 기어와 클러치를 직접 체결하여 동력을 전달하는 더블 클러치 변속기는 유체 결합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속감이 거칠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DSG는 이런 부분을 많이 억제시키기는 했지만 이따금식 나타나는 이런 ´거친 작동감´은 더블 클러치의 특성을 모르는 운전자에게는 은근히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부분.



골프의 탄탄한 섀시와 하체는 노면을 물고 늘어지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이 든든한 섀시와 하체는 운전자로 하여금 골프를 얼마든지 자신 있게 밀어붙일 수 있도록 만든다. 하지만 급격한 코너에서는 언더스티어 성향이 나타난다.  하지만 프론트의 반응도 즉각적인 편이고 리어도 곧잘 따라 오기 때문에 즐겁게 운전하는 데에는 큰 결격사유가 되지 않았다. 아울러 동급에서 가장 가벼운 중량도 이런 영민한 몸놀림을 만들어 내는 데 크게 일조한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골프 2.0 TDI는 ´잘 돈다´.



자동차는 ´잘 달리고´ ´잘 도는´ 것뿐만 아니라 ´잘 서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엔진과 변속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성능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제동력은 필히 갖춰야 할 요소인 것이다. 골프의 제동 시스템은 골프의 차체를 통제하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브레이크 캘리퍼와 디스크 등등의 구성품들은 충분한 제동력을 제공한다. 부실했던 6세대의 브레이크에 비해 개선이 이루어진 부분. 게다가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과 반응 특성도 초장부터 민감하게 움켜잡기보다는 운전자가 밟는 양에 착실히 비례하여 제동력이 상승하는 감각이다. 민감한 브레이크에 길들여진 운전자는 이를 ´밀린다´고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절대적인 제동력은 크게 모자라지 않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골프. 하지만 골프를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름 아닌 연비였다. 시승하는 기간 동안 총 600km에 달하는 거리를 운행했지만 연료 게이지는 아직도 1/4가까이 남아 있었다. 시내20%와 고속도로 80% 비율의 장거리 운행에서 골프 2.0 TDI는 18km/l를 상회하는 연비를 보여주었다. 크루즈 컨트롤도 없는 모델이었지만 에코 모드와 스톱/스타트 기능을 활용하고 급출발과 급제동을 자제한 것 만으로도 이러한 결과값을 만들 수 있었다. 0-100km/h 테스트 및 0-100-0km/h 테스트를 수 차례 반복하며 기록한 연비도 10km/h를 조금 웃도는 수준을 보여주었다.



골프는 우수한 연비 외에도 일상에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작은 사이즈의 차체는 복잡한 도심지나 골목길에서 민첩한 이동 능력을 보장한다. 운전 시야는 전/측/후방 가릴 것 없이 우수한 편이다. 최근의 자동차들에 비해 벨트 라인이 낮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넓게 확보된 시야, 전후방으로 마련된 센서와 주차보조시스템, 그리고 후방카메라 등은 초보운전자라도 좁은 공간에서 주차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골프는 넉넉한 공간설계와 기민한 이동능력을 모두 갖춘,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해치백이다. 그리고 그 기본에 충실한 해치백은 그 자체로도 이상적인 패밀리카로서 빛나는 가치를 갖는다.




사양 & 가격

골프에는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Driving Profile Selection) 기능이 최초로 장착돼, 스포츠 드라이빙부터 연비 운전까지 4가지 운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이 프로파일 셀렉션 모드에서 4번째로 배치되는 모드는 ´인디비주얼´ 모드. 스로틀과 변속기 리스폰스 등의 세팅을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변경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전 차종에 에너지 회생 시스템, 스타트-스톱 기능 등 폭스바겐의 블루모션 테크놀로지(BlueMotion Technology)가 기본 적용된다.



골프에는 새롭게 개발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편의 사양들이 장착됐다. 1.6 TDI 블루모션과 2.0 TDI 블루모션 모델에는 5.8인치 멀티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컴포지션 미디어" 라디오 시스템이 탑재되어, SD카드 슬롯, 싱글 CD 플레이어, 미디어인(AUX / USB 슬롯), 오디오-스트리밍 기능이 포함된 블루투스 등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멀티펑션 스티어링 휠, 오토 홀드 기능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폴딩과 히팅 기능이 적용된 전동식 사이드 미러, 눈부심 방지 룸 미러, 파노라마 선루프 등이 장착된다. 하지만 내비게이션과 크루즈 컨트롤 등이 제외된 점은 불만이다. 내비게이션은 훨씬 높은 가격이 책정된 3,690만원의 프리미엄 모델에만 적용된다. 골프 2.0 TDI 블루모션의 가격은 VAT포함 3,290만원이다. 


총평


골프 2.0 TDI를 시승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자동차가 얼마나 가치 있는 지를 다시금 알 수 있었다. 달리고 돌고 서는 능력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탄탄한 주행성능은 기분전환을 위한 운전에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한다. 넓은 실내 공간과 트렁크 용량은 일상의 용도로도 제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다. 몇몇 편의 사양 등에서는 아쉬운 부분들은 있다. 하지만 탄탄한 기본기로 이를 만회하기 부족함이 없다. 






최근의 몇몇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기본기를 등한시하고 사소한 편의장비나 가격, 혹은 외모만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하지만 골프를 타보면 그것들이 실질적으론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것은 그 만큼 충실한 내실을 갖추었다는 이야기와 다름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자동차든 겉 모양이나 말 주변 보다는 내면이 먼저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내실에 충실한 골프 2.0 TDI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이 알아보기를 기대해 보며 시승기를 마친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