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캐릭터 - 렉서스 GS450h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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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캐릭터 - 렉서스 GS450h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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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GS는 렉서스의 준대형 스포츠 세단으로서 1991년에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토요타의 ‘아리스토’를 시작으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GS라는 이름은 ‘Grand Sedan’의 두문자에서 차용한 것으로, 프리미엄급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GS는 경쟁자들에 비해 정숙성과 안락함은 챙겼으나 스포츠 세단이라 하기에는 스포츠라는 캐릭터가 부족했다. 아리스토를 기반으로 했었던 초창기에는 가격도 성능도 만족스럽지 못하여 미국시장에서 퇴출 논란까지 일기도 했다. 2005년에 풀모델 체인지를 거친 3세대 GS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가지고 ‘L-피네스’에 입각한 새로운 디자인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3세대는 아리스토 시절 내내 시달려야 했던 스포츠 성능에 대한 갈증을 해갈하는 일신한 변모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독일 라이벌들에 비해 열세인 상황은 바꿀 수 없었다.

풀체인지된 4세대 GS모델 라인업에는 GS250, GS350, GS F SPORT와  이번 시승기에서 다루게 될 하이브리드 버전, 450h가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3세대의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엔진의 경우 마력과 출력을 조금 향상시켰다.그리고 아직 개발 중이지만 BMW의 M5나 메르세데스의 AMG, 아우디의 RS6 등과 맞대결을 벌이기 위한 GS-F 모델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Exterior
GS의 외모는 지난 세대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온 몸에 각을 세웠다. 3세대 모델에 비해 좀 더 강인하고 날렵한 인상을 준다.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렉서스임을 감지할 수 있는 스핀들 그릴이 전면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일체형 헤드램프는 분할형 헤드램프를 사용했었던 지난 모델보다 훨씬 공격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일체형으로 디자인된 헤드램프에는 제논 및 데이라이트가 적용되어 있다.

측면의 실루엣은 렉서스의 최근 디자인 경향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휠과 타이어는 235/45 R18 규격을 4륜 모두에 사용 중이다. 3세대때도 18인치 알루미늄 휠을 사용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4세대에는 19인치 알루미늄 휠을 채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륜 앞 사이드 스커트에는 친환경 차임을 강조하는 하이브리드 배지가 눈에 띈다.


후면은 스포티한 면이 강조되어 있다. 다른 모델들과는 달리, 안쪽을 푸른색으로 마무리한 하이브리드 모델만을 위한 전용 엠블럼과 450h 레터링이 눈에 띄는 요소. 하지만 GS350에 적용된 매립형 듀얼 머플러 팁이 삭제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Interior
GS450h의 인테리어는 여타의 렉서스 세단들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드 그레인 장식과 블랙 톤의 인테리어 컬러는 무거운 분위기 연출한다. 3세대 모델이 일반적으로 평면중심적이었다면 4세대 경우 입체적인 인테리어로 일신한 변모를 보이고 있다. 대시보드는 디스플레이 창을 몸 속 깊이 앉고 있으며, 센타페시아는 주요 기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간결하고 고급스럽게 디자인되어 있다. 처음 차를 타게 되는 사람도 단번에 주요 기능을 손쉽게 인지하고 조작 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극히 일본인적인 사고방식이 투영된 듯 싶다.  




스티어링휠은 렉서스의 스포티한 스타일의 3스포크 타입. 별다른 기교 없이 깔끔한 형상과 손에 쏙 들어오는 그립감은 만족스런 부분이다. 열선이 적용되어 있긴 한데 좌우 부분에만 적용되고 상/하단 부분에는 적용이 되어 있지 않다. 스티어링휠 뒤편에 마련된 패들시프트는 적당한 사이즈에 묵직하고 기계적인 조작감을 보여준다.

GS450h의 계기반은 크게 2가지 모드로 변환하여 사용이 가능하다. 에코와 노멀 모드는 타코미터 대신 에코 게이지가 들어 앉아 있다. Charge(충전), Eco(에코), Power(파워)로 이루어진 이 게이지는 운전자의 스로틀 개도량이나 브레이크 조작량에 따라 상단의 푸른 빛 무드 조명과 함께 실시간으로 친환경/저연비 지수를 끊임없이 모니터링 시켜준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에코 게이지가 타코미터로 전환되고 푸른 색 무드 조명이 붉은 빛으로 변화된다. 여기서는 반대로 운전자의 스로틀 개도량을 늘릴수록 선명한 붉은 빛으로 변화해간다.



센터페시아 주변은 정갈한 느낌을 준다. 메탈 테두리로 마감된 에어벤트와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는 깔끔하고 모던한 인상을 준다. 직관적인 공조장치 조작계는 한 두 번의 버튼 조작으로 끝나는 간단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 점이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렉서스 특유의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는 PC의 마우스를 조작하는 느낌으로 대부분의 조작을 비교적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렉서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인다. 렉서스가 그토록 자랑하던 마크레빈슨 오디오는 아니었지만, 전음역대에 걸쳐서 음이 파열되거나 뭉개지는 일 없이 고른 음색을 보인다.

GS의 독특한 센터콘솔 구조는 생각보다 편하지는 않다. 3세대와 똑같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슬라이딩 후 열리는 특성 때문에 콘솔에서 물건을 바로 꺼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콘솔내부의 작은 물건을 집어 내기위해 오른팔을 과도하게 꺽어야하는 부자연스러운 각도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 몸을 오른편으로 틀어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GS450h의 앞좌석 시트는 편안한 작석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안락함에만 초점을 맞춘 시트의 구성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위 모델인 GS350보다 상위에 포진해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은 보강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프론트 시트는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운전석은 3개의 메모리 기능도 적용된다.

뒷좌석은 넉넉하고 안락한 공간을 제공. 후륜구동의 어퍼미들급 세단으로서는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열선시트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프리리엄을 지향하는 렉서스의 브랜드 이미지와 이 정도의 가격대의 차에는 보통 뒷시트까지 열선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렁크는 465리터로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여유있고 넉넉한 공간이다. 3세대에 비해 트렁크 용량은 더 넓어졌다. 

Powertrain
파워트레인은 병렬 스트롱 타입의 2세대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적용되어 있다. 세계최초로 직분사 방식과 앳킨슨 싸이클 방식을 조합한 290마력의 3.5리터V6 엔진과 각 100마력을 내는 전기 모터 2기와의 조합으로 합산 최고출력 345마력/6000rpm, 최대토크 35.5kg.m/4500rpm을 생성한다. 변속기는 CVT변속기가 적용된다. 연료는 되도록 고급유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N.V.H & Ride Comfort
역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다. 모든 하이브리드차가 그렇듯이 일정속도까지 모터로 움직이는 EV(전기차)모드에서의 정숙성은 매우 우수하다. 때때로 보행자들이 기척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450h의 경우 타 하이브리드차량과 다른 점이 있다. 엔진이 구동된 이후에도 정숙성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엔진의 사운드는 마치 희미하게 귓가를 간지럽히는 콧노래 같은 느낌을 줄 정도이다. 아이들링에서건 주행 중이건 간에 시종일관 정숙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운전자에게 어떠한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는다.

승차감은 렉서스의 장기답게 안락함과 여유로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노면 요철을 지날 때나 엉망진창인 포석 도로 등을 지날 때에도 여유롭게 노면 충격을 흡수한다. 어지간한 요철은 ‘노면에 이런 게 있구나’싶을 정도의 감각만을 줄 뿐이다. 이런 안락한 승차감은 고속에서도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Performance
0-100km/h 가속력은 만족스럽다. 2톤에 육박하는 공차중량을 무색하게 하는 가속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초장부터 등허리를 확 밀어 제끼는 느낌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힘 있게 밀어준다. 어느 정도 속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재가속을 시도하면, 즉각적으로 가속에 따른 빠릇한 반응을 보여준다.

하지만 렉서스의 정숙하기 짝이 없는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상기한 모든 과정에서 건조하기 짝이 없는 감각의 음색을 들려준다. 렉서스의 고유 전유물인 정숙과 안락함을 버리지 못한 태생적인 비애가 느껴진다. 좀 더 감성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운전에 대한 재미를 배가 시킬 것 같다. 

 


스포트 모드로 변환하면 하체 반응은 제법 묵직하고 단단하게 바뀐다. 일반모드때와는 사뭇 다른 감각을 준다.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를 달리기 시작하면 GS450h는 제법 민첩한 감각으로 코너를 휘감는다. 2톤에 가까운 공차중량이 무색할 정도는 아니지만 진득하고 영민하게 노면을 붙들고 나아가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리어의 추종력도 수준급이다. 프론트의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과 리어의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주는 이 진득하면서도 영민한 감각은 GS가 스포츠 세단의 기본적인 덕목 하나는 충실히 챙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동력은 무난한 편이다. 브레이크는 벤틸레이티드 디스크가 4륜에 모두 적용되어 있고, 프론트는 4피스톤 캘리퍼가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2톤에 육박하는 차체를 단 번에 세우려 하면 브레이크가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동 계통에 대해 한 치수 넉넉한 시스템으로 보강을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Fuel Consumption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특장점인 연비는 상황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린다. 급가속을 최대한 자제하고 최대한 정속 주행을 유지해 가며 테스트해 본 결과, 시내에서 GS450h는 평균 12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고속도로를 정속으로 주행하며 기록한 평균 연비는 14km/l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었다. 12.7km/l(복합연비 기준, 도심 : 11.9 km/L, 고속도로 연비 : 13.7 km/L)의 공인 연비보다 좀 더 나은 기록이다. 그러나 주행 및 가속력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측정한 연비는 6km/l대를 아슬아슬하게 웃도는 수준을 보였다. 일반적인 주행이 많은 상황이라면 연비효율은 우수한 수준이다.

 

Other Equipment & Price

렉서스 GS450h는 GS 라인업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양 외에도 EV모드가 추가된 드라이빙 모드 셀렉터(EV / Eco / Normal / Sport, Sport ), ECB(전자제어브레이크) 및 차량이 정지하면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Brake hold 기능 등을 더 갖추고 있다.


최근 개별소비세 인하조치가 취해지면서 GS450h의 가격도 소폭 내려갔다. VAT포함가가 기존의 8,100만원에서 8,050만원으로 50만원 인하되었다. 동급 세단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들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이다.

 

Verdict
하이브리드는 영리한 개념이다. 수치 상으로 하이브리드는 ‘유류비 절감’의 답이 되어줄 수도 있고, ‘퍼포먼스’에 대한 답이 되어줄 수도 있고, 현재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키워드인 ‘다운사이징’에 대한 답도 얼마든지 되어줄 수 있다. 하지만 수치 상으로 표현되지 않는 ‘감성’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GS450h의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고전적인 파워트레인의 수준에 다다르지 못했다. 

 


 


GS450h의 시승을 진행하면서 "스포츠 세단에게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분명 GS450h는 운전자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운전에 대한 큰 감흥을 준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GS450h의 캐릭터를 쉽사리 정의 내리기가 힘들다. 파워트레인은 건조하지만 다른 부분은 의외로 열정이 있는 아리송한 캐릭터를 가진 차였기 때문이다. 낮은 연료 소모량과 정숙하고 안락한 파워트레인, 스포티한 감각을 갖춘 섀시와 같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요소요소들이 오묘하게 궁합을 이루고 있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를 받아들여줄 수 있는 시장이 있을까? 바로 한국의 수입차 시장이다. 정숙성과 안락함, 낮은 연료 소모량, 그러면서도 성능에까지 욕심을 내는 소비자들이 한국의 수입차 시장엔 적지 않은 편이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스포츠 세단, GS450h가 한국 시장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될 날을 고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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