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온 패션카의 정수(精髓), 피아트 500C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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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온 패션카의 정수(精髓), 피아트 500C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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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서양 미술사에서 빠질 수 없는 나라다. 특히 르네상스 시절의 이탈리아 예술가들은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의 미술사를 써내려온 주역들이기도 하다. 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탈리아는 순수 예술뿐만 아니라 현대의 상업 미술 분야에서도 그 영향력을 유감없이 떨치고 있다. 패션 방면에서는 프랑스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축, 가구, 일반적인 제품디자인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탈리안 디자인의 힘은 막강하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명차들을 빚어냈던 디자이너들은 이탈리아 출신들이 많다.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찬사를 받은 ‘조르제토 주지아로’부터 시작해서, 창립 때부터 수많은 페라리들을 그려낸 ‘세르지오 피닌파리나’, 그리고 여러 파격적인 스타일의 자동차들을 선보여 왔던 ‘누치오 베르토네’나 ‘마르첼로 간디니’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를 논하면서 이탈리아의 디자이너들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차도 그들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찾아 왔다. 피아트의 500(친퀘첸토)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피아트 500은 좀 더 특별한 모델인 컨버터블 ‘C’ 버전. 1957년도에 처음 등장한 초대 500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낸 차체에 노스텔지어를 한층 더 자극하는 소프트톱을 적용한 모델이다. 패션과 예술, 그리고 디자인의 본고장에서 날아 온 이탈리안 레트로 디자인의 정수를 품은 500C의 시승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다.


Exterior


피아트 500C의 외모는 전술한 바와 같이, ‘귀엽고 앙증맞은’ 스타일로 단번에 정의 내릴 수 있다. 초대 500의 외모를 현대적인 기준과 법규 등에 맞춰서 새로이 빚어낸 500C의 차체는 그 귀염성을 유감없이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된 소프트톱 루프는 디자인 상의 만족감을 훨씬 높게 만들어 준다. 시승차는 진주색 보디 컬러와 진한 자줏빛 소프트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강렬하게 대비를 이루는 색의 조합이 500C의 깜직한 매력을 한층 더해 주었다.



전면부부터 살펴보면 귀여운 인상의 프론트 마스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원형으로 이루어진 헤드램프와 차폭등, 안개등들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적용된 크롬 장식들이 귀여운 이미지와 함께 클래식한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마찬가지로 크롬으로 마감된 사이드 미러도 500C의 클래식한 매력을 한층 더 끌어 올려주는 요소다. 그런데 자꾸 보다 보면, 헤드램프의 사이즈가 좀 작은 듯한 느낌이 든다. 추후에 사이즈를 좀 더 키워 주면 더 좋은 분위기로 변신할 수 있을 듯 하다.


 


측면은 2박스로 확실히 구분되던 초대 500에 비해 많이 두리뭉실해진 1박스카에 가까운 형태를 보여준다. 얼핏 대우자동차에서 생산했던 마티즈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깎아지른 형태의 루프 라인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새로운 500이 초대 500이 가지고 있던 실용적인 소형차 개념보다는 외모를 중시하는 패션카로서의 형태에 집중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측면에는 행여나 주인이 자기 이름을 잊어버릴까 걱정이 됐는지, 곳곳에 ‘500’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뱃지가 붙어 있다.


 


후면부를 보고 있으면 500C가 가진 클래식한 감각이 절정에 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리어 글라스까지 덮인 자줏빛 소프트톱은 500C의 고전적인 감성을 끌어 올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프론트 못지 않게 크롬 장식이 많은 리어 엔드는 500C의 스타일링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피아트 500C의 소프트톱은 완전 전동식으로, 별도의 잔 손 없이 버튼 하나로 개폐가 가능하다.시속 80km/h 이내의 속도에서도 개폐가 가능하고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루프는 개폐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통상적인 썬루프처럼 일부만 여는 것도 가능하다.

Interior


피아트 500C의 인테리어는 익스테리어에서 시작되는 클래식한 감각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큼직큼직한 버튼들은 조작하기도 쉽고 구성이 한 눈에 들어 온다. 프리미엄 세단들처럼 섬세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보디 컬러의 인테리어 패널부터 시작해서 강렬한 레드 컬러의 시트 및 인테리어 트림 등이 500C의 인테리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타입으로 무난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가죽으로 마무리된 도톰한 림은 그립감이 괜찮은 편이고 버튼들 도한 큼직하게 구성되어 있어, 조작이 용이한 편이다. 스티어링 휠 좌측 스포크에는 크루즈 컨트롤 관련 기능들이, 우측 스포크에는 핸즈프리 및 오디오 조작부가 자리잡고 있다. 조절기능은 틸팅만 지원된다.



피아트 500C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주간에는 화이트 백패널과 블랙 폰트가 돋보이는 클래식한 형태로, 밤에는 강렬한 오렌지 컬러의 현대적인 형태로 변신한다. 그러나 많은 기능을 한곳에 집중한 점 때문에 구성이 복잡해보이는 점은 옥의 티. 야간에서의 시인성도 썩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편이다.



500C의 프론트 시트는 차의 외형이 가진 이미지를 그대로 옮긴 듯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원형의 헤드레스트도 그런 느낌을 더해 준다. 시트의 착좌감은 소프트한 편이다. 시트는 힙 포인트가 높아 승하차가 용이하다. 재미있는 점은, 백레스트의 각도를 조절하는 부분이 운전석을 기준으로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처음 타게 되는 사람들은 다소 어색해하기도 한다. 왼쪽에도 작은 레버가 하나 있는데 이건 펌핑식으로 높낮이를 조절하는 레버다.



원형 헤드레스트와 레드 컬러로 꾸며진 뒷좌석은 성인을 탑승시키기에는 부적합하다. 백레스트의 각도도 너무 곧추서 있고 전반적인 공간 자체가 좁다. 트렁크의 사이즈는 500C의 외모 만큼이나 아담한 용량을 가지고 있다. 여행용 트렁크 1~2개만 실어도 공간이 꽉 찬다. 좀 더 많은 짐을 실어야겠다면 5:5비율로 분할되는 리어 시트를 폴딩하는 것을 권한다.



Powertrain


피아트 500C에 적용되는 파워트레인은 자사의 직렬 4기통 1.4리터 멀티에어(Multiair)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1.4리터 멀티에어 엔진은 102마력/6500rpm의 최고 출력과 12.8kg.m/4000rpm의 최대토크를 생성한다. 연비는 복합모드 기준으로 12.4km/l로 나타나 있다.



NVH & Ride Comfort


피아트 500C의 시동을 걸자, 경쾌한 시동음과 함께 시동이 걸린다. 아이들링 시 잔 진동이 조금있는 편이다. 소음에 관련된 부분은 소프트톱 컨버터블임을 감안해도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소프트톱을 사용하는 자동차들 중에는 하드톱 못지 않은 정숙성을 자랑하는 모델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피아트 500C는 그런 모델이 아니다. 외부의 소음에 쉽게 노출되어 소프트톱을 연 상태와 닫은 상태 모두 체감 상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소음 수준을 보인다. 이따금씩 소프트톱을 구성하는 부품들로부터 발생하는 잡소리까지 들려오기도 한다.



승차감은 비슷한 사이즈의 다른 자동차들에 비해 안락한 편이다. 댐핑 스트로크가 길고 소프트한 세팅을 가진 서스펜션이 이런 승차감을 만들어내는 주역이다. 이 소프트한 승차감은 시내에서의 일상적인 운행에서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는 차체가 다소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Performance


피아트 500C의 성능은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1.4리터의 멀티-에어 엔진은 차의 사이즈에 비해 큰 엔진인데도 불구하고 가속 성능은 체감 상 국산 경차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족한 저회전 토크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토크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은 대략 3000rpm부터. 비교적 고회전 영역에 토크밴드가 형성되어 있는 편이라 엑셀러레이터를 좀 더 밟아서 엔진을 재촉해야 한다. 그러면 제법 경쾌한 가속감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변속기는 이러한 엔진 특성에 맞게, 대체로 3000rpm 이상을 넘어가면 변속이 진행되는 로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상등 좌측에 위치한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좀 더 높은 영역대까지 회전 수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수동 모드에서의 변속감은 무난한 편. 성능 자체는 통상적인 자동변속기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섀시에 관련된 부분은 승차감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소프트한 서스펜션 세팅으로 인해 나타나게 되는 단점들이 나타난다. 코너링 시 롤링과 피칭이 큰 폭으로 발생한다. 고속에서 출렁거리는 하체와 깃털만치 가벼운 스티어링 휠, 그리고 사이즈에 비해 제법 묵직한 1,155kg의 중량 등이 작용하여 500C의 운동성능은 좋은 편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500C의 주행 성능은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애초에 이런 장르는 성능이나 잡다한 기능보다는 스타일이 중시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Equipment & Price


500C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드/커튼 에어백, 그리고 운전석 무릎 에어백으로 구성된 총 7개의 에어백을 제공한다. ABS와 주행안정장치(ESP), 언덕 출발 보조(HSA) 시스템, 앞좌석 액티브 헤드레스트 등의 안전 사양을 제공한다. 가격은 VAT 포함하여 3,300만원이다. 그러나 디자인적인 요소들만 가지고 이 가격을 감당하기에는 망설임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Verdict


피아트 500C는 편의성과 실용성, 경제성을 갖춘 ‘운송수단’이라는 가치기준으로 판단하기에는 적잖은 무리가 있다. 500C를 이런 가치기준으로 판단하는 일은 물건의 무게를 다는 데 저울을 쓰지 않고 자를 가져다 쓰는 일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아트 500C는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아야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피아트 500C가 속하게 되는 세그먼트(혹은 장르)는 외모가 구매 요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패션카’다. 자동차를 운송수단의 관점이 아닌, ‘패션의 일부’로 간주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통상적인 자동차들에 비해 제한적인 기능과 공간을 제공하지만 개성과 외모에 대한 부분을 확실하게 어필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아야 한다. 피아트 500C는 이러한 관점 하에서 판단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게 된다.


감성 넘치는 이탈리안 디자인을 바탕으로 패션카의 정수(精髓)를 보여준 피아트 500C. 디자인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도로에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길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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