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 그대로의 즐거움 - 토요타 86 시승기
상태바
‘날 것’ 그대로의 즐거움 - 토요타 86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3.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가 오랜 제조사의 스포츠 쿠페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이름들이 있다. 상징적인 의미가 큰 모델이니만큼 브랜드의 전통과 해리티지가 담긴 이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점에서 토요타 86의 작명법은 이러한 방법론을 따른다. 86의 이름에 관한 기원은 198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86´이라는 이름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만화 ´이니셜 D´의 주인공인 ´후지와라 타쿠미´의 차로 등장했던 ´스프린터 트레노´에게서 가져온 이름이다. 스프린터 트레노는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생산됐던 토요타의 경량 스포츠 쿠페다. 이 때 생산된 스프린터 트레노와 그 형제차인 코롤라 레빈의 섀시코드가 ´AE86´이었는데, ´86´이라는 이름은 바로 여기서 유래되었다.



86의 개발은 스바루와 공동으로 진행되었다. 토요타는 개발 비용 대비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쿠페 모델의 개발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과 스바루는 이를 통해 직분사 엔진 기술을 획득할 수 있었던 점 덕에 양자가 서로 윈-윈하는 계획으로 추진되었다. 이후 스바루는 이 프로젝트 하에 만들어진 차를 ´BRZ´이라는 이름을 붙여 시판하고 토요타는 ´86´이라는 이름으로 시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개발된 현재의 86은 설계 상으로나 기계적인 면에서나 AE86을 직접적으로 계승하는 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롤라의 가지치기 모델로 존재했던 AE86과는 달리, 원형이 되는 코롤라와 아무런 접점도 없이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86은 그 이름을 트레노/레빈의 섀시코드에서 가져왔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른 차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토요타와 스바루가 공동개발한 이 스포츠 쿠페는 감히 ´AE86´의 후손임을 자처해도 되는 것일까? 86은 그들이 선조라 주장하고 있는 ´AE86´이라는 이름에 부끄럼 없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까? 토요타 86 M/T를 시승하며 86의 진면목을 파헤쳐 본다.




익스테리어


익스테리어는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대중적인 소형 쿠페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고 본다. 86의 익스테리어를 계속 보고 있으면 90년대에 유행했던 ´스페셜티 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별달리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외모라 할 수 있다.




전면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고 범퍼 하단에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를 만들어 두었다. 인테이크의그릴은 파도문양 내지는 물고기의 비늘을 모티브로 한 듯한 매시타입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패턴은 인테리어 카펫에도 적용된다. 헤드램프는 제논 벌브와 LED 데이라이트가 적용되어 있고 방향 지시등은 원형의 안개등 상단에 자리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측면의 실루엣은 명료하다. 복잡한 캐릭터라인이나 면 구성을 약간 절제한 느낌이 든다. 휠아치를 따라 굵직하게 지나며 리어에서 유연하게 흘러가는 벨트라인이 돋보인다. 프론트 휀더 상단의 에어 홀 옆으로 굵직한 디자인의 86 엠블럼이 자리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휠은 16인치 규격을 사용하고 있는데, 얼핏 만화 이니셜D의 타쿠미가 타는 AE86에 장착됐던 와타나베 휠의 형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타이어는 205/55 R16 규격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3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는 판매가 중단된 코롤라가 같은 규격의 휠과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스포츠카에게는 빈약한 구성이라 비판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다소 심심하다 싶을 만큼 단순한 전면이나 측면에 비해 후면은 잔뜩 멋을 부려놓았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형상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리어 스포일러 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 아래로 거대한 디퓨저와 트윈 테일 파이프도 86의 뒷모습을 인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디퓨저 내부에는 후진등과 후방 안개등이 자리하고 있다.






인테리어


인테리어 역시 90년대 유행했던 스페셜티 카를 보는 듯 그다지 고급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실내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시커먼 플라스틱 패널들부터가 보기에 좋지는 못하다.시트와 일부 마감부위의 직물도 그다지 고급스런 소재는 아니다. 내장사양이나 편의사양에 대한 배려는 전반적으로 부족한 듯하다. 이런 부분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는 설득력이 없게 비춰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은 3 스포크 타입으로 단순한 형태로 조형되어 있다. 촉감이 다소 딱딱하긴 하지만 컴팩트한 사이즈를 비롯하여 손에 착착 감기는 그립감이 예사 수준이 아니다.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고 붉은 스티칭이 들어가 있다. 스티어링 휠 우측 하단에는 크루즈 컨트롤(!)이 자리하고 있다. 페달과 풋레스트는 메탈 재질과 논슬립 처리가 되어 있어 조작감이 줗은 편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또한 단순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성이 좋은 편이고 타코미터가 중앙에 놓인 점이 눈에 띈다. 하단의 작은 LCD 창에는 차량 운행 정보 및 트립컴퓨터 기능이 적용되어 있고, 수동 변속기의 인디케이터 또한 마련되어 있다. 시프트 인디케이터는 클러치 페달을 완전히 다 떼어야 단수가 표시된다.



시승차는 수동변속기가 적용된 모델이다. 6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후진기어는 기어노브 하단의 링을 잡아 올려서 집어 넣는 방식이다. 뒤편에는 기계식 핸드브레이크가 보인다. 두 구성품 모두 가죽과 붉은 스티칭으로 마감되어 있다.



86의 앞좌석 시트는 세미 버킷 타입으로 단단한 착석감과 함께 몸을 잡아주는 능력이 우수하다. 마감재의 질감이 그리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버킷 시트가 해야 할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시트의 조절은 전부 수동으로 작동되며 높이조절은 펌핑식, 나머지 조절 기능은 레버식으로 되어있다.



86은 소형의 2 2 쿠페인 만큼, 뒷좌석에 대한 배려는 미비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넓지 않은 실내공간인 만큼, 뒷좌석에 성인이 정상적으로 승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5~7세의 어린이를 겨우 태울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라 보면 적당할 듯 하다. 리어시트의 등받이는 분할 폴딩 기능이 지원되지 않지만 전체를 통째로 폴딩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트렁크 공간은 이 급의 소형 쿠페로서는 쓸만한 공간으로 보인다. 넓은 공간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성인 2명분의 짧은 여행 짐 정도는 충분히 실을 수 있을 듯하다.




파워트레인


토요타 86의 파워트레인은 토요타의 직분사 기술과 스바루의 복서 엔진 기술이 결합된 2.0리터 D-4S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이다. 이 엔진은 7000rpm에서 203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6400~6600rpm에 걸쳐 20.9kg.m의 토크를 생성해낸다. 특기할 만한 점은 최근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은 과급엔진이 아닌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점이다. 레드존이 7600rpm부터 시작되는 고회전형 엔진이다. 엔진 상단에 개발사인 토요타와 스바루의 이름이 아래위로 음각되어 있다. 직분사 엔진의 특성 상, 고급유의 사용이 권장되지만 일반적인 포트분사 방식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솔린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이 엔진은 6단 수동변속기가 호흡을 맞추게 된다.





로드 테스트 Part #1 – NVH & 승차감


고전적인 타입의 키를 키홀에 꽂아 넣고 시동을 걸자, 앙칼진 소음과 함께 엔진이 구동되기 시작한다. 아이들링이 안정되고 난 후의 소음 수준은 경량 스포츠 쿠페로서는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저회전 영역대를 사용해 가며 시내 등지를 운행하고 있을 때의 소음도 차의 장르를 감안하면 그다지 크지 않다. 일상에서 충분히 용인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실내 몇몇 군데에서 찌그덕 거리는 잡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는 점은 약간 거슬린다. 그러나 당시 시승차가 2만 5천km 이상 운행된 점을 감안하면 용납할 만한 수준이다.



승차감은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댐핑 스트로크가 짧고 서스펜션의 감쇄력이 강하게 세팅되어 있다. 차의 장르를 감안하면 이 정도의 세팅은 기본이다. 노면의 상태가 허리로 파악이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공도주행용 로드카인만큼 최소한의 배려는 되어 있다. 어지간히 험악한 노면 조건이 아닌 이상, 허리에 통증이 올 만한 충격은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이러한 서스펜션 세팅 덕에 쓸데 없는 출렁거림이 적고 안정감이 좋은 편이다.



86의 클러치는 유격이 제법 있다. 처음에는 이 클러치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리긴 하지만 며칠 타면서 적응하다 보면 그런대로 불편함은 줄어든다. 시내에서 여유롭게 주행할 때에는 2400~2500rpm 사이에서 시프트 업을 해도 된다는 표시가 인디케이터에 나타난다. 평탄한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경우에는 이 지점에서 시프트 업을 해줘도 토크가 그리 부족하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경사로를 오르고 있는 경우라면 회전 수를 좀 더 올려주어야 부드럽게 운행할 수 있다.




로드 테스트 Part #2 – 성능과 주행질감


1단 기어에서 회전 수를 5000rpm 이상으로 올린 후 클러치 미트를 시키자 뒷바퀴가 맹렬하게 휠 스핀을 일으키며 차체를 돌진시킨다. 자극적인 엔진음과 함께 제법 빠르게 회전수가 치솟는다. 레드존에 이르러 2단으로 넘어가기 전에 스피도미터를 슬쩍 봤더니 속도는 벌써 80km/h에 다다르고 있다. 그리고 나서 2단으로 시프트업 하며 클러치를 거칠게 몰아 붙인다. 클러치 미트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뒷바퀴가 살짝 헛돌더니 비교적 타이트한 기어비로 110km/h를 슬쩍 넘어선다. 가속을 하면 할 수록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의 똘똘한 리스폰스와 자극적인 사운드가 운전자를 꽤나 흥분시킨다. 그리고 회전 수를 올릴 수록 꾸준히 파워가 증가하는 맛 또한 수준급이다. 6단 수동변속기는 시프트업을 진행할 때마다 착착 물려 돌아가는 손맛이 일품이다. 한 가지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본격적인 고속 영역에 돌입하게 되면 엔진이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물론 이 때에도 엔진이 꾸준히 돌아가기는 하지만 속도는 잘 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똘똘한 감각을 주는 86의 제원 상 0-100km/h 가속 시간은 7.7초로 명기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성능은 제원 상의 수치를 다소 밑돈다. 시승차의 엔진과 변속기 컨디션이 그다지 좋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평균적으로 8초 안팎을 기록했다. 100km/h 도달은 2단에서 이루어진다. 경량 스포츠 쿠페라고 하기에는 그리 대단한 성능이라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수동변속기와 고회전엔진 특유의 감각이 잘 살아 있다. 그 기계적인 손맛은 충분히 맛깔지다.


엔진이 들려주는 사운드 또한 감칠 맛이 있다. 일상적인 저회전 영역에서는 그저 낮게 그르렁거릴 뿐이지만 고회전 영역에 돌입하면 복서 엔진 특유의 음색과 함께 자극적인 배기음이 운전을 한층 즐겁게 만들어 준다. 이 엔진음은 사운드 크리에이터를 통해 실내로 직접 유입되어 감성적인 부분에서의 가속감을 올려준다.



조작량에 비례하여 제동력이 상승하는 브레이크의 쫀득한 조작감도 만족스럽다. 고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차를 세우기에 용이하지만 노즈가 노면에 내리 꽂히는 감각까지는 아니다.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제동 시스템 자체의 능력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 시승차인 M/T모델의 경우, 전륜에만 벤틸레이티드 디스크가 적용되어 있고 후륜에는 일반적인 디스크 브레이크가 제공된다. 제동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과격한 주행을 하며 조작량을 늘리다 보면 한계가 예상보다 조금 더 일찍 찾아오는 기분이 든다. 안전과도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이 부분은 개선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조향 계통의 조작감은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을 감은 만큼 노즈가 기민하게 움직여 준다. 특유의 저중심 설계와 53:47의 중량 밸런스 덕에 레코드라인을 따라 맹렬하면서도 안정적으로 파고든다. 상대적으로 작은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어가 쉽게 미끄러지지 않으며 최대한 그립을 유지하며 착착 따라 붙는다.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를 운행하는 동안, 마치 차와 운전자가 리벳으로 접합되어 있는 듯한 일체감을 즐기며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VSC를 노멀 모드로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 VSC를 끄고(Sport) 주행을 하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리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차동제한장치(LSD)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잃어버린 그립을 회복하기 위해 기를 쓴다. 리어가 미끄러지고 있을 때는 진동이 상당해서 운전자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이 상태에서 역방향으로 카운터 스티어를 넣어 주니 그립을 금방 회복하며 능숙하게 자세를 추스른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계적이고 역학적인 움직임들이 운전자의 손발과 척추를 통해 꽤나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러한 감각은 스티어링 휠을 쥔 손과 페달을 조작하고 있는 발에게도 예외 없이 전달된다. 이 때부터 느껴지는 일체감은 차와 운전자가 볼트와 너트로 직접 체결된 듯한 감각을 준다. 이 때부턴 본격적인 플레이 타임이다. 탄탄하면서 균형감각이 출중한 섀시와 묵직하고 손맛 좋은 조향 시스템이 주는 ´날 것´ 그대로의 감각이 잘 살아 있다.



86의 이러한 특성은 운전자가 후륜 구동 자동차의 특성을 체감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86에 장착된 작은 사이즈의 타이어는 그립 한계가 낮은데, 이 낮은 한계로 인해 더 낮은 속도 대역에서도 그립의 한계 상황을 만들어 내기가 쉬운 편이다. D-4S 엔진의 필요 충분한 출력과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이 가지는 특성도 이런 상황을 만들어주고 이해시켜주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특성은 클러치 킥 등의 후륜구동 자동차로 실행 가능한 대개의 테크닉들을 연습하기에도 용이하다.




로드 테스트 Part #3 – 연비


86의 연비는 수동변속기가 물려있는 점을 감안해도 무난한 연비를 보여준다. 단, 어디까지나 정속주행을 위주로 달릴 때에 한정된다. 이렇게 운행을 하다 보면 트립컴퓨터 상으로 시내 평균 10km/l 내외, 고속도로 평균 14km/l내외의 연비가 나온다. 그러나 테스트를 하며 과격한 주행을 했을 경우, 트립컴퓨터 상으로 7km/l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평균 연비를 보이게 된다.




사양과 가격


토요타 86은 M/T와 A/T의 두 가지 트림으로 운영된다. 시승차인 M/T에는 시프트 인디케이터, 차동제한장치(LSD), 운전석/조수석 에어백, 사이드/커튼 에어백 등의 안전사양과 MP3CDP 오디오, 수동식 에어컨, 탈착식 컵홀더, Aux 단자 등의 편의 사양이 제공된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선택사양으로 준비되어 있다. 아틀란 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TPEG 기능을 지원하고 순정오디오 시스템과의 연동이 이루어진다. 설치에는 138만 6천원이 든다. A/T 모델에는 패들시프트 기능이 포함된 자동6단 변속기, 스포츠 모드 및 스노우 모드를 지원하는 주행모드 변경 기능, 215/45 R17규격의 휠과 타이어, 전/후륜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전자동 에어컨, 디지털 속도계 등이 추가로 제공된다.



시승차인 M/T 모델의 가격은 VAT포함 3,890만원이고 A/T 모델은 4,690만원이다. 이러한 차들은 지극히 취미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가격에 관해서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부족한 편의사양과 빈약해 보이는 내장 사양에 비해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A/T 모델의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된 감이 있다.




총평


토요타 86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아날로그적인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단순하면서도 기계적인 그 감각은 마치 ´날 것´ 그대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러한 특성을 가진 자동차들일수록 그 성격은 ´하드고어´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차들일수록 운전자의 밑천을 금방 바닥나게 만든다.



그런데 기자가 경험한 86은 ´날 것´ 그대로의 즐거움을 주면서도 그렇게 ´하드고어´한 성격이 아니었다. 차의 반응은 지나치게 신경질적이지도 않고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라주었다. 그다지 까탈스럽지 않은 성격 덕에 일상에서의 운행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차의 모든 기계적 상호작용의 과정들이 착실히 운전자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충견´ 은 아니다. 오히려 86을 운전하면 할수록 항상 무언가를 더 ´배우게´ 된다. 이런 점 또한 86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래서 "드라이버와 함께 성장한다"는 토요타의 주장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성능과 주행질감 모두 인상적이며 AE86의 기본 컨셉트를 잘 담아낸 듯하다. 그래서 토요타 86은 ´AE86´의 후신을 자처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날 것´이 주는 운전의 즐거움을 일깨워 준 토요타 86,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