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과 경제성의 적절한 타협점 - 인피니티 Q70 디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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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과 경제성의 적절한 타협점 - 인피니티 Q70 디젤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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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는 지난해, 자사의 차량 명명 체계를 Q와 QX로 통합한 지 반 년이 넘었다. 인피니티는 새로운 Q명명체계를 통해 브랜드내 제품군의 통일성을 기함으로써 브랜드 방향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Q`는 인피니티에게 있어, 의미 있는 알파벳이다. 과거 인피니티의 플래그십 세단의 이름이 다름 아닌 Q였기 때문이다. Q세단은 본래 일본 내수 시장에서 `닛산 시마`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던 차종이었고, 2001년부터 생산된 3세대 모델(F50)이 국내에도 정식 수입되었었다. 현재, 일본 내수용의 닛산 시마는 인피니티 M(내수명 `닛산 푸가`)의 차체를 연장하고 뒷좌석 편의사양을 강화한 모델로 대체되었다.




인피니티 M은 상위 모델인 Q45가 단종됨에 따라, 자연스레 플래그십의 위치를 대신하게 되었다. 중형급 세단이면서 플래그십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인피니티가 Q 명명체계를 도입하면서 인피니티의 허리를 담당하던 중형 세단 M은 `Q70`으로 그 이름을 고쳐 달았다.




인피니티 Q70은 명명체계가 바뀌기 전인 M 시절부터 디젤 모델을 운영해 오고 있었다. 르노의 3.0리터 V9X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한 인피니티 Q70 디젤. 단순히 국내 수입차 시장이 보이고 있는 디젤 세단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모델일까? 아니면 고성능을 지향하는 인피니티의 브랜드 이미지에 충분히 걸맞은 모델일까? 인피니티 Q70 디젤 모델을 시승하며 그 진가를 알아 본다.





Q70의 외모는 4세대 M세단으로 등장했을 때와 다른 점이 없다. 얼굴과 옆구리는 여전히 육감적이고 볼륨감이 있다. 쉴새 없이 굽이치는 곡면들은 우람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표출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인피니티는 항상 강력한 성능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외모에서부터 고성능의 이미지를 심으려 들지는 않는다. Q70 디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각종 `스포츠` 패키지로 잔뜩 멋을 부려대는 독일 세단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좀 더 꾸며줄 필요는 있을 듯하다. 스포츠 패키지로 치장한 독일 세단들, 그리고 이들의 방식을 따라가고 있는 렉서스에 비해서도 다소 수수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가솔린 모델처럼 좀 더 공격적인 모양새의 범퍼를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실내 디자인은 인피니티 특유의 맛이 묻어 나온다. 중앙의 불쑥 솟아 오른듯한 센터페시아, 날개와 같은 형상으로 만들어진 좌우 대시보드, 특유의 개성적인 디자인을 갖춘 스티어링 휠과 조그마한 기어노브 등에서 그 개성을 찾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손에 `쏙`하고 들어와서 `착`하고 감기는 느낌이 좋다. 손의 크고 작음에 관계 없이 편하게 쥘 수 있다. 또한 적당히 가벼운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전후상하로 4방향 전동조절 기능을 갖추었다. 패들시프트가 마련되지 않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계기류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불필요한 장식적 요소가 배제된 느낌이고, 시인성이 좋은 편이다. 시승차에 탑재된 BOSE 사운드 시스템은 만족스런 음색을 보인다.





Q70의 앞좌석은 안락한 운행에 중점을 두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격한 운전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보통 이상으로 잡아주는 재주가 있다. 앞좌석은 양쪽 모두 요추받침 포함 10방향 전동조절 기능 및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의 공간은 넉넉하다. 머리 및 다리 공간에 충분한 여유가 있다. 평균적인 성인 남성이 승차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공간이다. 트렁크 용량은 450리터로, 동급 세단에 비하면 다소 적은 편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Q70 디젤은 르노의 3.0리터 V9X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한다. 이 엔진은 르노의 중형 세단, 라구나의 쿠페형 모델인 라구나 쿠페에 사용되어 처음 알려졌다. 최고출력은 238마력/3,750rpm, 최대토크는 56.1kg/1,750~2,500rpm이다. 이 엔진과 합을 이루는 변속기는 자트코의 자동 7단 변속기.



Q70 디젤은 정차 시 엔진 소음이 차내로 유입되는 정도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진동의 유입량은 은근히 큰 편이다. 스티어링 휠로 엔진의 잔 진동이 제법 들어 온다. 하지만 주행 중에는 이러한 잔 진동은 크게 줄어든다. 주행 중의 소음 역시 정숙한 축에 든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감각에 가깝다. 하지만 물침대처럼 대책 없이 무른 느낌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은근히 탄탄한 느낌이 있는데다, 고속 영역에서도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안정감을 선보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가속을 시작하면 덩치에 맞지 않은 경쾌한 발놀림과 함께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낮은 음색이지만 독특한 감성이 느껴지는 V9X 디젤 엔진의 사운드도 가속의 흥분을 고취시킨다. 7단 변속기는 엔진의 페이스에 맞춰 바쁘게 움직인다. 1단에서 40km/h, 2단에서 80km/h, 3단에서 100km/h를 차례차례 마크해 가며 0-100km/h 가속을 7초 만에 해치운다. 7단 자동 변속기의 반응 속도는 무난한 편. 평상시에는 부드러운 반응을 보여주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반응이 한 템포 빨라지는 느낌을 준다.



Q70 디젤은 특유의 사운드와 함께 가뿐하고 시원스런 느낌을 주는 가속감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가속 내내 느껴지는 가벼운 발놀림은 Q70 디젤이 가진 1,845kg의 공차중량과 4,945mm에 달하는 차체 길이를 쉬이 잊게 만든다.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뿐만 아니라, 추월 가속에서도 호쾌한 가속감을 전달해 준다.



코너에서도 Q70 디젤은 고성능을 지향하는 자신의 색깔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굽이치는 코너를 향해 달려들다 보면 차가 가진 덩치와 중량을 한 번 더 잊게 만들어 준다. 닛산의 프론트 미드십 플랫폼에서 태어난 차체는 균형감이 우수하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 균형이 잘 잡힌 차체는 격한 제동에서도 쉽사리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경우, 조작감은 상당히 가벼운 축에 속하지만 반응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다. 손질이 잘 된 느낌을 주는 섀시는 격한 제동과 가속, 코너로의 돌입과 탈출에서 운전자를 짠하게 자극해주는 재주가 있다. 스티어링 휠을 감은 만큼 예리하게 고개를 척척 돌려주며, 뒷 부분도 그에 맞춰 발 빠르게 따라와 준다. 제동력 또한 충분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만큼 충실하게 작동해주기 때문에 격한 운전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세단은 성능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의 능력 역시 중요하다. 특히 디젤 세단이라면 연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1.7km/l, 도심 10.1km/l, 고속도로 14.5km/l로 등록되어 있다. 실제 운행하면서 기록한 실제 연비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다소 높은 결과가 나왔다. ECO모드를 적극 활용하여 경제 운전에 초점을 맞춰 운행했을 때, 도심에서는 10km/l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고속도로에서는 16km/l에 근접한 연비가 나왔다. 연비에 관계 없이 편한 대로 운행하다 보면 도심에서는 9km/l내외, 고속도로에서는 13km/l를 조금 웃도는 결과가 나왔다.



Q70 디젤은 VAT 포함 6,270만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이는 다른 독일 세단들의 2리터급 모델에 준하는 가격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독일 세단들과 비교하자면 경제적인 부분에서 부족하지만 성능과 사양으로는 충분히 앞선다. 3리터급 디젤 엔진을 얹은 독일 세단은 7~8천만원 대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이들의 제원 상 성능은 Q70 디젤을 다소 앞선다. 하지만 그에 준하는 성능을 가진 모델을 훨씬 낮은 가격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이야기로 들려온다.



인피니티 Q70 디젤을 경험하고 나면 단순히 디젤 세단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모델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타면 탈수록 고성능을 지향하는 인피니티의 브랜드 이미지에 합당한 디젤 세단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경제성을 위해 성능을 양보하기 보다는 성능과 경제성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결과물에 가깝다. 인피니티가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고성능`을 만족함과 동시에 경제성까지 챙겼다. 또한 부족하지 않은 편의 사양과 동급 독일 세단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은 Q70 디젤의 매력을 더욱 끌어 올려 준다. 인피니티가 추구하는 `고성능`과 디젤 엔진의 경제성이 적절하게 타협된 Q70 디젤. `고성능`에 대한 인피니티의 고집을 좀 더 합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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