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보다 편안함을 - 포드 토러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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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보다 편안함을 - 포드 토러스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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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러스는 1980년대에 포드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으로 태어나 캠리나 어코드 등의 쟁쟁한 라이벌들을 위협했었다. 그러나 상품성 악화로 인해 2007년을 끝으로 자동차 역사의 한 구석에 묻혀버릴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1년만에 파이브-헌드레드의 자리를 대신하는 대형세단으로 부활했다.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그 명암 역시 뚜렸했다. 그래서 새로운 토러스를 살펴보기 전에, 토러스의 그 굴곡진 이력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 보고자 한다.



1980년대 중반, 30억불을 투자하여 개발을 시작한 토러스는 1986년, 포드의 중형 세단이었던 `LTD` 세단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했다. 토러스는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 등과 경쟁하기 위해 경쟁차종을 철저히 연구했다. 1986에 시장에 본격적으로 데뷔하게 된 토러스는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은 물론, 독일 및 일본 브랜드와의 경쟁을 위해 편의 사양을 넉넉하게 구비했다. 또한 벤치형 앞좌석을 도입하여 미국인들의 입맛을 정확히 겨냥했다. 여기에 2.5리터 4기통 엔진, 3.0리터 및 3.8리터 급의 V6엔진을 장착했다.



당시 포드는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어서 토러스의 실패가 파산 보호 신청으로 직결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의 입맛을 정확히 겨냥한 토러스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재정난에 빠졌던 포드를 극적으로 회생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후 토러스는 92년, 초대 모델을 마이너 체인지한 2세대 모델을 내놓았고 96년에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3세대 모델을 내놓았다. 3세대 토러스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디자인 때문에 중형 세단 판매 1위 자리를 라이벌들에게 빼앗기게 됐다.



2000년도부터 생산이 시작된 4세대 모델은 3세대 모델의 마이너 체인지 버전이었다. 평가가 좋지 못했던 3세대 모델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좀 더 보수적인 스타일로 고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품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라이벌들과 가격을 맞추기 위해 보다 저품질의 부품을 사용했고 넉넉했던 기존의 편의 사양을 대폭 삭제했다. 이는 상품성의 악화로 이어져, 결국 2007년을 끝으로 단종되는 운명을 맞는다. 이후, 선대 토러스가 맡았던 중형 세단의 자리는 퓨전이 맡게 되었다. 4세대 모델은 우리나라의 경찰 고속도로 순찰대에 400여대가 배치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곧 잊혀질 이름이 될 것만 같았던 토러스는 다시 부활하게 된다. 포드의 새로운 대형 세단인 파이브-헌드레드의 페이스 리프트 및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해 되살아나게 된다. 과거 심각한 재정 위기에 몰렸었던 포드를 되살렸다는 상징성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상품성의 강화도 있었다. 기존의 파이브-헌드레드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을 해결하고 디자인을 개선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음 해인 2009년, 토러스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파이브-헌드레드를 완전히 밀어내고 풀사이즈 급의 대형 세단으로 거듭났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과 한층 높아진 품질감, 합리적인 가격 등이 맞물려, 새로운 토러스는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토러스는 2012년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시승차는 2.0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이 적용된 리미티드 모델이다.



2012년에 한 차례의 페이스 리프트를 거친 토러스는 그 인상이 퓨전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육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역사다리꼴 헤드램프에서 그러한 느낌이 두드러진다. 핸섬한 축에 속했던 초기 모델에 비해 호불호가 다소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은 포커스와 퓨전을 위시한 포드의 새로운 패밀리룩에 따른 것으로, 브랜드 내의 통일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 리프트는 전면의 인상을 바꾸는 데에 집중된 듯하다. 측면에서 후면으로 넘어올수록, 기존 모델과의 차이점을 찾아내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변경점이 아주 없지는 않다. 테일램프는 LED로 변경되었고, 후면 볌퍼의 디자인도 약간의 손질이 들어갔다.




기나긴 차체와 거대한 덩치는 대륙적인 기질을 타고난 미국 세단임을 느끼게 해 준다. 시승차인 리미티드 2.0 에코부스트 모델에는 255/45 R19규격의 타이어와 프리미엄 19인치 휠, 크롬 도금된 아웃사이드 미러 등이 적용 되어 있다.




인테리어의 전반적인 형태는 기존 모델과 큰 차이는 없다. 몇 가지 부분만 제외하면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는 대시보드 디자인도 그대로다. 하지만 여러 부분들이 변경되었다. 특히 스티어링 휠, 계기판, 그리고 센터 페시아 주변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또한 기존의 큼지막한 자동변속기 레버도 토글식 수동 변속기능이 포함된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의 경우, 기존의 커다란 4스포크 타입에서 퓨전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3스포크 타입으로 변경되었다. 크기는 작은 편이며 림이 가늘다. 열선 기능 및 전동 틸팅/텔레스코픽 기능을 지원한다. 계기류 역시 변경되어 퓨전과 같은 계기판을 사용한다. 스티어링 휠 좌우에 마련된 컨트롤러를 사용하여 좌우 디스플레이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점 역시 같다.



센터페시아에는 퓨전에서 선보였던 8인치 모니터 및 터치 컨트롤 패널이 적용되어 있다. 버튼이라곤 8인치 모니터 하단에 손톱만하게 자리잡은 비상등 스위치뿐이다. 8인치 모니터에 나타나는 인터페이스는 깔끔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하지만 한글화가 전혀 이루어져있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지니 맵을 사용하며, 스티어링 휠 우측 스포크 상단에 마련된 컨트롤러를 이용하여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



토러스의 앞좌석은 요추 받침을 포함한 12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과 통풍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운전석의 경우, 페달의 거리까지 조절 가능하며, 2개의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좌석의 착좌감은 안락함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가족형 세단의 그것이다. 시트의 포지션은 다소 높은 편이다. 시승차인 토러스 리미티드 2.0 에코부스트 모델부터는 `멀티 컨투어`라는 이름의 마사지 기능이 적용된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사지 기능이라 하기에는 에어쿠션의 압력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뒷좌석 공간은 풀-사이즈 세단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넓고 쾌적하다. 푹신한 착좌감의 좌석을 갖고 있으며 머리, 어깨, 다리의 모든 공간에서 여유가 있다. 가족형 세단임을 감안하면 편의장비도 넉넉한 편이다. 좌우 모두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트렁크는 무려 569리터에 달해, 그야말로 `광활`하기 그지없다. 바닥은 깊고 넓으며 전후 길이도 길다. 트렁크 하부에는 근래에 보기 드문 풀사이즈 스페어 타이어가 타이어 교환 설명서와 함께 비치되어 있다. 또한 뒷좌석의 등받이를 6:4 비율로 폴딩할 수도 있어, 더욱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토러스 2.0 에코부스트 리미티드 모델은 포드의 2.0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사용한다. 2.0 에코부스트 엔진은 기존에 포드가 사용하던 3.0리터급의 듀라텍 V6 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출력은 243마력/5,500rpm이고 최대토크는 37.3kg.m/3,000rpm이다. 이 엔진은 퓨전, 이스케이프는 물론, 풀사이즈 SUV인 익스플로러에도 사용된다. 변속기는 퓨전과 같은 자동 6단 셀렉트시프트 변속기가 탑재되어 있다.



5,155X1,935X1,545mm의 전장X전폭X전고를 가진 토러스는 1,890kg의 중량을 가지고 있다. 이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는 것은 2.0리터급의 에코부스트 엔진이다. 하지만 운행 중 출력 부족을 느끼기는 어렵다. 저회전 토크가 강한 엔진은 집채만한 덩치를 부드럽게 움직여 준다.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1.9톤에 달하는 중량을 실감하기는 어려운 편이다. 덩치에 비해 은근히 가벼운 느낌이 든다. 가속 페달을 밟아 엔진을 다그치면 퓨전에서 들을 수 있는 또렷한 사운드와 함께 가속이 시작된다. 박력 있는 느낌을 주는 사운드는 2.0 에코부스트 엔진에서 가장 만족스런 부분이다. 실제 가속 능력 역시 만만치 않다. 거대한 덩치에 2.0리터 엔진을 얹고 있는 토러스는 0-100km/h 가속을 8초 정도에 끝낸다. 100km/h는 3단에서 나오고 최대 속도인 180km/h에 다다르기도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고속에서의 직진 안정성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승차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부드러운 하체 때문에 차체가 쉴 새 없이 넘실댄다. 곡선 주로로 넘어가면 차의 덩치와 무게를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다. 완만한 곡률의 고속 코너에서부터 롤링이 크게 느껴진다. 곡률이 큰 저속 코너에서는 둔중하고 불안한 몸놀림을 보인다. 느슨한 조향체계 때문에 앞 부분은 굼뜬 반응을 보이고, 느슨한 섀시 때문에 뒷 부분이 따라오는 속도도 느리다. 차체의 전반적인 균형감도 아쉬운 부분이다. 고속에서의 급제동에서 뒷 부분의 움직임이 불안하게 느껴진다. 토러스의 본질은 박진감 있는 달리기가 아니라, 전적으로 일상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계까지 달려나가는 스포츠세단이 아니다. 일상을 덜 불편하게 해줄 수 있는 차를 지향한다. 토러스는 넓은 공간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대다수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은 확실히 충족한다. 그렇다. 토러스의 매력은 일상적인 부분들에서 찾을 수 있다. 토러스가 가진 매력을 세 가지로 압축하자면 첫째는 정숙성, 둘째는 안락한 승차감, 그리고 셋째는 넉넉한 공간 구성이다.



정숙한 가솔린 파워트레인과 비교적 꼼꼼한 N.V.H 대책 덕에, 토러스는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다. 특히 저회전 구간의 소음 억제가 잘 되어 있어, 일상적인 운행에서 만족감을 높여준다. 이와 더불어 부드러운 하체는 노면의 요철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공사 등으로 상태가 좋지 못한 노면에서도 안락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넉넉한 공간 구성, 특히 569리터에 달하는 트렁크 공간은 승용 세단 중 가히 최대 수준. 하지만 일상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들자면 `연비`다. 대형차면서 2.0리터 엔진을 채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도 연비가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복합모드 기준 10.4km/l. 도심은 8.8km/l, 고속도로는 13.3km/l이다. 실제 운행하면서 연비를 측정했을 때, 도심은 6km/l를 돌파하기가 어려웠고, 고속도로에서도 12km/l를 넘기기 어려웠다. 특히 도심에서는 혼잡도가 심해지면 4km/l대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시승차인 리미티드 2.0 에코부스트 모델의 가격은 VAT 포함 4,500만원. 기본 사양인 SEL 2.0 에코부스트 모델의 경우, 3.920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그 외에는 3.5리터 V6엔진을 기반으로 트윈터보를 얹어 370마력의 출력을 자랑하는 고성능 버전, `SHO` 모델도 준비되어 있다. SHO 모델의 가격은 5,14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포드 토러스는 안팎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에 미국식 풀-사이즈 세단의 넉넉한 공간구성과 안락함을 갖춘 세단이다. 넉넉한 편의 사양과 체급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다. 연비나 주행 질감, 품질감 면에서는 분명 부족한 점이 있지만, 일상에서는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즐거움 보다 편안함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면 토러스는 진지하게 고려해 볼만한 세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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