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크로스오버 SUV의 내공 - 토요타 RAV4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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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크로스오버 SUV의 내공 - 토요타 RAV4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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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RAV4는 자동차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모델이다. 토요타 코롤라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RAV4는 당시에는 승용차에서만 쓰였던 모노코크 구조를 최초로 적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로써 RAV4는 오늘날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고 있는 `크로스오버 SUV`의 시발점이 되었다. 승용차의 안락한 주행질감과 SUV의 편의성을 모두 갖춘 RAV4는 1994년, 출시 이후 미국 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RAV4는 2013년부터 판매를 개시한 4세대 모델. RAV4를 직접 만나며 크로스오버 SUV의 원조가 가진 내공이 어떠한 지를 짚어본다.





토요타 RAV4의 외관은 최근 달라진 토요타의 디자인 경향을 드러낸다. 전반적으로 무난했던 기존 모델에 비해 토요타의 색채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느낌이다. 캠리를 닮은 듯한 눈과 벤자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테일 램프 등에서 그러한 점들이 보인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토요타의 자동차`라는 것이 느껴진다. 휀더 아래는 무광 검정색 마감으로 감싸, 터프한 티를 내기 위한 노력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미지는 역시 도심형 SUV에 가깝다.





실내는 간단하고 명료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실용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 필요한 것들은 전부 갖추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알아보기 쉬운 직관적인 실내 구성은 처음 타는 운전자도 별다른 위화감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또한 군데군데 자잘한 수납공간을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조수석 앞에 위치한 큼지막한 용량의 선반, 센터터널 아래에 마련된 2개의 컵홀더와 독특한 삼각형 소물함 등이 있다.





스티어링 휠은 잡기 편하고 수동식 틸트/텔레스코픽 기능 및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림의 굵기는 적당한 편이고 조작감도 적당히 가벼운 느낌을 준다. 계기판은 단순한 구성 덕분에 시인성이 좋다. 중앙의 7인치 모니터는 다른 토요타 모델들과 같은 터치 인터페이스로 이루어져 있다. UI의 디자인은 컬러만 다를 뿐, 렉서스의 것과 동일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RAV4의 앞좌석은 안락한 운행을 위한 부드러운 착석감을 지니고 있다. 운전석은 요추받침 포함 10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조수석은 전동 조절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 뒷좌석 역시 안락한 편이다. 또한 바닥이 평탄하고 여유로운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 거주성에서 나무랄 곳 없다. 레버를 이용해 등받이 각도를 3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뒷좌석의 머리받침은 접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후방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준다.



트렁크 용량은 뒷좌석 선반을 제거한 상태에서 1,087리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2,078리터로 늘어난다. 이는 주요 경쟁상대인 혼다 CR-V나 포드 이스케이프보다 큰 용량이다. 선반을 제거한 기본 용량에서는 닛산 로그에 비해 25리터 정도 부족한 용량이지만, 뒷좌석을 모두 접은 경우는 96리터 가량이 더 큰 용량을 가지고 있어, 동급 SUV들 중에서는 최대급의 트렁크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RAV4는 2AR-FE 계열의 직렬 4기통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있다. 전륜구동 모델과 시승차인 AWD모델 모두 이 파워트레인이 올라간다. 2.5리터 엔진은 179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23.8kg.m/4,1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가속감은 맹렬하지도 답답하지도 않은 무난한 느낌. 필요 충분한 출력과 토크를 지닌 엔진과 부드러운 반응을 보이는 6단 자동변속기의 궁합은 자연스런 느낌으로 나타난다. 정시 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은 꾸물거림 없이 착착 진행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평균적으로 10초 중반 대를 기록한다. 고속 영역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는 가속감 역시 만족스런 부분이다. 부드러운 감각의 가솔린 파워트레인이 보여주는 기본기는 예사 수준이 아니다.



RAV4는 상대적으로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형 SUV 못지 않은 쾌적한 운전 환경을 제공한다. 우수한 수준의 정숙성을 가진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부드러운 회전질감은 물론, 진동이 잘 억제되어 있어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불쾌감이 적다. 두 번째는 부드러운 승차감. 부드러운 하체는 도심의 포장도로는 물론 시골의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에서도 노면의 잡다한 요철을 융통성 있게 걸러준다. 그러나 이 부드러운 하체는 고속에서의 차체 안정성을 다소 저하시키는 측면이 있다.



RAV4의 섀시는 의외로 탄력이 있는 감각이다. 무거운 4륜 구동 시스템을 품고 있는 SUV인데도 불구하고 발놀림이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다. 급격한 코너에서는 부드러운 하체와 SUV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지만 완만한 코너에서는 안정감 있게 노면을 쥐고 돌아 나간다. 제동 능력은 무난한 수준. 페달을 밟는 만큼 뻗어 나오는 제동력은 RAV4를 안정적으로 세워준다.



온로드에서 무난한 실력을 보여준 RAV4는 오프로드 역시 무난하게 통과한다. RAV4의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은 저속 기어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접지력이 충분치 못한 비포장 도로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4륜 구동으로 고정할 수 있는 기능 역시 갖추고 있어, 운전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노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2.5리터의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RAV4는 배기량에 비해 우수한 수준의 연비를 보인다. 공인 연비는 도심 9.2km/l, 고속도로 11.8km/l, 복합 10.2km/l다. 시승을 하며 트립 컴퓨터로 기록한 평균 연비는 원활한 도심 9.0km/l, 혼잡한 도심 7.4km/l, 고속도로 13.8km/l까지 기록했다. 토요타 RAV4는 전륜 구동사양과 시승차와 같은 AWD 사양의 두 가지 모델로 운용되고 있다. VAT 포함 가격은 전륜 구동 3,180만원, AWD 3,760만원이다.



크로스오버 SUV의 원조, 토요타 RAV4를 경험하게 되면 `원조`의 내공을 실감할 수 있다. 일견 투박해 보이지만 꼼꼼하게 만들어져 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구성은 토요타의 차 만드는 실력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부드럽고 자연스런 주행 질감은 운전자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가족용 자동차로서 RAV4 만한 실력과 가격을 갖춘 SUV는 손에 꼽는다. 승용차의 주행질감과 SUV의 편의성이 실로 적절하게 양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2.5리터의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리터 중형 세단 수준의 연비를 보이는 점 역시 RAV4의 매력을 더 높여주는 부분이다. 원조의 내공을 가감 없이 보여준 RAV4. 탄탄한 기본기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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