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탈을 쓴 골프 - 폭스바겐 티구안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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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의 탈을 쓴 골프 - 폭스바겐 티구안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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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티구안은 폭스바겐의 컴팩트 SUV로서, 출시 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재작년에 한 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티구안은 지난 해 하반기, 골프 및 파사트와 함께 폭스바겐 코리아의 판매량을 선두에서 견인했다. 폭스바겐의 역군인 컴팩트 SUV, 티구안을 만나보았다.





티구안의 외모는 한 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기존의 전면 디자인보다 훨씬 통일성이 있고 인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전면 디자인은 2세대 투아렉과 비슷한 느낌으로 변화되어, `작은 투아렉`을 연상하게 만든다. 후면 디자인 역시 최근 폭스바겐 모델들이 보이는 일련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작고 균형 잡힌 몸집도 당돌하고 암팡진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요소다.




시승차인 티구안 R-Line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R 뱃지와 함께, R-Line 모델을 위한 전용 보디킷, 차체와 동일한 색상의 측면 마감 및 크롬 띠, 그리고 255/40 R19규격의 던롭 타이어와 전용 19인치 휠로 멋을 부렸다.




인테리어는 아래 위로 두 개씩 뚫린 에어컨 송풍구와 위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는 센터 페시아, 그리고 뒷좌석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마 썬루프가 인상적으로 남는다. 전반적인 인테리어 구성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단순하고 기능적인 면모가 부각되어 있다. R-Line 패키지에 포함된 비엔나 가죽 마감 등이 눈에 띈다.



스티어링 휠은 작고 아담한 사이즈에, 가느다란 림 굵기를 가지고 있어, 손에 쏙 들어오는 느낌을 주며, 손의 크기에 관계 없이 편하게 잡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 하단에는 R 뱃지가 붙어 있고, 양쪽에는 핸즈프리 기능과 오디오 리모컨, 크루즈컨트롤 조작부 등이 자리한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7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 차량 설정, 오디오, 라디오 등의 기능을 모두 묶어 놓았다. 계기판도 지극히 단순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0~20km/h까지는 눈금 당 5km/h, 20~240km/h까지는 눈금 당 10km/h로 스케일이 다르게 만들어져 있다.



비엔나 가죽으로 마감된 티구안의 좌석은 대체로 적당히 단단한 착좌감을 보인다. 격한 운전 상황에서도 적당히 몸을 잡아주는 재주도 있다. 운전석은 8방향 전동 조절 기능과 4방향으로 움직이는 전동식 요추받침이 포함되어 있다. 조수석은 시트의 조절을 모두 수동으로 해야 한다.




뒷좌석은 차의 크기에 비해 실용적인 공간을 확보했다. 성인 남성이 승차해도 머리 공간과 다리 공간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470리터로 넉넉한 양을 제공한다. 돌출부가 거의 없어,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1,510리터의 공간이 확보된다.



국내에 수입되는 티구안의 파워트레인은 2.0리터 TDI 디젤 엔진과 자동 7단 DSG 변속기 구성의 한 가지뿐이다. 2.0리터 TDI 디젤 엔진은 140마력/4,200rpm의 최고출력과 32.7kg.m/1,750~2,5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여기서 만들어진 힘은 폭스바겐의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으로 이어진다.



시동 초기의 정숙성은 체급을 감안해도 부족한 느낌이 든다. 최근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디젤 엔진의 정숙성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비교적 크게 들어 오는 편이다. 일정 시간 후 조금은 잔잔해지지만 정숙함이나 쾌적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승차감은 다소 부드러운 편이다.


가속력 테스트를 시도했다. 1단에서 35km/h를 넘자, 2단으로 넘어가고 2단에서 65km/h를 지나면 3단으로, 3단에서 95km/h를 넘을 때쯤 4단으로 변속되고 나서야 100km/h를 돌파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10.2~4초 사이. 가속감은 경쾌하기는 하나, 정력적이지는 못하다. SUV의 차체에, 4모션까지 물려있어 1,769kg에 이르는 공차중량을 지닌 점이 원인인 듯하다. 또한 7단 DSG는 변속 속도나 질감에 있어서 기존의 6단 DSG에 비해 둔한 반응을 보이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딱히 인상적인 성능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면에서는 적당한 순발력을 제공한다. 고속에서의 차체 안정성은 좋은 편.



티구안 R-Line이 가진 스포츠 서스펜션은 아쉬웠던 가속감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 준다. 몸무게에 맞지 않게, 암팡진 몸놀림을 보여준다. 탄탄한 느낌을 주는 차체와 하체, 그리고 4모션 시스템은 티구안의 주행질감을 큰 폭으로 높여준다. 스티어링 휠을 감아 돌렸을 때, 앞부분의 반응은 SUV답지 않게 기민하며, 뒷부분의 영민함은 해치백과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체는 시종일관 기민하고 똘똘한 반응을 보이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 나간다.


브레이크의 성능도 만족스런 편이다. 제동력은 밟는 양에 정비례하듯 상승하며, 내리막 길에서도 안정감 있게 차를 세울 수 있다. 오프로드에서의 성능은 크로스오버 SUV로서 필요 충분한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공인연비는 도심 12.5km/l, 고속도로 15.7km/l 복합 13.8km/l다. 실제 운행하며 트립 컴퓨터를 통해 확인한 평균연비는 도심(혼잡, 원활) 9.5km/l, 12.0km/l를 기록했고, 고속도로에서는 18km/l에 달하는 연비를 보였다. 이 급의 SUV로서는 경쟁력 있는 연비라 할 수 있다.


폭스바겐 티구안을 시승하면서 문득 떠올랐던 또 다른 차가 있다. 바로 같은 집안에서 만들어지는 `골프`였다. 주행 내내 보여준 탄탄하면서도 야무진 감각은 골프의 그것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티구안도 골프의 피가 흐르고 있다. 티구안은 폭스바겐 그룹의 A5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이 플랫폼을 토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차 중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5,6세대 골프이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모델은 아우디 Q3, 폭스바겐 시로코 등이 있다.



그렇다면 티구안은 단지 `SUV의 탈을 뒤집어 쓴 골프`에 불과한 것일까? 기자가 내린 답은 `예스`다. 그러나 SUV의 탈을 쓴 골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골프`와 `SUV`라는 두 가지 큰 특징이 결합된 흥미로운 차라고 할 수 있다. 골프의 탄탄한 질감과 SUV의 실용성이 절묘하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승차인 R-Line의 가격은 다소 높게 느껴진다. 티구안은 컴포트, 프리미엄, R-Line의 세 가지 모델로 운영되는데, VAT 포함 가격이 각각 3,860만원, 4,510만원, 4,860만원이다.


골프의 기본기와 SUV의 실용성이 결합된 티구안. 경험할수록 매력 있는 야무진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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