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넘나드는 가치 - 쌍용자동차 렉스턴W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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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넘나드는 가치 - 쌍용자동차 렉스턴W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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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처음 등장한 렉스턴은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길을 거친, 컨셉트카를 방불케 하는 디자인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보편적인 SUV 디자인의 통념을 뒤흔든 그 파격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키며, 산업자원부에서 수여하는 `굿디자인`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고급 세단에 적용되었던 각종 편의사양을 대량 채용하는 한 편, 메르세데스-벤츠 OM662엔진으로 무장하고, 대한민국 광고사에 길이 남을 `대한민국 1%`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한민국 SUV의 고급화를 이끌어 온 장본인이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12년, 쌍용자동차는 부산 모터쇼에서 `렉스턴W`라는 이름의 세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발표하며, 렉스턴의 포지션을 싼타페, 쏘렌토와 경쟁하는 중형 SUV의 자리로 한 단계 내려왔다. 안팎의 디자인을 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손질하고, 유로5 규정을 만족하는 2.0리터의 직렬 4기통 eXDI-200 LET엔진으로 교체하였고, 스마트키 시스템을 채용하였으며, 2013년에는 6단 수동변속기 사양인 매니아 사양도 출시되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쌍용차 60주년을 기념한 특별 모델, `60소 어드벤처 에디션`을 더했다. 시승한 렉스턴W는 라인업 최고급 사양으로 꾸며진 `노블레스` 모델이다. 가격은 VAT포함 3,825만원.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초대 렉스턴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당대의 SUV들이 선보인 디자인에 비하면, `상식`이 아닌 `상상`에 가까웠던 렉스턴의 디자인은 20세기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으로도 일컬어지는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작품. 그의 손길로 빚어진 파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은 렉스턴의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현재의 렉스턴W는 `상상`보다는 `상식`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이전의 미래적 감각보다는 현대적인 감각에 더 충실해졌다. 데뷔한 지 10년을 넘겼으나, 워낙 미래지향적 외형을 하고 있었던 만큼, 시장의 요구에 크게 부족하지는 않은 외관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렉스턴W는 디테일에 대한 개수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어,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 범퍼, 사이드 스커트,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등의 형상과 구성이 변경되었다. 이로써 보다 젊은 감각으로 변모했다. 전장 X 전폭 X 전고는 4,755 X 1,900 X 1,840 mm, 휠베이스는 2,835mm다. 최저지상고는 208mm이며, 접근각은 27.8도, 램프각은 22.5도, 이탈각은 26.7도이다.




헤드램프는 보다 날렵한 형상으로 변경되었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보다 섬세해진 디자인으로 변경되었으며, 범퍼는 승용 세단과도 비슷한 감각으로 마무리되었다. 리어콤비네이션 램프는 LED 램프가 적용되어 있다. 왼쪽 C필러 옆에 붙어 있는 큼지막한 `W` 뱃지는 다분히 장식적인 요소. 과거 유행했던 플립업 글라스도 적용되어 있다. 휠은 18인치의 스퍼터링 알로이 휠을 사용하며, 타이어는 255/60 R18 사양을 사용한다. 외관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헤드램프. 제논 헤드램프의 채용이 비교적 일반화된 시장 상황에서 여전히 프로젝션 램프를 채용하고 있다.



렉스턴W로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되면서 실내의 디자인도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구성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외관만큼 떨쳐내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버튼과 다이얼,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이르는 조작부 전반에 손을 댔지만, 다소 투박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직경이 큰 스티어링 휠은 대부분의 쌍용차들이 적용하고 있는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상하를 우드그레인으로 처리한 점이 다르다. 열선 기능을 지원하는데, 가죽으로 마감된 부분에만 적용되어 있다. 좌우에는 변속 버튼이 붙어 있고, 좌측에는 오디오 리모콘, 우측에는 핸즈프리 컨트롤러가 위치하며, 오른쪽 뒤편에는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기 위한 별도의 레버가 위치한다. 계기판의 색상 및 디자인은 코란도 시리즈와 유사하나, 연비 측정 기능이 없는 트립컴퓨터 등에서 렉스턴이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센터페시아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조작부가 눈에 들어 온다. 지니 맵을 사용하는 내비게이션과 완전히 통합되어 있는 중앙 디스플레이에는 전화, 멀티미디어, DMB 등의 기능을 한 데 모았다. 렉스턴의 인테리어에서 아쉬운 점은 변속 레버 앞의 2연장 컵홀더다. 직경이 작고, 상하단의 직경이 서로 다른 용기를 수납하게되면, 용기의 상단이 센터페시아에 간섭을 일으키는 등, 기능 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앞좌석은 비교적 널찍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부드러운 착석감을 느길 수 있다. 5단계로 조절되는 열선 기능을 지원하며, 운전석 8방향, 조수석 4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운전석에는 레버식 요추받침이 내장되어 있으며, 3개의 메모리 기능이 포함된다. 하지만 착좌부의 도어 패널과의 간격이 짧아, 조절 기능을 사용할 때, 다소 불편함이 있다. 2열 좌석은 만족스러운 부분으로, 부드러운 착석감은 물론, 등받이의 각도를 앞좌석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다. 열선 기능도 마련되어 있으며, 공간은 현대적인 기준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7인승 SUV의 전성시대에 등장했었던 렉스턴은 현재도 3열 좌석을 지니고 있다. 3열 좌석은 성인이 승차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



렉스턴W는 일반적으로 3열 좌석을 접은 상태에서 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열 좌석을 펼쳤을 때 트렁크 공간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좌석을 모두 펼친 상태에서는 수치 상으로 총 248리터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3열 좌석을 사용하는 빈도가 적은 점을 의식했는지, 3열 좌석을 접고 난 자리에 별도의 카페트까지 마련되어 있으며, 이 때의 용량은 총 1,112리터의 공간이 확보된다. 3열 좌석을 접은 상태에서는 가족용 SUV로서 일말의 손색 없는 짐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2열 좌석은 더블폴딩까지 가능하다. 이 기능은 2열 좌석의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3열 좌석으로의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2열과 3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2,488리터에 달하는 공간이 형성된다.



렉스턴은 유로5 규정을 만족하는 2.0리터의 직렬 4기통 eXDI-200 LET엔진과 메르세데스-벤츠 제(製)의 5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되어 있다. eXDI-200 LET엔진의 최고출력은 155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36.7kg.m/1,500~2,800rpm이다. 시승차인 노블레스 모델에는 전자식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렉스턴은 태어났을 때부터 고급 SUV를 지향해 온 만큼, 정숙성과 쾌적함 면에서는 만족스런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링 및 주행 중의 소음과 진동이 수준급으로 억제되어 있으며, 쾌적한 느낌을 받는다. 승차감은 부드럽고 안락하여, 고급 SUV를 지향하는 렉스턴의 성격을 드러낸다. 여전히 프레임-온-바디 구조를 사용하고 있어, 충격을 강하게 받아내는 경향이 있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이를 적절하게 상쇄시킨다. 이러한 성격은 도심 주행에서도,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운전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기지 않는다.



eXDI-200 엔진의 가속력은 2톤에 육박하는 렉스턴W의 체중을 완전히 잊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저회전 토크가 높아, 순발력은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며 중량과 덩치를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의 추진력을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5단 자동 변속기는 변속에 시간을 다소 소요하지만, 부드럽게 차근차근 변속을 진행한다. 하지만 고속 영역부터는 슬슬 힘이 부쳐오기 시작한다.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고전적인 방식의 SUV로서는 수준급. 직선 구간에서는 무난한 정도의 성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곡선 주로에서는 전통적 SUV의 요소들 때문에 다소 힘겨운 모습을 보인다. 프레임-온-바디 구조를 사용하는 렉스턴W는 그 자체로도 든든한 느낌의 차체를 가지고는 있지만, 승차감에 우선순위를 둔 서스펜션과 드높은 지상고, 느슨한 스티어링 시스템 때문에 급격한 굽이길을 자신감 있게 파고들기에는 부족한 능력을 보인다. 전통적인 국산 SUV의 성격에 한없이 가까운 렉스턴 본연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브레이크는 초기 반응이 둔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최소한 70%이상 조작했을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제 힘이 나오는 느낌이 든다. 브레이크의 초기 반응이 빠른 차에 익숙한 운전자에게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제동력 자체는 부족하지 않아, 공차중량만 1,990kg에 달하는 렉스턴을 무리 없이 세워준다.



렉스턴W는 전통적 SUV의 요소인 프레임-온-바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모노코크 구조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국산 SUV들과는 달리, 오프로드 운행에서 강점을 지닌다. 뿐만 아니라,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까지 갖춘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렉스턴의 3중 구조 강철 프레임은 오프로드의 험악한 노면 환경에서 오는 충격을 든든하게 버텨주고,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를 갖춘 4륜구동 시스템은 진창길에서도 노면을 움켜쥐고 전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다. 최저지상고가 다른 SUV에 비해 높게 설정되어 있는 점도 렉스턴의 오프로드 주파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요소. 이러한 점들은 눈길에서의 운행에서도 톡톡히 이점을 발휘한다. 이러한 점은 견인력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한다. 렉스턴W는 최대 2톤의 트레일러를 견인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유럽산 카라반은 물론, 다양한 캠핑 트레일러를 견인할 수 있다.



시승차인 렉스턴W 노블레스의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도심 10.6km/l, 고속도로 13.3km/l, 복합 11.7km/l로, 등급은 3등급이다. 하지만 실제 운행하며 측정한 연비는 도심 9km/l, 고속도로는 12km/l 가량으로 나타났다. 프레임-온-바디 구조의 차체와 파트타임 4륜 구동 시스템을 사용하며, 중량이 무거운 점 등을 감안하면 공인연비와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렉스턴W는 RX5 디럭스, RX7 럭셔리, RX7 매니아, RX7 프레스티지, 그리고 시승차인 노블레스의 5가지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VAT 포함 가격은 RX5 디럭스 2,745만원, RX7 럭셔리 2,984만원, RX7 매니아 3,064만원, RX7 프레스티지 3,300만원, 노블레스 3,825만원이다. RX7 매니아 모델은 근래에 보기 드문 수동변속기 장착 모델로, 4륜구동 시스템이 기본장착되며, 스퍼터링 알로이휠과 전용 사이드 스텝, 전용 메탈그레인 내부 장식 등이 포함된다.


렉스턴W는 현대적으로 다듬어진 외모는 물론, 국산 SUV 중 극소수만 남은 프레임-온-바디 구조의 SUV라는 점,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를 갖춘 4륜구동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 등이 특징적인 SUV이다. 또한,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경쟁자들에게 뒤지지 않는 정숙성과 쾌적한 운행 환경 역시 렉스턴의 가치를 높여준다. 등장 당시부터 고급 SUV로 제작되어, 국산 SUV의 고급화를 이끌어 온 주역이었음은 물론, 현대적인 기준에 맞게 개수를 꾸준히 진행하여, 상품성을 잃지 않은 점도 렉스턴W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부분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쌍용자동차 SUV 라인업의 기함을 맡고 있는 렉스턴W. 비록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게 드러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1%`를 자처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SUV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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