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택일이 중요한 시점. 그랜드 체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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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택일이 중요한 시점. 그랜드 체로키
  • 김재민
  • 승인 2015.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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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체로키는 항상 유니보디 차체를 채용하고 있는 모델이다. 유니보디(Unibody)는 Unit Body의 합성어로 하나의 차체에 여러 가지 단위의 유닛들이 더해진 것을 의미한다. 차체의 원형은 모노코크의 방식으로 모노코크의 주요 부위에는 프레임 방식처럼 유닛 부품을 적용한 차체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온로드의 기능을 충실하게 살려내며 오프로드 주행 시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차체이다. 20년 넘게 미국인의 대표적인 SUV로 자리잡고 있는 그랜드 체로키가 2014년 4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라디에이터그릴, 좀 더 작아진 헤드램프와 라운드 처리된 테일램프 등이 대표적으로 바뀐 외형적 특징이다. 이번에 만나볼 시승차는 그랜드 체로키의 최상위 트림인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서밋 3.0L 이다.



전체적으로 풍만했던 몸집을 고된 하드 트레이닝을 통해 식스팩을 갖춘 윤곽이 뛰어난 외형으로만들어 냈다. 전면은 후면과 함께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면이다. 바이제논 HID 헤드램프의 상하 두께는 좀 더 얇아졌다. LED 주간주행등도 포함하고 있다. 그랜드 체로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표출하고 있는 7개의 직사각형 세로 막대, 일명 7-슬롯 그릴도 마찬가지로 수직 길이가 조금 짧아졌다. 누구든지 지프의 차량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표식이다. 에어 인테이크를 감싸고 있는 두터운 크롬 소재의 테두리는 강렬한 야성미를 물씬 풍겨낸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강력하고 단단한 인상을 만들어 내는 장식 요소다.



세련되게 쭉 뻗은 각선미를 느낄 수 있는 긴 전장과 봉긋 부풀어 올라 입체감이 살아 있는 휠 하우스가 특징인 측면은 손 대면 베일 듯한 벨트라인이 선명하게 차의 성격을 표현해 주고 있다. 창 틀은 크롬으로 테두리를 둘러 고급스런 느낌을 살려냈다. 20인치 휠은 무거운 차체를 든든히 받쳐주기 충분한 크기이다.




후면은 듬직하다. 헤드램프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LED 테일램프는 후면의 듬직한 표징으로 도드라진다. 디젤 4륜구동차임을 알리는 4X4 DIESEL 배지와 최상위 트림임을 알리는 SUMMIT 배지가 반사등 위로 부착되어 있다. 사다리꼴의 듀얼 배기구와 범퍼를 가로지르는 크롬소재의 테두리는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이미지를 보완해 준다.



제원상 전장X전폭X전고는 4,825X1,935X1,765mm이다. 공차중량은 2,400kg.



최상위 트림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실내에 숨겨져 있다. 외형에 비해 생각만큼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최상위 사양들을 적용해 서밋만의 차별성을 시도했다. 서밋 트림만의 고유한 고급 사양은 내추라-플러스 최그급 가죽 시트, 원목 질감이 베여 있는 최고급 오픈 포어 원목 우드 트림, Dinamica®스웨이드(suede) 소재로 마감한 A 필러와 헤드라이너, 19개의 스피커와 3개의 서브우퍼, 825W 출력의 하만 카돈(harman/kardon®) 하이퍼포먼스 사운드 시스템 등으로 나열할 수 있다.



고개를 실내로 들이면 SUMMIT 문양이 새겨진 내추라-플러스 최그급 가죽 시트가 눈에 들어 온다. 시트의 질감은 매우 부드럽고 안락하다. 최고급 가죽 시트임을 체감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8 Way 전동조정이 가능하고 전동으로 4Way 요추 받침이 가능하다. 뒷좌석은 머리와 발, 그리고 무릎 공간은 넉넉한 편이지만 성인 3명이 여유로운 안락함을 제공받기에는 공간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큰 외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내 공간이 다소 답답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적으로 457리터가 제공된다. 뒷좌석을 접어 내면 최대 1,554리터까지 확보할 수 있다. 덩치에 비해 크고 넉넉한 트렁크 용량이라고 하기에는 역부족한 편이다. 경쟁차종들이 가진 1,800리터 이상의 트렁크가 상대적으로 월등히 커 보이는 느낌을 숨길 수 없다.




외형의 세련됨과 강력한 이미지는 실내로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운전석 좌측 송풍구 밑에서 시작된 대시보드를 종단하는 원목 무늬 패널은 스티어링 휠 밑 영역과 센터페시아, 그리고 글로브박스 상단을 지나 4개의 도어 포켓위로 이어진다. 공간 전체를 종단하고 있다. 원목 패널 하단에는 크롬을 덧대어 생동감을 부여했다. 대시보드 위로는 한 땀 한 땀 수놓은 두 줄의 바늘 자국이 지나며 고급스러움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센터페시아는 "T"자형의 공간 내부에 유커넥트(Uconnec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된 8.4인치 디스플레이와 냉난방 조작부가 묶여 있다. 한국어 음성인식 기능, 네이게이션, 오디오, 공조, 전화 기능들을 간단한 터치를 통해 조작할 수 있다. 한국어 음성인식 기능이 가능하다. 기능별 버튼과 문자의 크기가 인식하기 쉬운 크기로 직관성이 우수하다. 조작이 용이한 장점을 제공해 준다.



센터페시아 밑 공간에는 기어레버와 날씨와 노면 환경에 적정하게 주행할 수 있는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Selec-TerrainTM`)지형 설정 시스템이 다이얼 방식으로 마련되어 있다. 샌드(Sand), 머드(Mud), 오토(Auto), 스노우(Snow), 락(Rock) 등 5가지 모드로 변경이 가능하다. 이와 맞물린 쿼드라-리프트(Quadra-Lift®)에어서스펜션은 차고를 최대 56mm, 최대 41mm까지 높이고 낮출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3.0리터 V6 터보 디젤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최고츨력 241ps/4,000rpm, 최대토크 56.0 kg∙m /1,8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카라반과 같은 RV를 충분히 견인할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해 보이는 성능이다. 제원상 표준연비는 복합 11.7 km/ℓ이다.(도심 10.5 km/ℓ, 고속 13.43 km/ℓ)



주행의 질감은 미국차인지 일본차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초기 발군의 응답성도 만족할만하다. 1800rpm에서 56.0 kg∙m의 최대토크가 발현되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노면을 박차고 돌진한다. 스포츠 세단과 같은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2톤이 넘는 몸집을 가볍고 경쾌하게 움직여 낸다. 그러나 고속으로 치다를 수록 발 빠른 달리기 능력은 한계에 부치는 느낌이다. 차선 변경 시에도 뒤따라오는 꽁무니가 요트와 같이 출렁거리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오버랜드 트림에서도 동일하게 느꼈던 반응이다. 물론 안정적인 속도의 영역대에서의 반응은 안정적이다.



와인딩 구간에서는 전형적인 SUV의 모습을 보인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탈출하기에는 버거운 모습이다. 안전속도를 지켜 진입과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극한 주행능력을 체험하기 위한 차량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대부분 만족할만한 주행 성능을 가지고 있다. 반면, 도심주행에 있어서는 여느 SUV차량보다 훌륭한 반응을 가지고 있다. 도심에서 자주 맞부딪히는 포석도로, 요철구간, 과속방지턱 등으로부터 전달되는 잔 진동과 충격을 부드럽게 다스려내기 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는 부드럽고 댐핑 스트로크가 상대적으로 긴 서스펜션에서 기인한다.



골프장 공사를 위해 산을 파헤친 공사 현장을 찾았다. 오프로드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오프로드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오프로드 명가의 실력이 충분히 반영되었다. 가장 높은 지상고를 확보하고 거친 공사현장을 거침 없이 공략할 수 있었다. 특히, 한 바퀴에 100%의 토크 배분이 가능한 쿼드라-드라이브 II(Quadra-Drive®II) 4WD 시스템은 더욱 그 존재감을 뛰어나게 드러냈다.





시승을 마치며 문득 한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됐다. 도심위주의 주행 SUV로 판매 포지션을 명확히 책정했다면 좀 더 도심형 SUV에 적정한 사양을 선택하고 판매가를 낮추는 방법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상고를 높이는 전자식 서스펜션, 쿼드라-드라이브 II와 같은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양들이다. 도심 주행에 얼마나 자주 사용될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지프에는 이미 오프로드에 정통한 실력파인 랭글러와 같은 모델이 구비되어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충분한 대안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를 지향한 사양의 접목은 그랜드 체로키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른다. 판매가격은 부가가치세 포함해 7,7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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