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디젤 SAV- BMW X5 M50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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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디젤 SAV- BMW X5 M50d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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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5는 SUV의 기능성과 BMW 세단들의 세련되고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양립하고자 개발되었다. 탄생 당시에는 유례가 없었던 `SAV(Sport Activity Vehicle)`라는 개념을 전격적으로 주창하며 나타나, 보란 듯이 성공을 거두었다. 전통적인 `프레임-온-바디` 구조를 배제하고 승용 세단과 같은 모노코크 구조를 전폭 채용함은 물론, 험로 주파를 위한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 등의 설치 또한 완전히 배제하여 도심과 온로드에서의 주행 질감에 집중했다. 이러한 X5의 설계 사상과 개발 이념은 이른 바, `승용형 SUV`의 개념을 프리미엄 브랜드에까지 전격 도입하게 만든 계기를 제공했으며, 탄생 이후 수많은 프리미엄 SUV의 롤 모델이 되게 해 준 원동력이다.



탄생 이래로 16년간 BMW의 대형 SUV 라인업을 책임지고 있는 X5는 지난 해 출시된 3세대 모델로 꾸준히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한층 성숙해진 스타일과 성능, 그리고 주행 감각 돌아왔다. 하지만 보다 많은 고객들을 포용하기 위해, 본격적인 SAV의 개념으로부터는 한 발 물러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X5 모델에 한정된 이야기. 이번에 시승한 X5는 `M 퍼포먼스` 계통의 `X5 M50d`다. M 퍼포먼스 계열의 모델들은 오리지널 M카는 아니지만, 일반 모델의 강화판 성격에 가까운 `M 스포츠` 라인과는 궤를 달리하는 성능을 갖는 또 하나의 고성능 모델군이다. 시승한 X5 M50d에는 M의 손길을 거친 3.0리터 트윈파워 터보 디젤엔진과 전용 사양의 어댑티브 M 서스펜션, 다이나믹 댐핑 컨트롤, 그리고 후륜 에어 서스펜션과 전용 내/외장 사양이 적용된다. VAT 포함 가격은 1억 3,790만원.




X5 M50d는 외모에서부터 위압감 있는 첫인상으로 다가온다. 번쩍이는 크롬 장식을 포함한 여러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보다 단순하면서도 각종 에어 인테이크 등에서 나타나는 큼직한 면 분할을 통해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로 완성되었다. 또한, 차체 곳곳에 산재한 디테일에서는 이 차가 `M`의 손길이 닿아 있는 모델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실내는 일반적인 X5보다 한층 화려하게 마무리된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인테리어의 기본적 형태와 구성은 같지만 가죽의 사용량을 대폭 늘렸다. 대시보드는 물론, 도어패널과 센터콘솔까지 가죽으로 감쌌다. 또한, 은은한 광택의 나무 장식을 사용하여, 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은 실내 구성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3스포크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컴팩트한 감각과 가죽으로 둘러싼 굵직한 림에서 오는 쫀득한 그립감이 일품이다. 패들 시프트가 장착되어 있으며, 좌우 스포크에는 크루즈 컨트롤과 핸즈프리, 오디오 리모컨 기능의 버튼들이 깔끔하게 자리잡고 있다. i-Drive를 기반으로 하는 조작 계통은 일반적인 BMW 모델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i-Drive는 가장 최신의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으며, 필기 인식 기능 및 터치 조작 등이 가능하다. 오디오는 독특한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으로 이름 높은 뱅 앤 올룹슨(Bang & Olufson) 사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 시동을 걸고 오디오의 전원을 넣으면 대시보드 상단에서 특유의 디자인을 지닌 센터 스피커가 부드럽게 올라오며 작동을 시작한다.



앞좌석은 스포츠 시트에 걸맞은 든든한 착좌감은 물론, 편안한 착석감 또한 놓치지 않았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20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2개의 메모리 기능은 물론, 열선 및 통풍 기능까지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일반적인 BMW 모델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4방향 허리받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특기할 만한 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프리미엄을 자처하는 BMW가 왜 다른 일반적인 BMW 모델들에 허리받침을 제외시키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실내 공간은 대형 SUV에 걸맞는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덩치 큰 성인 남성도 편안하게 승차 가능하며, 공간 역시 전반적으로 여유롭다. 등받이의 각도도 무난하고 착석감 또한 부드러운 편이어서 중~대형의 승용 세단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뒷좌석은 전용의 공조장치는 물론, 열선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설치되어 있어, 개방감 또한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트렁크는 기본 650리터의 용량을 지니고 있으며, 4:2:4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1,870리터의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트렁크 바닥 하부에도 널찍한 다용도 추가 수납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안락한 뒷좌석과 여유로운 실내 및 트렁크 공간은 가족용 자동차로도 일말의 손색이 없다고 보인다.


X5 M50d는 3.0리터 디젤 엔진과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이 구성된다. M50d 모델에 탑재되는 3.0 트윈파워 트리플 터보 디젤 엔진은 381마력/4,000~4,400rpm의 최고출력과 75.5kg.m/2,000~3,00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1리터 당 출력이 120마력을 상회하는 X5 M50d의 디젤 엔진은 현재, 세계적으로도 가장 강력한 승용 디젤 엔진 중 하나다. 또한, 배기량과 성능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복합 10.7km/l, 도심 9.6km/l, 고속도로 12.4km/l의 공인연비를 갖는다.


`에코 프로` 모드나 `컴포트` 모드 하에서 X5 M50d는 일상적 운행에 불편하지 않은 정숙함과 안락함이 나타난다. 3.0리터 디젤 엔진은 정숙하고 안정된 반응을 보이며,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는 출력과 토크를 차근차근 전달한다.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소음과 불쾌감은 꽤나 적은 수준. 쾌적하고 깔끔한 회전질감을 가진 직렬 6기통 디젤 엔진과 자동변속기의 궁합은 일상에서 충분하고도 남는 쾌적함을 제공한다. 승차감 역시, 일상적 운행을 배려한 모습이 보인다. 크고 작은 요철에서 오는 충격을 융통성있게 걸러 내며, 차체의 전반적인 안정감을 해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일상에서의 운전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들을 품고 있다. 특히, X5 M50d에 탑재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은 선행 차량이 정지하면 따라서 정지하고, 선행 차량이 출발하면 따라서 출발하는 `스톱 앤 고`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정체로 서행 중인 고속(화) 도로는 물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지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과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일상에서의 운행에 도움이 되어주는 요소들이다.


일상에서는 넉넉한 힘과 쾌적한 성격을 보여준 파워트레인, 그리고 각종 장비들이 주는 편리함으로 여유 있고 나긋나긋한 고급 SUV의 모습을 보여준 X5 M50d. 하지만 주행 모드를 `스포트` 모드로 전환한 뒤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에코 프로` 모드나 `컴포트` 모드 하에서 보여 주었던 모습과는 달리, 그 기저에 숨겨진 야만성을 본격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다. 서스펜션은 한층 단단해지면서 노면의 상황을 보다 직설적으로 전달하며, 쓰로틀의 반응 역시 한 템포 빨라진다.



최대의 쓰로틀 반응과 제한된 전자제어만을 제공하는 `스포트 ` 모드에서는 X5 M50d가 지닌 야만성을 마음껏 분출시킬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카펫 너머로 끝까지 밟으며 채찍질을 가하기 시작하면, 꽤나 맹렬한 휠스핀과 함께 2톤이 넘는 거구가 맹렬하게 전진을 시작한다.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는 약 40km/h 부근에서 2단으로, 약 70km/h 부근에서 3단으로, 그리고 95km/h 부근에서 4단으로 착착 변속을 진행해 나간다. 100km/h는 4단 변속 직후에 돌파하게 되며, 본격적인 고속으로 치닫는다. 0-100km.h 가속 시간은 6초 이내로 마무리한다. 고속 영역으로 돌입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으며, 강력한 엔진과 그 엔진을 착실히 보좌하는 변속기, 그리고 불안감 없는 직진성과 든든한 하체로 고속에서의 순항을 거리낌 없이 소화해 낸다. 또한, 정지상태에서의 가속뿐만 아니라, 추월을 위한 가속에서도 일말의 주저함 없는 야만성을 통렬하게 체감할 수 있다.


직선구간에서 보여준 야만적인 모습을 뒤로 하고, 굽이길이 휘몰아치는 산간 도로로 X5 M50d를 내몰았다. 직선구간에서 꽤나 뜨거운 맛을 보여준 X5 M50d는 이러한 구간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 이러한 구간에서는 기본적으로 둔중하고 무게 중심이 높은 SUV는 제아무리 불 같은 성정을 지니고 있어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X5 M50d가 보여준 반응은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SUV라는 차종이 지닌 한계점들을 든든한 하체와 정교한 전자 장비, 그리고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인 xDrive로 하나하나 상쇄해나가며 굽이길을 절도 있게 소화해 나간다. 무겁기는 하지만 균형감이 좋은 차체를 지니고 있으며, 직결감이 우수한 조향 시스템은 물론, 강력한 성능을 지닌 브레이크, 그리고 영리한 각종 장비들이 보여주는 하모니는 꽤나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굽이길의 안쪽을 향해 머리를 돌리는 순간부터 탈출할 때까지 온 몸으로 전해져 그 모든 감각은 통상적인 SUV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만큼 X5 M50d는 온로드에서의 주행 성능과 질감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대형 SUV라는 차급과 형태가 지닌 물리적인 한계점들을 완전하게 극복하지는 못하지만, 스포츠 세단 못지 않은 호쾌하고 저돌적인 주행 질감으로 SUV의 운전을 보다 즐겁게 만들어준다.


연비는 어떨까? X5 M50d는 복합 10.7km/l, 도심 9.6km/l, 고속도로 12.4km/l로, 공인 4등급의 연비를 지니고 있다. `에코 프로` 모드로 운행하면서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연비는 도심(혼잡) 8.7km/l, 도심(원활) 9.3km/l, 고속도로 13.2km/l였다. 장거리를 100~110km/h로 정속 주행하게 되면 14km/l에 근접하거나, 그 이상의 평균 연비를 보이기도 했다.


(연출된 이미지입니다)

BMW는 1999년, X5를 출시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SUV들을 두고 줄곧 `SAV`라고 표현해 왔다. BMW의 SAV는 SUV와는 사뭇 다른 성격을 지닌, 스포츠 세단에 준하는 도심 운행 편의성과 탄탄한 온로드 주행성능 및 주행질감을 SUV의 차체에 담아냈었다. 이러한 개념은 적어도 2세대 X5에서는 충분히 통용할 만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3세대 X5는 보다 많은 고객을 포용하기 위해 BMW가 주장하는 `SAV`라는 개념과는 한 발 물러 선 모습을 보여주어, 한편으로는 반가움을, 한편으로는 일말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연출된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X5 M50d는 달랐다. 비록 오리지널 M카인 X5M보다는 한 등급 낮은 모델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공격성과 정교함이 보다 현실적인 형태로 구현되어 있다. 성능 면에서 디젤 엔진이 지닌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SUV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묻어나는 주행 질감, 그리고 가족용 SUV로도 손색 없는 공간 구성과 일상적 운행에서의 편의성이 X5 M50d에 꼼꼼하게 담겨 있다.


강력한 심장과 육중한 덩치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섀시 전반,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을 영리하게 제어하는 똑똑함을 갖춘 X5 M50d. 어쩌면 X5M 등을 제외하면, BMW가 X5의 탄생 이후로 줄곧 주장해 왔던 `SAV`라는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차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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