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해진 핫해치백 - 폭스바겐 골프 GTI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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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해진 핫해치백 - 폭스바겐 골프 GTI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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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00km를 넘어 달리는 해치백 소형차를 보고 미쳤다고들 했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과거에 사용했던 골프의 광고 카피 중 하나이자, 핫해치백의 시대를 연 장본인인, `골프 GTI`를 표현하는 문구다. 초대 골프가 등장한 1974년으로부터 1년이 지난 1975년, 폭스바겐 엔지니어들의 열정으로 완성된 골프 GTI는 작은 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뛰어난 성능으로 전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을 매료시켰다.



GTI는 `Gran Turismo Injection`의 두문자를 가져온 것으로, 장거리를 고속으로 달리는 GT의 개념과 함께, 기화기(카뷰레터) 방식에서 벗어나, 동급 최초의 연료분사(인젝션) 시스템을 채용한 점을 내세운 것이다. 오늘날에는 연료분사 방식이 일반화를 이루게 되어,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된 느낌이 있지만, 여전히 GTI라는 이름은 골프의 팬은 물론, 수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지난 2013년, 폭스바겐의 간판 모델인 골프가 7세대로 거듭나면서, 1년 뒤인 2014년에 GTI 역시 세대교체를 이루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4년, 골프 GTI는 GTD와 함께, 2014 부산모터쇼에를 통해, 대한민국에도 정식으로 소개되었다. 7세대로 거듭난 GTI를 시승하며 신세대 GTI의 매력을 짚어본다. VAT포함 가격은 4,480만원.






골프 GTI의 첫 인상은 스포티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일반형 모델과는 완연히 다른 인상의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는 물론,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전용 18인치 알로이 휠, 그리고 GTI를 상징하는 악센트 컬러인 `레드`의 향연에서 그러한 감각을 한껏 느낄 수 있다. GTI를 위한 각종 디테일은 전통적으로 무덤덤한 인상의 외모를 7대째 고수하고 있는 골프에게 도전적이고 생기발랄한 이미지를 불어 넣는다. LED로 꾸며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또한, 일반형 골프와는 다른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다.



실내는 일반적인 골프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대 GTI부터 전통적으로 활용해 왔던, 블랙과 레드 컬러의 조합으로 GTI의 전통과 스포티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스티어링 휠은 하단에 GTI 로고가 돋을새김된 D-컷 타입의 전용 부품을 사용하며, 전용 스포츠 시트와 물결무늬 마감재, 금속제 풋레스트와 페달 등의 디테일은 GTI의 스포티한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



계기판은 깔끔하고 알아 보기 쉬운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속도계는 아우디/폭스바겐의 자동차들이 그렇듯,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스케일이 달라진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는 충실한 한글화는 물론, 사외품인 내비게이션과도 적절한 통합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기능 조작은 직관적인 축에 속한다. 하지만 주행 모드 변경을 위해서는 변속기 옆의 모드 버튼을 누른 뒤, 터치 스크린 상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점.



블랙 컬러의 가죽과 레드 스티칭으로 마감된 GTI의 전용 스포츠 시트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착석감을 지닌다. 물론, 스포츠 시트로서의 기능에도 충실하여, 격렬한 주행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든든하게 붙들어 맨다. 앞좌석은 3단계의 열선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며, 조정은 모두 수동이다. 등받이 각도는 다이얼로, 높이와 전후 거리 조절, 그리고 요추받침은 레버로 이루어진다.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GTI의 상징과도 같은 체크무늬 직물이 빠졌다는 점 정도다.



뒷좌석은 앞좌석에 비해 좀 더 부드러운 착석감을 제공한다. 차급에 비해서는 공간도 비교적 넉넉한 편으로, 가족용 자동차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의 공간을 제공한다. 다리 공간은 체격이 큰 성인 남성에게는 약간 빠듯한 느낌이 들지만, 머리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골프 GTI는 근본이 일상을 위한 해치백인만큼, 7세대 골프가 지닌 넉넉한 트렁크 용량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공간설계가 잘 되어 있어 해치백임에도 비슷한 체급의 세단이 부럽지 않은 수준인 380리터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동급 해치백 중 최고 수준의 트렁크 용량이다. 뒷좌석은 6:4 폴딩 기능 외에도 중앙 스키쓰루 기능까지 지원한다. 선반은 필요하지 않을 때 트렁크 바닥 하부에 수납할 수도 있다.



7세대로 거듭난 골프 GTI는 신규 개발된 직렬 4기통 2.0리터 TSI 엔진을 심장으로 한다. 최고출력은 기존의 200마력에서 11마력 증가한 211마력/4,500~6,800rpm이며, 최대토크는 35.7kg/1,450~4,000rpm이다. 이 엔진과 짝을 이루는 변속기는 폭스바겐 6단 DSG. 공인 표준 연비는 복합 11.5km/l, 도심 10.0km/l, 고속도로 13.9km/l다.



골프 GTI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일상적인 운행환경에서는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골프보다 정숙성면에서 우위에 서 있다. 체급에 비해 소음이나 잔 진동의 억제가 잘 된 편이어서 가족용 자동차로서도 양호한 수준의 정숙성을 보인다. 승차감은 대체로 단단한 편이지만 C세그먼트 해치백이라는 체급을 감안하면, 딱히 불편을 느낄만한 수준이라 보기에는 어렵다. 오히려 과거의 GTI들에 비하면, 융통성이 크게 늘었다는 느낌마저 준다. 체급에 비해 넉넉한 힘을 갖춰, 오르막길에서도 스트레스가 적다.



GTI의 신규 엔진은 제원 상에도 명시되어 있듯, 디젤 엔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특성을 가진다. 때문에 발진 가속에서부터 경쾌하고 가열차게 차를 전방으로 내몬다. 스포츠 모드 하에서는 가속 페달의 반응에서 `완곡함`이 사라지고 `직설화법`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즉각적인 응답성으로 가속의 즐거움을 한층 끌어 올려준다. 0-100km/h 가속은 7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흘러나오는 자극적인 배기음과 변속 때마다 미스파이어를 연상케하는 사운드 연출로, 가속에 박진감을 더한다. 1단 50km/h 부근에서 2단으로, 2단 80km/h 부근에서 3단으로 변속되며 100km/h를 돌파한다. 빠른 변속 속도를 지닌 6단 DSG는 이전에 비해 감겨 들어가는 맛이 다소 줄어든 감은 있지만 과거에 비해 더 부드러우면서도 원활하게 변속을 실행한다.



코너링에서는 GTI의 스포티한 감성이 더더욱 배가된다. 가벼운 차체와 탄탄한 섀시, GTI를 위한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 시스템, 야무진 브레이크 시스템, 그리고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XDS )는 혈기왕성한 파워트레인의 성능과 맞물려, GTI의 성능과 감성을 양껏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가볍고 단단해지고 있는 GTI의 체중과 탄탄한 기골은 골프 GTI의 경쾌하고 민첩한 몸놀림을 만들어 내는 밑거름이 되어 준다. 속도에 따라 조향각이 달라지는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 시스템은 즉각적이고 기민한 응답성으로, 보다 민첩한 움직임을 이끌어낸다. 든든하고 야무진 브레이크는 GTI의 성능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GTI에 적용된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XDS )는 언더스티어 상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운전자의 실수마저 상당 부분 보완해주는 영특함으로, GTI의 성능을 보다 안전하고 자신감있게 만끽할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스티어링 휠을 감아 돌리는 순간, 차체 전방이 직설적으로 반응하며 코너를 향해 파고 든다. 하체는 운전자의 격렬한 조작에도 쉽사리 안정감을 잃지 않으며, 코너를 탈출하는 순간까지 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해낸다. 작은 차체에서 오는 영민함을 십분 발휘하며 감각적이고 즐거운 코너링을 구사한다. 게다가, 간혹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XDS 가 절묘한 타이밍에 개입하면서 언더스티어를 꽤나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7대째를 맞는 GTI는 연비 면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GTI의 공인 연비는 전술한 대로 복합 11.5km/l, 도심 10.0km/l, 고속도로 13.9km/l다. 드라이브 프로파일 셀렉션을 통해, 주행 모드를 `에코 모드`로 설정한 상태에서, 경제 운행 위주로 GTI를 운행하며 기록한 평균 연비는 도심(혼잡)9.4km/l, 도심(원활)11.0km/l, 고속도로 15.1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노멀 모드에서 연비에 관계 없이 교통 흐름에 따라, 편한 대로 운행한 경우에는 도심(혼잡)7.3km/l, 도심(원활)8.9km/l, 고속도로 12.3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고성능 자동차이면서도 일반적인 자동차에 못지 않은 연비를 보여주는 점은 골프 GTI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다.



7대째를 맞은 폭스바겐 골프 GTI는 핫해치백의 시대를 연 초대 GTI에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로 완성되었다. 걸출한 주행 성능과 해치백의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골프 GTI는 그 자체로도 충분한 존재 가치가 있다. 하지만 과거의 GTI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영리해졌다`는 점이다. 확실히 7대 골프 GTI는 현대적인 설계와 다양한 전자장비의 도움으로 말미암아, 과거보다 영리해졌다. 이러한 느낌을 받게 된 이유는 현재의 골프 GTI가 가진 손쉬운 조종성에 있다. 이는 GTI를 시승하는 내내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고성능 자동차`라고 하면, (일반적인 기준에서)지나치게 높은 성능으로 말미암아, 조종성의 저하 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주로 작고 가벼운 차체에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장비한 모델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며, 과거의 GTI들 중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7세대로 거듭난 현재의 GTI는 강력한 성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우수한 조종성을 겸비하고 있다. 요는 `조종하기 쉬운 고성능`이라는 것이다. 7세대 GTI의 이러한 성격은 굳이 전문 드라이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GTI의 고성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상과 일상 탈출에 대한 나름대로의 경계도 갖추고 있다. 든든한 기본기에 정교한 기교를 더한 결과물이다.


`빈자(貧者)의 포르쉐 911`이라는 이명으로도 불리는 골프 GTI는 40여년에 이르는 세월과 7세대에 이르는 변화를 거치며 영리하게 성장했다. 7세대로 거듭난 폭스바겐 골프 GTI는 이 영리함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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