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도어 스포츠카`라고? - 닛산 맥시마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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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어 스포츠카`라고? - 닛산 맥시마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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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은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 맥시마를 15일부로 국내 시장에 전격 출시했다. 지난 2015 서울 모터쇼와 동시기에 벌어진 2015 뉴욕 오토쇼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맥시마는 `4도어 스포츠카`를 천명하며 시작부터 공격적인 대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한국닛산은 맥시마를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으로 소개하며, 홍보에 나섰다. 또한, 닛산 맥시마의 출시와 함께, 인천 영종도에서 언론사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승행사를 벌였다. 시승 코스는 영종도 일대의 국도와 신공항 고속도로 등지에서 이루어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닛산은 미국에서 새로운 맥시마를 `4도어 스포츠카`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 보다 자제한 표현인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이 자극적인, 그리고 정통 스포츠세단 브랜드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만한 문구를 사실로서 입증하기 위해 美 캘리포니아 소재의 버튼윌로우 레이스웨이 파크(Buttonwillow Raceway Park)에서 오토모티브 마케팅 컨설턴츠(Automotive Marketing Consultants Inc., AMCI)의 주관으로 실시한 `2016 닛산 맥시마 테스트트랙 챌린지(2016 Nissan Maxima Test Track Challenge)`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여기서 SR 사양의 맥시마는 BMW 328i, 아큐라 TLX 3.5L, 아우디 A4 2.0TFSI 콰트로의 쟁쟁한 스포츠 세단들을 상대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여, 4도어 스포츠카라는 문구에 신뢰도를 가미했다.



새로운 닛산 맥시마는 8세대에 해당한다. 1981년 태어난 초대 모델로부터 34년에 걸친 세월 동안 일곱 차례에 걸친 변화 끝에 나타난 새로운 맥시마는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을까?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 내세우는 `4도어 스포츠카`라는 문구에 어울릴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닛산 맥시마를 경험해보며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8세대로 거듭난 맥시마는 일견 컨셉트카를 방불케 하는 파격적인 익스테리어를 통해, 차가 가진 성격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세대 닛산 모델들의 디자인 큐로 작용하고 있는 V모션 라디에이터 그릴과 부메랑 스타일의 LED 주간주행등, 그리고 마치 떨어져 나간 듯한 착각을 유발하는 플로팅 루프 디자인 등의 파격적인 요소들은 맥시마의 전위적인 외양을 완성하는 주요 디자인 요소들이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범퍼 하단부의 에어 인테이크는 마치 하나로 이어진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스타일링은 차의 인상을 확실히 도드라져 보이게 만들어 주고, 멀리서도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 전위적인 얼굴은 디자인 면에서 그 호오가 확연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측면에서도 파격은 계속된다.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플로팅 루프를 시작으로,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부풀린 휀더와 이를 굽이치며 날카롭게 새겨진 벨트라인으로 볼륨감을 더한다. 전방 휀더에서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다가 후방 휀더에서부터 바짝 치켜 올라가는 라인 역시 맥시마의 개성을 살려주는 요소다. 그런데 뒷모습은 파격으로 점철된 것만 같은 전면과 측면에 비해 다소 심심해 보일 정도로 단정한 느낌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하지만 닛산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착실히 반영되어 있어, 신세대 닛산 모델임을 알 수 있다.



내장재의 질감과 마무리는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를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몇몇 부품들은 숫제 인피니티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만큼 실내의 디테일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대시보드 둘레는 다른 닛산 브랜드의 모델들과는 다른, 비교적 꼼꼼한 만듦새가 두드러진다. 나무무늬 장식은 단순히 사선 형태를 채용한 것에 그치지 않고, 무늬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접힌 선을 미묘하게 돌출시켜 놓는 재주도 부려 놓았다.



스티어링 휠은 D컷 스타일을 채용한 3스포크 타입으로,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은 좋은 편. 좌우 스포크에는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다양한 기능 버튼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센터 페시아는 8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터치는 물론, 플로어 콘솔에 마련된 컨트롤러로도 기능 조작이 가능하다. 인터페이스에도 개선이 가해져, 보다 깔끔하고 세련되어진 UI를 제공한다. 내비게이션은 파인디지털의 아틀란맵을 사용하고 있으며, 오디오는 BOSE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맥시마의 불쑥 솟아 오른 플로어 콘솔은 흡사 후륜구동 세단을 연상케 한다. 다른 전륜구동 세단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시도다. 바짝 치켜 올라간 뒷 휀더 라인만큼이나 우뚝 솟아 오른 플로어 콘솔에는 시동 버튼을 비롯하여, 인피니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기어레버와 커맨드 컨트롤러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시동 버튼 옆에는 스마트폰을 넣어도 될 정도로 깊숙한 포켓을 마련했다.



맥시마의 인테리어에서 플로어 콘솔 만큼이나 눈에 띄이는 것은 바로, 앞좌석에 장비된 전용의 스포츠 시트다. 세미 버킷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착좌부의 타공 가죽에 퀼팅 패턴을 넣는 등,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운전석은 8방향 전동 조절 기능 및 2개의 메모리 기능을, 조수석은 4방향 전동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앞좌석은 양쪽 모두 전동 조절식의 2방향 허리받침,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공통으로 제공한다. 닛산의 저중력 시트 개념이 반영되어 있어, 부드러운 착좌감을 제공하지만, 사이드 볼스터와 같은 부분은 단단하게 만들어져, 몸을 꽤나 든든히 잡아준다.



뒷좌석은 맥시마가 경쟁해야 할 다른 플래그십급의 세단들에 비해 부족한 느낌이다. 이는 알티마가 운전자에 그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알티마와 똑 같은 휠베이스를 지닌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중형 세단으로서는 충분한 공간이지만, 준대형급의 공간이라 하기엔 약간은 납득하기 어려운 정도다. 가족용으로 사용하기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렁크 용량 또한, 준대형, 혹은 대형급이라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405리터의 공간을 제공한다.



맥시마에 탑재되는 3.5리터 VQ 엔진은 기존 모델에 비해 6할에 이르는 부품을 재설계했는데, 특히, 신규 흡기 밸브와 흡기 매니폴드 등의 채용으로 흡/배기의 효율을 개선하여, 성능과 연비의 동시 향상을 꾀했으며, 인피니티의 3.5리터 모델들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 최고출력은 303마력/6,400rpm, 최대토크는 36.1kg.m/4,400rpm이다. 변속기는 수동 변속 기능이 포함된 자트코 엑스트로닉 CVT가 합을 이룬다. 전륜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후륜 서스펜션은 멀티링크 방식을 사용한다.



맥시마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정숙성에 관해서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저회전 영역만을 사용하는 일상적인 주행 환경 하에서는 중형 이상 급의 6기통 세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매끈한 회전질감과 정숙함을 선보인다. 하지만 토요타나 렉서스마냥 숨을 있는 대로 죽이고만 있는 타입은 아니다. 다만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듯이 그르렁거릴 뿐이다.



또한, 맥시마에 탑재된 엑스트로닉 CVT의 질감도 인상적이다. 인위적인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기어를 바꿔가며 변속하는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비슷한 느낌으로 변속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운행 상황에 따라 달리 작용하는 측면이 있어, 특정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CVT처럼 한 큐에 몰아서 가속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CVT에 대한 편견을 뒤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숙하고 매끄럽게 작동한다.



승차감은 아랫급에 해당하는 알티마에 비해,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차체 움직임에서 보다 절도 있는 모습을 보인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에 속하며, 딱딱함과는 거리가 있다. 가족용 세단으로 이용하기에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가속을 시작하면 일견 육중해 보이는 차체가 가뿐한 발놀림으로 앞을 향해 튀어 나간다. 호쾌한 가속감을 지니고 있으며, VQ엔진 특유의 음색은 긴장감과 함께, 운전자의 귀를 즐겁게 하는 재주까지 부린다. 커맨드 컨트롤러 뒤편에 있는 스포츠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최대한의 스로틀 리스폰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도 보다 타이트해진다. 0-100km/h 가속은 스포츠 모드 하에서 평균적으로 6초 대에 처리해낸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인상 깊은 것은 또 CVT변속기다. 급가속과 같은 격렬한 엔진의 회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수동 모드에서의 작동감도 의외로 손맛이 있는 편이다. 수동 기능이 지원되는 일반적인 CVT들이 한 템포 느린 반응 속도는 물론, 고회전 상황에서 허둥대는 데 반해, 맥시마에 장비된 CVT는 고회전 영역에서도 착실하게 반응하며, 레드존에 다다를 정도로 격렬한 시프트 다운에도 머뭇거림이 적다. 이는 일상에서의 매끄러운 작동 특성과 함께, 자트코의 CVT 기술력이 큰 폭으로 진전되었음을 나타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코너링에서는 어떨까? 닛산 맥시마는 중형, 혹은 준대형 세단의 육중한 몸집에 전륜구동으로 움직이는 세단으로, 전반적으로 성능 본위로 하는 모델임을 자처하기에는 그 밑바탕이 어울리지 않을 듯한 구석들이 있다. 하지만 맥시마는 그러한 밑바탕을 가지고도, 시승 코스에 존재한 코너 구간들을 큰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가볍고 탄탄하면서도 균형 잡힌 차체 설계로 밑바탕의 한계를 적지 않은 폭으로 극복하며, 덩치에 비해 유연한 몸놀림으로 코너를 돌파해 나간다. 먼저, 덩치에 비해 조타에 따른 차체의 반응이 빠른 편이다. 더군다나, 알티마의 플랫폼에서 이러한 몸놀림이 나온다는 것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정통 유럽식 스포츠 세단들에 비하면 섀시의 완성도에서 부족함이 느껴진다. 급회전 구간에서의 진입이나 순간적인 차선 변경 등의 급기동 상황에서 롤과 요잉의 제어가 그리 깔끔하지는 못한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의 밑바탕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뽑아냈다고 볼 수 있다.


시승차는 맥시마의 최상급 모델에 해당하는 플래티넘 모델로, 맥시마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안전/편의 사양이 기본으로 장비되어 있다.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추돌경고 및 긴급제동기능을 비롯하여, 사각지대 경고 장치, 후방 교행 감지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의 고급 안전/편의장비를 만재하고 있다. 또한, 한국닛산은 맥시마의 가격을 4,37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주요 경쟁자인 포드 토러스 등의 미국식 풀사이즈 세단은 물론, 비슷한 배기량의 국산 준대형 세단과도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이다.


하지만 이 모델은 서두에서 언급한, 닛산 `2016 닛산 맥시마 테스트트랙 챌린지`에서 쟁쟁한 경쟁자를 랩타임으로 이긴 SR 모델이 아니다. 따라서, SR 모델에 탑재되는 스포츠 서스펜션과 섀시 댐퍼, 통합형 자세제어 모듈(Integrated Dynamics control Module, 이하 IDM), 패들 시프트 등이 장비되지 않는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현재 판매 중인 플래티넘 모델 외에도, 맥시마 SR 모델에 대한 수요 또한 고려하고 있으며, 플래티넘 모델의 판매 실적에 따라, 추후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과거, 구(舊) 삼성자동차의 초대 SM5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존재를 알렸던 맥시마는 8세대 모델로 닛산의 배지와 함께, `4도어 스포츠카` 보다 다소 현실적인 `스포츠 세단`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한국의 소비자들 앞에 섰다. 비록,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으로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호쾌한 가속성능과 본 바탕을 넘어 서는 주행 질감, 그리고 다양한 장비와 매력적인 가격을 통해, 가족을 생각하면서도 주행 성능과 감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서두에서 제시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렇지만, `맥시마는 4도어 스포츠카라는 말에 합당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물론, 맥시마는 본거지에 해당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자들인 여타의 풀-사이즈 세단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맥시마의 스포티한 성격은 명확하게 부각되는 요소다. 하지만 굳이 맥시마를 `4도어 스포츠카`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해야만 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다. 스포티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근본은 가족과 일상을 위한 세단이고, 다른 동급 세단들에 비해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요소들과 상품성을 지니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대중의 접근성이 높은 대중차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스포츠카다운 성격을 지닌 세단임에는 분명하다. 이 점에서는 한국 닛산이 제시한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훨씬 현실성 있고, 정론적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스포츠 감성이 인상적인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 맥시마는 향후 한국닛산의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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