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그룹 코리아(이하 BMW)가 11월 초, 언론/미디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승행사를 벌였다. 본 행사에서는 최근 출시된 신형 7시리즈와 함께 올해 출시된 고성능 X5 M, X6 M, 액티브투어러, 1시리즈, 3시리즈, 6시리즈의 신형 모델들과 미니 5도어, 신형 미니 JCW 등 BMW와 미니의 신규 모델들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본 행사에서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BMW M6, BMW X6 M, 신형 7시리즈의 750Li, 그리고 새로운 미니의 모델의 총 4종이었다. 본 시승기에서는 M6에 이어 두 번째로 X6M과의 만남을 다룬다. BMW X6M은 BMW의 SAV(Sports Activity Vehicle) 라인업인 X 패밀리 중에서도 독특한 개성이 드러나는 SAC(Sports Activity Coupe)의 맏형인 X6의 M카 모델이다. 판매 가격은 1억 6,500만원(VAT 포함).
X6M은 BMW식의 독특한 이종교배로 SUC(Sport Utility Coupe)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들어 낸 선발주자, `X6`를 토대로 M Gmbh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내/외장으로 완성된 모델이다. 그래서 그런 지, 일반적인 X6와는 풍기는 분위기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 더욱 크게 벌어진 공기 흡입구와 바닥을 향해 한층 내려온 범퍼를 비롯한 바디킷, 보다 낮아진 지상고, M 전용의 각종 외장 사양들이 오리지널 M카의 위용을 유감 없이 드러낸다.
실내 역시, 곳곳에 M의 손길이 스며있다. 기본적인 레이아웃은 같지만, M모델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전용의 디테일들이 이 차가 M의 손을 거쳐 태어난, 오리지널 M카임을 증명한다. 카본파이버 인테리어 장식은 시작에 불과하다. 검정색은 물론, 시트를 비롯한 도어트림 등에 적용된 오렌지 톤의 가죽은 어두운 톤의 인테리어와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악센트로 작용하여, 한층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16개의 스피커, 1,200W의 출력을 자랑하는 뱅앤올룹슨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미끄럼 방지 처리된 M 전용의 금속 페달과 풋레스트, M 전용 스포츠 스티어링, M DCT 전용 시프트 레버, 그리고 든든한 착좌감의 M 스포츠 시트 등, M 전용의 각종 디테일들 역시, X6M에 특별한 매력을 부여한다.
헤드레스트가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X6M의 스포츠 시트는 사이드 볼스터 조절 기능과 허리 받침, 착좌부 연장 기능 등을 포함하여 총 1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각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 그리고 각 2개의 메모리 기능을 갖추고 있다. 좌석의 착석감은 든든하게 몸을 받쳐주면서도 탄력 있는 촉감 덕분에 묘하게 안락한 느낌도 있다. 뒷좌석은대체로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는 느낌을 주며, 3단계의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하지만 X6 자체의 부족한 공간 때문에 그리 매력적으로 비춰지지는 않는다. 트렁크 공간 역시, 대형의 SUV로서는 부족한 편.
X6M의 보닛 아래에는 4.4리터 터보 엔진이 실려 있다. X6M에 실린 4.4리터 터보엔진의 최고출력은 575마력, 최대토크는 76.5kg.m에 달한다. 변속기는 M5나 M6 등에 사용되는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아닌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를 사용한다. 이 변속기는 X6M의 출력과 토크를 견디면서도 M카에 어울리는 빠른 변속 속도를 위해 조정을 가했다. 또한, 엔진, 스티어링, 서스펜션의 설정을 각각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의 세 가지 설정으로 개별 조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 좌측 스포크에 마련된 M1, M2 버튼을 이용하여 설정을 별도로 지정하여, 상황과 취향에 맞게 모드를 변경할 수 있다.
X6M의 시동을 걸면 묵직한 톤의 시동음과 함께 엔진이 작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실내는 다시금 조용해진다. 차량 외부에서는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는 편인데 반해, 실내는 의외로 정숙한 편이다.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 역시 효과적으로 억제되어 있어, 불쾌감이 적다. 저회전 영역에서는 기본형 X6와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 컴포트 모드에서는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노면의 요철을 적당한 감도로 걸러주며, 딱히 허리를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모드를 스포츠 로 변경하는 순간, X6M은 그 동안의 점잖은 모습을 벗어 던지고, 육중하고 흉포한 괴물로 변신한다. 가속 페달을 밟아, 이 시퍼런 괴물의 성질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SUV의 덩치를 잊게 만드는 강력한 가속력으로 노면을 박차고 맹렬히 전방을 향해 질주를 시작한다. 시원스레 돌진하는 X6M은 덩치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순발력은 물론, 강력한 펀치력 덕분에 0-100km/h 가속은 4초대에 해결하며, 200km/h를 넘어서도 지치는 기색을 좀체 보이지 않는다. 더욱 인상 깊은 점이 있다면, 고속을 내달리는 와중에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고속 주행 능력은 X6M이 명백히 M의 혈통을 이어받은 오리지널 M카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X6M의 덩치를 잊게 만들어 주는 순간, 그리고 X6M이 M의 혈통임을 입증하는 순간은 가속력과 고속 주행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에서도 X6M은 상기한 두 가지를 착실히 증명해낸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조타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이며, 육중한 몸집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민첩함으로 잽싸게 몸을 비튼다. 든든한 강성이 느껴지는 차체와 단단하게 다져진 하체는 헤어핀에 가까운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거동을 보이며, 운전자에게 불안을 안겨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X6M의 육중한 체구를 불안감 없이 단번에 세워 버린다. 이 든든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X6M의 걸출한 성능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BMW의 X6M은 기본적으로 SUV의 골격과 구조를 지니고 있는 차다. 하지만, X6M이 보여준 실력은 그 본 바탕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다. X6M을 시승하게 되면, BMW가 초대 X5의 출시 이후 줄기 차게 주장해 왔던 `SAV`라는 개념을 가장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는 모델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여기에 BMW는 모든 X 패밀리를 SAV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더하면, X6M이야말로, BMW X 패밀리 라인업이 추구하는 가치의 궁극적 표상임을 알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