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정으로 변화해야 할 때 - 르노삼성 SM7 RE3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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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진정으로 변화해야 할 때 - 르노삼성 SM7 RE35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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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의 기함, SM7 노바의 RE35 모델을 시승했다. SM7 RE35는 닛산의 3.5리터 VQ 엔진을 싣고 있는 르노삼성 SM7의 최상위 모델로, 현대자동차 그랜저와 기아자동차 K7, 쉐보레 임팔라 등과 경쟁하고 있는 모델이다. 데뷔 6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르노삼성의 기함, SM7의 최상위 모델인 RE35를 시승하며 SM7의 현주소, 그리고 향후의 SM7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SM7은 지난 해 하반기에 `노바`라는 이름과 함께,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 작업을 감행한 바 있다. 현행 르노의 패밀리룩을 수혈 받은 SM7 노바는 2세대 SM7의 매끄럽고 늘씬한 실루엣을 더욱 강조하는 스포티한 얼굴로 변화했다. 데뷔 초의 얌전한 인상과는 달리, 공격적인 이미지를 불어 넣음으로써 보다 역동적인 인상으로 거듭났다.



실내는 RE35에만 선택사양으로 적용 가능한 와인색의 나파(NAPPA) 가죽시트와 트림이 적용되어, 한층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존 모델의 곡선적이면서도 단순한 형상을 지향하는 인테리어를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색상 하나의 변화가 주는 분위기의 전환은 의외로 인상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실내/외의 나머지 디테일들은 기존 SM7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대체로 고광택으로 처리된 우드그레인과 메탈그레인은 여전히 난반사를 심하게 일으킨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과 버튼 배치, 스티어링 휠 등에 이르는 대부분의 부품을 변화 없이 그대로 쓰고 있다. 독자적인 퍼퓸 디퓨저 역시 건재하며, 오디오는 BOSE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실내에서 확실하게 달라진 점 하나는, 바로 T맵 연동 기능이 포함된 르노삼성 스마트 커넥트(SMart Connect) 시스템이다. Wi-fi를 이용한 스마트 커넥트는 T맵 어플리케이션이 구동 가능한 SK텔레콤 이용자에 한하여, 차량에 탑재된 T맵 내비게이션과의 데이터 링크를 통해, 실시간 교통 정보 등을 수신하여,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KT나 LG U 등의 타 통신사 이용자는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앞좌석은 푹신하고 부드러운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시트의 형상도 몸을 잡아주는 능력보다는 안락함에 집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운전석은 2개의 메모리 기능과 8방향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하며, 수동으로 작동되는 요추 지지대가 포함되어 있다. 앞좌석 양쪽에는 3단계로 조절되는 열선 기능은 물론, 통풍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그런데 명색이 플래그십 세단, 그 중에서도 최상위급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소형차에서나 사용할 법한 수동 레버식 요추 받침은 다소 부족해 보이는 구성이다.




시승차는 뒷좌석에 별도의 VIP 패키지를 적용하지 않은 모델이지만, 대형 세단에 걸맞은 넉넉한 공간과 안락한 착석감을 자랑한다. 머리, 어깨, 다리 공간이 모두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착좌부 위치는 약간 높은 편이다. 팔걸이에는 2단계의 열선 스위치와 뒷유리 선셰이드 버튼, 오디오 리모컨 등이 적용되어 있다. 별도의 VIP 패키지를 고르는 경우, 뒷좌석에도 전동 조절 기능이 적용되며, 조수석 워크인 스위치 등의 `쇼퍼 드리븐`을 위한 고급 사양들이 적용된다.



르노삼성 측이 밝힌 SM7의 총 트렁크 용량은 500리터. 최대 길이는 100cm, 최대 너비는 110cm, 최대 높이는 50cm라고 한다. 측면과 상단 부분에 자잘한 돌출부가 많은 편이고 오른쪽 뒷바퀴 뒤편의 공간은 배터리 박스 때문에 격벽으로 막혀 있어, 시각적으로는 그다지 공간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공간설계 때문에 골프백 4개를 싣기가 은근히 까다롭다.



시승차인 SM7 RE에는 3.5리터의 닛산 VQ35 유닛이 장착되어 있다. 현재 국내 대형 승용차 시장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동급 모델 중 가장 오래된 엔진이기도 하다. 이 엔진의 최고출력은 258마력/6,000rpm, 최대토크는 33.7kg.m/4,400rpm이다. 변속기는 닛산의 자회사인 자트코의 자동6단 변속기. 이 파워트레인 구성은 2011년 시장에 신고식을 치른 이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는 2.5리터 모델도 마찬가지다. 그 말인 즉, SM7은 10여년 전 등장했던 초대 모델부터 줄곧 이 엔진만을 사용해 왔다는 이야기다!



이 엔진은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그 상품성과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먼저, 주요 경쟁사인 현대 그랜저가 사용하는 3.0리터 엔진에 비해, 토크 수치는 2.1kg.m 높지만, 출력은 12마력이 밀린다. 게다가 이 엔진은 배기량마저 약 500cc가량 더 낮다! 뿐만 아니라, K7이 사용하는 3.3리터 엔진과 비교하면 출력은 물론이고, 토크 수치마저 추월 당해버린다. K7에 탑재되는 3.3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294마력, 최대토크 35.3kg.m으로, 출력은 36마력, 토크는 1.6kg.m 앞선다.



한국GM의 임팔라와 비교하면 더더욱 초라해진다. 동급의 임팔라 3.6 모델의 엔진은 309마력의 최고출력에 36.5kg.m의 최대토크를 가져, 출력으로는 51마력, 최대토크는 2.8kg.m가 앞서 나간다. 임팔라가 배기량이 66cc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 정도의 스펙 차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간과할 사항이 아니다. 숫자 놀음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스펙의 차이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 지를 감안하면 SM7의 3.5리터 파워트레인은 더 이상의 상품가치를 기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만 것이다.뿐만 아니라, 경쟁차에 비해 그다지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연비 역시, SM7 3.5 모델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다.



이러한 제원 상의 차이는 실제 시승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을 시도할 때, 다른 3리터 이상 급의 준대형차에 비해 굼뜬 발놀림을 보인다. 이는 엔진의 부족한 성능보다는 변속기에서 기인한다. SM7에 장착된 6단 자동변속기는 여전히 레드존 근처까지 엔진을 구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실제 레드 존은 6,500rpm부터 시작하지만, 6,000rpm이 되자마자 강제로 변속을 시킨다. 최고출력이 6,000rpm에서 나오는데도!


이 때문에 가뜩이나 경쟁자에 비해 부족한 엔진의 성능을 6단 자동변속기가 깎아 내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내부의 적`이 따로 없다. 물론, 이는 과부하에서 비롯된 변속기의 손상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으로 덮어 둘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영역에서의 변속 성능이 딱히 나은 것도 아니다.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굼뜬 반응으로 일관하면서 엔진이 제 힘을 못 쓰게 만드는 이 변속기는 다음 모델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만 한다.


초기 모델부터 채용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더듬이 모양의 패들 시프트도 다음 모델에서는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대상이다. 이 패들 시프트는 조작을 하려면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을 떼거나, 스티어링 휠을 좌우 30도 가량 감지 않고서는 손에 닿지를 않는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 기어를 변속한다`는 패들 시프트의 본 목적을 보기 좋게 무시하고 있는 이 패들 시프트는 존재할 가치조차 없다고 본다.


길이만 5미터에 육박하는 덩치와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운 하체를 감안하더라도, SM7의 운동특성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굳이 인상적인 점을 들자면 탄탄한 느낌의 차체와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른 앞부분의 반응 속도다. 때문에 곡선주로가 줄을 잇는 구간에서도 덩치에 비해 의외로 자신감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운 하체가 차체의 거동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 덕에 운동 특성은 더욱 둔중하게 느껴지고, 뒷부분이 따라오는 속도도 한 템포 이상 늦다. 이는 변하지 않은 SM7의 성격을 그대로 대변한다. 발 빠른 응답성과 열정적인 달리기보다는 부드럽고 안락한 달리기에 더 집중한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식 가족용 세단의 전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러나 이렇게 격렬한 주행이 아닌, 일상적인 운행 상황에서는 실로 안락하고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통해, 운전자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정숙하고 쾌적한 6기통 엔진과 부드러운 변속에 집중한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여기서 두드러진다. 6기통 엔진의 매끄러운 회전질감을 바탕으로, 잔 진동도 적은 편이고 소음도 크지 않다. 필연적으로 다소 거친 회전질감을 지니게 되는 4기통 엔진에 비해, 한층 고급 세단다운 정숙성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운 설정의 하체를 통해, 안락한 승차감을 유지한다. 다만, 그 때문에 핸들링 외에도,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이 높지 않은 편이며, 직진 안정성도 다소 부족한 편이다.


3리터 이상의 구식 엔진을 탑재한 만큼, 연비는 그다지 좋은 편이라 보기 어렵다. SM7 노바 3.5모델의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도심 8.2km/l, 고속도로 11.7km/l, 복합 9.4km/l다. 시승 중 트립 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구간 별 평균 연비는 도심(혼잡) 6.7km/l, 도심(원활)7.4km/l, 고속도로 12.0km/l였다. 고속도로 상에서 100km/h로 정속 주행 중에는 공인 연비보다 높은 연비를 보이지만, 도심에서는 가파르게 저하되는 모습이 보인다. 연비 측정 중에는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고, 각 구간별 규정 속도에 맞춰 정속 주행에 가깝게 운행하였다.


르노삼성 SM7, 그 중에서도 지금의 2세대 모델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차다. 3년여 전,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부터, 시장에서 그리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쯤, `노바(Nova)`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마쳤으나, 여전히 당시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올 초에 출시되었던 2.0리터급 LPG 모델인 `LPe`가 틈새수요를 성공적으로 잡아낸 점이 2세대 SM7의 유일하다시피한 선전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만큼, SM7의 경쟁력이 다른 브랜드들이 내놓고 있는 동급 준대형 세단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최근 세일즈 역량 강화와 서비스 강화, 그리고 새로운 샵 아이덴티티(Shop Identity) 도입 등을 통해, 보다 젊고 신선한 감각으로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려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문에서의 변화는 르노삼성에게 꼭 필요한 변화이다. 하지만 제조업을 본위로 하는 기업은 `제품`으로도 자사의 정체성과 가치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제품은 바로, 플래그십 제품군이다. 그리고 르노삼성에서 플래그십 제품군에 해당하는 차종은 SM7이다.



플래그십 세단은 단순히 배기량과 사이즈가 가장 크다는 이유로 자동 배치되는 세그먼트가 아니다. 플래그십 세단은 브랜드의 `얼굴`이며, 브랜드가 가진 성격, 기술력, 그리고 가치를 모두 담고, 그것을 증명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SM7은 틈새 시장을 파고들어 성공한 LPe 모델을 제외하면, 급변하는 시장의 상황 속에서 케케묵은 `세계 10대 엔진` 이라는 문구만 연신 남발하는, 초대 SM7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레퍼토리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발전된 방향으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경쟁자들에게 거듭 밀리고 있으며, SM7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르노삼성 SM7 노바는 여전히 안락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지닌, 전형적인 한국식 세단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전형적인 세단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보다 색다르고, 보다 남다른 제품과 이미지를 만들어가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SM7이 진정으로 르노삼성의 얼굴이 되기 위해서는 머리 끝부터 발 끝에 이르는 총체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르노삼성이 진정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SM7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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