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디젤 스포츠 세단 - BMW M550d xDrive
상태바
M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디젤 스포츠 세단 - BMW M550d xDrive
  • 박병하
  • 승인 2016.06.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들어 각지에서 격렬한 공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 시장에서 디젤엔진을 탑재한 자동차의 인기는 높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의 인기가 절대적이다. 디젤 승용차 유행의 발상지이자, 지금도 한국을 누비고 있는 그들의 고향인 유럽에서는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지만,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디젤차 없이는 성립이 안 된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그만큼,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는 실로 다양한 종류의 디젤 자동차가 시판되고 있다. 물론, 그들 중 독보적인 주류라면 2.0리터급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뒤를 1.5~6리터급과 3.0리터급 엔진을 탑재한 차들이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번 시승차는 3.0리터급 엔진을 장착한 세단 모델이다. 하지만 시장에 널리고 널린 다른 디젤 세단들과는 좀 다르다고 해 줄 수 있다. 이번 시승차는 BMW의 M550d xDrive다. VAT 포함 판매가는 1억 1,920만원.



BMW M550d.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BMW식의 작명법과는 약간의 이질감이 있다. 일반 5시리즈 세단처럼 숫자 뒤에 배기량(성능)을 표기하면서도 앞에 BMW 기술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M`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스포츠 패키지임을 나타내는 `M 스포츠`가 말미에 붙지도 않는다. 이러한 작명을 사용하는 이유는 BMW M550d가 오리지널 M카와도 다르면서, 일반 모델의 스포츠 패키지 모델인 M 스포츠와도 다름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BMW M550d는 BMW `M 퍼포먼스` 라인에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BMW M 퍼포먼스는 오리지널 M카와 동등한 성능을 지닌 라인업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 모델에 스포츠 주행을 위한 사양만을 추가한 정도인 M 스포츠와는 판이하게 다른 성능을 내도록 만들어진다. 굳이 따지자면 M 스포츠와 오리지널 M카의 중간 단계에 있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라인업에는 항상 M의 손길로 완성되며, 보다 적극적인 시술을 가한다.



또한, 성능 향상에 직접적인 관여가 제약되는 M 스포츠나 오로지 최고의 성능을 지향해야만 하는 오리지널 M카와는 달리, 성능 향상에 대한 구애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개발 방향도 보다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BMW M은 M 퍼포먼스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고성능의 디젤엔진 개발 역시 포함되어 있다. M550d는 이러한 배경 하에 태어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M550d의 인상은 통상적인 5시리즈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근래에는 비교적 대중적인 모델에 속하는 520d 모델에도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 등이 순정 사양으로 마련되면서, 외견 상 520d와의 차이는 더 적어졌다. 트렁크리드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M550d 엠블럼과 한층 거대하면서도 앞뒤 사이즈가 서로 다른 휠과 타이어가 그나마 차이를 만들어 줄뿐이다.



실내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M550d를 위해 마련된 M 전용의 디테일들 덕분이다. M 전용의 스티어링 휠을 시작으로, M 배지가 붙은 전용 기어레버, 전용 M 키킹 플레이트, 그리고 20방향으로 조절되는 스포츠 시트 등이 이 차가 흔해 빠진 5시리즈와는 다른 물건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오리지널 M카에도 동등하게 적용되는 M 스티어링 휠은 컴팩트한 설계와 굵직한 림에서 오는 그립감이 일품이다. 쫀득한 질감과 함께, 손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그 느낌은 마치 몇 년간 손에 익은 라켓과도 같은 것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계기판은 일반적인 5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디지털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행 모드 변경에 따라 테마가 바뀐다. 센터 페시아 주변은 일반적인 5시리즈와 하등 다를 것이 없어, BMW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1초의 머뭇거림 없이 익숙한 감각으로 다룰 수 있다. 오디오는 하만카돈의 시스템을 사용한다.






20방향으로 전동 조절되는 좌석은 허리받침과 사이드볼스터, 심지어는 머리받침의 높이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수동조절 가능한 목받침도 적용되어 있다. 착석감은 안락하면서도 몸을 든든하게 잡아주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 외에도 앞좌석에는 양쪽 모두 각 3단계의 열선기능과 통풍 기능, 그리고 2개의 메모리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 뒷좌석은 일반적인 5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장재의 소재 및 마감품질이 우수하여, 일반적인 5시리즈 세단보다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트렁크 공간 역시 다른 5시리즈와 같은 520리터의 용량을 제공한다.



BMW M550d의 시동을 걸고 일상적인 운행을 하다 보면, 일반적인 5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단단한 질감의 하체를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승차감은 일상 운행에서의 편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타협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상적인 운행에서 크게 불쾌한 진동이나 충격을 잘 주지 않는다. 정숙함도 꽤나 인상적이다. 근래 BMW의 3.0리터급 디젤엔진들이 지닌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정숙함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오른발에 힘을 주어 차를 조금이라도 다그치는 순간, 이 때까지의 온화한 크루즈선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다. 그 대신, 웬 폭주기관차가 들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3.0리터급 디젤 엔진 세단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야만적이고 무지막지한 힘과 속도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무지막지한 괴력의 원천은 보닛 아래에 들어 앉은 3.0리터급 디젤엔진에서 나온다. M550d의 디젤 엔진은 배기량은 3.0리터급이지만, 여타의 3.0리터급 디젤엔진들과는 비교를 거부한다. BMW와 M은 기존의 3.0리터 디젤 엔진에 세 개의 터빈으로 작동하는 `트리플 터보(Triple Turbo)`를 달았다. 이 터보는 2개의 작은 터빈과 1개의 큰 터빈으로 구성된다. 터보차저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배기가스의 유입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작은 터빈 1개만 돌아가다가 배기가스의 양이 늘어날수록 큰 터빈과 나머지 작은 터빈이 순차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381마력/4,000~4,500rpm의 최고출력과 함께, 무려 75.5kg.m/2,000~3,000rpm에 달하는, 흉악한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이 흉악한 힘은 전용으로 조정을 가한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를 거쳐, xDrive를 통해 네 바퀴에 모두 전달된다. M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xDrive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오리지널 M카보다도 높은 무지막지한 저속토크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에 두고 급가속을 시도하면,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로서는 믿기지 않을 수준의 응답성과 함께, 최대 75.5kg에 달하는 흉악한 최대토크가 네 바퀴를 찢어버릴 기세로 휘저어댄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있으면 고층 빌딩이라도 견인해버릴 기세다. 강력한 동력 성능 덕에,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시트의 등받이가 세차게 등을 퍽퍽 떠밀어 댄다. 과부하가 걸린 증기기관차처럼 힘차고 정력적인 가속이 가속 초기부터 후반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급작스럽게 시작된 고속주행에도 불구하고 안정감을 잃지 않는 차체의 움직임 역시 인상적이다. 0-100km/h 가속 시간은 제원 상 4.7초. 이 정도면 스포츠카가 따로 없다. 100km/h는 여느 BMW 디젤 모델들처럼 4단에서 나오는데도 이 정도의 시간만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스텝트로닉 변속기의 능력도 만만치 않다.



코너에서도 여느 5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다. M의 손길을 거친 하체와 xDrive의 합주에 힘입어, M550d는 덩치에 비해 세련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코너링을 소화한다. 직결감이 좋은 M 스티어링 휠 덕에 차를 조종하는 맛도 좋은 편이다. 덩치와 중량감이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운전자의 의도에 발을 맞춰주는 모습은 여지 없이 BMW, 그리고 M의 혈통을 가진 차의 모습이다. 구배가 작은 고속코너에서는 마치 직선주로를 달리듯 달려나간다. 이 때에는 차가 아니라, 마치 고속열차를 조종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구배가 큰 저속코너에서는 덩치와 중량이 다소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이 들지만, 일반적인 5시리즈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민첩함을 보여준다. 또한, 슬레지해머로 후려치는 듯한 통쾌함을 선사하는 탈출 가속의 맛이 아주 각별하다.



M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성능은 충분히 확인했으니 이번엔 연비 차례다. BMW M550d의 공인 연비는 도심 10.4km/l, 고속도로 13.9km/l, 복합 11.7km/l다. 시승을 진행하며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구간 별 평균 연비는 혼잡한 상태의 도심에서 7.9km/l, 소통이 원활한 도심구간에서는 간신히 10.0km/l의 평균연비를 끌어냈다. 고속도로에서는 공인연비를 미묘하게 상회하는 14.0km/l의 평균연비를 냈다. 이는 동사의 SUV 모델인 X5나 X6등과 비슷한 수치다. 연비의 측정은 에코 프로 모드에서 실행했으며,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고 정속 주행을 중시하여 운행했다. 강력한 달리기 성능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수준의 연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M550d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BMW M550d는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 차다. 일상에서는 정숙하고 편안하게 운행할 수 있는 세단으로 기능하다가도 원한다면 스포츠카에 준하는 걸출한 달리기 성능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디젤 파워트레인의 우수한 연비로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이 M550d의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라 할 수 있다. BMW M 퍼포먼스 라인업의 작품이자, 디젤 엔진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M550d는 실로 다재다능한 고성능 세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