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륙의 넉넉함을 그대로 닮았다 - 쉐보레 트래버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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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륙의 넉넉함을 그대로 닮았다 - 쉐보레 트래버스 시승기
  • 박병하 기자
  • 승인 2019.10.24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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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들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SUV 신모델이 쏟아지고 있다. 7월에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신규 소형 SUV 모델 배뉴와 셀토스를 각각 내놓았고 8월에는 한국지엠이 ‘쉐보레 트래버스’를, 9월에는 기아자동차가 ‘모하비 더 마스터’를 내놓았다. 그 중에서도 한국지엠이 지난 8월 출시한 쉐보레 트래버스(Traverse)를 시승하게 되었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미국 시장 기준으로 중형급에 해당하는 SUV 모델로, 동급에서 가장 큰 차체와 넉넉한 실내공간이 특징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모하비, 쌍용 G4 렉스턴 등과 경쟁하게 된다. 쉐보레 트래버스를 시승하며 어떤 매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지 살펴본다. 시승한 트래버스는 프리미어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5,324만원.


현행의 쉐보레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2017년에 처음 선보인 바 있다. 따라서 현행의 쉐보레 모델들과는 기본적인 요소들은 공유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정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최근의 쉐보레 계열의 모델들보다는 차림새가 단정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점은 그 크기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길이만 5,200mm에 폭 2,000mm, 높이 1,785mm에 달한다. 이는 현재 고향인 미국에서 경쟁하고 있는 최신형 포드 익스플로러의 5,049x2,004x1,775mm에 비해 훨씬 길고 아주 약간 높으며, 약간 좁은 수준이다.


현재 쉐보레가 신모델들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듀얼 엘레먼트’ 디자인 언어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정확히는 그동안 사용해 왔던 간결한 면 처리를 중시한 디자인에서 현행의 말리부나 스파크에 적용된 디자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듀얼-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상부 그릴의 윗부분을 터 낸 것은 물론, 헤드램프 안쪽으로 파고드는 크롬 라인 등, 듀얼 엘레먼트 디자인 언어의 기본적인 기조가 구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면부의 인상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근래 출시된 쉐보레의 모델들보다는 절제된 느낌이 든다. 헤드램프는 몸집에 비해 다소 작고 가는편이지만 차체의 비례와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며, 은연 중에 날렵한 감각을 연출하고 있다. 램프는 LED를 사용하며, 우수한 조사범위와 가시성을 제공한다. 직선적인 스타일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내부를 가느다란 크롬 선을 몇 줄 추가하여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전면부 디자인의 악센트를 넣어 준다. 범퍼의 경우 하단부가 상당히 낮게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다분히 차량의 공기역학적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측면에서는 5미터를 훌쩍 넘는 길이를 실감할 수 있다. 옆모습은 동사의 풀-사이즈 익스텐디드 SUV인 쉐보레 서버번(Suburban)의 모습을 상당히 닮아 있다. 이는 한 줄의 엣지로 깔끔하게 갈무리 된 사이드라인과 더불어 특유의 두터운 C필러 디자인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동급 최장의 휠베이스 덕분에 뒷문의 면적이 매우 넓은 것도 특징이다. 휠은 20인치에 달하며, 타이어는 255/55R20 규격의 제품을 사용한다. 

뒷모습도 깔끔한 느낌이다. D필러는 하이글로스 블랙 페인팅을 적용하여 일체감 있는 모습을 만들어 내며, 수평형으로 디자인된 테일램프와 테일게이트 가니시, 그리고 범퍼 하단에 한 줄의 가느다란 크롬 테를 둘러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하단에는 직사각형의 테일파이프로 스포티하면서도 파워풀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실내는 쉐보레 특유의 실용주의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쉐보레 모델들 특유의 다소 돌출된 센터페시아가 대시보드는 곳곳을 가죽으로 마감하여 고급스러운 질감을 살리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의 질감과 분위기를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은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해 림 직경이 큰 편이다. 하지만 손이 작은 사람도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다. 림을 둘러 싸고 있는 가죽의 질감도 나쁘지 않다. 다만, 손에 땀이 적은 경우에는 종종 미끄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계기반은 심플한 디자인으로 시인성으 나쁘지는 않지만 계기반 자체의 크기는 다소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앞으로 툭 튀어 나온 센터페시아에는 쉐보레의 최신형 마이링크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새로운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모두 지원하며 한층 개선된 조작감과 UI로 향상된 편의성을 제공한다. 오디오는 BOSE의 시스템을 사용한다. 기어 레버는 다른 쉐보레 승용차들과 마찬가지로 P-R-N-D-L의 5개 레인지가 일직선으로 배치된 구조를 따르고 있다. 그리고 수동모드는 기존의 토글식을 그대로 사용 중이다.

시승한 쉐보레 트래버스는 2-2-3 배치의 7인승 좌석 구조를 채용하고 있다. 트래버스의 운전석은 편안한 느낌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튼실한 착좌부 및 등받이로 신체를 든든하게 지지해 주면서도 착좌감 자체는 부드러운 편으로, 장시간의 운행에도 충분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운전석은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2방향 전동식 요추받침이 지원된다. 또한 사양에 따라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이 내장된다.

2열 좌석은 독립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립식 2열 좌석은 수동식 등받이 조절 기능과 더불어 전후 슬라이딩 기능, 그리고 차체 내측에 전용 팔걸이까지 적용되어 있다. 공간 설계 역시 만족감을 더욱 높여준다. 헤드룸이 넉넉하고 바닥도 평탄하며, 레그룸까지 여유가 넘친다. 이 덕분에 뒷좌석의 만족감은 동급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2열 좌석에는 2개의 충전용 USB 포트와 1개의 12V 단자, 별도의 공조장치 패널 등의 편의사양을 제공한다. 그 뿐만 아니라 1개의 컵홀더와 1개의 보틀 홀더, 그리고 2개의 별도 트레이로 구성된 3층 구조의 도어포켓을 마련하여 수납공간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트래버스는 3열 좌석도 매우 만족스러운 구성을 지니고 있다. 통상 이 급의 SUV들의 3열 좌석은 대체로 성인이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좁고 좌석으로서의 구성 자체도 옹색하여 사실 상 임시방편 내지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트래버스의 3열 좌석은 다르다. 2열 좌석의 승객이 아주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성인에게도 아주 넉넉지는 않지만 충분히 용인해 줄 만할 만한 공간이 나온다. 3열 좌석에도 좌우에 각각 1개씩의 컵홀더와 트레이, 그리고 충전용 USB 포트를 제공하여 편의성 면에서도 충분하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트렁크 역시 넉넉하다. 3열 좌석을 모두 펼친 상태에서도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 등 중형SUV에 필적하는 651리터의 적재용량을 자랑한다. 게다가 트렁크 바닥을 들어 내면 여타의 SUV와는 격이 다른 깊이의 추가 수납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다. 또한 3열좌석을 접어 내면 1,636리터, 2열좌석까지 모두 접으면 최대 2,780리터에 달하는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가히 미니밴 수준의 공간 설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동급에서 유달리 큰 크기와 넉넉한 실내공간과, 그리고 거주성은 초대 트래버스의 개발 배경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출시된 초대 트래버스는 특이하게 SUV와 미니밴의 성격이 합쳐진 컨셉트의 모델로서 등장했다. 이는 GM이 2007년을 전후로 기존에 운영하고 있었던 미니밴 라인업을 정리하면서 사라진 미니밴 모델 업랜더(Uplander)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미니밴의 성격을 일부 가미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2세대 트래버스 역시 그 성격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국내 판매되는 쉐보레 트래버스는 GM의 3.6리터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자동 9단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 직분사 기구를 채용한 3.6리터 가솔린 엔진은 314마력/6,800rpm의 최고출력과 36.8kg.m/2,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구동방식은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하는 상시사륜구동(AWD)을 사용하며, 견인운행을 위한 별도의 주행모드와 지형감응장치를 제공한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대형 SUV로,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SUV들에 비해 우수한 정숙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트래버스는 그 기대에 꽤나 충실하게 부응한다. 일단 엔진 자체의 회전 질감이 상당히 매끄럽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진동이 적고 회전이 매끄러우며, 스티어링 휠과 페달에 전해지는 진동도 미미한 수준이다. 이 뿐만 아니라 차체의 전반적인 차음성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의 양도 적고,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잘 억제되어 있다. 고속도로의 터널 구간을 지나고 있는 동안에도 동승자에게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될 정도다.


승차감은 그야말로 미국식 가족용 SUV의 전형에 가깝다. 5링크 멀티 서스펜션은 육중한 차체를 든든하게 떠받쳐 주면서도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은 부드럽게 걸러낸다. 큰 요철을 통과할 때에도 차체가 나약하게 덜컹거리지 않고 묵직하게 찍어 눌러주는 느낌이 든다. 이 묵직한 느낌은 동급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SUV들 보다도 두드러진다. 이렇게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을 강조한 덕분에 노면 상태가 나쁜 곳에서도 피로감이 덜하다. 정숙성과 승차감만큼은 확실히 제대로 된 SUV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가속력은 어떨까? 쉐보레 트래버스는 기본적으로 동급에 비해서 더욱 큰 몸집을 지니고 있다. 반면 공차중량 기준으로 몸무게는 2,090kg으로 동급에서 평균보다 약간 더 무거운 정도다. 하지만 동급 최고수준의 성능을 내는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덕분에 가속성능은 덩치에 맞지 앉게 걸출하다.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임에도 상당히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오는 덕분에 출발가속이 힘차다. 동급에서 유일한 300마력대의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엔진은 2톤을 조금 넘는 트래버스를 기운 차게 몰아 붙여 준다. 자동 9단 변속기는 평상시에는 여유를 부리다가도 빠른 가속이 필요한 경우에는 어느 정도 장단은 맞춰준다. 비교적 충실한 파워트레인 성능 덕분에 트래버스는 적어도 가속 성능에 있어서 부족한 점을 딱히 찾기 어렵다. 고속주행 중에 나타나는 안정감도 훌륭한 수준이다.


반면 코너가 굽이치는 도로 환경과 마주치게 되면 체급의 한계를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강건한 차체구조 덕분에 코너를 돌아 나갈 때의 느낌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은 살짝 느슨한 설정을 취하고 있지만 응답성이 나쁘지 않아 꽤나 자연스러운 조종 질감과 기동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트래버스는 전형적인 가족용 SUV 부드러운 하체 설정을 가지고 있다. 댐핑 스트로크 자체도 길고 구조적으로 무게중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체급의 한계로 인해 코너링 중 느껴지는 롤이나 피칭이 크게 느껴진다. 물론 이는 트래버스 뿐만 아니라 트래버스와 동급에 해당하는 다른 대형 SUV들도 거의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동급 차종과 비교한다면, 트래버스의 기동 성능은 대체로 무난한 수준이다.


오프로드에서는 기본으로 적용된 지형감응시스템과 스위처블 AWD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의 조합으로 크로스오버 SUV로서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한다. 저속트랜스퍼케이스가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트래버스는 기본적으로 정통파 오프로더가 아닌, 도심형 소프트로더에 가까운 차종으로, 큰 아쉬움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이 외에도 큰 장점으로 꼽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견인 주행’을 위한 다양한 보조 장치들이다. 시승한 트래버스는 견인 주행을 위한 별도의 주행 모드를 마련한 것은 물론, 기본적으로 차량 후방에 견인장치를 적용시켰다. 견인장치는 견인 봉(토우 바) 체결부와 더불어 미국식 7핀 커넥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 2.2톤에 달하는 중량의 카라반 및 트레일러를 견인할 수 있다. 트레일러 견인을 위해서는 트레일러가 사용하는 것과 일치하는 규격의 견인봉과 커넥터를 이용해야 안전하게 견인할 수 있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2톤이 넘는 대형급 차체에 3.6리터 가솔린 엔진과 상시사륜구동 시스템까지 적용된 모델이다. 트래버스의 공인 연비는 도심 7.1km/l, 고속도로 10.3km/l, 복합 8.3km/l(5등급)으로, 썩 좋은 연비라고 볼 수 는 없다. 시승을 진행하면서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도심 6.0km/l, 고속도로 11.5km/l로, 배기량과 체급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하나부터 열까지 가족용 SUV로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동급을 압도하는 크기와 더불어 우수한 성능의 파워트레인과 정숙성, 그리고 안락한 승차감은 일상과 여행 모두에서 큰 장점이 된다. 가격도 4,520~5,522만원 선으로, 예상 보다 낮게 책정되었다는 점도 트래버스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현대 팰리세이드나 쌍용 G4 렉스턴에 비하면 높은 가격이고 편의사양도 가격대에 비해 다소 부족한 편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도 서로 경쟁하고 있는 동급의 수입 SUV들과 비교해 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가격이라고 보인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들도 있다. 일단 파워트레인의 경우, 가솔린 파워트레인만 준비되어 있다. 그것도 오늘날 대세로 자리 잡은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아닌, 3리터 이상의 대배기량 엔진을 사용한다. 국내서 중~대형 SUV는 여전히 디젤 파워트레인이 주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아쉬운 부분이다. 미국의 자동차들에서 나타나는 다소 투박해 보일 수 있는 몇 가지 디테일도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을 제하고 나면, 쉐보레 트래버스는 가족용 SUV로서 아주 이상적인 모습을 갖췄다. 무엇보다도 미니밴의 컨셉트가 일부 반영된 넉넉한 실내 공간과 거주성은 동급의 대형 SUV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트래버스만의 장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넉넉함으로 채워진 트래버스는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제법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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