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슈퍼카를 꿈꾸다 - 마러시아 B2 이야기
상태바
러시아의 슈퍼카를 꿈꾸다 - 마러시아 B2 이야기
  • 모토야
  • 승인 2020.06.02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 소련과 오늘날 러시아의 자동차공업은 서방세계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소련의 성립 이래 러시아의 자동차 산업은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소련 시절에는 공산주의식의 '계획경제'라는 틀에 묶여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들이 나타났으며, 이 차들은 소련, 그리고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 자동차 산업의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지금까지 모토야에서는 기사를 통해 구 소련 시절부터 내려오는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혹은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차들을 조금씩 다뤄 왔다. 이번에 다루게 될 러시아의 차는 조금 특별한 내력이 있는 차다. 바로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슈퍼카, 마러시아 B2(Marussia B2)다.

마러시아 B2는 2007년 세워진 '마러시아(Маруся, Marussia Motors)'에서 개발, 2009년에 출시된 수제 스포츠카다. 마러시아는 러시아 출신의 카레이서 니콜라이 포멘코(Nikolai Fomenko)가 창업한 회사로, 모터스포츠의 경험을 통해 뛰어난 성능의 스포츠카를 제작하고자 했다. 마러시아는 자사의 이름으로 포뮬러 1 레이스에 출전하는 팀까지 운영했다.

마러시아의 B2는 동사의 초기작인 B1의 후속차종 내지는 바리에이션 중 하나로 등장했다. 외관 디자인은 초기 프로토타입 중 하나인 B1에 비해 한층 과격하고 눈에 띄는 모양새를 가졌다. 바닥이 바짝 달라 붙어 있는 차체와 휠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는 전용 20인치 알로이 휠이 눈에 띈다. 마러시아 B2는 길이 4,635mm, 폭 2,000mm, 높이 1,100mm로, 외관 상으로 슈퍼카를 칭하기에 부족함 없는 비례를 지닌다. 타이어는 이탈리아 피렐리(Pirelli)의 P 제로 로쏘를 사용했다. 

엔진은 마러시아와 영국의 엔진 명가 '코즈워스(Cosworth)'가 공동으로 개발한 2.8리터 터보 V6 엔진과 3.5리터 자연흡기 V6 엔진의 두 가지 유닛이 실렸다. 이 엔진들은 초기 프로토타입에 해당하는 B1 모델에도 채용되었던 엔진들이다. 3.5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300마력의 최고출력과 41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2.8리터 터보 V6 엔진의 경우에는 사양에 따라 출력 수치가 달랐는데, 일반형은 360마력의 최고출력과 520Nm의 최대토크, 고성능형은 420마력의 최고출력과 60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 엔진들은 리어 미드십에 탑재되며, 자동 6단 변속기로 후륜에 동력을 전달한다.

마러시아 B2의 차체 구조는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 세미-모노코크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볍고 물성이 좋은 알루미늄 합금을 대량으로 사용하여 중량을 줄이고 구조 강성은 높였다. 여기에 서스펜션은 경주용 자동차의 그것에 가까운 전륜(全輪) 독립식을 채용했다. 네 바퀴는 모두 A암을 사용하는 푸시로드식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또한 강력한 성능을 제어하기 위해 브레이크 역시 강력한 4피스톤 캘리퍼를 전륜에 사용했다. 마러시아 B2의 무게는 고작 1,100kg에 불과했다.

이렇게 완성된 마러시아 B2는 0-100km/h 가속에 3.8초의 성능을 자랑하며, 최고시속은 310km/h에 달했다. 물론, 이러한 성능 수치는 포르쉐 911이나 아우디 R8(V8 버전)등과 같은 양산형 스포츠카에 더 가까운 성능이었다. 기본 500마력 이상을 넘나드는 슈퍼카의 세계에서는 다소 부족한 성능이었다.

마러시아 B2는 개발은 2009년도에 완료가 되었지만 핀란드의 자동차용 컨버터블 루프 및 차량 위탁생산 전문기업인 발메 오토모티브(Valmet Automotive)와 생산계약을 맺고 500대를 생산했다. 마러시아는 당초 판매 목표량이 500대로 잡았는데, 이 500대의 주문을 모두 받는 데 성공하였고, 추가 생산은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러시아는 소규모 자동차 회사의 고질적인 재정 적자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2014년 도산하면서 마러시아 B2 역시 역사의 한 켠에 남게 되었다.

마러시아 B2의 등장은 그동안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의 자동차 산업 전반을 저평가하고 있었던 서방세계의 자동차 산업 및 애호가 층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