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그란투리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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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그란투리스모
  • 관리자
  • 승인 2011.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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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 스포츠 성향의 차를 만들던 바이에른 엔진 공장 사람들은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야심을 2000년 10월 발표한 X5, 01년 E65 7시리즈, 03년 6시리즈와 X3를 통해 조금씩 드러냈고 07년 X6를 거쳐 2010년 F10 5시리즈와 오늘의 주인공 그란투리스모에서 만천하에 완전히 공개했다.

X5가 등장할 당시 전세계 BMW 팬들은 "스포츠 세단 브랜드에서 SUV라니?" 라며 야유를 보냈다.  또 앞서 언급한 모델이 발표 될 때마다 팬들은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며 ´90년대 BMW가 진정한 BMW´ 라는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X5는 BMW 에게 훌륭한 캐쉬카우였으며 이후 상품성이 높은 차종을 연달아 발표하며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그 결과 07년 메르세데스 벤츠를 앞지르고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량 1위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BMW의 성공 스토리는 니치 브랜드인 포르쉐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그들 역시 팬들의 반대를 정면으로 부딪히며 카이엔이라는 훌륭한 캐쉬카우를 만들었고, 볼륨 확장에 성공해 탄탄한 입지를 마련했다. "카이엔을 팔아 911을 만든다" 라는 냉소 섞인 농담까지 나돌았으니 팬들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최근 마세라티가 IAA 2011에서 발표한 SUV 컨셉카 쿠뱅도, 벤틀리의 SUV 계획도 이런 맥락이다.

2000년 3,5,7,Z3 단 4개의 차종만을 만들던 BMW는 현재 11개의 차종을 만들고 있다. 단 10여년만의 성과다. 이런 BMW의 화려한 행보의 최전선에 놓인 야심작. 그게 바로 그란투리스모다.

메르세데스는 E클라스라는 중형 세단과 기함 S클라스 사이에 CLS라는 4도어 쿠페, 즉 세단과 쿠페를 융합하며 새로운 세그먼트를 형성해냈다.이 세그먼트에 뒤늦게 합류한 아우디의 A7 역시 A6와 A8 사이, 같은 자리에 위치하며 세단과 패스트백의 조합이다. 


그란투리스모 역시 5시리즈와 7시리즈 경계에 위치한다. 하지만 A7, CLS 보다 더 복합적인 장르의 차라 할 수 있는데, CLS가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놈, A7이 잘생기고 성격도 좋은 놈이라면 그란투리스모는 세단, 쿠페, SUV, 패스트백 등 더욱 다양한 장르를 조합해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옷도 잘 입는 그런 다재다능한 놈을 목표로 개발됐다.

그란투리스모는 F10 5시리즈와 마찬가지로 F01 7시리즈의 섀시를 공유한다. 5시리즈보단 전장, 전폭, 윤거, 축거 전부 크고 노멀 휠 베이스의 7시리즈와 대동소이하다.

전면부는 현행 BMW F 시리즈 룩의 기본을 따르고 있다. 그릴이 범퍼로 이동하며 네거티브로 떨어지고 적당히 바깥쪽으로 붙은 헤드램프는 웅장한 차체를 과시하고 있다. 비교적 두툼한 바디와 높은 천정이 어색하지만 어느 각도에서 봐도 세단의 비율이다.

7시리즈와 축거는 같고 전장이 짧은 관계로 앞 오버행이 스포츠카의 그것 처럼 타이트하다. 또 엔진룸은 길고 A필러는 상당히 뒤로 빠져 있는 역시 스포츠카에서나 볼 수 있는 ´롱노즈´ 스타일을 지녔다. 이런 비례로 옆 모습이 시작되고 유려한 루프라인은 뒤쪽으로 갈수록 패스트백 스타일로 떨어지며 트렁크 리드로 물 처럼 흘러 나간다. 리어는 패스트백 BMW식 SUV의 조화를 보여준다. L형 테일렘프는 거대하며 스포일러 역활을 수행하는 트렁크 리드 역시 아주 두툼하다.

이건 기존에 없던 차다. 앞모습은 세단 옆모습은 스포츠카로 시작해 패스트백으로 끝나고 뒷모습은 SUV 다.

BMW는 프로포션 설정에 능하다. 롤스로이스 팬텀을 통해 기존에 없던 비율의 차를 아주 훌륭하게 만들어 낸 적이 있다. 그란투리스모의 프로포션 역시 훌륭하다. 아마 BMW가 아니었으면 이런 비례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이 제시하는 스타일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디자인에 대한건 개개인의 취향차가 뚜렷하니 이정도 언급만 하겠다. 


실내는 7시리즈와 거의 같다. 몇개의 옵션이 빠졌을 뿐 앞좌석에 앉으면 7시리즈와 분간이 안가고 뒷자리 역시 7시리즈의 넉넉함을 가지고 있다. 트렁크는 7시리즈 보다 쓰임새가 좋다. SUV와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어 적재성이 좋고, 리어시트 폴딩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실내 하단부로 갈수록 원가절감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는게 조금 아쉽다.

이 조건에 5시리즈 가격이라니, 상품성만 따지면 BMW 중 최고라 할 수 있다.

국내에는 두가지의 엔진이 준비되어 있다. 306마력 40.8kg.m의 3리터 가솔린 트윈 터보와 245마력 55.1kg.m의 3리터 디젤 터보다. 두 엔진 전부 넉넉한 토크를 바탕으로 경쾌한 움직임을 선사하며 같은 엔진을 탑재한 5시리즈에 비해 250-300kg 무겁긴 하지만 가속성능과 연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하체는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구성이다. 두말 할 것 없이 BMW 다운 주행감을 선사한다.

한가지 단점은 파노라마 루프를 선택 했을때 바디 강성 문제가 눈에 뛰게 드러난다. 거대한 해치백 바디에 프레임리스 도어까지 채용 했기 때문이라 생각되는대, 운전 감각도 약간 불쾌했고 차체가 살짝 비틀릴 정도의 대각선 경사에 주차를 했더니 뒷문이 닫히질 않았다. 시승차만의 문제인지 모든 그란트리스모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하다 생긴 부작용 정도로 인식하면 되겠다.

BMW가 타사보다 더 다양한 장르를 융합하며 이차에 명명한 GRAN-TURISMO는 (영어로는 Grand-Touring) 장거리 여행을 빠르고 편안하고 또 폼나게 할 수 있는 차종을 말한다.

그간 GT라 하면 메르세데스의 CL, 벤틀리의 컨티넨탈 GT, 페라리의 612 처럼 거대하고 스타일이 좋은 2도어 쿱을 이야기했다. 이와 같이 기존 GT의 틀을 부정하고 만든 BMW 의 새로운 해석이 시장에서 받아 들여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옷도 잘 입는 그런 놈이 될지, 이것 저것 욕심만 부려서 이도 저도 아닌 놈이 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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