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고, 영민하게 거듭난 토요타 스포츠카 - 토요타 GR 수프라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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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고, 영민하게 거듭난 토요타 스포츠카 - 토요타 GR 수프라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1.11.2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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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의 부활을 맞은 토요타 스포츠카, ‘GR수프라’를 시승했다. 토요타의 GR수프라는 1978년, 스포츠카 셀리카(Celica)의 고급 모델로부터 시작한 스포츠카로, 닛산의 스카이라인 GT-R, 혼다의 NSX 등과 함께 일본의 3대 스포츠카로 꼽혔던 4세대 수프라(A80)의 후신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19년에 처음 선보였는데, 4세대 수프라가 단종된 시기가 2002년이니 무려 17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또한 GR수프라는 현행의 토요타 양산차들 중 처음으로 ‘GR’ 브랜드가 붙은 모델이기도 하다. 수프라의 차명 앞에 붙은 ‘GR’은 토요타의 미디어/커뮤니티 서비스와 모터스포츠 활동을 전담하고 있는 ‘토요타 가주레이싱(Toyota Gazoo Racing)’이 주축이 되는 스포츠 브랜드다. 기존에는 ‘G’s’라는 이름의 내수전용 고성능 브랜드였으나, 지난 2017년 ‘GR’로 브랜드를 개편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도 전개하게 되었다.

GR수프라는 한국토요타자동차가 2020년을 맞아 처음으로 출시한 신차이기도 하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2019년 하반기 일어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부터 촉발된 불매운동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하지만 한국토요타자동차는 꾸준한 사회활동과 더불어 2020년도 상반기부터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예고했는데, 그 첫 타자가 바로 GR수프라였다.

GR 수프라는 첫 대면부터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정통 유럽식 프론트엔진 스포츠카의 정석인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에, 자신만의 특색을 살린 과감하면서도 컴팩트한 정통 스포츠카의 형상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FT-1 컨셉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원형에 해당하는 FT-1 컨셉트의 경우, 좀 더 긴 휠베이스를 가진, 늘씬한 GT 컨셉트의 차량이었지만 실제로 만들어진 수프라는 그보다 훨씬 작은 퓨어스포츠카의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비록 모체가 된 컨셉트와는 상당한 차이를 갖게 됐지만 적어도 재현률 면에 있어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길고 늘씬한 GT인 FT-1 컨셉트의 모습을 휠베이스가 극도로 짧은 퓨어 스포츠카에 잘 담아냈다고 본다. GR 수프라의 차체 길이는 4,380mm에 불과하고 폭은 1,855mm에 달하며 높이는 1,305mm에 불과한 컴팩트한 몸집을 지녔다. 

디테일로 들어갈수록 디테일한 부분에서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고속주행 시 다운포스를 이끌어내는 후면 디자인, 볼륨감 있는 전/후면 휀더 등으로 수프라의 운동성능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모든 토요타 스포츠카 라인업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토요타 2000GT'의 모습들도 나타난다. 토요타 2000GT는 토요타와 야마하의 합작으로 태어난 최고급 GT 성향의 스포츠카로, 토요타 스포츠카 계보의 시조에 해당하는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특히 윈드스크린과 시각적으로 일체화를 이루는 A필러, 날카롭게 떨어지는 윈도우 라인, 그리고 공기역학적 특성을 개선하면서도 헤드룸까지 늘려주는 더블버블 루프(Double-bubble Roof)는 2000GT의 것을 쏙 빼 닮았다. 

인테리어는 86의 인테리어와 BMW 특유의 실내 레이아웃이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둥글넓적한 경적 패드를 가진 스티어링 휠과 단순한 플로어 콘솔은 86의 것을 닮았고, 수평기조가 강조된 대시보드의 레이아웃은 BMW의 것을 거의 그대로 활용한 느낌이다. 심지어 플로어 콘솔에는 i-Drive 컨트롤러까지 배치되어 있다. 사실 상 BMW의 인테리어에 토요타 버전의 '스킨'을 씌웠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BMW의 자동차들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기묘하리만치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시트 포지션은 정통 스포츠카의 낮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측방 시계를 충분히 고려한 설계가 적용되어 쿠페 모델임에도 충분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패들 시프트와 운전에 필요한 버튼은 운전자와 가깝게 배치하여 시선이동을 최소화했다. 또한 몸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하이 백(high back) 스포츠시트와 콘솔의 무릎패드 등,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17년 만에 GR의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토요타 GR 수프라는 현행의 BMW Z4와 토요타 수프라는 공동개발 절차를 거쳐 완성되어, BMW의 섀시를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엔진와 변속기 역시 토요타의 엔진이 아닌 BMW의 직렬 6기통 엔진과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렇게 BMW의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한 까닭은 뜻밖에도, 4세대 토요타 수프라의 정체성 때문이다. 4세대 수프라의 정체성은 '직렬 6기통 터보 엔진'과 전방엔진 후륜구동(FR), 50:50의 중량배분인데, 이 세 가지 분야에 모두 탁월한 강점을 보이는 브랜드가 바로 BMW이기 때문이다.

현재 토요타는 자체적인 가솔린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을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후륜구동 플랫폼 또한 사실 상 고급 대형승용차를 위해 개발된 GA-L 플랫폼 하나 뿐이다. 그렇다고 수프라만을 위한 전용의 직렬 6기통 엔진을 새로 개발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리고 토요타는 BMW와 기술관련으로 협약을 맺은 바도 있다. 토요타가 신형의 수프라를 BMW의 섀시를 바탕으로 한 것, 그리고 엔진조차 BMW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데에는 수프라의 정체성을 명분 상으로나마 지킴과 동시에 리스크도 최소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GR 수프라의 엔진은 BMW의 3.0리터 직렬 6기통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으로, 387마력/5,800rpm의 최고출력과 51.0kg.m의 최대토크를 갖는다. 이 엔진은 토요타 수프라 뿐만 아니라, 현행의 BMW M3 및 M4에 사용되는 엔진의 설계 기반이기도 하며, 수많은 BMW 모델에 같은 설계 기반을 갖는 엔진들이 사용되고 있다.

GR 수프라는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주행 그 자체를 즐겨야 하는 스포츠카인만큼, 엔진 소음 및 배기음이 거의 여과 없이 들어오는 수준이다. 일반적인 세단 모델과 비교하자면 소음이 상당히 크다. 그리고 이는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이론 상 가장 매끄러운 회전질감을 갖고 있어야 할 직렬 6기통 엔진임에도 진동이 꽤 있는 편이다. 특히 2,000rpm을 전후한 시점에서는 공명음까지 제법 일어날 정도다. 승차감은 정통 스포츠카 답게 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 설정을 가져,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는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스포츠카 본연의 임무에는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가속력 측면에서는 대체로 우수하다. 수프라의 엔진은 강력한 동력성능을 제공하며, 변속기는 쫀쫀한 직결감으로 동력을 빈틈없이 뒷바퀴에 충실하게 밀어 넣어준다. 가변배기 시스템과 같은 호화 장비는 없지만, 엔진의 사운드와 배기음도 스포츠카임을 주장하기에 한 점 모자람 없다. 3리터급 터보엔진으로서 만족스러운 동력성능과 감성품질을 제공한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짧은 휠베이스를 감안하지 않고서도 훌륭한 수준이다. 다만 스로틀 응답성은 다소 의문이 든다.  즉답식이 아니라 제대로 밟아 줘야 반응을 하는 느낌이고, 터보랙도 적지는 않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기동성능 면에서는? 퓨어 스포츠카의 의미에 충실한 모습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강건한 차체구조와 단단한 서스펜션 덕에 스티어링 휠을 감을 때마다 차체가 제깍제깍 몸을 비틀어 줄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의도 또한 칼 같이 반영한다.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급격하게 감겨 들어가는 코너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하며, 운전자가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이상,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으로 행동하지도 않는다. 우수한 균형감과 가벼운 몸놀림을 가진, 스포츠카의 전형을 경험할 수 있다.

헌데 GR 수프라는 시승을 하면 할수록 기묘한 느낌이 든다. 차량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떨림, 심지어 노면을 붙잡는 자세와 질감 등등 모든 면에 있어서, 토요타가 가진 언어와 방향성을 느끼기가 어렵다. 하나부터 열까지 냉철하기 짝이 없는 독일식, 정확히는 BMW의 스타일 그대로다. 계기반으로 눈을 돌리다 간간히 스티어링 휠에 시선이 닿지 않는다면, 같은 설계 기반을 공유하는 BMW 스포츠카에 오른 것과 다른 점을 잡아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이 때문에 머리도, 몸도, 그리고 마음도 혼란스러워진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에게 정말로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는데 원치 않았던 엉뚱한 물건을 선물로 받아 들고는, 그 실망감에 울음을 터뜨린 기억이 있는가? JDM의 전성기를 장식한 일본 스포츠카 3대장 중 가장 늦게 부활을 맞은 토요타 GR 수프라는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원했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선물이 아닌, 자칫 실망감을 안겨주는 '엉뚱한 물건'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옛 JDM을 통해 자동차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기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이 차가 한 편으로는 선물과 같이 느껴지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원치 않은 장난감을 받아 든 어린아이와 같은 기분이 혼란스럽게 뒤섞인다. 그래서 이 차를 볼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든다. 

GR 수프라는 재무 담당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바람직하게 개발된 스포츠카다. 과거와 비교하면 이젠 거의 손톱만한 규모로 줄어 든 스포츠카 시장에 판매할 모델을 최소한의 리스크를 지고 개발해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옛 팬덤을 어르고 달랠 명분까지 챙기면서 말이다. 근본주의에서 벗어나서 오로지 차 그 자체만 바라 본다면, GR 수프라는 나름대로 매력적이면서도 스포츠카로서의 정석에 가까운 것들을 대부분 빠짐없이 지키고 있는 차다.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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