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는 차원이 달라... 주력전차의 엔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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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는 차원이 달라... 주력전차의 엔진들
  • 모토야
  • 승인 2022.09.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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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戰車, Tank)는 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기동력을 고루 갖춘 무기체계로, 현대 지상군의 핵심 전력으로 통한다. 전차는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막강한 방어력으로 전선 곳곳을 교착 상태로 몰아 넣었던 '참호'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안되었다.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 시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전차 자체는 물론, 운용교리 등이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오늘날까지 진화를 거듭했다.

현대 전차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3대 요소는 '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기동력'이다. 그리고 현대 전차의 개발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각종 대전차 전술과 무기체계에 대응하고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첨단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특히 전차의 기동력을 형성하는 핵심요소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엔진'과 '구동계(변속기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이 엔진과 변속기를 하나의 모듈로 구성한 것을 '파워팩(Powerpack)'이라고 칭한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에서 이야기하는 파워트레인(Powertrain)과 동일하게 보여질 수 있지만, 자동차의 파워트레인은 엔진부터 구동륜까지의 모든 기구를 포함하므로, 그보다 더 작은 단위에 해당한다.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현대의 전차에 사용되는 엔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디젤엔진
전차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만 해도, 디젤엔진은 비주류였다. 당시에는 디젤엔진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각국의 주요 전력으로 활약하고 있는 대부분의 3세대 전차들은 디젤 엔진을 채용하고 있다. 중저속에서부터 강력한 힘과 견인력을 내는 디젤엔진의 특성이 터보차저 등 과급기 기술을 만나 성능이 크게 향상된 덕분이다. 따라서 자체중량만 수십톤에 달하는 전차를 발 빠르게 가속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주류였던 가솔린 엔진 대비 월등히 늘어난 항속거리를 가질 수 있어, 오늘날의 3세대 주력전차에는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신형 3세대~3.5세대 전차에 사용되는 디젤엔진은 자동차용 디젤엔진과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낸다. 일례로 최초의 3세대 전차로 분류되는 프랑스의 AMX-56 르끌레르(Leclerc) 전차는 프랑스 터보메카(Turbomeca, 現 사프란 헬리콥터 엔진)에서 생산하는 TM 307B 파워팩이 적용된다. 이 파워팩은 엔진은 핀란드의 바르질라(Wärtsilä)에서 개발한 V8X-1500 하이퍼바(Hyperbar, 초과급) 디젤엔진과 ESM 500 변속기로 구성된다.

이 엔진은 배기량 16.5리터의 V형 8기통 터보디젤 엔진으로, 터보차저는 엔진의 배기가스가 아닌, 별도의 가스터빈 엔진을 APU(Auxiliary Power Unit, 보조 동력 장치)로 사용하여 과급기를 구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엔진의 최고출력은 무려 1,500마력/2,500rpm에 달하고 최대토크는 4,850Nm(약 494.5kg.m)/1,700rpm에 이른다. 강력한 초과급 디젤엔진의 성능 덕분에 최신 개량형인 시리즈 XXI 기준으로 전투중량(자중+연료+탄약)이 58톤에 달하는 르클레르 전차는 단 5.5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32km/h까지 가속시킬 수 있다. 항속거리는 무장 및 사양에 따라 550~650km이며, 카탈로그 스펙 상의 최고속도는 도로에서 72km/h, 야지에서 55km/h까지 낼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최신형 전차인 K-2 흑표 전차의 경우에는 초도 생산분의 경우, 독일 MTU社의 MT-883 엔진을 STX엔진에서 라이센스 생산하는 'STX-MTU MT883Ka-501'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총배기량 27.4리터에, 90도 뱅크각을 가진 V형 12기통 터보 디젤 엔진으로,  1,500마력/2,700rpm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이 엔진이 탑재된 K-2 흑표 전차는 평지 70km/h, 야지 50km/h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2차 생산분부터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에서 개발한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가 적용된 DV-27K 파워팩이 적용되는데, 여기 사용되는 엔진은 27리터의 총배기량을 갖는 V형 12기통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이며, 제원 상 최고출력 또한 MT883과 동일한 1,500마력/2,700rpm의 성능을 낸다. 최대토크는 450kg.m/2,000rpm이다.

전차의 원조인 영국 또한, 현행의 주력전차 챌린저 2에 트윈 터보 디젤엔진을 사용한다. 챌린저 2의 엔진은 영국 퍼킨스(Perkins)社가 생산하는 CV12-6A V12 엔진이며, 최고출력은 1,200마력/2,300rpm, 최대토크 420.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다만 이 엔진을 탑재한 챌린저 2는 전투중량이 75톤에 달해, 여타의 3.5세대 전차 대비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속도는 도로에서 59km/h, 야지에서 40km/h로 다른 3세대 전차 대비 낮은 편이다. 

독일의 레오파르트 2 역시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레오파르트 2 전차에는 독일 MTU社의 MB 873 Ka-501 V12 트윈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이 엔진은 1,500마력/2,600rpm의 최고출력과 479.2kg.m/1,600~1,7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 엔진은 출력 제한을 걸지 않은 상태에서는 1,680마력까지 성능을 낼 수 있으나, 항속거리 확보 등을 위해 1,500마력으로 제한한 사양이라고 한다.

現 러시아군의 주력 3세대 전차인 T-90 계열 전차들 역시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엔진은 사양에 따라 840마력의 성능을 내는 ChTZ V-84MS V12 디젤 엔진(T-90)과 1,000마력의 성능을 내는 ChTZ V-92S2 액랭식 디젤 엔진(T-90A)을 장착한다. 서방의 전차들이 사용하는 디젤엔진 대비 성능이 상당히 부족해 보이지만, 러시아제 전차의 특성 상, 전차 자체의 체적이 작고, 중량도 46~48톤에 불과할 정도로 가벼운 덕분인지 제원 상 최고속도는 도로에서 60km/h, 야지에서 50km/h다.

가스터빈(터보샤프트) 엔진
위에서 보듯이, 세계 주요 국가의 전차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강력한 디젤 엔진을 전차의 심장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디젤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미 육군과 해병대에서 사용 중인 M1 에이브람스 계통의 전차들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M1 전차의 경우에는 위의 사례들과는 다르게, 가스 터빈, 정확히는 '터보샤프트(Turboshaft)' 엔진을 탑재한다. 터보샤프트 엔진은 엔진 출력의 100%를 축 동력(Shaft power)으로 발생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스 터빈 엔진으로, 본래 항공기 등의 보조동력장치(Auxiliary Power Unit, APU)로 고안된 엔진이다. 발생시키는 동력에 비해 크기가 대체로 작은 편인 가스터빈 엔진들 중에서도 소형화에 유리한 구조와 함께 출력과 신뢰도를 두루 만족하는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헬리콥터의 엔진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형태다. 

M1 에이브람스 전차에 사용되는 엔진은 항공기 엔진 제조사 라이코밍 엔진(Lycoming Engines)에서 공급하는 하니웰 AGT1500C 터보샤프트 엔진이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은 1,500마력, 최대토크는 3,000rpm에서 334.3kg.m, 300rpm에서 714kg.m에 달한다. M1 에이브람스가 이 엔진을 채택한 이유로는 저 무지막지한 최대토크를 이용한 순간 가속력과 가스터빈 특유의 고주파 소음으로 인해 저주파 소음이 중심이 되는 디젤엔진 대비 소음이 멀리 퍼지지 않는다는 점 등, 여러 전술적인 이점을 얻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군용 연료가 항공유인 JP-8로 통일되어 있는 미군의 유류보급체계와도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단, 디젤 엔진에 비해 연료소모가 매우 크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연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신형 엔진의 개발도 중단되면서, 미래의 M1 에이브람스 개량형은 디젤엔진을 탑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M1 에이브람스 외에 가스터빈 엔진을 채용한 전차는 또 있다. 러시아의 T-80 전차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전차에는 생산분에 따라 1,1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GTD-1000TF(초기형 및 80년대 생산분) 엔진과 1.25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GTD-1250TF(80년대 개량형 일부 및 90년대 생산분) 엔진이 탑재되며, 냉전기 구 소련 전차 특유의 작고 가벼운 몸집 덕분에 최고속도는 무려 80km에 달했다. 단, 앞서 언급한 가스터빈의 단점인 나쁜 연비로 인해, 항속거리가 300km대로 짧은 게 흠이다. 이 전차들은 대한민국에서도 '불곰사업'을 통해 33대가 도입되어 운용되고 있으며, 국군 사양은 GTD-1000TF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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