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재가 없는, 풀-하이브리드 3열 SUV가 왔다 - 토요타 하이랜더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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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재가 없는, 풀-하이브리드 3열 SUV가 왔다 - 토요타 하이랜더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3.08.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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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요타자동차가 자사의 3열 준대형급 SUV 하이랜더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그리고 하이랜더의 출시와 더불어 경기도 파주를 시작으로 인천 영종도 일대를 도는 미디어 시승행사를 마련해, 하이랜더의 매력을 알리는 데 나섰다. 토요타 하이랜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차종이었다.

특히 레저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3열좌석을 갖춘 준대형~대형급 SUV(미국시장 기준으로 3열 중형 SUV, 3rd-row Midsize SUV)들에 대한 수요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포드 익스플로러를 시작으로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 등, 미주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었던 준대형급 SUV들이 국내에서 쏠쏠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번 시승행사에서 새로운 모습을 하고 드디어 국내 시장에 입성한 토요타 하이랜더를 직접 경험해보며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VAT 포함 차량기본가격은 6,660~7,470만원(개별소비세 5% 기준)이다.

4세대에 해당하는 현행의 토요타 하이랜더는 2020년부터 양산을 시작한 모델로, 먼저 출시된 바 있는 컴팩트급 SUV인 RAV4의 외관과 닮은 부분들이 보인다. 그렇지만, RAV4와는 첫인상 면에서 엇비슷할 뿐,  여러 부분에서 완연히 다른 감각으로 디자인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RAV4의 인상이 겹쳐보이는 부분은 바로 전면부다. 눈매를 치켜올린 헤드램프와 입체적으로 구성된 범퍼의 디자인 등에서 그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반면 RAV4가 '8각형'을 모티브로 한 직선 중심의 스타일링이었다면, 하이랜더는 시리즈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부드러운 곡선과 유기적인 볼륨감을 강조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후면부에서는 미니밴 모델인 시에나와의 접점이 보인다. 양끄트머리 하단으로 깊게 엣지가 들어가는 형상이 캠리, 시에나의 것을 닮았다. 그러면서도 테일램프는 최대한 수평으로 긴 형상으로 디자인하여 시각적 안정감을 추구하고, 유기적인 곡선으로 형태를 빚어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휠은 20인치 사양, 타이어는 235/50 R20 타이어를 사용한다. 차체 길이x폭x높이는 4,965x1,930x1,755mm이며, 휠베이스는 2,850mm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보다 30mm 짧고 45mm 좁고 높이는 5mm가 높다. 휠베이스 역시 팰리세이드 대비 50mm 짧다.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동급의 미국식 3열 중형 SUV들에 비해 대체로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다.

인테리어는 단순한 구조와 기능적 측면을 중시하는, 정석적인 느낌을 주는 대시보드 디자인이 특징이다. 또한 군데군데 장식적인 요소를 넣는 한 편, 대시보드 각 요소요소에 수납공간들을 마련해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최신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들의 시선에서는 고전적인 느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운전석은 충실하게 신체를 지지하면서도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의 착석감을 경험할 수 있다. 동급에서 상당히 준수한 착석감을 가진 시트 덕분에 장시간의 주행에도 피로 누적을 완화되는 효과를 보이며, 8방향 전동조절 기능과 2방향 전동식 요추받침, 그리고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단, 통풍 기능은 몸을 식혀주는 느낌보다는 문자 그대로 바람을 통하게 해주는 느낌에 더 가깝다. 이 기능은 조수석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다. 조수석 역시 전동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내부 공간은 상당히 넓고 쾌적하다. 특히 2열좌석은 2개의 독립식 좌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3열 좌석으로의 진입이 수월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거주성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를 준다. 이 뿐만 아니라 좌석 자체의 착석감도 준수한 편이고 별도의 팔걸이, 등받이 조절 기능, 슬라이딩 기능을 제공한다.

통상 이러한 구조의 SUV에서는 3열좌석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하이랜더는 동급에 비해 작은 차체를 지니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트렁크 공간에 할당된 공간이 크기 때문에 3열에 배정된 공간이 상대적으로 더 작아진다. 이렇게 간소화된 3열 좌석은 실질적으로 트렁크 공간을 크게 확보하기 위해 의도된 설계로 보여진다. 적재공간은 상당히 크며, 실질적인 경쟁상대들에 비해서도 높고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하이랜더에 적용되어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자연흡기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륜에 설치되는 2기의 모터-제너레이터(MG1, MG2), 그리고 후륜에 설치되는 모터-제너레이터(MG-R)로, 엔진 1기에 전기모터 3기가 결합된 구성을 지닌다. 이러한 구성은 기존에 RAV4 'E Four' 상시사륜구동 버전에 적용되고 있는 THS와 기계적으로 거의 동일한 구성이다.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토요타의 최신 직분사 기구인 D4-S가 적용돼있으며, 188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23.9kg.m/4,4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후륜의 MG-R을 포함한 3기의 모터-제너레이터는 합산 182마력에 해당하는 최고출력을 낸다. 시스템 합산 총 출력은 최대 246마력으로, 통상적인 3.0리터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해당하는 동력성능을 갖는다.

하이랜더에 적용된 E Four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형태의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통상적인 사륜구동 자동차의 중앙 추진축(Propeller Shaft)과 차동기어(Differential)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100:0~20:80까지의 구동력 제어가 가능해, 다양한 노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공인연비는 도심14.3km/l, 고속도로 13.3km/l, 복합 13.8km/l에 이른다.

토요타의 검증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하이랜더는 출발부터 가뿐하다. 준대형급에 해당하는 3열 SUV의 덩치를 이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지만, 하이랜더의 잘 짜여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러한 우려를 빠른 시간에 불식시켜줄만큼 적절한 동력성능을 보인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 기준으로 엔진에 가장 많은 부하가 걸리는 발차 및 등판 가속에서 전기모터가 큰 힘이 되어주는 덕분에 예상외로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급가속시의 순발력도 덩치를 감안하면 적절한 수준이다. 아주 차고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적어도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정도의 가속감을 경험할 수 있다. 3리터 이상의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나 강력한 터보엔진을 사용하는 경쟁차들에 비해서는 박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패밀리 SUV의 범주에서 이 정도의 가속력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단, CVT의 변속감각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생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운동성은 글로벌 아키텍처(GA-K)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안정감이 돋보인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 체급의 SUV들은 코너에서 어쩔 수 없이 몸을 사려야 하지만, 하이랜더는 낮은 무게중심을 가진 기반설계 덕분에 뜻밖의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다. 서스펜션 역시 준대형급 패밀리 SUV에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설정이지만, 준수한 기반설계와 조율이 잘 된 섀시 덕분인지, 덩치에 비해 다루기 쉽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토요타에서 하이랜더를 개발할 때 크게 공을 들인 부분이 바로 차량의 크기가 주는 부담감을 최소화하여 조종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덕분에 운전경험이 적은 편이라고 할지라도, 차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 아니라 푀소회전반경 또한 동급에서 가장 작은 5.5m 수준으로, 손쉬운 조종성과 더불어, 동급에 비해 약간 작은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를 역으로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하이랜더에는 토요타의 예방안전 패키지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oyota Safety Sense, TSS)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운행 환경을 조성한다.

정숙성은 준수하다. 물론 렉서스의 차종이 비할 것은 아니지만, 패밀리 SUV리자, 일상을 함께하는 차량으로서 고급 브랜드 차종이 부럽지 않은 우수한 정숙성을 경험할 수 있다. 승차감 또한 패밀리 SUV에 걸맞은 부드러운 질감이 두드러지면서도, 하체가 나약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정이 이루어진 느낌을 준다. 이러한 덕분에 토요타 하이랜더는 동급의 준대형 3열 SUV 가운데 최상위권의 쾌적함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경험하게 된 토요타의 준대형 3열 SUV 모델 하이랜더는 비록 등장은 라이벌들보다 한참 늦기는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설계기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풀체인지 모델로 선보이게 되면서 기존 대비 월등한 경쟁력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는 대형의 3열좌석 SUV를 원하지만 유류비와 자동차세, 그리고 주차 편의성 등과 같은 부분들에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차들은 대체로 3리터 이상의 대배기량 엔진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유류비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하이랜더는 이렇게 3열 SUV에 부담감을 느기고 있는 소비자들로서는 실로 이상적인 대안이 되어 줄 수 있는 차다. 가격이 경쟁차종에 비해 월등히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점이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지만, 일상에서의 편안한 운전과 3열 SUV의 넉넉한 공간 활용성,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유류비용을 두루 만족하는 '풀-하이브리드' SUV인 하이랜더는 사실 상 국내 시장에서 유일한 풀-하이브리드 대형 SUV로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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