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실용성, 주행감의 삼위일체를 이룬 매력적인 크로스오버 - 푸조 408 GT 시승기
상태바
스타일, 실용성, 주행감의 삼위일체를 이룬 매력적인 크로스오버 - 푸조 408 GT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3.11.14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랑스 뤽 베송 제작의 액션영화 시리즈, '택시' 시리즈를 기억하는가? 영화 택시 시리즈에서는 푸조의 준중형~중형 세단 포지션에 있었던 D세그먼트 세단 406과 407이 시리즈 대대로 등장한 바 있다. 영화 속의 푸조 406과 407은 주인공 택시기사의 생계수단이지만, 필요할 때에는 트랜스포머 저리가라 할 기상천외한 3단 변신을 선보이며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톡톡히 활약해왔다.

푸조의 406과 407이 속한 40X 라인은 1911년 푸조 타입 127을 시작으로 타입 143, 153, 175, 176, 183, 601 등의 수많은 차종을 거쳐, 전간기에 등장한 401부터 2011년 단종된 407까지 무려 100년을 꽉 채운 유서 깊은 모델이다. 하지만 406과 407로 이어졌던 푸조 40X의 명맥은 기존 준대형 세단 607과 중형세단 407을 하나로 통폐합한 508의 등장으로 인해 대가 끊겼다.

그렇지만 2022년, 푸조의 40X 시리즈가 408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새롭게 등장한 푸조 40X 세단의 후계자에 해당하는 408은 전통적인 세단의 형태가 아닌, 최근 유행하고 있는 승용 기반 패스트백 크로스오버 모델로 태어났다. 푸조의 새로운 408을 시승하며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짚어 본다. 시승한 408은 상위 트림인 408 GT 트림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4,690만원.

푸조 408의 외관은 오늘날 승용차 시장에서 전통적인 세단과 해치백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승용 기반 크로스오버 모델의 형태를 띄고 있다. 세그먼트 상으로는 현행의 308등과 같은 C세그먼트로 분류되지만, 308 대비 110mm나 긴 2,790mm에 달하는 휠베이스와 그만큼 더욱 늘씬하게 빠진 차체형상을 갖추고 있다. 길이는 4,700mm, 폭 1,850mm, 높이 1,485mm로, D세그먼트에 해당하는 현대 아반떼와 거의 비슷한 크기를 지니며, 높이는 좀 더 높다.

전면부는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가장 극적이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적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헤드램프까지 뻗어 있는 촘촘한 격자형태의 바디컬러 라디에이터 그릴과 사자의 어금니를 형상화한 세로형의 LED 주간상시등, 그리고 GT 트림에만 적용되는 풀 LED 헤드램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채롭게 펼쳐지는 패턴을 보여주며 화려함을 더한다. 여기에 스포츠카의 것을 연상케 하는 대형의 공기흡입구 디자인이 어우러져 408만의 대담하고 공격적인 인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릴 중앙에 붙어 있는 새로운 방패 배경의 사자 로고가 당당함을 더해준다.

측면에서는 날렵하게 빠진 패스트백형의 차체가 눈에 들어온다. 하단의 과감한 캐릭터 라인과 앞/뒤 펜더를 중심으로 각을 주어 부풀려 놓은 형상으로 깨지지 않을 것 처럼 단단한 느낌을 강조하는 형태의 볼륨감이 인상적이다. 휠의 디자인은 스파이샷이 나돌던 당시의 파격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스크류 프로펠러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 스포티한 감각을 더한다. 엠블럼의 위치도 특이한데, 통상 펜더에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408은 프론트 도어에 붙이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다만 거의 수직으로 올라오는 C필러와 리어도어의 절개선이 다소 아쉽다. 이 절개선들만 조금 더 세련되게 처리했다면 보다 단단해 보이는 느낌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 같다. 

날카로우면서도 직선 위주의 은은한 볼륨감을 형성하는 차체형상은 뒷모습에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일체형 테일램프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구성이 수평향으로 이루어져 있어, 차량을 보다 넓고 당당하게 보이도록 한다. 테일램프 가니시 중앙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엠블럼으로 당당함을 더하며, 하단에는 SUV를 연상케 하는 블랙패널 몰딩을 두툼하게 적용해 크로스오버 다운 감각 역시 살리고 있다.

인테리어는 2세대 푸조 308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는 아이콕핏(i-Cockpit) 개념을 그대로 잇고 있다. 계기판을 대폭 상향배치하고 소형화된 스티어링 휠로 직관적인 조작감과 HUD에 준하는 시인성을 가지게 하는 이 디자인 개념은 종래의 방식 대비 한층 직관적이고 몰입감 있는 운전환경을 제공하는 요소다. 여기에 외관과 마찬가지로 직선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스타일을 강조하는 대시보드 디자인으로,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실내의 감각을 제공한다.

이 뿐만 아니라 푸조 408에는 푸조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더불어 GT 트림 한정으로 제공되는 푸조 아이토글(i-Toggle)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을 하단에 별도로 마련된 터치스크린에 배치한 아이토글 디스플레이는 독특한 감각과 더불어 상단 화면의 폭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으며, 각 기능을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어, 한층 개선된 사용 편의성을 제공한다. 스마트폰 연결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모두 지원한다. 다만, 각 기능에서 기능으로 넘어갈 때에 전용의 애니메이션이 출력되는데, 프레임이 상당히 낮아, 영상이 깔끔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며, 신형의 시스템임에도 터치스크린의 터치 응답속도 및 처리 속도는 여전히 느린 편이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아이토글 외에도 다양한 버튼들이 배치되어 있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아래로는 상단에 휴대폰 무선 충전기, 하단의 수납공간으로 나뉘어진 2단 선반이 존재한다. 완전 전자식 변속장치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텁홀더 용량은 예상 외로 넉넉하며, 그 뒤로 또 하나의 깊숙한 선반이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방측 도어포켓은 2개의 파티션으로 나뉘어져 있어, 한층 실용적인 구성을 제공한다. 변속장치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후진(R)-중립(N)-전진(D) 순으로 배열되어 있고, 주차기어(P)는 최상단에 별도의 버튼으로 마련되어 있는 직관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처음 조작하게 되었을 때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앞좌석은 세미버킷 형태로 만들어져 탑승자의 신체를 탄탄하게 붙잡아 준다. 스포츠카와 유사한 감각을 강조하는 최근 푸조 차종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착좌부쪽 날개가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고, 그 폭도  다소 좁은 편이어서 덩치가 큰 사람의 경우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 시승한 408 GT의 운전석은 2개 메모리 기능과 8방향 전동조절 기능, 수동 사이 서포트, 4방향 전동식 요추받침이 적용되며, 앞좌석은 양쪽 모두 열선기능만 제공한다. 통풍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날렵한 패스트백형 루프라인으로 인해 비좁지 않을까 걱정했던 뒷좌석은 뜻밖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뒷좌석 또한 앞좌석 못지 않게 탄탄한 질감의 벤치형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성인 남성에게도 국산 준중형 세단에 상응하는 거주성을 제공한다. 뒷좌석 리클라이닝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뒷좌석은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USB -C 포트 2개, 전용 수납 선반, 컵홀더 내장형 암레스트 등을 제공한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36리터를 제공해, 통상적인 대형 세단보다도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여기에 돌출부를 최소화한 내부 격벽 설계로 짐을 싣고 내리고 정리하기 좋은 구조를 제공한다. 여기에 테일게이트와 뒷좌석에 붙어 있는 선반을 제거한 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1,611리터로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6:4 분할 구조를 기본으로 스키스루 기능까지 제공하여 4명이 편안하게 승차할 수 있으면서도 최대한의 공간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푸조 408은 3008 SUV와 5008 SUV를 통해 국내서 처음으로 선보인 1.2리터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31마력/5,500rpm, 최대토크 23.5kg·m/1,750rp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아이신(AISIN)이 공급하는 EAT8 자동 8단 변속기를 사용한다. 구동방식은 전륜구동이다.

가솔린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408은 대체로 무난한 정숙성을 선보인다. PSA의 디젤파워트레인만을 경험했던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예상 외로 아주 극적으로 정숙하지는 않다는 느낌도 든다. 그만큼 PSA 디젤승용차들의 정숙성이 뛰어났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408의 정숙성은 다른 유럽계 대중 브랜드의 가솔린 모델들에 비해서 크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지만,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하는 국산 준중형 세단과 비교해서 약간 부족한 정도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수도 있는 수준이다.

승차감은 묵직한 맛이 있으면서도 뜻밖의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근래 들어 출시된 푸조의 EMP2(Efficient Modular Platform) V3 플랫폼 기반 모델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탄탄하고 묵직하면서도 안정적인 감각이 두드러진다. 탄탄하면서도 허리를 괴롭히지 않는 포용력도 있으며, 기골도 단단해서 의외로 고급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감각이다. 차량을 예로 들어 비교한다면, 대략적으로 해치백 모델인 308과 세단 모델인 508의 중간정도 되는 느낌이며, 확실히 SUV보다는 세단의 감각에 훨씬 더 가깝다.

가속은 경쾌하다. 저속 토크가 강하고 회전수가 빠릿빠릿하게 올라가며 출력이 올라가는 가솔린 터보 엔진의 특징이 제대로 나타나며, 1.2리터에 불과한 배기량에 대한 걱정을 보기 좋게 불식시킨다. 출력만 놓고 비교할 때에는 국산 준중형세단에 사용되는 1.6리터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최대토크는 2.4리터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맞먹고, 그 최대토크가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덕분에 뜻밖의 펀치력을 경험할 수 있다. 엔진의 구동음도 꽤나 경쾌한 편이어서 가속을 하는 맛이 제법 있다.

푸조 408은 일반적인 승용 세단은 물론, 푸조의 주특기인 해치백들보다도 훨씬 높은 지상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SUV처럼 둔한 느낌을 줄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실상은 이 차도 푸조의 혈통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조종성능의 측면에서 푸조 가문의 일원답게 탄탄하고 민첩한 느낌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적어도 기본기의 측면에서 '기본'의 수준은 넘었다고 보여진다. 동사의 본격적인 SUV 모델들인 3008이나 5008조차 해치백 특유의 탄탄한 맛이 있는 마당에, 승용 크로스오버 모델인 408은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네 바퀴를  탄탄하게 붙잡아주는 서스펜션과 준수한 응답성의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그리고 아이콕핏 개념의 작은 스티어링 휠에서 오는 직관적인 조종환경은 그야말로 푸조 그 자체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핸들링 감각이다.

푸조 408은 다양한 능동안전 시스템을 장비하고 있다. 스톱 앤 고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교통 표지 인식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전방 충돌 알람 시스템, 사각 지대 충돌 알람 시스템 등이 기본으로 적용되며, 그 외에도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후방 카메라 또한 기본으로 적용된다. 여기에 이번에 시승하게 된 GT의 경우에는 차선 유지 보조 기능과 풀 LED 헤드램프, 자동 하이빔 등이 적용된다.

연비도 예상 외로 나쁘지는 않다. 408의 공인연비는 도심 11.5km/l, 고속도로 15.0km/l, 복합 12.9km/l인데, 실제 시승 중에도 공인연비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수치를 보였으며, 고속도로 정속주행시에는 이를 웃도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왔다. 물론, 막강한 연비를 자랑했던 과거 PSA의 디젤 파워트레인을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가솔린 파워트레인으로 이 정도라면 준수한 수준의 연비라고 본다.

이번에 시승한 푸조의 408은 멋들어진 외관과 탄탄한 주행성능, 그리고 크로스오버의 실용성이 절묘하게 상위일체를 이룬 모델이다. 최근 또 다른 트렌드로 부상한, 스타일리시한 크로스오버의 매력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푸조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여전히 전자장치들의 조작감이나 처리속도 등이 떨어진다는 사소한(?) 아쉬움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일과 뛰어난 주행성능이 그것들을 잊게 만들어 준다. 푸조 408은 직접 시승해보니 어째서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이 차를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가를 공감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