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60 T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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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S60 T5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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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보 S60이 10년만에 2세대로 진화했다. 변화는 극적이다. 인테리어는 익숙하지만 외모는 낯설다. 시승차는 S60 T5. 직렬 5기통 2.5ℓ 터보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를 짝짓고 앞바퀴를 굴린다. 보행자 감지 기능을 비롯한 최신 안전기술은 기본. 주행감각이 고급스럽고 승차감이 편안하다. 프리미엄의 가치를 한 가득 담았다. 




신 형 S60의 디자인은 ‘예쁘다’ ‘못 생겼다’의 흑백 논리로 설명이 어렵다. 꼬투리 잡힐 여지도 많다. 이제는 한 물 간 캡포워드 디자인을 답습했다고 폄훼 받을 수도 있고, 워낙 독특한 도형언어여서 불특정다수에게 호소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와도 닮지 않았고, 최근 볼보 디자인의 흐름을 충실히 담았다는 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실내 역시 이전의 S60과 완전히 다르다. 스위치 일부를 빼면 재활용한 부품을 찾기 어렵다. 팝업식 모니터가 고정식으로 바뀌면서 손 뻗어 터치하기 한층 쉬워졌다.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감성품질도 꼼꼼히 챙겼다. 그런데 앞 유리 위쪽과 천정 마감재가 만나는 부분을 몰딩하나 덧씌우지 않고 내버려둔 건 의외다. S60뿐 아니라 볼보 전 모델에 해당되는 얘기다. 

남은 공간에 미련 없는 볼보의 고집은 여전하다. 잘 피트된 정장처럼, 기둥과 대시보드, 센터스택이 탑승객을 오붓이 에워싼다. 소재는 더 고급스러워졌고 구성은 보다 알차졌다. 시트에 몸을 얹고 스티어링 휠을 감싸 쥘 때의 기분이 특히 근사하다. 프리미엄 브랜드란 이처럼, 홍보문구가 아닌 오감으로 고급스러운 감각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시 승차의 엔진은 직렬 5기통 2.5ℓ 저압터보다. 이른바 T5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254마력, 최대토크는 36.7㎏·m다. 저압터보는 중저속에서 높은 토크를 뿜는다. 따라서 가감속이 잦은 도심에서 진가가 빛난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도 휘리릭 용솟음치듯 토크를 쏟아낸다. 체감가속이 수치로 드러난 ‘제로백’ 7.2초보다 한층 짜릿하고 박력 넘치는 이유다. 

변 속기는 자동 6단 기어트로닉이다. D에서 레버를 왼쪽으로 옮긴 뒤 위( )와 아래(-)로 끄덕여 기어를 오르내릴 수 있다. 빵빵한 토크는 고속으로 쉬 옅어지지 않고 유지된다. 일반적인 주행환경에서 S60 T5로 답답함을 느끼긴 어렵다. 차체를 끌기에 충분히 넉넉한 파워트레인이다. 또한, 디젤과 달리 회전수가 경쾌히 치솟고 잦아든다. 사운드도 썩 근사하다.

사실 T5 엔진은 이미 익숙하다. 그럼에도 S60의 주행감각은 이전과 확연히 구분된다. 비결은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에 있다. 좌우 앞바퀴의 토크를 재분배하는 시스템이다. 전자제어식 디퍼렌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전엔 언더스티어가 생길 경우 코너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었다. 빼기의 개념이다. 반면 이젠 반대쪽 바퀴에 구동력도 더 몰아준다.

최근 이 같은 개념의 장비는 앞바퀴굴림 차의 주행성능을 높일 돌파구로 각광받고 있다. 곧 국내에 선보일 폭스바겐 골프 GTI도 갖췄다. 기술내지 장비의 이름이 다를 뿐이다. CTC는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장비다. 눈으로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작동시점을 알 방법도 없다. 차이는 CTC가 달리지 않은 동일 모델을 몰아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S60은 휘발유건 디젤 엔진이건 CTC가 기본이다. 타이어가 비명을 질러대는 한계상황에서만 혜택을 보는 건 아니다. 언더스티어의 조짐만 보여도 알아서 토크를 나눈다. 따라서 핸들링이 한층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졌다. 의도와 달리 앞머리가 스멀스멀 밖으로 밀려나는 좌절감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이 때문에 운전에 한층 자신감이 실린다.

승차감은 역시 볼보답다. 스포츠 세단을 꿈꾸면서도 푸근한 맛은 고집스레 지켰다. 이런 고집이 쌓이고 쌓여 볼보의 정체성을 이뤘다. S60 역시 기업의 발자취를 따르는 중이다. 오랜 진화를 통해 비로소 동급 독일 차를 넘보는 경쟁력을 갖췄다. 시간은 오래 걸렸다. 하지만 유행이 아닌 원칙을 따랐기에, 내공은 더없이 심오하다.

S60 T5는 기본형과 프리미엄으로 나뉜다. 프리미엄은 전자식 섀시제어 시스템인 ‘Four-C’를 갖춰 실시간으로 감쇠력을 조절한다. 보행자 추돌방지 시스템도 갖췄다. 시속 35㎞ 이하에서 신장 80㎝ 이상의 보행자를 감지해 운전자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알아서 급제동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사각지대 경보장치도 딸려온다. 800만 원의 값어치가 충분하다. 물론 ‘안전의 볼보’답게, 시티세이프티는 전 모델에 기본이다.

글 김기범|사진 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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