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GLK 220 CDI 4매틱 블루이피션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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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GLK 220 CDI 4매틱 블루이피션시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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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K 는 C-클래스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된,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컴팩트 SUV다. 시승차는 직렬 4기통 2.2ℓ 커먼레일 트윈터보 엔진을 얹었다. 변속기는 벤츠 최초로 4기통 엔진과 짝지은 7G-트로닉. 0→시속 100㎞ 가속 8.8초의 순발력과 C-클래스 못지않은 핸들링을 갖춰 운전이 쉽고 즐겁다. 든든한 4매틱과 넓은 짐 공간은 덤으로 주어지는 매력이다.

 



대 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가. 후발주자가 오히려 트렌드세터를 자청하고 나섰다. 세 꼭지별 왕국,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컴팩트 SUV, GLK 얘기다. 프리미엄 컴팩트 SUV 시장을 먼저 차지한 주인공은 BMW. 1997년 벤츠가 ML로 SUV 시장의 단물을 쪽쪽 빠는 걸 보면서 쓰린 속을 달래야 했던 BMW는 1999년 X5, 2003년 X3을 선보이며 영토 확장에 나섰다.

컴 팩트 SUV 시장을 놓친 건 벤츠의 오판 때문이었다. 당시 벤츠는 미니밴에 희망을 걸었다. 2005년 선보인 R-클래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쓸데없이 크기만 하다는 혹평을 들었다. 판매에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때 BMW도 미니밴을 고려했었다. 그러나 결국 컴팩트 SUV로 돌아섰다. 벤츠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BMW는 X3을 착실히 팔았다.

메르 세데스-벤츠가 GLK를 선보이면서 복수의 전주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BMW에게 한 방 먹은 벤츠는 노련한 거장답게 되레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벤츠의 이런 당당함은 GLK의 디자인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나의 개인적인 감상이 아닌, 그들의 설명이다. 자신감 넘치는 존재, 차별화된 개성. GLK 디자인의 당찬 슬로건이다.

GLK는 우여곡절 끝에 태어났다. 원래 스마트 브랜드로 선보일 운명이었다. C-클래스의 플래폼을 뼈대 삼아 ‘포모어(FourMore)’란 이름의 컴팩트 SUV로 팔 예정이었다. 그러나 ‘포포’와 ‘로드스터’를 없애고 ‘포투’로 스마트의 라인업을 간소화시키면서, 프로젝트는 취소됐다. 결국 이 컨셉트는 골격을 제공할 예정이던 벤츠의 품에서 GLK로 꽃을 피웠다.

벤츠는 GLK의 마케팅에 다른 어떤 모델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 모터쇼 무대에 앞서,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촬영에 내보낸 게 좋은 예다. GLK를 미국까지 실어가서, 보안요원 12명의 철통 감시 속에서 그 비밀스러운 속살을 카메라 앞에 내보였다. ‘도시를 닮은 자유로운 차’란 이미지를 소비자의 뇌리에 선명히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지하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GLK는 그 컬러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둥글둥글 모난 곳 없는 ML과 달리, GLK는 종이접기 모형처럼 날카로운 선으로 가득하다. 미운 오리새끼처럼 나머지 형제와 사뭇 다른 분위기. 그러나 올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신형 E-클래스에도 같은 디자인 DNA가 녹아들었다. 국내엔 수입되지 않지만 GL-클래스도 딱 이 분위기다.

누군가 GLK가 잘 생겼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망설여진다. 지붕이 가파른 사다리꼴로 솟아 옆에서 보면 모자 같다. 얼굴은 위아래 비율을 늘린 C-클래스나 지그시 누른 GL-클래스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BMW X3 또한 잘 생긴 축엔 속하지 않으니, 벤츠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예쁘게 다듬을 부담은 덜 했을 것이다. 나아가 Q5가 예외적인 경우였을 뿐, 아우디 또한 최근 디자인에 마초적인 분위기를 물씬 불어 넣고 있다.




GLK 는 국내에 220 CDI 4매틱 블루이피션시 한 모델만 수입된다. 엔진은 코드네임 OM 651의 직렬 4기통 2.2ℓ 커먼레일 트윈터보 170마력. 커먼레일은 4세대로 피에조 인젝터를 통해 최대 2천 바의 압력으로 연료를 잘게 으깨어 뿌린다. 최대토크 40.7㎏·m는 1천400~2천800rpm에서 뿜는다. 변속기는 벤츠 최초로 4기통 엔진과 짝지은 7G-트로닉.

블 루이피션시는 특정 기술이라기보다는 친환경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모델을 통칭하는 개념. 효율 뛰어난 엔진뿐 아니라 공기저항계수를 낮추고, 구름저항이 낮은 타이어를 끼우는 등 크고 작은 노력의 총체적 결실이다. GLK 220 CDI는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와 영구적인 수명의 디젤 미립자 필터(DPF) 등의 노력에 힘입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83g/㎞에 묶었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엔진 주위를 빙 둘러 격벽을 세우고 고무를 씌운 덕분이다. 보닛을 닫으면 완전히 밀폐된다. 방음·흡음재도 아낌없이 넣었다. 퍼블릭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이는 이렇듯 세심한 배려에 있다. 한편, 운전석 위치가 높아 시야는 시원시원하다. 뼈를 나눈 형제, C-클래스의 이미지는 금세 뇌리에서 사라진다.

수치로 드러난 동력성능은 평범한 편이지만, 단단히 응어리진 토크는 비범했다. 잽 날리듯 가속을 반복하면 울화통 터뜨리듯 파워를 ‘꽈르릉’ 쏟아냈다. 반면 길게 이어지는 가속은 매끄러웠다. 5단 기어의 C 220 CDI보다 은밀하고 부드러운 변속 덕분이다. 제원성능은 C 220 CDI과 별반 차이 없다. 0→시속 100㎞ 가속을 C보다 0.4초 뒤진, 8.8초 만에 끊는다.




변 속기는 스포츠 모드를 갖췄다. 그러나 스위치를 누른들 아우디처럼 당장 기어부터 내리진 않는다.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가속 페달의 감도를 높이고, 다음 변속시점을 뒤로 한껏 미룬다. 아울러 D 상태에서 정차할 땐 토크 컨버터의 동력흐름을 끊어 연비를 챙긴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동력을 잇기 때문에 기능이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기 어렵다.

GLK는 가속뿐 아니라 핸들링 또한 무게와 덩치를 잊게 만든다. 폭우로 흠뻑 젖은 꼬부랑길에서, GLK는 C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민첩한 몸놀림을 뽐냈다. 운전석이 높지만 무게중심은 밑바닥 저편에 남겨 뒀다. GLK의 구동계는 벤츠의 자존심인 4매틱. 앞뒤 구동력을 45:55로 고정하고 비스커스 커플링 방식의 디퍼렌셜로 좌우 바퀴의 회전을 조절한다.  

BMW X3이나 아우디 Q5 등이 그렇듯 GLK엔 벤츠 고유의 운전감각이 오롯이 살아 있다. 같은 장르를 지향했을지언정 서로의 매력은 뚜렷이 차별화된다. X3은 빠릿빠릿하고, Q5는 정교하며, GLK는 편안하다. 따라서 이들이 벌일 삼파전의 향방은 누가 더 많은 소비자에게 각자의 매력을 세뇌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세 브랜드를 한 번도 겪지 않았거나 전부 겪어본 이들은 대개 벤츠를 골랐다.

글 김기범 |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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