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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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파나메라 GTS
  • 김기범
  • 승인 2012.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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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말라가에서 포르쉐 파나메라 GTS를 시승했다. GTS는 파나메라 시리즈 가운데 가장 스포티한 모델. V8 4.8L 430마력 자연흡기 엔진과 단단한 하체, 정교한 사륜구동 장치를 어울렸다. 파나메라 4S와 성능 차이는 크지 않지만,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사운드 때문에 한층 자극적인 재미를 준다. 페리 포르쉐가 염원했던 짜릿한 세단이 비로소 완성되었다.





지난 1월 말,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서 포르쉐 파나메라 GTS를 시승했다. 이번에 GTS가 데뷔하면서 파나메라는 총 9개 모델로 거듭나게 되었다. 가솔린과 디젤, 하이브리드, 뒷바퀴와 네 바퀴 굴림, 자연흡기와 터보 등 저마다 뚜렷한 색깔을 지녔다. GTS는 이 가운데 가장 ‘스포티’한 파나메라를 꿈꾼다. 


포르쉐에서 ‘GTS’는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의 이니셜이다. ‘장거리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차’를 뜻한다. 포르쉐 GTS의 역사는 1963년 시작되었다. 경주차인 904 GTS가 최초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주차 가운데 하나로 손꼽혔다. 그런데 이 차의 진정한 가치는 외모보다 몸무게에 있다. 포르쉐 최초로 플라스틱 차체를 썼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르쉐의 역대 GTS는 군살 빼는 동시에 힘을 키우기 위한 기술이 아낌없이 동원된 경주차였다. 반면 파나메라 GTS는 경주차의 혈통을 부각시킨 양산차다. 거친 사운드에 심취하고 섬세한 운전에 몰입하고 싶은 오너를 위한 차다. 또한, 개조 없이 곧장 서킷을 누빌 수 있는 차를 지향한다. 때문에 자연흡기 엔진과 단단한 하체를 기본으로 갖췄다.  

프로젝트 매니저 슈테판 우쉬 박사에게 “GTS가 가장 스포티한 파나메라”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경주차 특유의 날 선 감각으로 차별화했거든요.” 파나메라 GTS는 헤드램프와 윈도 테두리, 머플러 등 차체 곳곳을 스모키 화장으로 시커멓게 물들였다. 4단 변신 뒷날개와 큼직한 브레이크는 터보와 터보 S에서 가져왔다. 

GTS는 다른 파나메라보다 10㎜ 더 낮다. 좌우 뒷바퀴엔 각각 5㎜짜리 휠 스페이서를 끼웠다. 서스펜션도 형제 중 가장 단단하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을 포함한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도 기본이다. 스포츠 버튼을 눌러 댐퍼의 감쇠력을 단단히 굳힐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댐퍼 네 개 각각의 세팅을 알아서 바꾸기도 한다. 

나아가 이 기능은 차체의 좌우 기울임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과 연동된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까지 옵션으로 고를 경우 스포츠 플러스 버튼을 누르면 파나메라 GTS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다. 서스펜션이 얼어붙을 뿐 아니라,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PTM)와 뒤 차축의 디퍼렌셜 세팅마저 공격적으로 변한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 천정, 도어 트림엔 알칸타라를 씌웠다. 앞뒤 시트는 어깨와 허벅지와 옆구리 부위를 날개처럼 활짝 편 버킷 타입. 시트벨트는 빨강과 은색을 고를 수 있다. 계기판엔 신형 911로 신고식을 치른 ‘G-포스 디스플레이’를 띄울 수 있다. 시동을 걸자 엔진이 요란하게 숨통을 튼다. 옵션인 스포츠 머플러까지 달아 숨소리가 한층 거칠고 으스스하다. 


파나메라 GTS의 엔진은 파나메라 4S와 같은 V8 4.8L 자연흡기. 흡기를 꾹꾹 눌러 쥐어짜는 터보 엔진보다 출력은 뒤진다. 대신 힘을 망울지지 않게 뿜는다. 그래서 섬세한 조작이 필요한 경주차가 즐겨 쓴다. 최고출력은 430마력. 파나메라 4S(400마력)와 터보(500마력)의 사이에 자리한다. 파나메라 4S의 엔진에 30마력, 2㎏·m를 더 쑤셔 담았다는 얘기다. 

출력 키우는 과정엔 꼼수가 없었다. 포르쉐답게 교과서적 방식을 따랐다. 최고출력 찍는 엔진회전수를 200rpm 더 높였다. 전체 회전범위는 400rpm까지 늘었다. 따라서 파나메라 GTS의 엔진회전수는 7천100rpm까지 치솟는다. 그런데 덧셈하듯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엔진 각 부품의 작동이 긴박해지는 만큼, 흡배기의 ‘짝짜꿍’이 잘 맞아야하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 포르쉐는 엔진 밸브 스프링의 초기 장력을 한층 짱짱하게 높였다. 그 결과 밸브 여닫는 과정이 보다 정밀해졌다. 엔진 흡기 통로의 지름도 키웠다. 나아가 앞 범퍼 좌우에 두 개의 추가 흡기채널을 마련했다. 저속에선 플랩을 막아 쓰지 않는다. 그러나 3천500rpm 이상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두 개의 플랩을 활짝 열어 허파를 키운다. 

엔진엔 자동 7단 PDK를 물렸다. 두 개의 축이 홀짝수 기어를 미리 장전하고 있다가 번갈아가며 엔진에 붙인다. 그만큼 변속이 빠르다. 또한, 토크컨버터 대신 톱니끼리 꽉 맞물려 효율이 뛰어나다. 일반과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 각 모드에 따라 변속의 성향은 점진적으로 바뀐다. 변속 시간을 줄이면 반응이 거칠어지고, 여유를 두면 과정이 매끄러워진다. 

파나메라 GTS는 사륜구동이다. ‘순수한 레이싱 혈통’을 지향한 본래의 의도와 다소 어긋난다. 무게가 늘어나 경주차는 좀처럼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테판 우쉬 박사는 당당했다. “일반 오너가 한층 쉽고 안정적으로 고성능을 다룰 수 있는 방식이어서 도입했다”고 밝혔다. 가속과 코너링 스피드도 더 빠르니, 포르쉐로선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을 테다. 

 




시승 코스를 고른 안목은 포르쉐다웠다. 코너가 지뢰밭처럼 널린 굽잇길과 엎치락뒤치락 싸우며 산맥을 넘었다. 반환점은 ‘아스카리’ 서킷. 파나메라 GTS는 포효만으로도 주위를 압도했다. 거친 숨소리는 실내로도 고스란히 스몄다. 생생한 엔진음을 전할 ‘사운드 심포저’를 A필러에 숨긴 덕분. 감싸고 틀어막기 바쁜 여느 세단에선 상상할 수 없는 ‘파격’이다. 


‘아스카리’ 서킷은 파나메라 GTS 못지않게 흥미진진했다. 이곳엔 관중석이 없다. 대신 트랙을 굽어보는 레스토랑이 있다. 네덜란드의 한 부호가 차를 원 없이 타려고 만든 ‘개인 놀이터’인 까닭이다. 그렇다고 대충 지은 것도 아니다. 차고와 피트, 주유소, 리조트까지 완벽히 갖췄다. ‘아스카리’는 회원제로 운영된다. 자체적으로 차도 개발한다. 

‘아스카리’는 전 세계 유명 서킷의 압축판이다. 각지에서 정평 난 코너를 벤치마킹해 따다 붙였다. 미국의 라구나 세카를 옮겨 놓은 듯한 오르막과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풍으로 가파르게 기운 뱅크 등 26개의 코너가 좌우로 반반씩 나뉘어 숨 가쁘게 이어진다. ‘아스카리’의 길이는 5.425㎞로, 스페인에서 가장 긴 서킷이다. 

‘아스카리’에서 파나메라를 다시 봤다. 911 시늉만 낸 4도어 해치백이 아니라는 사실이야 익히 알고 있었다. 동급 누구보다 화끈하다는 사실도.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파나메라는 한계성능이 낱낱이 드러나는 트랙 주행에서도 스포츠카 뺨치는 재미를 안겨줬다. 게다가 반나절 줄기차게 트랙을 누벼도, 변함없이 풋풋한 컨디션을 유지했다.  

물론 신명나게 산등성이 시침질할 때 눈치 못 챈 한계도 피부에 와 닿았다. 시속 100㎞ 가속 4.5초가 굉장한 순발력이기는 하지만, ‘아스카리’의 까마득한 직선로에서는 감흥이 다소 흐릿했다. 또한, 운전석 뒤쪽의 차체를 까맣게 잊을 만큼 근사하게 코너를 먹어 치우지만, 작고 가벼운 스포츠카가 주는 경쾌함과는 분명 다른 차원의 재미였다. 

그럼에도 파나메라 GTS로 서킷을 헤집는 건 어떤 놀이보다 즐거웠다. 체력에 부쳐 스스로 피트로 돌아올 때까지 운전대를 놓고 싶지 않았다. 자연흡기 엔진의 반응은 예측이 쉬웠다. 변속기의 움직임은 늘 기대를 앞섰다. 스티어링 감각은 날카롭되 담백했다. 하체는 옹이 박힌 듯 한사코 탄탄했다. 사운드는 가슴을 적셨고, 전자장비는 자신감을 북돋웠다. 

파나메라 GTS는 비즈니스와 트랙데이를 함께 소화할 파트너로 손색없었다. 사실 GTS의 매력 대부분은 나머지 파나메라와 포개진다. 옵션만 잘 조합하면 GTS와 거의 비슷한 구성도 가능하다. 하지만 고민과 수고가 따른다. 포르쉐는 귀신처럼 꿰고 있다. 애매한 걸 정해주길 원하는 부자들이 심리를. GTS의 존재당위성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레 풀렸다. 

페리 포르쉐는 생전에 911처럼 짜릿하고 과격한 세단을 원했다. 그 꿈은 파나메라로 현실화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편안함을 덧씌워 절충했다. 반면 파나메라 GTS는 ‘최소한의 타협’을 과감히 거부했다. 나아가 흉흉한 성향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 그 결과 가장 격렬한 파나메라가 태어났다. 페리 포르쉐의 꿈도 비로소 완성되었다.


글 김기범|사진 포르쉐 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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