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 30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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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E 300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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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중형세단. 입만 떼면 ‘자뻑’ 발언을 서슴지 않는 메르세데스-벤츠가 E-클래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발언은 왠지 인정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현행 E-클래스가 데뷔한 해, 독일 내 프리미엄 중형 세단 중 E-클래스 점유율이 55%를 넘었다. 조사결과를 보니 벤츠의 자신감이 오만은 아닌가보다. 이번에 함께한 E 300은 9세대 째 E-클래스, 2009년 등장했다.




현 행 E-클래스는 온몸에 힘을 잔뜩 줬다. 매끈한 차체에 부드러운 곡선이 흐르던 이전 세대 모습은 온대간대 없다. E-클래스의 상징, 네 개의 원형 헤드램프는 뾰족하게 오렸다. 보닛을 타고 내려오는 두 가닥 선도 날을 바짝 세웠다. 앞 펜더부터 그은 캐릭터 라인과 뒤 휠 하우스를 따라 불룩 솟은 면으로 견고한 옆모습을 완성했다. 가위로 대충 자른 듯 한 지붕과 창문라인도 단단한 느낌을 내는데 한 몫 한다.
뒷모습도 무뚝뚝하기 그지없다. 네모반듯한 트렁크와 각진 테일램프를 달았고 머플러 팁마저 사각으로 다듬었다.

E-클래스에선 날렵하게 보이려는 기교를 찾을 수 없다. 어깨선을 올리고 지붕을 누르는 흔한 수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길고 낮아 보이려는 경쟁자들과는 대조적이다. 마치 “세단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실 내 역시 겉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려함 대신 편안하고 단단한 느낌을 택했다. 곧은 선으로 완성한 대시보드와 패널들은 견고해 보인다. E 63 AMG를 제외한 모델은 변속레버를 스티어링 휠 칼럼에 달아 센터콘솔 공간을 확보했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패널에 단 조명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계기판엔 이전모델처럼 커다란 시계를 달았다. 실내에 쓰인 소재의 질감과 각각의 패널이 맞물린 수준은 ‘최고’라고 하기엔 조금 아쉽다.




이 전모델은 단아하고 잘빠진 외모와 화사한 실내를 자랑했다. 게다가 라이벌들은 날렵한 외모와 화려한 실내를 뽐내느라 숨 쉴 틈 없이 바쁘다. 하지만 현행 E-클래스는 단단한 남성미만 강조해 숨이 턱 막힌다. 대체 E-클래스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E-클래스를 만들며 전혀 다른 노선을 택한 벤츠의 자신감 저변엔 2004년 등장한 CLS-클래스가 있다. 4도어 쿠페라 주장하는 벤츠의 CLS-클래스는 E-클래스 뼈대로 만든 중형세단이다.
CLS-클래스는 빼어난 외모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또 최근 중형세단에 거세게 부는 ‘쿠페 스타일’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길고 낮은 자세, 높게 끌어올린 벨트라인과 낮은 지붕 같은 수법들이 CLS-클래스로부터 시작됐다.

벤 츠는 이런 CLS-클래스가 있어 E-클래스를 우직한 세단으로 만들 수 있었다. 둘 다 중형세단이지만 화려하고 날렵한 이미지는 CLS-클래스에, 단단하고 편안한 이미지는 E-클래스에 나눠 담았다. CLS-클래스를 통해 쿠페 형 세단이란 엉뚱한 사고를 쳐 놓고 E-클래스로 시치미 뚝 떼는 벤츠가 얄밉기까지 하다.




시 승한 E 300은 V6 3.5L 엔진에 7단 자동 변속기를 달았다.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1.6㎏·m를 뿜는다. 연비 9.2㎞/L, 0→시속 100㎞ 가속 시간 7.1초, 최고속도 시속 250㎞(제한)를 낸다. 대부분의 벤츠가 그렇듯이 빠른 가속감은 느끼기 힘들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아도 시트에 몸이 파묻힌다거나 하는 느낌이 거의 없다. 하지만 체감이 더딜 뿐 실제 가속은 빠르다.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한다. 고회전까지 끈기 있게 힘을 낸다. 7단 변속기와 맞물려 꾸준하게 차를 밀어낸다. 촘촘히 나뉜 7개의 기어를 의식 못할 정도다. 빳빳하게 서 있는 가속페달은 건드리기만 해도 성을 낸다. 반응이 빠르고 솔직하다. 효율을 위해 가속페달 감각을 희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페달은 밟는 정도에 비례해 답력이 올라간다. 사용하기 편하고 부족하지 않은 제동 성능을 가졌다.

움 직임도 생긴 그대로다. 묵직한 거동을 가졌다. 요철 충격은 탄력 있는 관절과 단단한 뼈대에 걸러져 둔탁하게 올라온다. 스티어링 휠을 잡아채면 의도한 만큼 앞머리를 돌린다. 엉덩이도 잘 따라와 코너를 끈끈하게 돌아 나간다. 역시 기본기가 충실한 하체와 섀시 덕분이다. 또 라이벌처럼 휠베이스를 늘리지 않았다는 것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휠베이스가 짧은 만큼 코너에서 속도 한계가 낮다. 그래서 자세 제어 장치의 작동이 라이벌에 비해 잦은 편이다. 

전 체적인 거동이 라이벌에 비해 스포티하다. 원래 E-클래스의 움직임은 날카로운 편이 아니었다. 현행 모델은 고장력 강판 확대 적용으로 섀시 강성을 늘리는 등 몇 가지 변화를 가졌다. 하지만 운동성이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바뀌진 않았다. 이런 E-클래스와 달리 라이벌은 휠베이스와 전체 길이를 늘였다.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서다. 또 효율을 위해 몇 가지 운전감각을 양보했다. 현행 E-클래스를 스포티하다 말 할 수 있는 이유다.




메 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5종류의 엔진을 단 E-클래스를 국내에 공급한다. 변속기는 모두 7단 자동을 단다. E 200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m를 내는 직렬 4기통 1.8L 터보엔진을 단다.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7.9초, 연비는 11.6㎞/L를 낸다.

E 220 cdi는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을 단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m를 낸다. 0→시속 100㎞ 가속은 8.4초에 끝내고 1리터로 17.1㎞를 간다.

E 350은 E 300과 같은 V6 3.5L 엔진을 얹는다. 하지만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37.7㎏·m, 연비 10.3㎞/L, 0→시속 100㎞ 가속 시간 6.3초로 더 높은 연비와 성능을 가졌다.

E 63 AMG는 최고출력 525마력, 최대토크 64.2㎏·m를 내는 V8 6.2L 엔진에 7단 멀티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을 4.5초에 마치고 최고속도는 시속 250㎞에서 제한한다.




E-클래스는 무뚝뚝한 세단이다. 생김새는 물론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을 들쑤셔도 표정하나 안변한다. 어떤 상황이라도 꿋꿋이 바른 길로 인도한다.
하지만 차갑지는 않다. 특유의 견고하고 포근한 실내는 탑승자를 편안하게 안아준다.

E-클래스가 그들의 주장처럼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중형세단’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충실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라이벌 사이에서 우직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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