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포티지R 터보 GDI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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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스포티지R 터보 GDI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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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는 기아차의 SUV다. 2010년, 3세대로 진화하며 ‘스포티지R’이 되었다. ‘R’은 혁신(Revolution)의 머리글자로, 기아차의 혁신을 끌어간다는 의미에서 붙였다.




스 포티지R은 탄탄한 외모로 출시 직후 큰 인기를 얻었다. 1년 뒤 인기 고공행진의 정점에서 ‘터보 GDI’ 모델을 추가해 더욱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 높은 성능으로 주목 받은 터보 직분사 엔진을 품은 국내 첫 모델이기 때문이다. 스포티지R 터보 GDI는 높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SUV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화끈한 가속성능을 자랑한다.

스포티지R은 이전 모델보다 길고 넓으며 또 낮다. 때문에 승용차 느낌이 더 풍부하다. 실내 공간도 충분히 확보했다. 기아차가 스포티지R을 SUV가 아닌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라 소개하는 까닭이다.

앞 범퍼에 단 거대한 그릴과 사선으로 올려붙인 뾰족한 헤드램프가 사나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HID로 밝히는 프로젝션 렌즈와 띠 형태의 LED 미등을 품은 헤드램프는 차가운 느낌을 낸다. 터보 GDI 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안쪽을 오밀조밀하게 엮은 메시 형태로 꾸며 한층 더 박력 있다.




지 붕은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진다. 전체높이가 이전 모델보다 60㎜나 낮아졌지만 벨트라인은 눈에 띄게 올라갔다. 큰 덩치를 느끼지 못할 만큼 날렵해 보이는 비결이다. 하지만 사방 아래쪽 모두를 검정색으로 처리했다. 그래서 오프로더 느낌도 난다. 18인치 휠을 넉넉히 품은 펜더는 살짝 부풀려 주행성을 강조했다.

뒤 번호판을 내려달아 판판한 트렁크 면을 뽐낸다. 테일램프는 한껏 올려달아 긴장감 넘치는 뒷모습을 부채질한다. 터보 모델은 트렁크에 ‘T-GDI’ 엠블럼을 달았다. 또 범퍼 아래 양옆으로 두 개의 머플러를 달아 탄탄한 달리기 성능을 암시한다. 스포티지R은 균형이 꽉 잡힌 몸매를 뽐낸다. 세계적인 디자인 수상식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Winner)에 올라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간 결하고 균형 좋은 디자인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대시보드는 좌우 대칭을 이뤘다. 센터페시아엔 많은 기능을 잘 정리해 깔끔하게 담았다. 보기도, 쓰기도 좋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과 3개의 원에 나눠 담은 계기판, 오르간 타입의 가속 페달을 달았다. 비교적 짧은 변속레버까지 더해져 스포티한 느낌을 풀풀 풍긴다.

내비게이션은 DMB와 각종 멀티미디어를 빠짐없이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은 열선까지 품었다. 뒷좌석은 6:4로 나눠 접을 수 있다. 트렁크도 키웠다.




스 포티지R 터보 GDI는 터보차저를 엮은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단다. 최고출력 261마력은 6000rpm에서, 최대토크 37.2㎏·m는 1850~3000rpm에서 뿜는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휠 스핀과 함께 쏜살같이 뛰어나간다.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큰 덩치의 SUV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고속에서도 끈기 있게 힘을 뿜어 쉽게 최고속도에 도달한다. 시속 210㎞로 제한한 최고속도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감동은 직진 성능에서 그친다. 현대·기아차 특유의 반 박자 더딘 6단 자동 변속기와 스티어링 휠 반응은 그대로다. 브레이크는 페달을 점진적으로 밟을 땐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제동으로 화답한다. 그러나 과격하게 밟으면 ABS가 개입하면서 타이어가 짧게 끊긴 비명을 지른다. 각종 관절은 높은 무게 중심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작은 거동엔 소란 떨고 큰 거동엔 묵묵부답이다. 발 빠른 핸들링, 직진 성능에 어울리는 타이어와 끈기있는 하체가 매우 아쉽다. 

또 엔진을 조금 괴롭혔다 치면 순간연비가 4㎞/L이하로 떨어진다. 11.2㎞/L의 표준연비가 무색할 정도다. 높은 성능은 반갑지만 효율성은 기대이하다. 사실 현대·기아차 그룹의 터보 GDI는 V6 엔진을 대체하는 ‘다운사이징’엔진이다. 스포티지R 터보 GDI는 이전 세대의 북미 수출형, V6 2.7L 엔진의 스포티지를 대신하는 모델이다. ‘다운사이징’의 의도에 맞게 성능과 효율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터보 GDI 엔진은 성능에 치우쳤다. 이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앞 서 말한 아쉬움은 탄탄한 디자인과 해외 유수 동급 모델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엔진 성능에서 비롯된다. 터보 GDI 모델엔 엔진 성능에 어울리는 ‘좀 더 단단한 조율’이 아쉬울 뿐이다. 사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0㎏·m, 연비 15.6/L 내는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의 스포티지R 디젤 모델에선 납득할 수준의 제동과 거동 성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티지R 터보 GDI의 잘생긴 외모와 호쾌한 가속성능은 마뜩찮은 효율과 거동을 만회하기에 충분하다. 이차를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2011 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기아차 양웅철 연구개발 부사장은 “현대·기아차는 R&H(Ride and Handing, 조종안정성의 총칭) 개선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대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인 스포티지R 터보 GDI. 한층 더 진화된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이인주, 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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