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미국을 장악한 `싸구려`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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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미국을 장악한 `싸구려` 자동차
  • 이동익
  • 승인 2015.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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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를 위한 차를 만들 겁니다. 온 가족이 타기에 충분할 정도로 넓으면서도, 개인이 몰고 관리하기에도 적합할 정도로 작은 크기를 지녔을 거에요. 현대의 엔지니어링이 고안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디자인으로, 최고의 재료와 노동자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그렇지만 가격은 걱정 마세요.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일 테니까요. 신이 내려준 드넓은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 포드 모델T출시 당시 광고


1903년, 헨리 포드가 설립한 포드 자동차 회사는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웠다. `자동차 가격은 일반 노동자가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야 한다`는 판매정책이 그것이었다. 그가 말한 `대다수를 위한 차`는 `포드 모델 T`로 현실화됐다. 포드 모델 T는 부의 상징이자 사치품이던 자동차를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 만들었다. 워낙 저렴한 가격 탓에 `싸구려 자동차(Flivver)`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 이러한 결과는 단일 모델 생산 정책과 이동식 조립 라인을 이용한 대량생산 방식의 도입이라는 뒷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탄생, 모델 T



1903년, 포드는 포드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이 때부터 이미 지속적으로 자체 모델을 개발 중이었다. 포드 `모델 A` 개발로 시작한 개발은 `모델 S`까지 이어졌다.


포드는 1906년 겨울부터 2년에 걸쳐 모델 T 설계에 몰입했다. 포드가 지향한 `저렴하면서도 튼튼한` 차량을 만들기 위해서 외관에는 바나듐 합금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제강소를 건설하고 전문 엔진니어를 영입할 정도였다.



모델 T의 첫 출시는 1908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피케트 공장(Piquette Plant)에서였다. 발표 당시 가격은 825달러로, 당시 미국의 고급 자동차 한대의 가격이 2,000~3,000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모델 T는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맹점이 있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모델 T가 처음부터 이동식 조립 라인에서 생산된 것은 아니다. 이동식 조립 라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여러 명의 노동자가 수작업으로 조립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됐다. 이러한 제작 방식으로는 모델 T의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었다. 공장을 가동한 지 한 달 동안 만들어진 제품은 고작 11대, 생산 첫 해에 만들어진 제품은 1만여대에 불과했다.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제작방식임이 분명했다.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12시간 걸리던 조립을 3시간만에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당시 해결책으로 대두된 것은 이동식 조립 라인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 개념을 도입한 것은 `프레드릭 테일러`라는 엔지니어였다. 그는 생산공정을 세분화하고 공정에 걸리는 시간과 노동자의 행동을 분석했다. 이렇게 얻어진 결과는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개발에 반영했다. 그에게 자문을 얻은 포드 자동차 생산 담당자는 테일러의 관리법을 자동차 생산에 알맞게 구현하기 위해서 자전거, 제분, 제빵 등 여러 분야의 생산 과정을 참고하며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은 곳은 육류 가공 공장이었다. 포드 직원들은 돼지나 소가 여러 단계의 해체 과정을 거치면서 제품화되는 과정을 보고, 개별 부품을 체계적으로 조립하여 자동차를 완성하는 과정을 구체화했다.



포드는 차량의 구조와 형태를 작업하기 쉽고, 조립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어 나갔다. 또한 전 공정에서 동일한 측정기준을 사용하여 부품의 규격을 표준화 했다. 작업 공정을 단순화하여 한 명의 노동자가 한 가지의 단순한 작업을 맡는 것으로 바뀐 것도 이 때부터다. 1914년에서 1915년 사이에는 차체색도 검정색으로 통일했다. 검정색은 다른 색 페인트에 비해 가장 빨리 말랐기 때문에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생산 시간은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짧아졌다. 이동 조립 라인의 도입은 기존 12시간 30분이 걸리던 섀시 조립을 2시간 40분으로 단축시키는 획기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후, 포드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1913년 말 이미 포드 자동차는 미국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하여 자국 내 자동차의 5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생산 시간은 점점 짧아져 1925년에 이르러서는 1일에 9,109대, 즉 10초에 한 대 꼴로 생산이 가능해졌다.


노동시간은 줄이고 일당은 두 배로 드리리다!


모델 T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모델 T의 생산 대수는 1910년 1만 9050대에서 1912년에는 6만 8773대로, 1913년에는 17만 211대로 급증했다. 이렇듯 일관된 작업 과정으로 노동과정을 획기적으로 개편하여 노동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체제를 포디즘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빛 뒤에는 그림자가 존재하기 마련. 포디즘은 제한된 노동 시간 내에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 강도를 강화하고, 자유공간을 제거함으로써 자본가의 통제를 확고히 한 체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한 단순 반복적인 작업에 이골이 난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에 더 이상 흥미를 갖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기 일쑤였다. 1913년 포드사는 안정된 100명의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936명을 고용하는 상황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자 포드는 1914년, 일일 노동시간을 기존 9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시키면서 일당은 기존 2.38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5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로써 포드사는 노동자를 고객층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1920년대 중반 모델 T의 가격은 290달러에 불과했다. 이것은 포드사에 근무하는 일반 노동자의 3달치 봉급과 비슷했다. 일반 노동자도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20년대부터 미국 사회는 급격한 경제 성장을 거쳤고 모델 T의 대량 생산은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도출시킨다. 그 결과 1930년에는 가구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기에 이른다.


모델 T의 쇠락


하지만 모델 T도 영원할 수는 없었다. 포드의 목표는 노동자도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의 기능과 내부 옵션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오히려 한 가지 차종에 집착하면서 소비자의 새로운 기호를 반영하지 못하는 중대한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포드사가 주춤한 사이 당시 경쟁사인 GM은 다양한 색상과 고급 기능을 무기로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내며 매섭게 포드사를 추격한다. 포드에게는 상황을 격파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포드사는 1922년 800만 달러에 `링컨 모터 컴퍼니`를 인수하는 등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을 친다(후일 링컨 모터 컴퍼니의 인수는 포드가 고급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는 시발점이 된다).



그럼에도 달라진 시장판도를 바꿀 수는 없었다. 결국 1927년 12월 2일, 포드는 모델 T의 제작을 중단하고 GM에 대응하기 위한 후속모델 `포드 모델 A`를 발표한다. 후속 모델명이 ´T´ 다음 알파벳인 ´U´가 아니라 `모델 A`인 이유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한 포드의 바람에 기인한다. 모델 T는 누적 15,007,033대를 판매하고 단종된다. 1970년 독일 폭스바겐의 `비틀`이 이 기록을 깨기까지 단일 모델로서는 세계 최대의 생산 기록을 달성했다.


단순화된 대량생산 방식은 자동차의 대중적인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1930년에는 가구당 한 대의 자동차를 보유할 정도로 보급률이 높아졌다. 차량 공급의 급속화는 중산층의 확대로 이어져 미국 경제가 세계를 주도하는데 밑거름 역할을 하게 되었다.


모델 T에 대한 평가도 각별하다. `미국의 자동차 시대를 연 차`, `1920년대 미국의 도로는 `모델T`로 채워졌다`는 평가부터 `1999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자동차`로 선정되기까지 모델 T가 당시 미국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현재 `모델 T`의 최초 모델은 1927년 지어진 미시간주 디어본의 헨리 포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글 이동익 기자, 사진 위키미디어(commons.wikimedia.org)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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