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걸윙 도어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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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걸윙 도어를 달다
  • 이동익
  • 승인 2016.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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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일본은 버블경제 붐으로 인해 전에 없던 호황을 누린다. 주식을 비롯한 부동산, 채권 등의 자산 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부풀어 올랐고, 거리에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넘쳐났다. 기업에 면접만 보러 가도 교통비로 3만엔이 넘는 돈을 쥐어 줄 정도였다. 기업들은 풍부해진 자금을 기반으로 이전까지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프로젝트에 돌입했는데, 마쯔다가 경스포츠카인 `AZ-1`을 개발하던 시기도 이 즈음이다.


AZ-1의 모태는 1985년 스즈키가 도쿄 모터쇼에 출품한 2인승 미드쉽 스포츠카 `RS/1`이다. 스즈키가 단순히 디자인 출품작이라 여겼던 것과 달리 RS/1는 안정적인 무게 배분으로 호평을 받으며 이후 `RS/3`까지 개발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스즈키가 FR 구동방식의 새로운 경스포츠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RS/3R까지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돌연 취소된다.



취소된 프로젝트를 새롭게 이어받은 것은 마쯔다 디자인 팀의 히라이 토시코였다. 스즈키의 프로젝트를 사들인 마쯔다는 약 1년간의 연구를 거쳐 1989년 도쿄모터쇼에 콘셉트카 `AZ-550 Sports`를 내놓는다. 당시 마쯔다는 AZ-550 Sports를 A, B, C 타입의 세 가지 버전으로 내놓았고, 이 가운데 걸윙 도어와 팝업 헤드램프 등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A 타입이 AZ-1으로 거듭나게 된다.


마쯔다 AZ-1은 당시 출시된 경차 중 유일하게 걸윙 도어를 장착한 MR 모델이었다. 한마디로 경차의 탈을 쓴 스포츠카인 셈이다. 전장X전폭X전고는 3,295X1,395X1,175로 버블경제 당시 일본 경스포츠카 시장을 주도한 `헤이세이 ABC`(마쯔다 AZ-1, 혼다 비트, 스즈키 카푸치노) 중 가장 작았다. FRP(섬유강화플라스틱) 외판을 채택하여 공차중량 또한 720kg에 불과했다. 차체의 내구성을 보완하기 위해서 스켈톤 모노코크 바디와 튜브 프레임을 채용하기도 했다. AZ-1에 탑재된 0.6리터 직렬 3기통 터보 엔진은 64마력의 최고 출력과 135km/h의 최고 속도를 발휘했다.



1992년, 마쯔다는 자사 산하의 경차 브랜드인 오토잠 명의로 AZ-1의 정식 판매를 시작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물은 초라했다. 이미 경스포츠카 시장을 잠식하고 있던 혼다 비트와 스즈키 카푸치노 사이에서 피력할 특징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고시 혼다 비트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세 차량 중 가장 가격이 비쌌다는 점, 1.5인승으로 분류될 정도로 좁디 좁은 실내 구조를 갖췄다는 점 등이 AZ-1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버블경제가 사그라들면서 내수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판매는 더욱 부진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AZ-1은 출시 3년 만인 1995년, 총 생산량 대수 4,392대라는 저조한 성적표만을 남기고 조용히 단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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