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왜 무채색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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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왜 무채색이 많을까?
  • 이동익
  • 승인 2016.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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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들이 무채색 계열의 자동차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흰색과 은색, 검은색의 자동차로 꽉 찬 도로를 본 외국인이 `무채색 자동차를 타면 무슨 혜택이라도 있나?`라고 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그 이야기만 들으면 무채색 선호 현상이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희한한 현상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무채색을 좋아하는 것은 국내뿐만이 아니다.



무채색 선호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아시아를 포함해 유럽, 북미, 남미, 심지어 아프리카까지도 그렇다. 글로벌 도료 회사인 엑솔타 코팅 시스템즈(Axalta Coating Systems)에서 발표한 지난해 자동차 인기 색상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구매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상은 흰색으로 나타났다. 점유율은 무려 35%. 검은색(18%)과 은색(13%), 회색(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처음부터 무채색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색상은 아니었다. 북미에서는 1990년까지 빨간색이나 파란색, 녹색 등이 자동차 색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부터 이러한 유채색 선호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북미 자동차 구매자들의 약 73%가 무채색 계열인 흰색과 검은색, 회색을 선택했다. 가장 인기 있는 색상은 흰색으로 27%를 차지했다. 빨간색과 파란색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북미뿐만이 아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970년대부터 이미 무채색이 상위권을 점령했으며, 흰색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선호 색상 1위를 지키고 있다. 유럽의 경우 198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빨간색이 선호 색상 1위였으나 1980년대 후반 검은색, 2000년대 은회색을 거쳐 이후 흰색으로 교체되었다. 원색이 강세일 것 같은 남미도 1위는 흰색이며 그 뒤를 잇는 것도 무채색이다. 아프리카 역시 흰색 점유율이 46%로 가장 높다. 국내도 이에 못지않은 무채색 사랑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약 36%는 흰색이며, 이어 회색이 17%, 검은색이 15%, 은색이 12%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10대의 차량 중 약 8대가 무채색인 셈이다.



세계적인 무채색 선호, 특히 흰색 선호에 대해 전문가들은 흰색이 가진 고유한 성질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빛을 반사하는 흰색의 특징상 에너지 흡수율이 낮아 다른 색상보다 실내 환경을 비교적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착시효과를 일으켜 작은 차를 커 보이게 하는 효과도 흰색을 선호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꼽힌다. 차량 관리가 유채색보다 쉬운 것도 무채색 선호에 한몫한다. 은색의 경우, 다른 외장 색상에 비해 먼지 등에 오염되더라도 시각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아 외장 관리가 쉬운 색상으로 자주 거론된다. 국내의 택시들이 은색 색상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색상이 주는 고유의 이미지도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다. 검은색은 차분하고 중후한 이미지 때문에 대형차에서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예부터 고위직 관료들이나 장관급 군인들이 타는 관용차들의 색상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무난하다는 것도 무채색이 롱런하는 이유다. 물론 무채색만을 고르는 것이 옳은 선택은 아니다.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유채색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많다. 특히 20대 소비자가 선호하는 경차나 소형차, 준중형차에서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선호하는 색상은 아직도 무채색 계열이다. 수년간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는 자동차의 특성 상, 상대적으로 취향을 타게 되는 유채색보다는 그럴 염려가 적은 무채색을 고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은 탓이다. 여기에 눈에 확 띄는 유채색 계열의 색상을 부담스러워하는 심리도 은연중에 녹아있다.



이러한 심리는 자동차의 중고 가격에도 영향을 끼친다. 많은 이들이 중고차의 가치를 더 높게 받고 싶다면 무채색을 고르라고 할 정도로 무채색은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인기다. 지난해 SK엔카 홈페이지에 등록된 중고차를 색상별로 구분한 결과, 10대 중 9대가 무채색 계열이었을 정도다. 특히 대형차의 경우 차량의 상태가 유사하다는 가정하에 무채색과 유채색 차의 가격 차이가 수백만 원까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수요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반면 스포츠카나 경차, SUV 등은 이러한 현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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