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서 돌아온 SUV 4종] 제3편 포드 브롱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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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서 돌아온 SUV 4종] 제3편 포드 브롱코
  • 모토야
  • 승인 2016.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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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UV 시장을 향한 소비자의 반응이 아주 뜨겁다.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이, 다양한 종류의 SUV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SUV 라인업 강화는 일반적인 제조사는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근 몇 년간 국내에서만 10종이 넘는 신형 SUV들이 꾸준히 출시되었다. 그리고 여기 4대의 SUV가 있다. 이들은 과거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급변하는 시장 경향에 따라 단종이라는 이름의 장례를 치르게 된 차종들이다. 하지만 SUV 시장의 지칠 줄 모르는 강세는 무덤 속에서 잠자고 있던 이들은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 주인공들은 `지프 와고니어`, `랜드로버 디펜더`, `포드 브롱코` 그리고 `토요타 FJ 크루저` 4종이다. 이번 편은 지난 `랜드로버 디펜더`에 이어, `포드 브롱코`의 부활 소식을 알아보자.



시작과 끝을 화려하게, `포드 브롱코(Ford Bronco)`


1966년 `포드 브롱코(Ford Bronco)`는 미국에서 민수용 지프(Civilian Jeep, CJ) CJ-5와 경쟁한, 포드의 본격적인 2도어 소형 4x4의 모델이다. 포드 브롱코는 포드 내에서조차, 남다른 차였다. 다른 어느 차와도 차체, 섀시, 서스펜션 등을 공유하지 않는, 브롱코만의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독특했다.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만들어진 브롱코는 차에 설치된 모든 유리가 평평했고, 범퍼는 쭉 뻗은 직선형으로 제작되었다. 게다가 단 둘뿐인 문은 숫제 똑같은 디자인에 설치 부속의 위치만 달리한 것이었다.



포드 브롱코는 생산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단순하기 짝이 없는 디자인과 설계 사상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브롱코는 그 단순함과는 달리, 다양한 선택 사양을 추가할 수 있었다. 앞좌석 버킷 시트, 뒷좌석 벤치 시트, 타코미터, 라디오, 견인 바, 외부 연료 탱크, 윈치 등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고객의 요청에 따라, 그리고 제설용 장비까지 옵션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단순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포드 브롱코의 온갖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마당쇠` 컨셉트는 당시 미국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지프 CJ5 다음 가는 판매량을 자랑했다.



그러나 포드의 행복은 1969년 `쉐보레 블레이저(Chevrolet Blazer)`가 등장하며 깨졌다. 쉐보레 블레이저는 풀사이즈 픽업트럭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보다 강력한 견인력과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추었다. 여기에 자동 변속기 및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을 채용하는 등, 당시 미국 시장 기준에서는 그야말로 럭셔리한 편의사양을 자랑했다. 반면,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소형 SUV 포드 브롱코는 블레이저의 상품성 앞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판매량은 두 배가 차이가 났고, 지프에서 1974년, 현대적인 SUV 컨셉트를 꺼내 든 `체로키(Cherokee)`를 출시하자 브롱코는 더더욱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을 좌시할 수 없었던 포드는 1978년, 브롱코의 대대적인 개혁을 감행한다. 개혁의 방법론은 쉐보레 블레이저와 같았다. 풀사이즈 픽업트럭을 바탕으로 차 자체를 완전히 재설계한 것이다. 풀사이즈 픽업트럭인 포드 F-시리즈의 차체를 줄인 형태로 만들어진 포드 브롱코는 기존의 소형이었던 차체 크기가 풀사이즈 급으로 커지면서 쉐보레 블레이저, 지프 체로키와 동등한 크기로 거듭나며, 두 차종과 직접 경쟁할 수 있었다.



여기에 기존 브롱코에 제공되었던 다양한 옵션을 더욱 보강한 포드 브롱코는 시장에서 무난한 경쟁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1994년 포드 브롱코는 대대적인 매스컴의 관심을 받는다. 당대 최고의 풋볼 스타였던 `O.J 심슨(O.J. Simpson)` 때문이었다. 당시 O.J 심슨은 전처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자수하지 않고 동료 선수 `알 카울링(Al Cowling)`이 운전하는 포드 브롱코에 타고 도망쳤다.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제발 집에만 가게 해달라며 도망치는 그의 모습은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었다. 혹시 발생할 사고를 막기 위해 천천히 뒤를 쫓는 수십 대의 경찰차와 흰색 브롱코의 기묘한 추격전은 한 시간 가까이 생중계되었고, 도로는 도망치는 슈퍼스타의 모습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브롱코 추격전(The Bronco Chase)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브롱코는 대중들에게 화려한 인상을 남기고, 1996년 단종된다. 포드의 완전 신형 풀사이즈 SUV인 포드 엑스페디션(Ford Expedition)이 출시되면서 브롱코의 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포드 브롱코는 5세대를 거치며 장수했지만, 팬들의 가장 애틋한 사랑을 받은 모델은 1세대 브롱코였다. 독자적인 플랫폼에서 생산되어 그 어느 모델과 비교할 수 없었던 1세대 브롱코의 개성은 많은 클래식카 튜너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브롱코의 팬들은 다양한 튜닝과 복원 작업 등을 통해, 브롱코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4년 북미 국제 오토쇼(North American International Auto Show)에서 포드는 1세대의 모습을 브롱코 컨셉을 공개했다. 브롱코에 대한 팬들의 사랑을 알고 있었던 포드는 1세대 기반의 디자인에 연비와 성능을 잡은 디젤 파워트레인, 그리고 똑똑해진 상시 4륜구동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포드의 신형 크로스오버 SUV인 `포드 이스케이프(Escape)`가 등장하면서 그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브롱코의 팬들은 여전히 식지 않은 사랑을 보여주었다. 포드 브롱코 커뮤니티 사이트인 `브롱코6g닷컴(Bronco6G.com)`에서 공개된 9장의 컨셉트 사진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사진 속에는 1세대 포드 브롱코의 과격하고 마초적인 모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모습의 차가 있었다. 브롱코의 팬이 그려낸 이 디자인은 이전에 포드가 내놓은 컨셉트카보다도 훨씬 세련된 모습이면서도 1세대 브롱코의 디자인적 특징을 놀랄 만큼 살려냈다. 이 사진들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며, 현지의 자동차 관련 미디어들은 물론 세계의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포드 브롱코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예정이다. 포드 미시건 공장은 현재 미시건 주(州)의 경제 활성화 정책과 맞물리며 여기서 생산될 포드의 차종 몇몇이 언급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브롱코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외신들은 신형 포드 브롱코의 생산이 확실시되며, 신형은 포드 레인저 픽업트럭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새롭게 만들어질 브롱코는 어떤 모습일까? 팬들의 사랑에 부응할 수 있는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 신형 포드 브롱코가 탄생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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