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규제와 함께 자취를 감춘 `팝업 헤드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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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규제와 함께 자취를 감춘 `팝업 헤드램프`
  • 모토야
  • 승인 2017.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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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램프를 작동시키면 위로 튀어오르며 길을 밝히는 헤드램프를 본 적 있는가? 이 독특한 작동 방식의 헤드램프는 `리트랙터블 헤드램프`로, 흔히 튀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팝업 헤드램프`라 불리기도 한다.



팝업 헤드램프는 독특한 형상은 물론 작동되는 모습까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첨단 이미지와 시각적인 즐거움을 만족하는 대표적인 요소였다. 이 덕분에 람보르기니 쿤타치, 디아블로 등를 비롯한 슈퍼카는 물론, 스포츠성을 강조한 대중차 브랜드들의 쿠페와 로드스터 등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주간주행등의 의무화와 함께 주간에도 헤드램프 점등을 권고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언어도단과도 같은 이야기지만, 팝업 헤드램프의 황금기였던 당시에는 길을 밝히지 않는다면 굳이 헤드램프가 세상 밖으로 나와 있을 필요가 없었다. 주간 주행 시에는 말 그대로 차체에 파묻혀 있는 팝업 헤드램프는 이러한 관념을 대변한다. 램프를 돌출시키지 않으면 매끈한 앞머리로 인해 공기저항계수가 적어져서 보다 수월한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단, 헤드램프를 작동시키면 정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팝업 헤드램프는 현재 보행자 관련 규제와 관련하여 사라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성기를 맞은 원인도 규제에 있었다. 당시에나 지금이나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인 미국의 자동차 시장에서 발효된 `헤드램프 높이 제한` 규제가 그것이다. 이를 이유로 각 메이커들이 지닌 모델들의 헤드램프 디자인을 다듬게 했는데, 팝업 헤드램프는 그 규제를 충족시키기에 좋은 편법이었다.



스포츠카에게 있어 `스탠스`, 즉 차량의 자세와 멋은 굉장히 중요하다. 일반적인 방식의 헤드램프를 장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노즈가 높아지는데, 이렇게 되면 스포츠카 특유의 멋을 내기 힘들어진다. 스포츠카 디자인의 정석 중 하나인 `로 노즈 하이 데크 (Low nose, High Deck)`를 구현하기 위해 팝업 헤드램프는 최적의 설계를 지녔다. 생각보다 높게 제한된 미국의 헤드램프 규제는 자칫 스포츠카들의 디자인을 껑충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팝업 헤드램프의 채용을 통해 그 위기를 모면했다. 이를 이유로 미국 수출 모델과 내수 모델이 다른 디자인을 가진 차량도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닛산 실비아이다.



재미있는 배경과 구조만큼, 문제도 많았다. 유사시 작동을 위해 설계된 복잡한 구조는 잦은 고장을 일으켰고, 수리를 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초래했다. 앞서 말한 작동 시 공기저항이 증가한다든가, 추가 구조로 인해 더해지는 중량은 스포츠카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전후 무게배분을 흩뜨려놓기도 했다.


그리고 훗날의 안전 규제가 차량 중심 구도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보닛 근처에 위치한 돌출물들을 문제로 삼게 되었다. 고급차에 쓰이던 보닛 오너먼트가 없어진 이유와 마찬가지로, 작동 시 돌출되는 팝업 헤드램프는 보행자 안전 규제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변신 로봇을 연상시키던 팝업 헤드램프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안전 규제를 뒤로하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여담으로 한국에서도 팝업 헤드램프를 장착한 차량이 도로를 달렸었다. 기아차가 로터스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1996년에 생산했던 `엘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변신 로봇을 연상시키던 팝업 헤드램프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안전 규제를 뒤로하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마치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가리듯 헤드램프를 감췄던, 팝업 헤드램프 모습 그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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