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SUV, 시대의 흐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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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화 SUV, 시대의 흐름이 되다
  • 윤현수
  • 승인 2017.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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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를 비롯한 크로스오버 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B세그먼트 차량들을 활용해 제작한 소형 SUV 카테고리는 어느새 번성하고 있다. SUV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 메이커들은 `쿠페형 SUV`라는 변종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다분히 SUV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UV는 현재 제조사가 가장 사랑해 마지 않는 수익원이다. 그리고 콧대 높았던 슈퍼 럭셔리 브랜드들마저 SUV라는 `캐시카우`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포르쉐였다. 스포츠카만을 생산할 것 같았던 포르쉐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접근성 강화라는 명목 하에 카이엔을 내놓았다. 포르쉐를 사랑했던 골수분자들은 이에 분개했으나, 결과적으로 포르쉐의 선택은 재정위기에 있던 기업을 기사회생시켰다. 이러한 포르쉐의 성공사례가 있으니, 이제는 다른 슈퍼 럭셔리 브랜드들도 SUV 시장 진입을 원하고 있다. 목표는 확고한 수익의 증대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접근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테면 초호화 쿠페와 세단만을 고집했던 벤틀리는 벤테이가라는 변종을 만들었고, 롤스로이스역시 진정한 `사막의 롤스로이스`를 등장시킬 예정이다. 이탈리아의 자존심이었던 마세라티는 이미 르반떼를 시장에 내놓았고, 람보르기니 역시 자사의 슈퍼 SUV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콧대 높았던 슈퍼 럭셔리 브랜드들이 움직일 정도로 SUV는 굉장히 매력적인 차종이 아닐 수 없다. 2010년대 초반, 한국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2천원을 훌쩍 넘었던 초고유가 시대가 도래했던 시절에도 람보르기니와 벤틀리는 각각 우르스와 벤테이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이러한 움직임은 고유가 시대를 역행하는 시대적 착오이자 `오만`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발화점이 긍지가 하늘을 찔렀던 럭셔리 브랜드를 변심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대세가 되기 시작한 슈퍼 럭셔리 브랜드들의 `첫 SUV`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세라티 르반떼


알피에리 컨셉트의 스타일링을 그대로 입은 르반떼는 마세라티 특유의 우아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트라이던트 엠블럼은 여전히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굳건히 자리하며, 볼록하게 솟은 보닛은 강력한 심장을 품고 있음을 나지막이 이야기하고 있다.



르반떼의 전신이라 볼 수 있는 `쿠뱅`은 마세라티답지 않은 애매한 스타일링으로 브랜드 첫 SUV에 대해 기대감보단 걱정을 품게 하였다. 그러나 알피에리 컨셉트의 우아한 스타일링을 철저히 답습한 덕에, 르반떼는 마세라티가 지녔던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브랜드 최초의 SUV로,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이지만, 르반떼는 마세라티의 유서 깊은 중심 모델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그만큼 어색하지 않다.



벤틀리 벤테이가


초호화 쿠페와 세단으로 영국 럭셔리를 대표하는 벤틀리도 브랜드 최초의 SUV를 빚어내었다. 시작은 `EXP-9F` 컨셉트였다. 우아함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벤틀리 특유의 원형 헤드램프와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벤틀리의 일원임을 명확히 했다.



그로부터 약 4년후, `벤테이가`라는 이름을 단 벤틀리 SUV의 양산형 모델이 공개되었다. 쇼카 특유의 과장된 디테일은 보다 벤틀리스럽게 변했고, 지나치게 육중했던 느낌에 조미료를 조금 더해 스포티한 감각을 더했다. 아우디 Q7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벤테이가는 보다 효율적 구성을 통해 중량 감소를 이뤄내 예상보다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한다.



알파로메오 스텔비오


알파로메오는 열정으로 가득 찬 브랜드다. 레이스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던 브랜드이기도 하다. 완성차 판매를 통해 레이스팀을 유지하려했던 페라리와 유사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역시 브랜드의 첫 SUV인 스텔비오는 SUV라기 보단 키가 큰 해치백 같은 모습이다. 브랜드 특유의 역동성을 져버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크로스오버 바디에 알파로메오 디자인을 입힌 모습은 다소 어색하다. 골수분자가 많은 브랜드 특성 상 스텔비오를 반기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스텔비오가 시장에서 흥행한다면, 우리는 더욱 오랫동안 알파로메오를 볼 수 있다.


람보르기니 우르스


이탤리언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 역시 SUV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 브랜드와는 달리 최초는 아니다. LM002라 이름 붙여졌던 V12 엔진을 탑재한 투박한 자동차가 최초의 람보르기니 SUV이다.



여느 람보르기니와 다를 바 없는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여전히 강렬하다. 그러나 심장은 형제들과는 조금 다르다. V8 바이터보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될 전망이다. 우라칸이 아우디 R8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 것과 같이, 폭스바겐 그룹 내 SUV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할 예정이다. 예상 외의 엔진 탑재로 혈기를 잃은 듯한 모습이지만 람보르기니는 새롭게 맞이하는 식구를 허투루 만들진 않을 것이다.



롤스로이스 SUV


영국 럭셔리를 대표하는 롤스로이스 역시 영국이라는 나라가 없어진다 해도 쿠페와 세단만 만들며 그 특유의 품위를 유지할 줄 알았다. 그러나 롤스로이스 역시 수익이라는 단어에 동요했다. 팬텀의 키를 높인 듯한 모습은 위장막에 가려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레인지로버가 지녔던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은 이제 진짜 롤스로이스 SUV에게 빼앗길지도 모르겠다.


롤스로이스는 팬텀보다 작은 고스트라는 모델을 만들었고, 고스트는 곧 롤스로이스의 주력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롤스로이스의 상징과도 같던 팬텀은 굳건했다. 라인업을 확장하여 고객들을 더욱 끌어 모았을 뿐, 그것이 팬텀의 위상을 깎아 내리진 않았다.



이렇게 시그니처 모델들과 같이 브랜드 이미지를 이끄는 모델들은 유지하면서, 다른 변종 모델들로 수익을 강화하는 것이 최근 슈퍼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략이다. 제조사의 수익 구조가 개선되면, 브랜드의 지속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골수분자들은 이 고귀한 브랜드들이 특유의 품위를 잃지 않길 바랐다. 그러나 수익 증대라는 목적에 있어서 슈퍼 럭셔리 브랜드 역시 흔들렸다. 초호화 SUV는 이제 시대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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