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통 페라리의 계보를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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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통 페라리의 계보를 되돌아보다
  • 윤현수
  • 승인 2017.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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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에게 있어 12기통 엔진은 자존심과도 같다. 그들이 써내려 간 역사 속에는 항상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페라리가 존재했으며, 환경을 이유로 다운사이징이 미덕이 된 현재에도 12기통 페라리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에게 있어 실린더의 개수는 자존심과도 같다.


페라리는 2017 제네바모터쇼를 앞두고 F12 베를리네타의 후속 모델을 공개했다. 하위급 모델들이모두 과급기를 달며 12기통 페라리의 명맥이 아슬아슬해졌으나, 페라리는 플래그십 모델의 자존심을 지켰다. 12기통 페라리의 계보를 잇는 `812 슈퍼패스트에는 `굉장히 빠르다`는 수식어를 더했다. 평소 독특한 작명으로 명성이 자자한 페라리는 그들의 유구한 역사로 자아낸 자신감을 이름에 담았다.


페라리의 첫 로드카이자 최초의 12기통 페라리가 탄생한 지 어언 70년. 브랜드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12기통 엔진을 장착한 페라리의 계보를 되돌아본다.


125s


페라리가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제작된 로드카도 12기통 엔진을 장착했다.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가 세운 `스쿠데리아 페라리` 레이싱 팀은 1929년에 세워졌고, 로드카를 만들기 위한 페라리 브랜드는 1947년 설립되었다. 125s는 브랜드의 시작과 함께 태어났고, 동시에 `페라리 = 12기통`의 등식을 성립시켰다. 125s는 `조아키노 콜롬보`가 빚어낸 차체에 1.5리터에 불과한 V12 엔진을 장착하여 118마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125s`는 페라리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V12 엔진의 아이덴티티도 형성한 의미 있는 자동차였다. 당시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꽃 피웠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250 GTO


페라리의 역사를 들춰보면 가장 빛나는 모델 중 하나로 손꼽히는 250 GTO는 레이스를 위해 개발된 자동차였다. 1962년에 생산되었던 250 GTO에 붙은 `GTO`라는 이름은 `Gran Turismo Omlogato`의 이니셜이다. 수준 높은 250 시리즈를 기반으로 하여 FR 구동계에 V12 3.0리터 엔진을 얹고 30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또한 레이스를 위해 태어난 차량답게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비롯하여 각종 내구레이스 GT 부문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250 GTO는 60년대 페라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패스트


사실 `슈퍼패스트`라는 거만한 서브네임은 과거에도 사용되었던 전례가 있다. 이는 무려 50년 전에 만들어졌던 페라리에서 유래되었다. 500 슈퍼패스트는 340 아메리카를 시작으로 이어진 `아메리카` 시리즈의 결정판으로 `400 슈퍼아메리카`의 V12 엔진을 5리터로 늘려 400마력을 내뿜었다. 1964년도에 출시된 차량이라기엔 이름과 같이 지나치게 빨랐다. 최고 시속은 275km였다.


365 GT4 BB


페라리는 전통처럼 사용하던 V12 엔진을 수평대향 타입의 12기통 엔진으로 대체하여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했다. 또한 FR (앞 엔진, 뒷 바퀴 굴림) 방식의 레이아웃에서도 벗어나 미드쉽 방식을 선택했다. 그야말로 페라리 플래그십의 천지개벽할 변화였다. 이러한 변화는 `베를리네타 복서`(Berlinetta Boxer)라는 서브네임에도 잘 담겨있다. 이 이름은 `복서 엔진(수평대향)을 얹은 쿠페`라는 뜻이다.


테스타로사


`붉은 머리`를 의미하는 테스타로사는 BB 512에 탑재된 12기통 수평대향 엔진을 손봐서 탑재했다. 출력을 390마력까지 높인 엔진은 5단 수동 변속기와 매칭시켜 최고시속은 290km에 달했다. 엔진 헤드를 붉게 칠했다고 해서 `테스타로사`라 붙여진 이 차는, 피닌파리나가 빚어내어 페라리 역사 상 디자인으로 가장 이름을 빛낸 자동차로 기억된다. 그리고, 수평대향 타입의 12기통 엔진은 테스타로사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F50


페라리는 다시금 V형 12기통으로 회귀했다. 페라리 브랜드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탄생한 F50은 F1 포뮬러카의 제작 노하우를 집약하여 제작한 모델로, 당시 페라리 라인업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차체 가운데에 얹힌 V12 엔진에는 F1에서 쓰인 엔진 블록이 탑재되어 있었고, 5밸브 타입의 DOHC도 페라리가 F1에 처음 도입했던 기술이었다. 스페셜 모델이자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F50은 그 명성답게 500마력을 상회하는 엔진 파워를 지녔고, 최고 시속 역시 325km에 달했다.


엔초 페라리


페라리 브랜드의 창업자, 엔초 안셀모 페라리(Enzo Anselmo Ferrari)의 이름을 붙인 `엔초 페라리`는 페라리 브랜드 창립 60주년 기념으로 제작되었다. F40의 명성을 계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엔초 페라리는 뛰어난 디자인과 더불어 성능을 갖췄다.


V12 6리터 엔진을 차체 가운데에 탑재하고 660마력을 상회하는 힘을 가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은 3.6초에 불과했다. F50과 마찬가지로, F1에서 승승장구를 보이던 페라리의 기술력을 모두 쏟아 넣어 제작한 자동차로, 스포츠카 세계에서 왕좌에 오른 자동차라 봐도 무관했다. 본래 349대 한정 제작하기로 기획되었으나, 인기가 높아 51대를 추가 제작하여 총 400대가 제작되었다.


FF


V12 로드스터로 로드카의 시작을 알린 페라리에게 있어 12 기통 자동차는 그다지 특이할 것이 없으나, FF는 페라리의 새로운 시도, 그리고 새로운 역사로 기록된다. 바로 브랜드 최초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한 것인데, 슈팅브레이크 타입의 바디는 독특한 컨셉트와 마찬가지로 신선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차명인 FF는 네 (Four) 명의 승객을 태우며, 네 (Four) 개의 바퀴를 굴리는 자동차를 뜻한다.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와 사륜 구동 시스템과 4시트 구성을 통해 FF는 안락함과 짜릿함이 공존하는 자동차였다. 보닛 아래에는 V12 6리터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하여 최고출력 660마력에 최고시속 335km를 자랑한다. 현재는 GT4 루쏘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다.


F12 베를리네타


812 슈퍼패스트의 전신인 F12 베를리네타는 플래그십 페라리로서의 면모를 매우 잘 보여준다. 엔진은 FF와 동일한 유닛을 사용했으나, 별도의 튜닝을 통해 최고 출력 740마력을 내뿜도록 조정되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불과 3.1초만에 도달한다. F12 베를리네타는 스페셜 모델인 F12 TDF를 통해 다시금 성능을 향상시켰고, 이윽고 812 슈퍼패스트에게 FR V12 페라리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라페라리


엔초 페라리의 후속으로 개발된 라페라리는 FF와 F12에 사용되었던 V12 6.3리터 엔진을 극한으로 끌어내어 800마력의 힘을 낸다. 엔진 출력만 봐도 라페라리는 대단한 모델이다. 그러나 F1 기술을 집약한 엔초 페라리의 후속 모델답게 특별한 요소가 있다.


라 페라리에는 슈퍼카라는 관념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전기 모터의 힘을 받아 라페라리는 시스템 합산 출력이 1000마력에 가까운 963마력을 낸다. 최고시속은 350km를 상회하며 하이-커스(HY-KERS) 시스템을 더했다. KERS (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s)란 운동에너지를 저장하였다가 힘이 필요한 시점에 추가 가속 에너지를 사용하는 장치로, F1 포뮬러카에 적용된 기술이다.


페라리를 비롯한 슈퍼카 브랜드들은 최근 내연기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페라리는 슈퍼카의 미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자아낼 것이라 믿고 있다. 그 믿음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라페라리`다.


실린더 수가 점차 줄어드는 현 시점에서 12기통 페라리를 본 환경보호 단체들은 비명을 질러댈지도 모르겠다. 영원히 자연흡기 엔진만을 사용할 것 같았던 페라리도 어느새 과급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업평균연비와 환경보호를 위한 움직임은 하위 모델들이 해주고 있지 않은가? 플래그십 모델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에 굴복할지 언정, 브랜드의 시작과 함께한 `자존심`은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12기통 엔진은 그들에게 있어 영원히 간직해야 할 `유산`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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