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를 위해 태어나다 - 란치아 스트라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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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를 위해 태어나다 - 란치아 스트라토스
  • 박병하
  • 승인 201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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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치아(Lancia)`는 올해로 110주년을 맞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기업으로, 피아트의 테스트 드라이버이자 기술자였던 빈센초 란치아(Vincenzo Lancia)가 세워,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우리에게는 꽤나 생소한 기업이지만 란치아는 피아트에 인수되기 이전까지 기술력으로 알아주는 기업이었다.


란치아는 누구보다도 새로운 선진기술을 양산차에 도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은 기업이었다. 세계 최초의 전기식 점화 장치와 전기식 전조등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의 일체형 차체구조(Monocoque) 도입, 양산차 최초의 전륜 독립식 서스펜션 도입, 양산차 최초의 V형 4기통 엔진 및 V형 6기통 엔진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이 기술들은 (V형 4기통 엔진을 제외하면)오늘날의 자동차들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술로서, 당시 란치아의 개발 역량을 대변한다.


란치아는 이러한 각종 선진 기술들을 의욕적으로 투입해 온만큼,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남다른 기술력을 뽐냈던 기업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WRC 철수 전까지 통산 8회 우승을 거머쥔 사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란치아가 그 동안 가져간 8개의 WRC 우승 트로피 중 3개를 선사해 준 차가 본 기사에서 다룰 주인공이다. 이 차의 이름은 `스트라토스(Stratos)`다.



1973년에 등장한 란치아 스트라토스는 마치 우주선을 지상으로 내려 놓고 바퀴를 달아 놓은 듯한 미래지향적인 외관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 파격적인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베르토네(Bertone)`의 작품이다. 옛 대우자동차의 에스페로를 디자인했던 바로 그들이다. 스트라토스의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은 당시 베르토네의 수석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1938~ )의 손길의 영향이 컸다. 그는 이미 69년에 아우토비앙키 런어바웃(Autobianchi Runabout) 컨셉트를 내놓았고, 이듬해 완성한 란치아 스트라토스 제로(Lancia Stratos Zero) 컨셉트를 통해 스트라토스 디자인의 초안을 마련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란치아 스트라토스는 외견 상으로는 수퍼카로 인식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스트라토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퍼카라고 하기에는 한 가지 부분에서 이질적인 점이 있다. 바로 차축까지 바짝 들어 올려진 차체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바닥에 찰싹 달라 붙어 있는 것이 불문율로 통하는 수퍼카의 세계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 높은 최저 지상고는 스트라토스의 목적이 반들반들하게 닦여진 서킷이 아닌, 거친 자연을 누비는 랠리에 있음을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엔진은 페라리 디노 246 GT에게서 물려받은 2.4리터 배기량의 V6 엔진을 얹고 있다. 여기에 양산차 사양 980kg, 경주차 사양은 880kg에 달하는 극단적인 경량화를 추구했다. 뿐만 아니라, 드높은 지상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무게중심이 낮은데다, 극단적으로 짧은 휠베이스를 지니는 설계로, 저속 코너가 많은 WRC의 코스를 누비는 데 있어서 최상의 기동성을 보장한다.



란치아 스트라토스의 이러한 디자인과 설계 사상은 하나부터 열까지 경주차로 기획/설계/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란치아는 스트라토스의 WRC 호몰로게이션(Homologation, 모터스포츠 출전을 위한 형식 승인 절차)을 위해 500대를 양산하기로 결정, 1973년부터 생산을 개시했고, 1974년부터 WRC에 진출하였다. 그리고 진출 첫 해, 란치아 스트라토스는 1974년 WRC 시즌에 출전하자마자 우승을 거머쥐었고, 75년과 76년에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3년 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세우기에 이른다. 또한, 1975년부터 몬테 카를로 랠리에 출전, 75년도부터 77년도까지 3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란치아 스트라토스는 그 외에도 다양한 랠리 이벤트에 참여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며, 철저하게 랠리 무대를 위해 태어난 종마임을 입증했다.



란치아 스트라토스의 일반도로용 사양은 경주용 사양과는 달리, 최고출력은 190마력으로 줄이고, 공차중량은 980kg으로 늘렸다. 이 스트라토스는 `란치아 스트라토스 HF 스트라달레(Lancia Stratos HF Stradale)`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HF는 `High Fidelity`의 약자이고, `스트라달레`는 일반 도로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비록 오리지널 란치아 스트라토스는 단종의 수순을 밟았지만, 오늘날에도 란치아 스트라토스는 키트카(조립식 자동차), 혹은 레플리카(복제품)의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영국의 리스터벨(Listerbell Automotive)과 호크(Hawk Cars) 등의 제작 업체에서 란치아 스트라토스의 레플리카를 제작 중이다. 조립식인 만큼,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엔진과 사양을 선택할 수 있는데, 엔진 옵션 중에서는 오리지널 스트라토스에 사용되었던 페라리 디노 246의 V6엔진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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